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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52화 (5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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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 사절단의 방문

탑의 밖으로 나온 알베르토는 자신이 눈여겨뒀던 사람들을 은밀히 집합시켰다.

하나같이 맡은 분야에서 걸출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자들이었다.

뒷마당에 모인 십여 명의 사람들은 그 덕에 얻을 수 있었던 인재들.

개인적인 친분이나 청탁이 아닌, 순수한 능력과 성품만으로 평가한 덕분에 빛을 본 사람들이었다.

“제가 무슨 일로 불렀을진 여러분도 짐작하고 계실 겁니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알베르토는 그 속에서 타오르는 의욕을 느낄 수 있었다.

마탑에 파다하게 돈 소문이니 이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본 마탑에서 루비 타워로 학술조사단을 파견할 예정입니다. 주제는 역시 이번에 화제가 된...”

“아티팩트를 만드는 아티팩트...!!”

모여 있던 사람들이 순간 똑같은 단어를 입에 담았다.

며칠동안 잠도 못자고 매달려온 사람들 중엔 이들도 끼어 있는 것이다.

“...맞습니다. 위에서 특명이 내려온 만큼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것인데, 그 전에 한 가지 당부할 게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여기 모인 자들은 알베르토가 무슨 말을 꺼내든지 들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애시당초 알베르토를 충실히 따르는 데다가, 루비 타워에 가는 것은 그들이 간절히 바라던 것이기 때문.

그렇기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그들은 본론이 나온 순간 허탈함에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 그 곳엔 노스트라 제국의 사절단도 같이 있는데, 절대 그들과는 일체의 접촉을 하지 말 것. 그게 제가 여러분께 요구하는 한 가지입니다.”

“어떤 접촉도 하지 않는 것?”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가는 게 어디입니까. 알겠습니다.”

노스트라 제국의 마법이 흥미롭긴 하지만, 발린의 아티팩트에 비하면 달빛 앞의 반딧불이다.

뒷마당에 모인 사람들 모두 별다른 이의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로써 사파이어 타워에서 보낼 사절단의 인원들이 결정되었다.

비단 사파이어 타워뿐만 아니라, 토파즈 타워. 에메랄드 타워. 마노 타워 등에서도 비슷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심지어는 카딤 연방제국에 있는 마탑의 으뜸, 다이아몬드 타워에서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이는 서신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발린과 엘리아에게 보여졌다.

문서를 정리하던 발린은 몰려오는 피로에 기지개를 켰다.

“신경쓸 게 많은 것도 딱히 좋은 건 아니군.”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엘리아마저도 발린이 어떻게 그 아티팩트를 만들어냈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녀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고 싶은 마음도 어느 정도는 있기는 했다.

다만 그게 언제인지는 발린 본인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나저나 이거 자칫하다간 시연회급 행사를 한 번 더 열어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엑, 그건 안 돼요! 한 번 더 열었다간 마법사들을 돈 벌라고 내보내야 할지도 모른다고요!”

옆에서 아티팩트 제작을 수련하던 엘리아가 펄쩍 뛰었다.

하지만 발린에게도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고 온다는 사람들을 물릴 수는 없잖아? 각 곳에서 알짜배기만 올 텐데, 그걸 막무가내로 거절하는 건 여러모로 득보다 실이 많은 일이야.”

“그건 저도 알고 있지만요.”

틀린 말이 아니기에 엘리아도 딱히 반박을 하진 못했다.

이미 대륙에 있는 모든 마탑의 서신은 전부 받은 상태.

이제와서 어디는 오게 하고 어디는 거절한다면 분명 분쟁이 생길 게 뻔했다.

한참 예산안과 마탑간의 외교 사이에서 갈등하던 엘리아.

그녀에게 발린이 피식 웃으며 물어왔다.

“그래서, 안 왔으면 좋겠어?”

“...”

가만히 고개를 숙인 엘리아의 표정이 달라졌다.

현실적인 것들을 걷어내고 생각하니, 그 아래 눌려있던 본심이 나타난 것이다.

“아뇨, 왔으면 좋겠어요.”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던 발린이 씨익 웃었다.

그 표정을 봤는지 어쨌는지, 엘리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지금 오겠다고 청하는 그 마탑들. 다들 예전엔 우리를 무시하던 놈들이예요.”

전대 탑주였던 벤다인 브리짓이 죽은 뒤로 루비 타워는 눈에 띄게 쇠락해갔었다.

안으로는 클리든이 제 입맛대로 탑을 조종하고, 밖으로는 상징마저 부러진 마탑이라 조롱당했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 와서 이러고 있는 거, 웃기잖아요.”

