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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130화 (13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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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선발대전 개최!

현재 황도에는 황제선발대전을 위해 각지에서 온 수많은 강호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모조리 변수가 되는 지금, 그 때와 같은 계획은 미리 접어두는 게 나았다.

‘일단 크라탄 자작가와 루덴스 공작가는 나중에 조사하고, 당장 내일부터 에이블 공작가의 사정을 알아봐야겠군.’

에이블 공작가는 세 가문 중 이번 대회에 유일하게 참가하지 않은 가문이다.

에이블 공작이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 확실히 점검해둬야 했다.

“일단 그 정도로 끝인가...”

몸을 늘어뜨리던 발린은 순간 헛숨을 집어삼켰다.

자신이 미처 한 곳을 빼먹고 있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맞아. 교황청도 잊지 말아야지. 넴로드 대신관이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군.’

눈앞의 적보다 무서운 것은 언제 등 뒤를 찌를지 모를 아군이다.

전생에서 수도 없이 당하며 얻은 경험이니만큼 그것만큼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다.

‘만약 레벤이 마왕군과 연관되어 있다거나, 교황청이 녀석을 이용해 다른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면 미리 조치해둘 필요성이 있어.’

비단 배신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레벤 본인의 비밀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소드마스터를 때려잡을 만큼 강한 그녀가 어째서 전생에는 고블린 한 마리도 못 이길 만큼 약해졌는지.

그리고 저 놀라운 재능의 비밀은 대체 무엇인지.

두 가지 비밀의 해답이 전부 교황청에 있었다.

“우선은 이 네 곳을 확실히 조사한다. 선발대전과 병행하려면 힘 좀 들 테니,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기 전에 최대한 서둘러야겠군.”

발린은 에블린에 생각이 미치자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떠나면 이 여관은 그대로 암살자들의 위협에 노출된다는 걸 인지한 것이다.

수상한 게 보임에도 움직일 수 없자 발린은 발을 동동 구르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안드로포스는 언제쯤 도착하려나? 안드로포스가 도착해야 안심하고 움직일 수 있을 텐데.’

정령이나 골렘만으로는 에블린을 지킬 수 없었다.

그 사실은 골렘을 조종하는 발린 본인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안드로포스와 하루빨리 합류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아.”

발린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며 바깥을 바라보았다.

지상의 불빛으로 가득 물든 하늘은 어둡지만 어둡지 않았다.

***

대회 이튿날, 첫날의 기대감이 빠진 경기장에는 그 빈자리를 뜨거운 열기가 메웠다.

어제의 광대 사회자가 목소리를 높일수록 관중들은 이에 맞춰 더더욱 크게 열광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한 건 아니지만, 이미 모두는 예열을 마친 뒤였다.

“오늘은 누가 나오지?”

“글쎄...펜잔스 님께서는 내일이나 모레 즈음이고. 루덴스 공작가가 움직인다는 건 확실하지.”

수군거리는 관객석의 사람들과 달리 출전자 좌석은 굉장히 조용했다.

대부분 여기 온 목적 중에서 다른 사람들의 싸움을 지켜보려는 게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딴 짓은 곧 자기만 손해본단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후우.”

막 통로에서 나타난 발린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조만간 레벤이 오겠지. 그럼 꼼짝없이 그 옆에서...’

무서운 상상에 발린은 일부러 다른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가 가는 곳은 각국의 마탑에서 나온 차기 인재들이 모인 곳이었다.

“안녕하세요.”

“누구...아. 발린 부탑주님이시구나. 안녕하세요.”

“이 분이 그...”

발린을 알아본 다른 마탑의 마법사들은 호기심을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출전자들의 경기를 봐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루비 타워의 중심인물인 발린과 친분을 다지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발린은 그럭저럭 양 옆자리를 채울 수 있었다.

“첫 날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골렘이라니요.”

“맞아요. 처음 녀석이 등장할 때 얼마나 놀랐는지.”

이런저런 대화 사이에서 발린은 떨떠름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부터 그는 이런 무조건적인 아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실속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추켜세우기만 하고 속으로는 하나라도 더 뜯어가려는 녀석들. 제 이득을 위해서라면 마왕군에게도 충성할 녀석이지만...어쩔 수 없지.’

어떤 욕망에도 신념을 지키는 걸 영웅이라 하는 건 그만큼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걸 이들 모두에게서 기대하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하기야 나도 이득 때문에 루비 타워에 있고, 여기까지 와서 황제선발대전 선수로 나오고 있으니 마냥 비난할 수도 없구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 생각이 미치니 발린은 허허로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신부터 고치지도 않는데 남들을 비난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 없는 짓인진 본인부터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 속에서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건 레벤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전해 준 정보가 모조리 틀린 것은 물론, 조만간 교황청을 몰래 조사해야 한다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어디...’

