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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136화 (13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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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그리고 정보조사.

“그럼 언제부터 올 거야?”

“음...거기가 어딘데요?”

계약이 끝나자 발린과 레벤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대개 후보자 귀족은 어떻게 할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있는지, 레벤의 봉급이나 복장과 같은 정도였다.

“좋아, 다 됐다.”

“그럼 약속한 대로 내일 갈게요. 오늘은 챙길 것도 챙기고, 제 후보자 귀족님과 이야기도 해 봐야 하거든요.”

“그렇게 해.”

말을 마친 발린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어찌 넘어가긴 했으나 이 거래는 객관적으로 보면 레벤이 손해를 보는 구도다.

이걸 통해 발린은 인력을 하나 얻는 반면 레벤은 교황청의 보호를 잃게 된다.

그녀가 보는 이득이 발린의 정보라는 걸 감안했을 때, 발린이 조금만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레벤에게 일방적인 손해를 강요할 수도 있었다.

‘그럴 순 없지.’

발린은 고개를 미미하게 흔들었다.

그가 아는 레벤은 절대 호구가 아니다.

오히려 포식자라면 모를까.

그런 사람이 발린이 생각하는 걸 모를 리 없었다.

거기서 정보에까지 속임수를 넣느니, 차라리 레벤과 협력 관게를 유지하는 게 가성비가 훨씬 뛰어났다.

‘원래는 다이아몬드 타워에 맡길까도 생각했었지만...펜잔스가 무슨 짓을 할 지도 모르고, 거기다 이건 마탑과는 달리 숨은 이점이 하나 더 있거든.’

레벤은 모르는 일이지만, 발린은 조사대상에 교황청도 포함시키고 있었다.

이유는 다름아닌 넴로드 대주교가 꺼냈던 비밀.

그 과정에서 레벤이 간섭해오지 않는 것만 해도 발린에게 있어선 굉장한 이득이었다.

‘최상급 실력의 소드마스터 한 명을 교황청의 전력에서 배제시킨 셈이니, 마탑과 얘기하는 것보다 이 편이 몇 배 낫지.’

적의 힘을 빼어 자신의 힘을 늘린다.

가장 좋은 방법이자, 마족이나 뱀파이어들이 쓰는 주된 공격방식이었다.

계획대로 상황이 흘러가자 발린은 여유롭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마침 또 한 번의 승부가 막 끝나고 있었다.

승자는 로브와 마스크로 온 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회자가 그녀를 여인이라 칭한 이유는 로브로도 가려지지 않는 온 몸의 굴곡 때문이었다.

“아아! 대장벽에서 온 의문의 여인 검사! 마족을 상대로 쓰던 검술실력 더없이 날카롭습니다! 단숨에 카르샨 왕국의 멜론 백작을 제압합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모두의 환호성을 뒤로 한 여인이 연무장에서 벗어났다.

승리한 여인에게 다가오는 시종들, 그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향해 여인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오지 마라!”

날카로운 한 마디에 시종들은 화들짝 놀라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수많은 출전자들을 보아 왔다고는 하나 그들은 본질적으로 민간인이다.

검이나 마법을 오랫동안 닦아 온 자들의 기세를 정면으로 받으면 누구나 이럴 수밖에 없었다.

“히, 히익!”

“끄으윽.”

시종들이 비틀거리는 사이 그들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그대들은 들어가봐도 좋네, 경기 후 장비 수습은 내가 해 주도록 할 테니.”

모습을 드러낸 인기척은 여인과 같이 대장벽에서 온 검사 아르낙스였다.

“예, 예!”

아르낙스의 명에 시종들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벗어났다.

그들로서는 당장 살기를 풀풀 풍겨대는 여인에게서 하루빨리 멀어지고 싶었을 것이다.

시종들이 사라진 걸 확인한 아르낙스가 가볍게 치하를 건넸다.

“잘했어. 소냐.”

아르낙스의 치하에 여인, 소냐는 가볍게 몸을 풀며 대꾸했다.

“아니다. 상대가 약하고 내가 강했다. 그뿐이다.”

아르낙스와 대화하는 여인의 어조는 왠지 모르게 어정쩡해 보였다.

마치 어떤 말버릇 같은 것을 억누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아르낙스는 피식 웃은 뒤 입을 열었다.

“아무도 없다. 지금은 굳이 숨기지 않아도 돼. 너도 느끼고 있잖나. 네 실력은 나 이상이니까.”

