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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44화 (4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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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찾았다.

하수도 내의 흑마법사들을 발견한 지 수 일이 지났다.

발 밑에 그런 걸 두고서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창가에서 아침 공기를 지켜보던 발린은 그 모습이 영 아니꼬운지 신음성을 흘렸다.

예전이었다면 그 모습을 순수하게 바라봤겠지만, 지금은 돈 주고 하라 해도 그럴 수 없었다.

“이래서야 집 안에 벌집을 둔 꼴이로군. 건드리면 그대로 터지는 벌집.”

족히 수천은 될 법한 키메라와 흑마법사들.

그들이 올라온다면 아무리 철저히 대처한다 해도 수도는 지옥이 된다.

그렇기에 바로 왕성과 마탑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일단 밑밥은 다 뿌려 뒀으니, 지금은 할 수 있는 걸 하자.’

마음을 다잡은 발린은 탁자 위에 놓인 아티팩트들을 향해 매직메이커를 쓴 손을 뻗었다.

오랜만에 그 본래의 용도인 ‘축복 거두기’를 쓸 예정.

클리든 일파에게서 얻은 아티팩트들에 손을 대자 지체없이 마나가 빨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욱!

본래의 용도로 쓰는 덕분일까, 마나 흡수는 예전보다 빠른 속도로 이어졌다.

탁자 위에 있는 것들 상당수가 B급 아티팩트로서, 그 가치는 성 한 채를 호가했다.

하지만 발린은 아까워하는 기색 없이 작업을 계속했다.

어차피 쓸 만한 마법사도 없어 보이는 데다, 지금은 빠르게 힘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골렘을 뺀 나머지는 모조리 마나로 되돌려 흡수한다.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클리든이 남긴 아티팩트 중 가장 가치가 큰 것이자, 시연회에서 첫 모습을 선보였던 골렘.

그것만큼은 아무리 생각해도 남겨두는 게 맞았다.

투자 대비 효율을 생각해보아도 그렇고, 차후 일어날 싸움을 대비해서라도 그런 아군은 데리고 있는 게 나았다.

“그럼 가볼까.”

아티팩트에서 뽑아낸 마나를 소화시킨 발린은 천천히 강의실로 향했다.

고급 마법학 강의실, 본래는 칼 모텐슨의 일터이자 가장 어려운 난이도의 마법을 가르치는 장소다.

그 명성답게 강의실을 가득 채운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정식 마법사로 인정받은 자들뿐.

강의실 안의 분위기는 너무도 날카로워, 숨 한 번 쉴 때마다 칼에 찔릴 것만 같았다.

드르륵.

강의실의 앞문이 열리고, 당당히 걸어들어온 발린은 교탁 위에 선 채 말했다.

“뭐 해? 여기서.”

“아, 그게...”

머뭇거리며 대답하는 마법사들을 향해, 발린의 추상같은 한 마디가 떨어졌다.

“당장 바깥으로 집합하도록. 너희들은 모조리 기초체력부터 키워 줘야 하니 말이야.”

“예.옛!”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모인 강의실이 말 한미디에 어린아이용 검술 학당처럼 변했다.

정신없이 옷을 갈아입거나 뛰어나가는 마법사들. 그뒤에서 발린은 연신 혀를 찼다.

“그러게 처음부터 바깥에 모이면 좀 좋아? 서둘러라. 기반이 된 녀석부터 다음 단계를 가르칠 테니까.”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투였으나 마법사 중 누구도 그걸 지적하지 않았다.

지식은 곧 힘이요, 클래스는 곧 권위이니.

현재 발린에게서 존댓말을 끌어낼 수 있는 마탑의 인물은 엘리아나 카론 정도가 다였다.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온 발린은 수많은 마법사들을 하나하나 체크하기 시작했다.

“너, 지금 바로 마나호흡.”

“예!”

“너는 카피 캐스팅을 연습해라.”

“알겠습니다!”

수 개월 전만 해도 만연하던 적대감은 이미 눈 녹듯 사라져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이미 발린은 대현자이자 스승이었다.

