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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46화 (4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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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찾았다.

작게 투덜대며 마탑 방향으로 가던 발린, 순간 그의 무릎께를 누군가가 톡톡 두들겼다.

아직 레벤이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고갤 돌리니, 거기엔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소녀 한 명이 이 쪽을 보고 있었다.

“길을 잃어버린 거니?”

“저어...오빠. 혹시 저 좀 도와 주시면 안 돼요?”

사슴 눈망울같은 눈을 빛내며 부탁해 오는 소녀의 모습에 발린은 혀를 찼다.

원래는 마탑에 가서 마나 호흡의 시간을 가질까 했는데, 아무래도 밤중으로 미뤄야 할 듯 싶었다.

“도와? 뭘?”

“아까 보니까 오빠가 마법사이신 것 같아서...저희 동생이 마법사랑 마법을 꼭 보고 싶어해서!! 그래서...”

목소리를 높이는 소녀의 모습으로 봐서 특별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발린은 소녀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씨익 웃었다.

“마법을 보고 싶어한다고?”

“네? 네에...”

우물쭈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지켜보던 발린의 미소가 점점 진해졌다.

발린은 가볍게 기지개를 켜더니, 선뜻 소녀의 부탁을 수락했다.

“좋아, 가자. 대신 나중에 울지는 말기다.”

“네, 네?”

“네 눈가 말이다. 지금 부어 있잖니.”

“...아!”

그제서야 깨달았다는 듯 짧은 탄성을 내면서도 소녀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등 뒤를 따라가며 발린의 눈이 기민하게 그녀의 몸을 훑었다.

최대치까지 오른 매의 눈이 꽤나 많은 뒷사정을 발린에게 전해주었다.

그렇기에 발린은 점점 인적없는 곳으로 가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십여 분 정도 걸었을까, 사방이 두터운 건물로 둘러싸인 공터에 도착하자 소녀가 조용히 발걸음을 멈췄다.

“여기가 너희 집? 아무것도 없는데.”

“집이 아니다. 무덤, 혹은 생과 사의 경계지.”

음산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마자, 사방에서 그림자 같은 인영들이 솟아올랐다.

수십 명의 인영들은 하나같이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 야행복을 입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발린은 다시금 울먹이는 소녀에게 말했다.

“울지 마라. 내가 말했잖냐. 따라오는 대신 울지는 말라고.”

“흐...윽! 흐윽! 흑!”

몇 번을 달래려 해도 소녀는 계속해서 울었다.

결국 발린은 눈물을 멈추게 하는 걸 포기하고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 참. 무슨 짓을 한 거야?”

발린의 물음에 야행복의 사내들 속에서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큭큭큭. 저 꼬맹이의 부모를 잡고 협박했지. 이 사람들을 살리고 싶으면 네 녀석을 데려오라고 말이야. 용기있는 아이야. 그냥 울면서 떼쓸 줄 알았는데, 침착하게 네 녀석에게 부탁까지 하다니.”

인영들의 눈이 요사하게 빛났다. 그들은 제각기 쓰는 듯한 기문병기를 꺼내들었다.

그들의 수장격으로 보이는, 붉은 눈의 남자가 마지막으로 소녀에게 말했다.

“네 부모는 집에 있다. 약속을 지켰으니 칼을 대진 않았어. 다만 오늘 일을 말하는 순간 모두 죽는다. 이제 가라.”

남자는 말을 마친 후, 소녀가 멀어지는 걸 치려는 부하들을 제지하며 발린을 주시했다.

그 눈을 마주보던 발린이 일순 코를 감싸쥐며 질색을 했다.

“에라이, 마왕군의 냄새가 풀풀 나는구나. 너희들 정체가 뭐냐? 누가 시켜서 여기 온 거야?”

“...마왕군?”

“무슨 헛소리야? 천재라길래 경계했더니, 별 미친놈을 다 보겠군.”

사방에서 들려오는 반박에도 발린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이들 중 가장 강한 한 명. 눈앞에 나타난 붉은 눈의 남자만을 바라보았고, 그는 발린의 시선에 고개를 내렸다.

“말하지 않은 거냐? 네 부하들에게?”

“.....”