발린은 살며시 출전자 좌석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레벤은 아직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그녀가 지금 있었더라면 발린이 들어오자마자 이 쪽이라며 옆자리를 팡팡 쳐 보였을 것이다.

그 목소리가 없으니 안심이 되면서도 왠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생각이 깨진 건 그 때였다. 등 뒤에서 구경하던 젊은 마법사들 중 한 명이 말을 걸어온 것이다.

“허허, 그래도 루비 타워에서는 발린 부탑주님께 많은 기대를 걸고 있나 봅니다.”

“그게 무슨?”

발린은 반문하는 동안 그 마법사를 잠시 훑어보았다.

싯누런색 로브를 입었기에 보자마자 토파즈 타워의 마법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토파즈 타워의 인재라면 서류에는 베그만이라고 적혀 있었다.

발린은 그 이름을 기억해 두며 반문했다.

“무슨 뜻입니까? 그 말은?”

“그야 그렇지 않습니까. 반드시 우승까지 하라고 골렘까지 붙여 줬으니, 그만큼 루비 타워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날카로운 물음에 마법사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한 말이라기엔 꽤나 많은 양의 가시가 박혀 있었다.

“흐음...”

침묵하는 발린을 향해 옆의 마법사 한 명이 맞는 말 아니냐며 피식 웃었다.

“골렘이라니, 그 정도 아티팩트를 가지고 나오는 건 탑주나 부탑주나 할 법한...아, 그러고 보니 엘리아 님이 탑주셨죠. 그 곳은.”

“그렇습니다만.”

발린은 무표정인 모습으로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저들의 의도는 분명 시비를 걸어오려는 것, 그러나 발린은 거기에 넘어가줄 생각이 한 치도 없었다.

당장 말싸움으로 번지면 이 곳에 자신을 편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분위기부터 시작해서, 추후 증언을 받을 때도 무조건 내 쪽에 불리한 진술부터 모이겠지.’

발린은 빠르게 양 옆을 훑어보았다.

이미 다른 출전자들이 발린을 흘긋흘긋 보는 게 느껴졌다.

저들 모두가 조금만 삐끗하면 우르르 몰려들어 물어뜯을 승냥이들이었다.

골렘은 강력한 적수였으니, 그 적수가 여기서 미리 사라져주면 자신들로서는 나쁠 게 없기 때문이다.

그 속셈을 읽은 발린은 절로 짜증이 났다.

저들은 자신의 소소한 이득을 위해서 정당함을 버리고 있었다.

당장 지금은 한 마디 거짓말일지도 모르나,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 그것이 무엇을 불러오는지 발린은 너무나도 잘 알았다.

‘일단은 가만히 들어주는 수밖에.’

발린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뭐, 운이 좋았습니다. 골렘 덕분에 상위 라운드에 올라가긴 했지만, 우승은 노려볼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이 없거든요.”

우선은 겸손하게 대응해서 상대방이 걸어오는 시비를 피하는 게 최선이었다.

힘을 발현하는 건 연무장에 마주보고 설 때 해도 늦지 않으니 말이다.

“험, 험. A급 아티팩트를 가져왔는데 그만큼 잘 해야 루비 타워의 체면이 좀 서지 않겠습니까?”

“맞아요. 저번에 저희 탑의 어르신께서 사절단으로 갔다가 글쎄...”

피식 웃던 토파즈 타워 마법사의 옆에서 연녹색 로브를 입은 여마법사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발린은 그들의 이름을 묻거나 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들이 각 탑의 젊은 신성이라는 것 정도는 레벤에게 얻은 자료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하든 상관은 없지만, 조금 조용히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경기를 보는 데 방해가 되어서 말이죠.”

발린은 차갑게 대꾸한 뒤 등을 돌렸다.

동시에 무영창을 통해 소리 증폭 마법을 쓴 건 덤이다.

역시나 잠시 후 등 뒤에서 남몰래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 잘난 줄 알아. 루비 타워에서 기술 좀 발명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보지?’

‘사파이어 타워랑 짝짜꿍...그래봤자 별 거 없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발린은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저들은 자신이 작년에 다른 탑과 맺은 불공정 계약 때문에 불만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짜증나겠지. 어이없겠지. 나라도 그럴 테니까.’

작년 루비 타워에서 맺은 계약들은 확실히 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루비 타워의 이득뿐, 계약을 맺은 측에서는 정보 외엔 실질적으로 얻은 게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이렇게 드러내는 건...너무 미성숙한 짓이지.’