“알겠다...냐.”

그제서야 여인은 몸을 두른 로브를 풀어헤쳤다.

펄럭!

로브가 사라지자 차르르 흘러내리는 윤기나는 적발 사이로 폭발적인 몸매가 드러났다.

“푸하아! 힘들다냐.”

지친 듯 숨을 몰아쉬는 여인의 머리 위, 인간에게는 있을 리 없는 두 개의 고양이귀가 쫑긋거리고 있었다.

특이사항은 그뿐만이 아니다, 로브 안에서 나타난 검은 꼬리도 양옆으로 채찍처럼 오가며 흔들리고 있었다.

시종들이 봤다면 대경실색할 일이었으나 아르낙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지금까지 정체 숨기고 있느라 힘들지?”

“아니다냐. 참을 수 있다냐.”

아르낙스의 물음에 고양이귀 여인, 소냐는 고개를 양옆으로 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방금까지도 꽁꽁 몸을 싸매느라 힘든 걸 봐 온 아르낙스에게 변명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조금만 참아라. 대장벽에 돌아가면 얼마든지 드러내놓고 다녀도 상관없으니까.”

“지금도 좋다냐! 나는 강자들 싸움 보는 거 원했다냐. 마족들과 싸우는 거 말고 인간들끼리 싸우는 거 보고 싶었다냐!”

목소리를 높이던 소냐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황제선발대전에 출전하여 실력을 측정하는 건 아르낙스만이 아니었다.

“역시 직접 싸우는 건 조금 그래? 정체를 감추고 싸워야 하니까.”

아르낙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소냐는 묘인족이고, 묘인족은 인간에게 몬스터, 혹은 마족의 한 종으로 분류된다.

마족이 황제선발대전에 출전한 사실이 밝혀진다?

소냐는 물론, 대장벽을 지키고 있는 케틸 공작마저 대륙의 공적으로 찍힐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괜찮다냐. 각오하고 있다냐. 스승님께 폐 끼칠 일은 하지 않는다냐.”

허나 아르낙스는 이어지는 소냐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 안에 담긴 싸움에 대한 열망, 그리고 결의를 읽은 탓이다.

“알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기권하는 걸 잊지 말도록 해라.”

“...”

소냐는 고개만을 끄덕이며 벗어버렸던 로브와 마스크 등을 집어들었다.

둘이 들어가는 사이 다음 선수들이 새로이 연무장의 맞은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라운드에서 살아남은 512개의 가문들끼리의 치열한 경쟁!

그것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경기는 오후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과정의 어느 순간, 다음 선수를 확인한 사회자가 소리높여 외쳤다.

“네에! 다음 선수는 웰링턴 백작가의 출전자! 골렘을 다루는 골렘 메이지 발린! 그리고 그 상대는...네? 아아. 네. 알겠습니다요.”

누군가의 제지에 잠시 멈췄던 사회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입에서 표명된 상대의 이름에 관중들은 두 손을 흔들며 열광했다.

***

“짜증나는군.”

맞은편의 상대를 본 발린이 내뱉은 첫 말이었다.

발린의 맞은편에 서 있던 검사, 아르낙스도 그건 마찬가지인 듯했다.

본래 둘은 다음다음 라운드에서나 만날 사이였다.

그것이 이렇게 된 것은 중간에 갑작스러운 연유로 대진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무도가 쿨롱의 죽음 때문이라고는 하나, 양쪽 모두 그 숨겨진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역시 골렘으로 이기는 꼴은 절대로 못 보겠다 이거지?’

발린은 한쪽 입꼬리만을 올리며 관중석의 위편을 올려다보았다.

화려한 치장의 커튼이나 베일 속에 가려진 그림자 몇몇이 움찔하는 게 보였다.

아마 저들 대다수가 대진표를 바꾸는 데 직간접적으로 힘을 썼을 것이다.

‘짜증나는군.’

발린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맞은편에 선 아르낙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준비는 다 됐는가?”

“아니, 아직.”

발린은 차갑게 대답한 뒤 허리춤에서 골렘 주문서를 찾았다.

지켜보고 있던 아르낙스가 문득 입을 열었다.

“골렘을 다루는 마법사라, 본신의 실력에는 자신이 없나 보군.”

“이기기 위해서 움직일 뿐이야. 최선을 다할 뿐이고.”

말을 마친 발린은 손 안에 든 골렘 주문서를 폈다.