“그럼 오히려 대놓고 오지 말라고 어깃장을 놓아야 하지 않나?”

넌지시 묻는 발린에게 엘리아는 고개를 저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니요. 오라 할 거예요. 그래서 온 사람들에게 보여 줄 거예요. 더 이상 너희들이 비웃던 루비 타워는 없다는 걸!”

그 말을 꺼내길 기다렸던 발린이 엘리아 몰래 씨익 웃었다.

엘리아의 말대로, 지금의 루비 타워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클리든을 비롯한 고서클의 마법사들이 쫓겨났음에도 불구.

전체적인 능률의 상승을 따지면 무려 1.5배 가까이 되었다.

‘카피 캐스팅이라...육체 단련에 그게 겹치니 물고기가 물을 만난 셈이군.’

마나 호흡을 오래 하여 보다 많은 마나를 모으고.

카피 캐스팅을 통해 보다 많은 마법을 쏟아부을 수 있게 되었다.

두 가지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덕분에, 실제 루비 타워의 마법사들은 놀랄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 다른 마탑의 마법사들에게도 좋은 각성제가 되겠지.’

슬슬 그들에게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줄 때가 왔다.

솎아낼 놈들은 확실하게 솎아내고, 쓸 만한 인재는 배신하지 않을 만한 제약을 건 뒤 끌어들인다.

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전부 받을 수밖에 없잖아? 예산이라면 걱정하지 마. 내가 받은 후원금을 투자하면 되니까.”

마도 시연회 당시 발린이 만들어 팔았던 아티팩트.

무한히 방패를 찍어낸다 하여 인피니티 실드란 이름까지 붙은 그것은 지금 왕실에서 잘 쓰고 있었다.

그 대가로 얻은 황금, 그걸 써 준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요? 그거라면 예산이 부족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나중에 그 이상으로 뜯어낼 테니까.”

발린은 피식 웃으며 답한 뒤 서신 무더기를 향해 눈을 돌렸다.

슬슬 마법도 경지에 이르렀겠다.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가 되었다.

서류의 가장 위에 펼쳐진 종이 한 장. 그 위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왕실 주최 수확제 파티 개최. 참석 필수 요망.>

***

10월 어전회의에 참석하는 귀족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았다.

왕국 전역에 든 풍년 덕분에 모두의 곳간이 넉넉해졌기 때문이다.

비단 귀족들뿐만 아니라, 길거리 거지들까지도 요새는 살이 오르고 있었다.

그런만큼 어전회의의 첫 안건이 이것인 것도 충분히 일리있는 이야기였다.

“가을 수확제를 열어, 이 풍년을 축하해야 합니다. 사상 최대의 규모로 열어, 이 참에 왕국의 부를 자랑하지요.”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산토스 공작을 필두로 대부분의 문관들이 수확제를 주장했다.

지켜보고 있던 군 출신 귀족들은 대번 들고일어났다.

“남방대산맥 토벌전으로 인해 군량 비축이 바닥나고 있소! 이번에 비축해두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오!”

“돈이 생기자마자 사치스러운 축제라니. 도대체 당신들이란!”

이치에 맞는 말로 반발하는 군부 귀족들에게 산토스 공작은 한 가지 카드를 내밀었다.

변방을 전전하고 있던 테네스 후작의 복귀가 그것이었다.

반대파의 불만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테네스 후작이 아무리 영락했다 하더라도 소드마스터는 소드마스터.

어찌됐든 돌아오기만 하면 군부 측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군. 좋다, 허락하노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국왕의 허가에 산토스 공작을 비롯한 문관파 귀족들은 일제히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게 결정된 수확제의 소식은 왕궁 별관에 있던 삼황자 일파에게도 전해졌다.

“수확제? 수확제라...좋지.”

이야기를 들은 삼황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마침 세이라의 자취를 찾는 것도 지지부던하던 차이다.

고만고만한 귀족 몇을 권속으로 만들었다지만, 본래 노리던 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멍청한 년. 마왕의 부하를 권속으로 만들었다고 말하면 어쩌자는 거야.’

이미 세이라가 살아있을 가능성에 대해선 포기한 차.

삼황자가 노리는 것은 발린이 아직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매혹이 통하지 않으니, 직접 흡혈을 하며 황금혈을 흘려넣는 것.

그렇게 권속화를 시키면 설령 발린이 마왕의 어둠을 받아들였더라도 충분히 이 편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일단 그 아티팩트로 능력은 확인된 셈이니, 반드시 이번 기회에 데리고 간다!’