발린은 새삼 알베르토가 얼마나 뛰어난 인재인지 깨달았다.

이들과 똑같은 나이에 각 탑의 노마법사들도 못 한 것을 먼저 해내는 자.

자존심을 굽힐 줄 알며, 충성과 신의가 있는 사람은 쉽게 얻을 수 없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녀석에게 좀 더 잘해줘야겠어. 노력하는 사람은 그에 맞는 보상을 받아야지.’

그러는 사이 출전자 좌석으로 새로운 누군가가 등장했다.

그 얼굴을 본 발린의 온 몸이 순간 저도 모르게 긴장으로 굳었다.

‘레벤...!’

걸어나오던 레벤은 등 뒤에 두어 명을 단 채였다.

젊은 남자로 보이는 둘은 레벤과 달리 흰색 중갑옷과 로브를 입고 있었는데, 복장 위의 문양을 보아하니 레이안 교단의 대신관들인 듯했다.

“어제는 잘하셨습니다. 레이안 님의 위엄이 경기장 전체에 퍼진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뭘요. 그저 그 분을 믿었을 뿐이예요.”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던 레벤의 시선이 주변을 돌아보더니 발린을 발견하자마자 화색을 띄었다.

“아...!”

레벤은 그 편으로 가려다가 발린 양옆의 마법사들을 눈치챘다.

옆에서 걷던 갑옷 입은 대신관이 레벤의 반응에 고개를 돌렸다.

“무슨?”

“아, 아뇨. 그냥 마법사들이 모여 있어서요.”

“마법사들...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나머지 두 대신관들은 발린 일행이 모인 곳을 슬쩍 보더니 다시금 돌아섰다.

그 사이에서 레벤은 살며시 발린에게 윙크를 해 보이고선 그들을 따라갔다.

가장 어렵다 생각했던 레벤과의 대면이 이렇게 해결되자 발린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몇 번이고 만나도 레벤 대신관과 이야기하는 건 불편하단 말이야...온 신경을 집중하지 않으면 내가 당하니 원.’

속으로 투덜대는 동안 연무장의 경기 하나가 끝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승자에게 환호성을, 패자에게는 위로를 보내고 있었다.

“아! 방랑마법사 포톤! 여기서 한계를 보이고 마는군요! 설마 상대가 디스펠 아티팩트를 써서 거리를 좁힐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사회자의 열변에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는 순간에도 등 뒤에선 시비 걸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저저 보십시요. 디스펠 저거. 발린 부탑주님. 정말 아쉽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짤막하게 대답하는 발린에게 베그만은 계속해서 똑같은 걸 물어오며 물고늘어졌다.

“그렇지요. 그렇지요. 아마 어제 퇴장한 슈리만 백작도 그럴 겁니다. 그 분은 마법검까지 잃었다고 하던데,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러게 말이예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사회구조에 밀리는 느낌이었겠지요.”

주된 레퍼토리는 이렇게 신랄하게 비난해 두고, 맨 마지막에 발린을 탓하는 게 아니라며 사과를 건네는 식이었다.

“그렇다고 발린 님께서 뭐 죄책감가지실 건 없습니다. 발린 부탑주님께서는 어디까지나 승자이시니까요. 뭐, 아무리 방법이 애매했다고 한들 어쨌건 이기기만 하면 된 거 아닙니까.”

물론 직접적인 욕은 담겨 있지 않았다.

당장 욕을 하면 그 반응이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니 마법사들도 그것만큼은 자제하는 것이다.

허나 그들은 배운 머리가 있고, 유창한 언변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돌려서 까 대는 건 그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발린은 싱긋 웃으며 그들의 대화를 못 들은 척 했다.

아마 그들이 지금 자신의 생각을 알면 까무라치고 말 테니 말이다.

발린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어떤 식으로 그들의 마탑에서 더 많은 것을 뜯어낼지에 대한 구상안이었다.

그럴만한 힘이 있고, 그럴 의사가 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확실히 현자라는 단어와 단전 등 능력의 부재는 여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독자분들이 있어 저는 충분히 행복한 듯 합니다.

아 참, 네 번째 히로인이 누구냐고요?

아직 안 나왔어요!

여담 1. 레벤 캐릭터를 표지로...엣헤이. 이 표지도 크게 보면 엄청난 고퀼리티라고요.

여담 2. 그나저나 조노블 글 중에 이계마법교사랑 탑 스킬메이커 재밌더라고요. 왠지 죽창에 찔려가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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