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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제이
인시너레이트.
성채만한 크기의 폭발을 일으키는 7클래스의 마법으로서, 그 화력만큼은 해당 클래스의 마법 중에서도 발군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본래 성채나 대군을 공격하는 파괴 마법이니만큼, 개인으로서 맞으면 오러 없인 살아남을 수 없었다.
쿵! 쾅! 콰콰쾅! 우드드득!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크란발트 아래의 땅이 몇 번이고 꺼졌다.
하수도를 비롯한 전체가 지진이 난 듯 흔들리자 시민들은 겁에 질렸다.
“으, 으아아악!!”
“지진, 지진이다! 다들 피해!”
웅성대는 소란 아래서 발린은 권속들이 정신차리기 전 입구를 봉쇄했다.
손짓 한 번에 솟아난 강철의 벽이 뒤를 막자, 권속들은 이를 악물었다.
“너 이 자식. 마왕의 군세냐? 도대체 어떻게 번개와 불, 아니..네 개의 속성 마법을 쓰는 거지?”
“알려 줄까?”
발린의 표정이 으스스하게 변했다. 그는 양 손을 휘저어 소환물을 만들어냈다.
모습을 드러내는 각 속성의 정령들을 비롯한 공격마법 앞에서 권속들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 중에도 마법사들이 있었기에 지금 발린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못...못 이겨. 저건 못 이겨.”
영생불사의 흡혈귀답지 않게 마법사 권속은 벌벌 떨고 있었다.
그 앞에 선 발린은 심호흡을 한 뒤 말을 이었다.
“내가 이걸 쓸 수 있는 이유는 말이야. 신에게 마법사의 영혼을 팔아서다. 이 박쥐 새끼들아!!”
절규와도 같은 외침과 동시에, 수많은 마법들이 일제히 남은 권속들의 통제를 막았다.
7클래스 급의 마법을 캐스팅 없이 바로바로 쏟아낼 수 있다는 건 엄청났다.
어두운 하수구는 뱀파이어들이 자신있어하는 장소였으나, 그들은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갈려나갔다.
사방에서 돋아난 얼음과 강철이 지형마저 임의대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 이 망할 자식이이!!”
“캬아아앗!”
궁지에 몰린 권속들이 최후의 발악으로 발린에게 접근했다.
라이칸슬로프 크란발트 말고도 삼황자의 권속 중엔 뛰어난 이가 많았다.
하지만 그 중 누구도 발린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녹아나는 뱀파이어 사이에서 발린은 새삼 자신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깨달았다.
“이 목걸이가 준 고유 능력이...이 정도일 줄이야.”
무영창을 이용하면 7클래스 마법들을 매직 미사일 쏘듯 사용할 수 있었다.
마나만 충분하다면 얼마나 무서운 능력인지 눈앞의 광경이 증명해 주었다.
전생에 저 정도의 뱀파이어들을 한꺼번에 상대했다면 아마 꽤나 골치아팠을 것이다.
캐스팅의 틈을 파고드는 공세는 쉽게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그런 걸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레 마법의 위력이 강해졌다.
그 결과 발린은 그다지 지치지도 않았는데 뱀파이어들을 궤멸시킬 수 있었다.
이전보다 오히려 마나가 남아 있음에도 말이다.
“권속들을...다 잡았나.”
발린은 심호흡을 하며 마나를 모았다.
하수도 주변은 온갖 마법의 흔적들로 제 형태를 잃어버린 지 오래.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듬성듬성 뚫린 구멍 아래.
무엇인지 모를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역시.”
발린은 저 아래를 바라보며 중얼거린 뒤 밖으로 향했다.
지금쯤이면 레벤이 성기사와 신관들을 모았을 터.
너무 늦기 전에 그들을 이리로 불러모아야 했다.
***
하수도에서 권속들과 발린이 싸우는 동안, 지하미궁에서 지휘를 내리던 다크니스는 무언가 엉켰다는 걸 직감했다.
“마법사가 아니라고?!”
“예! 아니, 마법사이긴 한 것 같은데, 그게...”
“똑바로 말해!”
소리치던 다크니스가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겉으로 드러난 그의 모습은 50대 중반의 장년인.
산토스 공작의 모습을 꼭 닮은 사람이었으나 자세히 보면 무언가가 달랐다.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그의 얼굴, 원래의 산토스 공작이 조금 유약한 인상이라면 지금 다크니스의 얼굴은 조금 더 사납다는 정도가 그 차이였다.
“예! 녀석이 마법을 쓰긴 하는데, 어둠의 마법을 씀과 동시에 소드마스터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생각보다 공세에 난항을 겪고...”
“뭣! 소드마스터라고! 놈이 소드마스터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경악한 다크니스가 미궁을 조종하던 걸 멈추고 펄쩍 뛰어올랐다.
그가 아는 발린은 분명 무섭도록 뛰어난 마법사였다.
하지만 그래도 마법사일 뿐, 소드 마스터급의 검술을 지니고 있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하, 하지만 분명 녀석은 검과 마법을 둘 다 써서 키메라를 학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게...”
