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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102화 (10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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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습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움직이는 발린을 보던 습격자들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뭐냐!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아까 그 폭발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젓던 습격자들이 무언가를 포착했다.

빛나는 푸른 소용돌이, 발린의 검 위에서 소용돌이가 검면을 덮어가고 있었다.

“저건...뭐지?”

“오러블레이드?...는 아닌데.”

경계하던 습격자들을 향해 발린은 씨익 웃으며 검날을 치켜들었다.

추출한 에테르를 덧씌워 형태를 만드는 작업은 성공했다.

남은 건 이 에테르 검의 위력을 확인하는 실전뿐이었다.

‘다행히 실전에 쓸 적들은 넘치도록 있으니, 어디 한 번 시험해 보자고!’

스아아악!

습격자의 검과 발린의 검이 맞부딪히자 난 소리였다.

다음 순간, 습격자의 손에 들려 있던 소검이 날째로 베여 떨어졌다.

“억!!!”

오러블레이드와 부딪힐 때나 볼 수 있는 광경에 검을 맞부딪힌 습격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양옆에서 달려들던 다른 습격자들도 대경실색해 물러선 건 마찬가지였다.

“역시 소드마스터!”

“소드마스터라고!”

깜짝 놀라는 적들 사이에서 발린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부딪혀서 버티는 정도면 만족스러웠는데, 이 검은 그걸 넘어서서 적의 검을 숫제 종잇장처럼 썰어버린 것이다.

‘오러블레이드랑 비교해도 그리 떨어지지는 않으려나? 에테르를 써야 한다는 게 약간 성가시긴 하지만...’

에테르는 아케인 매직, 즉 비전 마법의 필수요소이자 일반 마법의 효과를 엄청나게 크게 키우는 만능 에너지였다.

검의 형태로 고정시켜 싸우니 회수할 수 있다 해도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수지가 별로 안 맞는걸. 위력 하나만큼은 보증할 만하지만 그게 끝인가.’

위력면에서는 그 에테르를 모조리 마법에 쏟아붓는 게 몇 배, 몇십 배 더 강했다.

잠깐 실망스러운 기색을 보이던 발린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비록 효용면에서는 마법이 더 강력하다고 하나 근접전의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소드마스터 이상의 적이 눈앞까지 닥쳐왔을 때는 마법만으로 싸우기 힘든 게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럴 때 쓸 또 하나의 무기가 되는 것은 물론, 장차 깨달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쓸모없는 건 없는 법이지.’

생각을 마친 발린이 일어서자 그때까지 지켜보고 있던 습격자들이 움찔했다.

한순간 발린이 만들어낸 인공 오러블레이드에 놀라 공격할 틈이 있었음에도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소드 마스터라고?”

습격자들의 대화를 잡아챈 발린이 히죽 웃었다.

그가 알기로 자신이 소드 마스터급의 사람이라 오해할 만한 세력은 한 곳밖에 없었다.

“너희들, 아까 그 사람이 보낸 놈들이구나? 그렇지?”

“무, 무슨!”

“젠장할, 쳐라!”

발린의 웃음에 기겁한 습격자들이 달려들었다.

그들을 향해 움직이던 발린은 저 멀리서 캐스팅중인 마법사들을 향해 일제히 디스펠을 걸었다.

스륵! 슥!

“엇!?”

“아니. 이게!”

모으던 마나가 갑자기 사라지자 마법사들은 허둥지둥 손을 놀렸다.

혹시 모를 위협을 제거한 발린은 달려드는 검사들을 맞상대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에테르로 만든 아케인 블레이드가 움직일 때마다 습격자들의 검은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마법사라고 했던 예측이 전혀 들어맞지 않자 습격자들의 얼굴에 절망감이 어렸다.

“으랴아앗!”

자연스레 과격해진 검법의 틈, 그 사이를 파고든 발린이 종횡무진 날뛰었다.

가끔 지붕이나 주변에서 화살이 날아올 때가 있었으나 그 때마다 발린은 축지를 통해 장소를 옮겼다.

마치 공간을 지배하는 듯한 모습에 호위병들은 어떤 마수에게서도 느끼지 못한 두려움을 처음으로 겪기 시작했다.

“후, 후퇴! 실패다! 실패야!”

“결계가 있어! 이건...마나 실드다!”