“파이어 볼! 아이스 볼!”

“스톤 애로우! 어스 월!”

체력 단련에 열심인 마법사들 너머로 또다른 마법사 무리가 모여 수련을 계속했다.

우렁차게 외치는 구령, 거기에 맞춰 여러 가지 마법들이 모습을 보였다.

마법사들이 하고 있는 것은 계속되는 마법 사용. 일상적으로 시행하는 수련법 중 하나였으나.

“윈드 커터! 파이어 블래스트!”

한 마법사의 캐스팅이 완성된 순간, 그 뒤를 이어 바로 두 번째 마법이 날아갔다.

멀티 캐스팅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거의 근접한 발사속도가 나온 것이다.

“우, 우와아! 성공! 성공이다!”

성공한 마법사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그 양옆에 있던 마법사들은 삼삼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윈드 커터와 파이어 블래스트, 두 가지 마법을 거의 동시에 사용하는 데 성공.

거의 더블 캐스팅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니 이 정도 축하는 충분히 받을 만했다.

기뻐하던 청년 마법사의 눈 앞으로 다가온 발린.

그 눈빛과 마주한 청년 마법사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허, 헉. 혹시 제가 잘못한 거라도...?”

“아니, 아주 잘했다. 훌륭해.”

놀랍게도 발린은 지적 대신 칭찬을 건넸다.

청년 마법사의 볼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삼 년 동안 구박만 받았는데, 처음으로. 처음으로 훌륭하다는 말을 들었어! 그것도 이 사람에게!’

아티팩트를 만드는 아티팩트의 제작자인 발린의 칭찬이다.

다른 마법사들이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이름이 뭐지?”

“카일, 카일입니다.”

“카일...그래. 기억하겠네.”

이름을 담아 둔 발린은 가볍게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했다.

지금 그가 가르키고 있는 것은 카피 캐스팅.

엘리아의 상태창에서 발견한 일반 능력이자, 벤다인 브리짓이 창안한 술법이었다.

자세히는 한 마법의 캐스팅 일부를 잘라내어, 그대로 다른 마법의 캐스팅에 사용하는 것.

두 가지 다른 마법의 캐스팅 중 공통된 부분이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제작된 획기적인 마법이었다.

‘이런 세기의 발견이 클리든 놈의 욕심 때문에 사라질 뻔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군.’

발린은 어이없음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

물론 지금의 그에게는 필요없는 술법이다.

이미 성물에게서 얻은 무영창의 고유 능력이 있으니 굳이 캐스팅을 할 이유가 없는 상황.

허나 다른 마법사들에게는 얼마 전의 아티팩트에 이은 또 하나의 혁신이었다.

“하아, 하아...”

“크윽!!”

캐스팅을 계속 하던 마법사 한 명이 코피를 내며 신음성을 흘렸다.

무리하게 카피 캐스팅을 연마하다 몸이 상한 것이다.

급히 그를 부축하는 동료들에게 어김없이 차가운 질책이 날아들었다.

“절대 쉬운 게 아니다. 억지로 해야겠다 하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

“예!”

지시를 받은 마법사들을 뒤로한 발린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마법사들의 성취가 생각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아. 이대로 체력을 키우면 그만큼 성장 기대치가 높은 녀석들이 계속 나온다. 역시 왕국 제일의 마법사 단체답군.’

전생에 이끌었던 마탑들에 비하면 꽤나 손색이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어차피 남은 시간은 수십 년이나 된다. 설사 성과가 안 보인다 해도 그 동안 천천히 키우면 그만이었다.

“저, 발린 님. 탑주님께서 급히 호출하셨습니다.”

열심히 지도하던 도중 한 마법사가 급히 다가와 속삭였다. 발린은 별다른 말 없이 엘리아에게 향했다.

‘이제 곧잘 혼자 업무도 하고 있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지?’

시원찮은 일이라면 호되게 혼내야 할 것 같았다.

요사이 엘리아가 그에게 자주 달라붙는다는 느낌이 어느 정도 있었으니까.