대답하지 않는 남자를 보던 발린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발린은 진한 한숨을 내쉰 뒤 양 손을 들었다.

“뭐 됐다. 긴 말 할 거 없고, 이렇게 왔다는 건 좋은 뜻은 아니지? 빨리 끝내자.”

“...쳐라!!”

붉은 눈의 남자가 호령하자마자 사방의 인영이 땅을 박찼다.

마법사는 캐스팅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민간인에 지나지 않는다.

그 상식에 따라 움직이던 인영들의 앞을 반투명한 막이 가로막았다.

콰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빗겨나가는 검과 살덩이들.

첫 공격이 실패한 인영들이 숨을 고르는 순간, 발린은 수십 개의 파이어 애로우와 아이스 애로우를 동시에 소환했다.

하나하나는 2클래스 마법이나, 그것들이 같은 비율로 합쳐지는 순간!

“크아아악!!”

“어윽!”

공간을 가리지 않고 터져나오는 폭발에 달려들던 인영의 상당수가 터져나갔다.

피와 살덩이가 떨어지는 사이로, 붉은 눈의 남자가 두 자루의 단도를 쥔 채 돌진해 왔다.

남자의 단도에 뻗어나온 마나 블레이드는 확실히 익스퍼트 상급 이상의 것.

그러나 발린에게 있어선 다른 인영들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경지였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암살자라면, 속도를 늦추면 그만이다.

발린은 눈을 깜박이며 파워 그래비티의 캐스팅을 마쳤다.

순간 막강한 중력이 남자를 내리눌렀다.

“크억!”

어지간하면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라도 보이겠으나 이건 격이 달랐다.

단숨에 개구리처럼 바닥에 붙은 남자에게 다가간 발린의 표정이 무섭도록 딱딱해졌다. 그는 붉은 눈의 남자에게 마나를 담아 호령했다.

“네 녀석, 부하들에게 마왕군의 어둠의 기운을 넣은 걸 숨겼냐?”

“으, 윽!”

“말해! 숨겼냔 말이다!”

으르렁대는 발린의 양옆으로 철퇴와 창을 든 야행복의 남자들이 돌진해 왔다.

발린은 그들의 손에 어린 마나에 깃든 어둠을 다시금 확인했다.

“대장님에게서 떨어져라!”

“차앗!”

검은 바람처럼 보일 정도의 속도로 달려드는 둘.

그러나 그들의 무기는 덧없이 빈 공간을 휘저었다.

하늘 위로 몸을 띄운 발린은 두 남자를 향해 윈드 커터를 쏘았다.

파파파팟!!

한두 개씩 막아가던 남자들이었으나, 그 숫자가 스무 개를 넘는 순간 둘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이 터져나왔다.

“끄으으윽!!”

“푸하압!”

동강난 채 쓰러지는 남자들의 뒤로 손을 한 번 휘젓자, 남은 그림자들 이십여 명이 한순간 바닥으로 내리눌렸다.

붉은 눈의 남자에게 썼던 마법을 그들에게도 써 준 것이다.

단숨에 쓰러진 남자들 사이로 혼자 선 발린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로 나를 제압하려 했다고?”

“이, 이럴 수가...케인후프를 제압했다고는 해도, 어떻게 이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남자.

그도 그럴 게 발린은 캐스팅의 조짐도 없이 수십 개의 마법을 펑펑 쏟아부었다.

남자가 아는 어떤 대마법사도 이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파이어,아이스 애로우들만으로 일으킨 그 폭발.

대비할 틈 없이 터져나온 그것들 덕에, 방어 대신 기동성에 신경쓰던 부하들 대부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크윽...! 죽여라!”

“그럴 거야. 네 녀석이 저지른 죄는 한없이 무거우니까.”

남자의 머리를 밟은 발린은 차가운 시선으로 말했다.

어둠의 마나를 받아들여 힘을 키운 것도 모자라, 이 남자는 그 사실을 감추고 부하들에게 어둠의 마나를 주입시켰다.

이는 수십 번 사지를 찢어죽여도 모자랄 큰 죄였다.

“그래도 그 값을 치루기 전에 네놈의 죄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지. 순순히 불어라. 네 녀석들. 어디의 누구냐?”