뒤로 물러나려던 습격자들 몇이 투명한 벽에 막히자 난잡하게 소리쳤다.

도망치는 것마저도 막혔다는 말에 백여 명 남짓한 습격자들 모두의 얼굴에 절망이 떠올랐다.

그들을 향해 발린은 에테르를 덧씌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한 번 부딪힐 때마다, 적의 검을 피할 때마다 숙련도가 올라갔다.

- 만류의 검의 숙련도가 상승하였습니다.

- 축지법의 숙련도가 상승하였습니다.

- 새로운 검류를 포착하였습니다. 흡수합니까?

‘어?’

처음으로 듣는 질문에 발린은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그 빈틈을 놓치지 않은 습격자들이 일제히 발린을 포위했다.

‘이런!’

“지금이다!”

“없애!”

전후좌우 모두를 메운 검날들 앞에서 발린은 자신이 구석에 몰렸음을 깨달았다.

‘하는 수 없지.’

그는 눈을 감고 양 손에 푸른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아케인 봄!]

일전 케인후프의 몸에 구멍을 뚫어놓은 건 에테르 마법이라 할 것도 없는 단순한 에너지의 분출이었다.

거기서 폭발력만을 최대한 키운 게 지금 쓰는 마법인 아케인 봄이다.

범위는 물론이고 위력까지 몇 배로 증가했으니 아무리 수가 많은들 버텨낼 리 없었다.

스팟!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증발한 수십 명의 모습에 두 번째 공격을 준비하던 습격자들이 움찔했다.

말도 안 되는 위력이었다. 이 정도면 아잔 공작과 대등한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이었다.

“목표는!?”

“목표는 삼 층에 있다! 목표물을 처치해!”

물러서던 습격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명령이 떨어졌다.

발린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저었다.

쿵!

여관 쪽으로 움직이려던 습격자는 날아드는 바윗덩어리에 기겁하며 물러섰다.

바람에 물, 거기다 땅까지 마음대로 부리는 모습에 습격자들의 안색이 믿을 수 없을만치 하얗게 변했다.

검은 복면만 아니었다면 시체처럼 변한 얼굴이 남김없이 보였을 것이다.

그 앞으로 다가선 발린이 눈을 빛냈다.

여관 안으로는 한 명도 들어가게 둘 수 없었다.

저들 모두가 발린의 성취도를 올려 줄 맛있는 먹잇감이었으니 말이다.

“배후도 알아냈겠다, 이만 끝내보도록 하지.”

발린은 입맛을 다시며 다가섰다.

졸지에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전락한 노스론 제국 정예기사들이 이를 악물었다.

남은 건 무조건 저 자를 없애는 것.

그래도 이 편엔 마법사 9명과 익스퍼트 최상급 기사가 80여명 정도나 남아 있다.

온 힘을 쏟는다면!

노련한 아잔 공작이라면 몰라도, 저 소년의 모습에서 딱히 경험을 찾을 수는 없어 보였다.

결정을 내린 습격자들이 일제히 발린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숙련치가 높아져 아까보다도 강해진 발린에겐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검날이 다가오면 블링크를 통해 피하고

마법사가 마법을 완성하면 그의 등 뒤로 축지법을 통해 이동한 뒤 검을 휘둘렀다.

힘과 기동성을 모두 갖춘 발린 앞에서 북방의 최정예 기사단은 어린아이처럼 농락당했다.

실로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일만의 군대와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정예들이 이렇게 밀린다는 건 말이다.

허나 그걸 행하는 중인 발린은 그다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아직 부족해. 이 정도 속도라면 마족 놈들에게 따라잡힐 위험성이 있다.’

‘여기서는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어. 마법을 써서 퇴로를 열 수밖에 없잖아. 쓸데없는 부분이다.’

싸우면 싸울수록 부족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 때마다 그것들을 수정하니 점점 더 발린의 움직임이 빠르고 정교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발린은 아까 머릿속에 들렸던 첫 질문을 떠올렸다.

만류의 검에 새로운 검법을 포함시키느냐 아니냐를 묻는 질문.

잠깐 생각하던 발린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습격자들의 검은 강하고 정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상대가 너무 강했다.

팔리아스를 비롯한 전생의 수많은 강자들의 검로.

그 가운데는 마족의 고위층도 수없이 섞여 있었다.

만류의 검은 그들 모두의 검법이 기억 속에서 섞여 만들어진 것.