“게다가? 또 뭐가 있단 말이냐?”
“그게...죽은 키메라들의 시체가 바싹 말라붙어 있습니다. 마치 뱀파이어처럼...”
덜덜 떨며 대답한 흑마법사는 갑자기 자신의 발치가 허전해짐을 느꼈다.
아래로 눈을 돌리자, 그 곳엔 검은 그림자가 잡아먹고 있는 자신의 하반신이 있었다.
“으, 으허허어억!! 다크니스님! 이건!!”
“...뱀파이어라고. 뱀파이어란 말이냐. 그럼 설마 발린 그 녀석이 이것마저 예상하고...!”
수도에 있는 뱀파이어는 삼황자와 그 권속들.
그 중 소드마스터에 마법을 쓰는 뱀파이어라면 삼황자 한 명밖에 없었다.
발린이 뱀파이어들에게 포섭됐다 친다면 저 곳엔 삼황자와 그 권속들이 가득해야 할 터.
그런 곳에 삼황자 한 명만 보냈다는 건 결국 그 놈이 자신과 삼황자를 둘 다 갖고 놀았다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오오냐, 어디 해 보자꾸나. 내 삼황자 놈을 처치하고 곧장 올라가 네놈과 마탑, 수도의 버러지들 모조리 없애버릴 테다!”
흑마법사를 그림자로 먹어치우자, 그가 가지고 있던 힘과 술법이 다크니스의 몸 속으로 들어왔다.
뱀파이어의 흡혈과도 비슷하지만, 오직 자신만이 쓸 수 있기에 더욱 효율적이고 강한 능력.
이것으로 삼황자를 ‘집어삼키면’ 수도를 없애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아래편의 삼황자는 다크니스보다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있었다.
“...권속들의...감각이 사라지는군”
나침반 역할을 해주던 권속들의 기척이 한순간에 소멸했다.
이미 방향이야 대충 짐작했으니 상관없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본래 위아래로 이곳을 헤집으려 했거늘,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삼황자는 눈앞을 막아서는 키메라 떼를 보며 오러블레이드를 일으켰다.
금빛으로 변한 검이 길게 검기를 늘어뜨린 채 쇄도했다.
키메라들은 손이나 등껍질을 들어 막으려 했으나, 막는다 해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스거걱! 서걱!
가로로 베어진 키메라가 울부짖으며 쓰러지는 뒤로, 마법을 내쏘는 후드 쓴 인영들이 보였다.
마왕군의 흑마법사들, 인간으로서 어둠의 마법을 배운 떨거지들이다.
“죽엇!”
“으, 으히이익!!”
외마디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자, 제대로 불덩어리 한 번 내쏘지도 못하고 우수수 베여나갔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처치하고 피를 빤 것이 무려 수백 기.
그 속에 깃든 마나 덕분에 가면 갈수록 체력이 회복되어갔다.
“역겨운 마왕의 부하 놈들이 이렇게 많이 웅크리고 있었다니, 이거 죽이는 재미가 있구나!”
광기어린 듯 웃어제끼는 삼황자 앞에서 이젠 오히려 키메라들이 겁을 먹고 물러서고 있었다.
두려움을 모르게 만들어진 키메라들이 이런다는 건, 그만큼 삼황자가 벌인 참극이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다는 걸 뜻했다.
“보아하니 여기가 네놈들의 거점 중심부구나? 응?”
막 대공동에 들어선 삼황자가 히죽 웃으며 검을 털었다.
그 말대로, 이곳 대공동은 지하미궁의 전체적인 중심부이자 다크니스가 마법진을 조종하고 있던 곳이기도 했다.
원래는 지하 통로 사이에서 끝을 봤어야 했지만 삼황자의 흡혈 덕에 여기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막상 모습을 드러낸 그의 모습에 대공동에 있던 사람 중 몇몇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삼황자가 어째서 여기에?!”
그들은 지상에서 삼황자와 사절단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었다.
혼란에 빠진 흑마법사들의 눈길이 막 걸어나오는 다크니스에게 모였다.
분명 이 곳에 오는 건 발린이어야 할 텐데, 어째서 저 자가 미궁 속에서 튀어나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큭, 설마하니 이딴 수를 쓸 줄이야.”
“네가 꾸민 짓거리냐? 아니, 그럴 일 없겠군. 네놈이 공모했다면 이렇게 허술하지 않았겠지.”
피식 웃는 삼황자를 향해 다크니스가 씹어뱉듯 지껄였다.
“흥, 꿩 대신 닭이라고 했지. 이 참에 네녀석을 집어삼켜 주마!”
“나를? 집어삼킨다고?”
일찍이 발린은 카스트로의 직속상관을 8클래스 마스터급의 마법사라 짐작했었다.
그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지금 삼황자와 대치하는 다크니스의 주변엔 캐스팅이 끝난 고위 흑마법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천 마리가 넘는 키메라와 흑마법사들, 거기에 다크니스와 함께 있음에도 삼황자는 긴장한 눈치를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심호흡을 하더니, 몸을 낮추며 전신에서 금빛 오오라를 일으켰다.