삼황자가 결심을 다지는 시간. 그 목표인 발린은 마탑 지하의 심처에 앉아 있었다.

“준비...다 됐습니다.”

일전에 본 대공동만큼은 아니지만, 족히 수백 명은 들어찰 법한 커다란 석실.

바닥 가운데 그려진 문양은 각 마탑간에 이어진 대규모 텔레포트 마법진이었다.

“그럼 시작하세요.”

“예!”

새로 임명된 마법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순간 번득이는 광채가 일더니, 마법진에서 일어난 마나가 십여 명의 형체를 만들었다.

“오오!”

“오시는군.”

사람의 모양새로 화한 마나는 이내 뚜렷한 형상을 띄었다.

빛이 가시자 보이는 것은 루비 타워의 붉은 로브와 대비되는 푸른 로브의 마법사들.

이상하게도 그들의 눈매는 하나같이 기운이 풀려 있었다.

“어서 오세요. 루비 타워의 현 탑주, 엘리아 브리짓입니다.”

“사파이어 타워의 6층 마법사 알베르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옆에서 인사를 나누던 발린의 눈이 한순간 이채를 띄었다.

층수로 마법사들의 위계를 구분하는 사파이어 타워의 제도.

그 곳에서 6층의 표시는 탑주의 바로 아랫단계를 의미했다.

‘7층이 탑주 한 명이었던가, 아니면 7층 위에 탑주가 있었던가. 헷갈리는군.’

고개를 갸웃거리던 발린에게 알베르토가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발린은 손을 맞잡으며 답례했다.

“5클래스 마법사 발린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당신이 발린...반갑습니다.”

순간 동요하던 알베르토의 눈이 이내 차분함을 되찾았다.

그 모습에 발린은 속으로 그에 대한 평가를 약간 더 상향했다.

‘단순히 마법적인 소질만 있는 게 아니야. 자신의 몸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어!’

맞잡은 손을 통해 전해지는 건 오직 마음의 떨림뿐.

몸은 조금의 떨림도 없이 발린의 손을 맞잡는다.

저들이 뭣 때문에 여기 왔는지를 고려했을 때, 이는 정말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꽤나 탐나는 녀석이로군, 내 지시를 이해할 수 있는 충복이 되겠어.’

발린이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혼자서 전쟁을 수행할 수는 없다.

당장 병사들을 지휘하고, 보급선을 짜 줄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마도 시연회 이후로 발린은 틈틈이 새로운 인재들을 찾아 왔다.

지금 알베르토를 점찍은 것도 그 작업의 일환이었다.

“인사를 마쳤으면 뒤쪽으로. 오실 분들이 남아 있습니다.”

“아, 예.”

사파이어 타워의 마법사들은 알베르토의 지휘에 따라 구석의 빈자리로 모였다.

그렇게 네 개의 마탑에서 사람들이 건너왔다.

“토파즈 타워의 베른입니다.”

“에메랄드 타워의 라시드요.”

“마노 타워의 론다트입니다. 잘 부탁드리오.”

네 개의 마탑 모두가 사절단을 보내왔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온 셈이나, 엘리아를 비롯한 루비 타워 측 마법사들은 아직 긴장을 풀지 않았다.

“뭡니까? 또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아무래도 페리도트 타워나 아메시스트 타워에서도 사람을 보낸 모양인데...”

저마다 한 마디씩을 쏟아내는 사절단의 눈길에는 숨길 수 없는 조소가 담겨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방금 말했던 페리도트와 아메시스트 타워는 여기 네 마탑에 비해 수준이 엄청나게 떨어졌다.

그런 곳의 초청까지 루비 타워는 전부 받아주냐는 뜻.

간단히 말하자면, 루비 타워를 돌려까는 말이었다.

“아, 예. 또 오기로 한 쪽이 있어서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어디서 온답니까? 마법진도 없는 곳에서 오려면 좀 많이 힘들 텐데, 차라리 마차를 보내주는 것이...하하하”

웃는 사절단을 향해 엘리아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다이아몬드 타워에서 사절단을 보내기로 했거든요. 죄송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다, 다이아몬드 타워라고!!”

일순 사절단의 모두가 소리쳤다.

모든 마탑들의 수좌격인 다이아몬드 타워.

당연히 다른 마탑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앞서 있다.

모두가 그 곳과 관계를 가지길 선망했지만, 극히 일부의 마법사만이 얻을 수 있었던 곳.

그 곳의 마법사들이 여기 온다는 건 곧 다이아몬드 타워도 발린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걸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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