“못...말한다!”

이를 갈아붙이는 붉은 눈의 남자, 무거운 중력에 짓눌리고 있음에도 그의 결심은 굳건해 보였다.

그러나 발린은 카스트로의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고문방법엔 꽤나 정통해 있었다.

게다가, 이미 어둠의 마나를 쓰는 걸 알게 된 이상 얼추 배후가 누군지 알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그럼 말할 때까지 여기서 시간을...”

“그 녀석이랑 이 놈들은 산토스 공작의 직속 암살대다. 검은 악령단이라고 하지들.”

등 뒤에서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에 발린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 곳에 있는 건 중력에 눌린 부하들을 일검으로 베어 죽이는 거검의 노인이었다.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기에 놀라는 발린에게, 노인은 씨익 웃어보이며 손가락을 튕겼다.

“큭!”

손가락 사이에 낀 자갈에 맞아 절명하는 붉은 눈의 남자.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까지 오른 자치고는 참으로 허무한 죽음이었다.

“...당신은...!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다급히 고개를 뒤로 돌린 발린에게 거검의 남자, 안드로포스가 씨익 웃어 보였다.

전생의 세계에서 발린은 안드로포스를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제자인 팔리아스야 두말할 것도 없는 최고의 전우다. 그것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털끝만큼도 없다.

마왕군을 상대하는 전략부터 사소한 취미생활까지 숨김없이 고민을 나눈 진정한 전우.

그러나 그 스승인 안드로포스에 대해서는 초상화를 보거나 이야기를 듣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세계 유일의 그랜드 마스터인 검왕을 키워낸 스승.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지만, 발린이 활동할 때 이미 안드로포스는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 있었다.

‘살아온 시간대가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안드로포스의 나이는 지금의 시점에서부터 세도 무려 150세 언저리에 달했다.

깨달음에 의한 육체의 재구축이 아니었다면 진작 노환으로 죽어 있어야 할 인물이었으니 아쉽지만 하는 수 없었다.

결국 안드로포스에 대한 건 팔리아스의 입을 통해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발린은 그 때 검왕이 보였던 표정을 똑똑히 기억했다.

‘마족의 삼공작중 필두라는 자-쿨카도 해내지 못한 일인데...직접 만나지 않은 게 다행이겠군.’

물론 지금의 생에서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니 온다면 절대적으로 환영이다.

살아만 있었다면 소드마스터가 합류하는 것이니만큼 큰 전력이 됐을 테지만.

아쉽게도 그와 연락을 할 방도 자체가 없으니 포기해야 했다.

분명 그렇게 알고 넘겨뒀는데, 무슨 일인지 그 자가 직접 여기 온 것이다.

‘초상화랑 똑같이 생겼군. 근데 무슨 일...헉!’

조심스레 거리를 벌리던 발린이 순간 기겁했다.

이 편을 보던 안드로포스가 갑자기 거검을 뽑아들고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 네 녀석이로구나? 처음으로 보는 특이한 마나의 흐름이구만. 게다가 실력도 방금 보여 준 것 같고 말이야. 좋아, 이번엔 느낌이 정말 좋구나!”

“젠장할...!”

급히 몸에 헤이스트를 거는 발린의 등 뒤, 바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기척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발린은 온 힘을 다해 안드로포스의 손길을 피했다.

안드로포스의 기행에 대해서는 과거에 소문을 통해 들은 바가 있었다.

“누가 천재란 소문만 나면 그대로 찾아가서 납치해 제자로 만든다 그랬나! 제길할, 나는 생각이 없소!”

“어린놈이 어른에게 말버릇이 그게 뭐냐? 아무래도 예의부터 하나하나 가르쳐야겠구나! 갈 길이 멀다! 어서어서 가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모습에 발린은 절로 식은땀이 돋았다.

어지간하면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저 자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였다.

안드로포스는 소드마스터 중에서도 1위를 다투는 최강급의 인물.

만일 그가 진지하게 날뛴다면 수도의 사분의 일은 날아갈 각오를 해야 했다.

“제기랄!”

욕지거리를 내뱉은 발린이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 괴물을 그대로 루비 타워에 들여놓을 수는 없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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