거기에 넣기엔 이들의 검은 너무나도 조잡했다.

‘아니, 넣지 않는다.’

- [만류의 검] 에 새로운 검법을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 적들의 검법의 묘리를 파악했습니다. 일반 능력으로 등록됩니다. 검법의 이름을 정해주십시요.

새로운 검법의 이름을 정해달라는 말에 발린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일반 능력을 통해 얻은 검법의 제목을 통해 배후를 확정지으려 했건만, 아무래도 소유주의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명칭 같은 건 따라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실전 지향적인 검법이니 그 부분을 고려해서 넣을까? 어디 보자. 흠...’

발린은 자신과 싸워 가던 습격자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더욱 깊이 집중했다.

그러자 지금껏 보이지 않거나, 혹은 놓쳤던 적들의 검로가 점점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검법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 이름의 정해지지 않은 검법의 새로운 비밀을 깨달았습니다.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검법이라...’

메시지가 계속 울려오니 머리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생각하기 귀찮아진 발린은 입맛을 다시다 결정했다.

‘굳이 제대로 된 이름 붙일 것도 없지, 어차피 내겐 만류의 검이 있으니...보자. 수련용 검술이니 줄여서 수련검으로 하자.’

- 수련검으로 이름을 정하시겠습니까?

‘그래. 수련검으로 한다.’

- 일반 능력 : [수련검] 을 획득하셨습니다.

이름만으로 약해 보이는 검법에 발린은 저도 모르게 착잡한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들의 검법이 그런 취급을 받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습격자들이 한층 더 열을 올리며 달려들었다.

“죽엇!”

“이야앗!”

달려드는 습격자들을 상대하던 발린은 만류의 검 대신 수련검의 묘리대로 움직여 보았다.

그러자 부드럽고 유유하던 움직임이 단숨에 날카롭고 살벌하게 변했다.

스캉! 카직!

단번에 검날을 베어낸 발린이 한 바퀴 회전해 습격자의 목을 훑었다.

손잡이만 남은 검으로나마 본능적으로 막으려던 습격자는 순식간에 숨이 끊어진 채 쓰러졌다.

“커헉...”

어느새 여관과 그 주변의 땅은 온통 습격자들의 시체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투숙객의 시체보다 습격자들의 시체가 더욱 많아 보일 정도였다.

“지치지도 않다니...”

“저 놈은 도대체...”

남은 적들은 몸을 떨면서 물러섰다.

보아하니 이미 전의를 상실한 듯 했다.

하지만 발린은 애시당초 저들 중 한 명도 살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으, 으아아악!!”

남은 십여 명이 달려들었으나, 공포에 질린 그들의 검은 이제 일반 병사보다도 못했다.

더 이상 수련에 도움이 되지 않게 됐으니 굳이 계속 싸워줄 이유가 없었다.

발린은 간단히 손을 놀려 남은 습격자들의 목숨을 거뒀다.

“끝인가.”

사방을 둘러보아도 불타는 여관 외에는 온통 시체들뿐.

살아남아 이를 갈거나 도망치려 시도하는 습격자는 더 이상 없었다.

아잔 공작을 보좌해 숱한 싸움을 겪으며 강해졌던 드모르페 가문의 기사들.

인간과 이종족 모두에게 공포의 상징이 되었던 그들의 검과 지팡이가 한 사람을 꺾지 못했다.

치욕적이기 짝이 없는 일이기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습격자들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크흑.”

“우리가...우리가...이렇게...무참히!”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던 발린은 훌쩍 몸을 돌렸다.

어차피 금방 죽을 사람들이니만큼 자존심이나마 세워줄 수도 있었다.

허나 그러기엔 저들이 하려던 짓이 괘씸했다.

‘단순한 암살도, 정정당당한 정면승부도 아니고. 여관째로 모두를 불태우고 죽이려 들어? 무고한 자들을 죽이려 했던 대가다.’

일말의 자존심조차도 챙겨 주지 않는 것, 그 정도로 넘어가는 걸 감사히 여겨야 했다.

모두를 처치한 발린이 안심하던 순간, 여관의 3층 가에서 익숙한 여인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에블린의 목소리잖아! 설마 여관 안에 적이 남아 있었나!?’

기겁한 발린이 즉각 몸을 돌렸다. 그의 몸이 바람처럼 여관 안으로 짓쳐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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