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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131화 (13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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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선발대전 개최!

‘뭐든 좋지만, 우선은 나중의 일이지. 황제선발대전이 끝난 다음에 말이야.’

눈 앞에 놓인 일이 산더미인데 다른 마탑의 꿈틀거림까지 신경쓰자면 한도끝도 없었다.

발린이 계속 무반응으로 일관하자, 베그만을 비롯한 다른 마탑의 마법사들은 더욱 기분이 상한 듯했다.

아까 전에는 어느 정도 비꼼을 사용하더니, 이제는 숫제 대놓고 비난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긴 발린 부탑주님께선 모르시겠죠. 부탑주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하아, 그러게 말이예요. 저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탑주님 직속제자의 타이틀밖에 달지 못했는데...”

척 하면 착인 것이 멀리서 보면 미리 연습한 거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발린은 피식 웃고서 다음 경기에 집중했다.

마침 서로 등장한 양쪽 출전자들이 제각기 병기를 뽑아들고 있었다.

“자, 한 쪽은 유명 기사! 다른 쪽은 활의 기사라 불리는 명사수! 과연 그의 화살이 통할지!!”

기사와 마법사들만이 판을 치던 경기에서 거의 처음으로 드러난 궁수였다.

그렇기에 발린은 흥미로운 기색을 띄운 채 앉아 있었다.

등 뒤에 있던 마법사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기회는 이 때다 하고 온갖 비난을 비꼬아 말하는데 정작 자신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행동하니 말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화가 난 것이 에메랄드 타워에서 온 여마법사인 루실라였다.

‘저 작자가 감히...!’

일전 발린의 행보에 가장 크게 반발한 게 바로 그녀의 직계 스승인 라시드였다.

마탑 사절단의 대표격으로서 반발했다는 그 이유 하나.

그것 때문에 에메랄드 타워는 다른 마탑보다 더 많은 것을 루비 타워에 내놓아야 했다.

덕분에 라시드는 돌아오자마자 온갖 문책을 당하고 뒷방 늙은이 신세.

직속제자인 루실라로서는 살을 뜯고 뼈를 씹어도 모자랄 원수가 발린이었다.

‘스승님은 네놈 때문에 모든 걸 잃게 됐는데, 정작 네놈은 태연하게 보고 있어?! 가만히 둘 수는 없지.’

마음같아서는 당장 마법을 써서 치고 싶으나 그러다간 실력도 주변상황도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무리 발린이 다른 출전자들에게 골렘 마법사로 경멸받고 있다고는 하나, 대놓고 먼저 때리는 건 선동이 통하지 않을 만큼의 중죄였다.

대신 그녀가 선택한 건 도발.

욕을 통해 발린이 먼저 손을 쓰게 하고, 그것으로 발린의 대회출전자격을 박탈시키려는 속셈이었다.

라시드가 당한 대우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걸로나마 손해를 입힐 수 있으면 자신은 만족이었다.

‘치졸한 짓인 건 알지만...그래도 네 녀석이 잘 나가는 건 못 봐! 절대!’

독기를 품은 루실라가 심호흡을 하더니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어머, 베그만. 그게 아니예요. 발린 님께서 골렘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요.”

“이유가 있어요? 그게 뭡니까?”

한참 발린의 능력을 평하던 베그만이 고개를 돌렸다.

갑작스레 화제를 바꾸는 그녀의 의도가 궁금했으나, 일단은 거기에 어울려 주기로 한 것이다.

“이건 제 여자의 감이 확실하다고 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제 감이 얼마나 좋은지는 베그만 님도 잘 알고 있지요?”

“물론이오. 그래서 무슨?”

베그만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루실라의 다음 말을 유도했다.

무슨 말을 하든 발린이 먼저 자신들을 치게 하기만 하면 됐으니 말이다.

“발린 부탑주님의 배경엔 아마 탑주님의 입김이 꽤나 많이 작용했을걸요?”

“탑주님의 입김? 설마 루비 타워의 엘리아 마탑주 말씀입니까?”

루실라의 뜻을 눈치챈 베그만이 손뼉까지 치며 호응했다.

기다렸다는 듯 다른 마법사들이 질문해 오자, 루실라는 여우상의 눈 아래로 어두운 미소를 머금었다.