어린 나이에 보호자 없이 자라 온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에게 의지하는 걸 허락한 적은 없었다.

탑주실 앞에 온 발린은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가볍게 노크했다.

“탑주님, 발린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어서 들어와.”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왠지 모르게 다급한 목소리, 무슨 일인지 살짝 궁금증이 일었다.

발린은 열리는 문 사이로 짐짓 싸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들어섰다.

그러나 그 표정은 안에서 흔들리는 손을 본 순간 산산이 깨져나갔다.

“아, 왔어요?”

“...당신.”

인사하는 것은 손가락 위로 붕대를 감은 단발머리 소녀다. 발린은 떨떠름한 얼굴로 레벤의 인사에 응했다.

“어쩐 일로 레이안 교단에서...?”

“일전에 인사만 하고 간 게 껄끄러워서요.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왔어요. 아, 탑주님과는 이야기를 마쳤고...이제 당신 차례네요.”

웃는 레벤의 뒤로 엘리아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발린은 목에 걸린 성물을 슬며시 숨기며 대답했다.

“그러시지요. 개인실로 안내하겠습니다.”

“아뇨, 개인실 말고.”

단숨에 거절하는 레벤의 눈이 흥미로 반짝이고 있었다.

발린은 속으로 크게 한숨지은 뒤 입을 열었다.

“거주 구역에 좋은 식당이 있으니, 거기로 모시겠습니다.”

“이 근처에 좋은 식당...어? 네.”

둘의 말이 공중에서 얽히며 사라졌다. 놀란 레벤의 표정을 향해 발린은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려 보였다.

한 번의 인생이 누적되어 있다는 것이 이토록 좋을 수 없었다.

“하면 오전 수련이 끝난 다음 곧바로 오겠습니다.”

“아, 아뇨. 발린 공 옆에서 기다릴게요.”

“재미 없으실 텐데요.”

노골적으로 레벤을 밀어내는 발언, 그러나 그녀는 불만을 표하는 대신 한 가지를 물어보았다.

“요새 다들 체력 단련에 열심히시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그렇습니다만.”

“마침 잘 됐네요! 제가 또 그 방면엔 자신있으니 가서 도와드릴 점이 있다면 도와드리도록 할게요.”

“...그러시죠.”

여기서 더 거절한다면 그건 호의를 내치는 결례가 된다.

꼼짝없이 레벤의 유도심문에 당하고 만 것이다.

이미 익숙하다고 방심하고 있던 발린은 한 방 먹은 표정으로 앞장섰다.

오전 훈련시간이 끝난 후, 발린은 약속대로 레벤과 함께 거주 구역의 한 식당에 자리잡았다.

간단한 점심과 함께 과자, 아이스크림 등이 일품이라 알려진 식당으로서, 그야말로 레벤의 취향에 딱 맞는 곳이었다.

“이쪽으로.”

1층의 바깥 테라스 가장자리에 난 자리로 안내된 둘.

“여기 앉으십시오.”

“고마워요.”

가볍게 대답하는 레벤의 맞은편, 메뉴를 시킨 발린이 자리에 앉았다.

‘설마하니 진짜 도움이 될 줄이야.’

놀랍게도 레벤은 자신이 한 말이 맞다는 걸 입증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체력단련을 하던 마법사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요령을 가르쳐 준 것이다.

마땅히 체술을 연마한 사람이 없던 마탑이었기에 이 가르침만으로 모두가 큰 이익을 보았다.

‘효과가 있느냐 묻고 싶어도...무술에 있어서는 레벤이 나보다 정통하지.’

아무리 전생에서 영웅들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한들 지금 발린에게 있는 건 고작 솔다인 검법이 전부였다.

레벤의 직책은 몽크 계열의 대신관, 발린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정밀한 지식을 체득하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발린이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러세요?”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드시죠.”

마침 애피타이저가 나오자 그걸 받은 발린은 손짓으로 식사를 권했다.

레벤은 싱긋 웃어보이며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 작품 후기 ============================

열화와 같은 성원에 응답하기 위해...오늘도 열심히 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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