그러자 마나가 들어간 주문서가 빛을 내며 몸통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우와앗!!”

“이, 이건!”

땅 속에서 쑥쑥 튀어나오는 진흙에 관중들 사이에서 놀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러나 놀랄 일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연무장 위에 모인 진흙이 주문서에 들러붙어 사람의 형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골렘...”

맞은편에서 지켜보던 아르낙스는 침음성을 내며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가 여기 선 것은 거의 모든 귀족의 의견일치하에 이루어진 조정이었다.

‘감히 본신의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아티팩트 따위로 이기려 들어?’

‘그런 놈이 라운드를 올라오는 모습, 보기만 해도 구역질날 것 같네!’

세속적인 귀족이나, 청렴결백한 귀족이나 그 점에 관해서 의견이 일치했다.

덕분에 황제선발대전의 대진표를 바꾸는 무지막지한 짓이 가능했고 말이다.

“하아...”

아르낙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있다고는 생각했으나, 막상 눈앞에서 형태를 갖추는 진흙을 보니 불안함이 스멀스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편 발린은 골렘이 만들어지는 걸 확인하며 씨익 웃었다.

눈앞의 상대는 대장벽에서 온 남자다.

앞서 싸운 슈리마 백작을 대하는 것처럼 했다가는 뼈도 못 추리고 당할 수 있었다.

다른 전술을 구상하던 발린에게 아르낙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골렘이 있더라도, 없더라도 상관없이 너는 강하다.”

“뭐?”

발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왜 저런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허나 아르낙스는 발린의 반응에 상관없이 말을 이었다.

“허나 나는 여기서 질 수 없다. 그런 이유가 있다.”

“흠.”

발린은 두 팔을 꼰 채 아르낙스의 선전포고를 들었다.

어차피 골렘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싸울 수 없는 만큼, 그동안 아르낙스가 하는 말을 들어 줄 여유 정도는 남아 있었다.

“이유? 그게 뭔데.”

“나는 그 분의 수제자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그 분을 대신하여 나왔다. 그렇기에 우승은 하지 못하더라도, 그 분의 명예에 누를 끼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분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발린의 눈이 순간적으로 크게 뜨였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분이 누구인지 얼추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너 설마, 그 분이라는 게...”

“대장벽의 영웅이시자 카딤 제국의 세 공작 중 한 분이시다. 이 정도면 되었나?”

말을 마친 아르낙스가 검을 곧추세웠다.

그 위로 넘실거리는 연녹색 오러블레이드가 올라왔다.

한편 아르낙스의 말을 들은 발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건 오러블레이드...그렇다면 아르낙스는 소드마스터라는 말이 되는데, 소드마스터를 가르친 스승이라면 대장벽에 단 한 사람밖에 없지...케틸 공작!’

케틸 공작이라면 안드로포스,에이블과 비교되는 세계 최고의 무인 중 하나임과 동시에 독보적인 마족 사냥꾼이었다.

수많은 마족들의 북진에 맞서 세계의 남쪽 끝을 지켜 온 그의 수제자!

발린은 처음으로 만난 의미있는 상대에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케틸 공작이라면 그 실력만큼은 인정해 줘야지. 그런 녀석의 수제자가 여기 올라왔다면...아주 좋아.’

회귀를 한 이후로, 발린은 상대방의 검로를 파악해 그것을 자신의 일반 능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수련검과 여러 잡다한 검법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눈앞의 검사라면 왠지 만류의 검을 향상시킬 만한 검법을 제공해줄 것만 같았다.

“혹은 독자적으로 새로운 검법을 하나 더 만들어 주던가...”

발린은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아르낙스의 움직임과 기척, 기세가 천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양 출전자! 준비는...?”

“됐다.”

“저도 됐습니다.”

마침 골렘도 형태를 다 만든 참이다. 발린과 아르낙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연재는 여기까지입니다.

만도스는 그...에이블 공작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단역이라고나 할까요.

암살자의 왕이었지만, 이젠 저승의 영혼이 되었습니다.

나머지 히로인을 그리라고 강요하는 독자분이 계시다니, 좋으면서도 무시무시하군요.

저도 열심히 글을 써야겠습니다...

엑박 뜨는 레벤은 조만간 표지로 옮겨버리겠습니다. 큭큭.

그럼 독자 여러분, 오늘 뵌 것처럼 내일도 이 후기란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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