‘네가 이것도 버틸 수 있나 보자. 내가 진흙탕 싸움에 얼마나 능한데!’

자랑은 아니지만, 루실라는 자신의 외모에 꽤나 자신이 있었고 이는 객관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었다.

허나 그녀가 진정으로 대단한 것은,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외모를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는데 거리낌없다는 점이었다.

루실라가 라시드의 제자가 되기까지 숱한 경쟁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루실라는 숱한 위기에 봉착해 왔다.

자신보다 실력이 아래인 마법사는 상관없으나, 문제는 그 위에 있는 다른 마법사들이었다.

객관적으로 보이는 그녀의 경지는 4클래스 중반, 20대 후반의 나이를 생각해 봤을 때 굉장한 경지였다.

허나 세상은 넓고, 언제나 더욱 위는 있는 법이었다.

그 때마다 루실라는 자신의 외모를 이용해 그들과의 간격을 메웠다.

때로는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데, 그리고 때로는 경쟁자의 값어치를 추락시키는 데 사용함으로서 말이다.

바로 지금, 루실라는 그 외모를 이용해 마법사들을 휘어잡았다.

외모 안에 숨은 여자로서의 독을 퍼뜨리기 위해서 말이다.

“네, 생각해 보세요. 두 분 다 비슷한 연배의 나이잖아요? 게다가 들어온 지 일 년도 안 되서 부탑주...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요?”

“어...”

“잠깐만, 그건...”

하는 말의 심각성을 눈치챈 몇몇 마법사들이 엉거주춤 루실라의 말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루실라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루실라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을 이었다.

“어머, 제가 뭐 못할 말 했나요? 사실도 아니고. 그냥 이랬을 것이다 말하는 건데요.”

“그..그야.”

“저 말고도 다들 그 생각했을걸요? 클리든 탑주가 괜히 쫓겨났겠어요? 어린 탑주가 어떤 분에게 홀려서 막 나가는 거 혼자서라도 막으려다가 그...”

말을 잇던 루실라가 순간 멈칫했다.

갑자기 심장은 물론, 온 몸이 학질에라도 걸린 듯 굳어 버린 것이다.

입을 다문 건 다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으...으억.”

“어...”

신음소리를 내던 마법사 몇몇이 곧 제압되었다.

허나 이 편을 주시하던 다른 출전자들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겉보기로는 마탑의 마법사들이 하나둘씩 입을 다문 것으로밖에 안 보였기 때문이다.

마침 연무장 위에 있던 두 사람의 싸움이 클라이막스에 접어든 것도 한 몫 했다.

“잡았다!”

“천만에!! 잡힌 건 네놈이다!”

검사에게 일갈하는 궁수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이고, 활시위를 떠난 화살 끝에서 광채가 터져나왔다.

모두가 경기를 보며 놀라는 사이, 마탑의 신예들은 시선을 그 쪽에 돌리고 있음에도 다른 걸 느껴야 했다.

그 느낌의 정체는 온 몸을 옥죄는, 금방이라도 자신들을 터뜨려 죽일 것 같은 강대한 압력이었다.

“갑자기 왜들 조용해지시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집단으로 배탈이라도 나셨나?”

벌벌 떠는 마법사들을 향해 발린은 태연히 웃으며 말을 건넸다.

물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옥죄인 마법사들이 발린에게 대답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으...읏.”

“끅.”

방금 전까지 온갖 유언비어를 떠들어대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마법사들 모두 입을 꽉 다문 채 눈만 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발린이 밝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선을 넘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이렇게 침묵해 주시다니 말예요. 마법계의 미래가 완전히 어둡진 않은 것 같군요.”

방금 이들이 갖고 떠든 건 엘리아뿐만 아니라 루비 타워 전체를 모독하는 행위였다.

발린이 아무것도 모르는 엘리아를 꼬시고, 그걸 막던 클리든이 억울하게 쫓겨났다는 내용.

직접 클리든을 쫓아내고, 엘리아의 노력을 보아 온 발린으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음담패설이었다.

발린은 마법사들 앞에서 태연히 두 손을 흔들어 보이고선 다루고 있는 마나에 힘을 주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였다.

한편 마나가 움직이자 마법사들을 옥죄고 있던 기세가 한층 더 강해졌다.