“...황금혈!!”
그것이 뭔지 눈치챈 다크니스가 이를 갈아붙였다.
최초의 뱀파이어로부터 이어져내려온 황금혈의 권능.
모든 뱀파이어의 시초에게서 내려온 힘이기에, 당연히 뱀파이어 전부를 복종시킨다.
그뿐이랴, 일반적인 오러블레이드와는 궤를 달리하는 금빛 오러는 다이아몬드라도 베어낼 만큼 강력하며, 공방을 완벽히 유지할 수 있었다.
금빛 오오라가 몸을 덮어가는 순간, 더 이상 참지 못한 키메라들이 일제히 공격을 펼쳤다.
투다다닥! 튕겨나가는 공격 사이에서 삼황자가 눈을 빛냈다.
그의 신형이 사라진 순간, 다크니스는 검은 그림자를 사방으로 뻗쳤다.
다른 흑마법들과는 달리, 이 그림자는 그가 세 공작에게서 직접 받은 고유능력이었다.
모든 걸 집어삼키는 탐욕의 그림자! 이것은 집어삼킨 상대의 마나나 검술 등을 모조리 먹어치울 수 있었다.
흡혈을 해도 마나만을 뽑아낼 수 있는 뱀파이어의 완벽한 상위호환!
이런 권능을 가졌음에도 뱀파이어 따위에게 지다니, 마왕군의 만인장으로서 그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
“서몬 다크바인!”
“본 애로우 레인!”
흑마법사들의 마법이 공동 곳곳에 내리꽂혔으나 삼황자의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소드마스터란 위명을 감안해도 놀랄 만큼 빠른 속도였다.
흑마법사들은 다음 마법을 쓰기도 전에 오러에 베여나갔다.
“크악! 컥!”
“놈이 저쪽 계단에...으헉!”
사방에서 일어나는 혼란을 지켜보던 다크니스가 이를 뿌득 갈았다.
“네 이놈!”
자신을 직접 상대하는 건 나중으로 미뤄두고, 성가신 수하들부터 먼저 처리해두려는 심산.
한눈에 알아챌 정도로 노골적인 행보에 다크니스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크와아악!! 이 빌어먹을 박쥐 새끼가! 감히 내 군대를! 네가 감히!”
쇄도하는 그림자의 촉수 앞에서, 삼황자는 피하는 대신 자신이 죽인 키메라의 시체를 들어 내던졌다.
그림자의 공격을 막고, 그 사이 다른 적들을 향해 움직이려는 속셈이었다.
막 주변을 훑던 삼황자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림자가 시체들을 그대로 집어삼킨 것이다.
마치 늪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지는 시체, 그 너머에서 검은 화살의 비가 소나기처럼 쏘아져 왔다.
삼황자는 그걸 피하는 대신, 금빛 오러를 몸에 두른 채 돌진했다.
당연히 그렇게 나올 줄 예상했던 다크니스의 웃음이 진해졌다.
“이 자식!”
삼황자가 다른 쪽의 흑마법사들을 베어내려 접근한 순간, 흑마법사들의 몸통이 터져나가며 그림자의 칼날이 움직였다.
저 그림자 칼날은 다크니스가 어둠의 마나를 있는 힘껏 집중시켜 만든 함정. 설령 오러블레이드라 해도 간단히 막을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데미지를 입을 거라 자신하던 다크니스, 다음 순간 그의 눈이 찢어지듯 부릅떠졌다.
칼날에 맞아 부숴져야 할 삼황자의 신형이 수많은 알갱이로 흩어져 사라지더니, 근처의 다른 곳에 모여 멀쩡하게 나타난 것이다.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삼황자를 향해 다크니스는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뱀파이어 놈들이 궁할 때 몸을 박쥐떼나 안개로 변화시켜 도망친다 들었는데, 과연 그렇군.”
“궁할 때?”
다시금 안개로 변한 삼황자에게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다크니스는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공포감을 느꼈다.
“이익! 모두 쏴라! 모두 쏴서 저 녀석을 짓누르고, 부수고 터뜨려 버렷!!”
“끄아아악!! 프로스트 커터! 프로스트 커터! 프로스트 커터!”
“다크플레임 필드! 스컬 오오라! 피어 아이!”
외마디 명령에 장내의 흑마법사들 모두가 일제히 마법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방금 전 끝인 줄 알았나요? 미안! 거짓말! 한 편 더 올라왔습니다!
근데 이번엔 정말 오늘의 마지막 편이예요.
그럼 독자 여러분, 내일 뵈어요!
p.s 왠지 저 덕분에 다른 조노블 분들이 한 편씩 더 올리기 시작하는 느낌이 드는데, 제 착각이겠죠?
착각이 아니라면 여러분들 제게 감사하시면 되는 겁니다. 다른 분들 글 한 편씩 더 볼 수 있잖아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