“읏.”

“으음...”

마법사들은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으나, 온 몸을 옥죄는 이 기운은 그걸 표현하는 것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눈을 굴리는 것 정도, 그것도 시선을 돌리려면 힘을 주어야 했다.

단순 살기인가 싶어도 살기만으로는 절대 이 정도까지 상대방을 무력화시킬 수 없었다.

‘이, 이럴 수가...’

‘이이이익!!’

애써 마나를 끌어올려 대항하려 해도 마나는 올라오자마자 진눈깨비처럼 사라져 버린다.

루실라와 베그만 등에게 있어서는 열불이 터질 일이었다.

‘무슨...무슨 술수를 쓴 거지!?’

‘저, 저 자식이...으윽!’

루실라는 안간힘을 써 머리를 굴렸다.

허나 수많은 마법 중에서도 이런 건 듣도보도 못한 마법이었다.

주변의 사람들을 옴짝달싹도 못하게 하는 마법이라니, 그런 게 있다면 진작 전투용으로 쓰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생각해봤자 자신들을 옥죄는 마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발린이 한 것은 그저 마나를 움직여 다른 마법사들의 마나에 간섭한 것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마법이라고 부르기에도 격이 낮은 최하급의 기술.

마나만 움직일 줄 안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바로 이 마나 간섭이었다.

당연히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다루기 위해선 그만한 격의 차이가 필요하다.

허나 발린은 그만큼의 격차를 이미 벌려 둔 상태, 이정도야 어린애 손목 비틀듯 간단한 일이었다.

‘어차피 차후 마탑에 더 내놓으라 해도 네놈들은 뉘우칠 리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 차라리 지금 공포로 다루는 수밖에. 두번 다시는 함부로 나설 수 없게.’

발린은 마나를 살짝 움직여 마법사들의 신경을 느슨하게 풀었다.

순간 그의 주변에 모여있던 마법사들은 순간 참을 수 없는 생리욕구를 느꼈다.

‘어어?’

‘잠깐만...움직여야...!’

용변이야 해결하면 그만인 일이었지만, 지금은 출전자 좌석에 앉은 상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니 이대로면 그대로 대소변을 지려버릴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베그만 일행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간절한 눈으로 발린을 바라보았으나, 발린은 아까와 다를 바 없이 경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아, 안 돼!’

더 이상 발린에 대한 증오나 열등감 같은 건 생각할 틈이 없었다.

한편 사색이 된 마법사들의 모습에 주변 출전자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갑자기 마법사들이 입을 다물고 몸을 떨기까지 어떤 낌새도 없었다.

유일하게 멀쩡한 발린의 모습을 보아선 그가 무슨 수작을 부린 것 같긴 했는데, 그 방법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뭐야...마법 주문은 안 쓰인 것 같은데.’

‘마나가 움직이는 것 같긴 한데, 그걸로 저 마법사들이 저런다 보기에는 너무 미약해.’

출전자들이 원인을 분석하는 사이, 베그만을 비롯한 마법사들은 한계에 도달했다.

지금까진 어찌어찌 참아 왔으나 더 이상은 무리였다.

그럼에도 버티고 있는 건 여기서 싸지를 수는 없다는 본능에 가까운 처절함 때문이었다.

‘으...으으...’

‘아아...’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던 마법사들, 그들 앞으로 누군가가 다가와 그림자를 드리웠다.

“저번에 만난 이후로는 처음이로군. 안 그런가?”

“...그렇군요.”

발린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눈 앞에 선 노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노인, 펜잔스는 늘상 짓는 사람좋은 웃음을 한 채 발린의 등 뒤에 있는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음...?’

8클래스의 탐지 마법을 사용했으나 발린의 마나가 이 주변을 덮고 있는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제압 마법이라도 사용했겠거니 생각하던 펜잔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인가...마법은 아닌 것 같은데...그렇다고 어둠의 마나나 신성력이 느껴지는 것도 아닌...이건 뭐지?’

“오랜만입니다. 한데 무슨 일로...? 할 얘기라면 예전에 끝내놓은 걸로 아는데요.”

커지던 의문을 접어둔 펜잔스는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자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잘 읽으셨다면 넘어가시기 전에 추천 하나만 고이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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