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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43화 (4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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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찾았다.

악취가 넘치고, 썩어가는 덩어리로 가득한 하수도의 안편.

그 곳에서는 쓰레기보다 훨씬 추악하고 어둠보다 훨씬 공포스러운 것이 있었다.

다크니스를 따라가던 발린은 그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럴 수가, 수도 지하에 이런 시설이 있었단 말인가!’

하수도의 안쪽엔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를 토굴들로 가득했다.

어두운 구멍 사이마다 키메라들이 눈을 빛냈는데, 놈들 모두에게서 마나가 느껴졌다.

‘이 녀석들...최소한 중급 이상의 기사들이어야 사상자 없이 상대할 수 있겠군.’

발린은 눈을 빛내며 은신 마법을 한 겹 더 몸에 씌웠다.

아티팩트의 은신 마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토굴을 오르내리던 다크니스의 신형이 모퉁이를 돌았고, 발린은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멈칫했다.

‘저긴...?’

어째 큰 소리가 왕왕 울리는 게, 심상찮은 게 있는 것 같았다.

한 번 심호흡을 한 발린은 몸을 살짝 띄운 뒤 모퉁이를 넘었다.

“크와아아앙!!”

“캬아아아악~!”

눈을 돌리자마자 바로 앞까지 닥쳐오는 괴성. 본능적으로 손을 든 발린의 앞에 커다란 대공동이 펼쳐졌다.

‘이럴 수가.’

그 곳은 마왕군의 성채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직사각형으로 알맞게 세공된 대공동은 수많은 길들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었다.

그 가장자리마다 있는 건 커다란 유리관이나 수정이었는데, 저마다 속에 다른 모양새의 키메라를 담고 있었다.

복도를 오가는 건 하나같이 언데드들, 가끔 인간 흑마법사 몇몇이 보였다.

‘수도 지하에 이런 시설이 있었다니!!’

숨을 들이마시던 발린은 약해지는 은신 마법을 확실히 보강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사용중이던 마법들이 해체될 뻔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붉은 오크들이 수도를 너무 쉽게 함락했었지, 그 이유가 바로 이 놈들때문이었구나.’

그제서야 모든 게 이해되었다.

파이오니어 왕국의 수도, 카디날 성은 분명 수비에 견고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전생의 그 날, 수도는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한 나라의 수도치고는 너무 쉽게 무너진다 싶었는데

이딴 게 수도 지하에 있었다면 그 모든 게 설명된다.

‘이런 건 절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어. 못 해도 십 년, 아니. 이십 년 이상 건설해온 곳이다.’

발린의 생각대로, 이 성채는 오랜 세월 준비된 마왕군의 본거지 중 하나였다.

언젠가 어둠의 힘이 위세를 떨칠 때를 대비해 만든 전진 요새!

수많은 흑마법사들이 마물을 만들어내며 호시탐탐 왕국의 심장을 노리는 곳이다.

본래는 철저한 보안 마법으로 둘러싸인 곳이나, 하필 이번엔 상대가 나빴다.

흑마법을 직접 쓰는 건 아니지만, 발린은 그 구조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쳐 봤자 구식 흑마법이지. 내게는 안 통한다. 그나저나 정말 많기도 하군.’

수천 명은 들어찰 만한 대공동의 벽마다 놓인 키메라.

곳곳에 뚫린 토굴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놈들의 수는 그 이상이라 보는 게 맞았다.

공동과 토굴을 탐색하던 발린의 눈에 흑마법사 두엇이 앉아 있는 책상이 보였다.

둘은 지도를 펴 놓고 논의하고 있었는데, 몇 번이고 훑어봐도 3클래스를 넘지 않은 듯했다.

발린에게 있어서는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었다.

“3번 키메라를 이 쪽에 배치하고, 수확자 키메라를 내보내는 빈도를 조금 줄이면...”

“요사이 방비가 삼엄해졌어. 들키지 않는 게 최우선이다.”

“이번만큼은 과감하게 움직이..으으응...”

열성적으로 말을 토해내던 흑마법사 한 명이 신음소릴 내며 엎어졌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맞은편의 흑마법사가 힘을 쏟아내려는 순간, 그의 눈꺼풀이 갑자기 천근만근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으으윽...”

같이 엎어지는 흑마법사의 뒤로, 슬립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 발린이 손을 뻗었다.

손에 잡히자 금방 투명해지는 지도. 발린은 그것을 품 속에 넣은 뒤 곧바로 바깥으로 향했다.

“가물치인 줄 알았는데 이 정도의 대어였을 줄이야. 그럼 나야 고맙지.”

하수도를 지나던 발린이 입을 열었다.

다행히 재료는 모두 여기 있으니 남은 건 전생에 숱하게 해 왔던 전략의 반복뿐이었다.

“안 그래도 그동안 받은 게 많은데, 이번에 조금이나마 제대로 갚아 줘야겠지.”

은혜는 반드시 갚는다. 그게 어떤 식이건간에 말이다.

뒷말을 삼킨 발린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사전준비야 전부 마쳐 뒀으니 당장에라도 실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발린은 얼마 후 본의아니게 그 계획을 뒤로 미뤄야 했다.

그 시각, 파이오니어 왕국 수도에서 한참 떨어진 북쪽 지역.

낮은 산만한 높이의 거대 소나무들이 가득한 대수림, 문득 으르렁대는 소리가 내리쬐던 달빛을 찢었다.

그 소리의 정체는 오우거, 그것도 이 수림의 제왕이라 할 수 있는 강함을 지닌 트윈헤드 다크 오우거였다.

일만의 군사를 상대로 싸울 수 있다 여겨진 소드 마스터.

그들마저도 난색을 표하는 돌연변이 마물이 바로 그다.

대수림뿐만 아니라 그 밖의 땅에서도, 자신에게 도전할 자는 없어야 하건만.

“크르르르...”

감히, 자신의 영역 최심부에 발을 들이고도 겁먹지 않은 자가 있다.

놈에게서는 먹잇감이 아닌 적수의 냄새가 났다.

바로 그 점이 다크 오우거를 화나게 했다.

“크르르...캬아아아!!”

상대방을 확인한 오우거가 내지르는 맹수의 포효.

선천적으로 터득한 포효 속에는 농밀한 마나가 담겨 피식자의 심령을 뒤흔든다.

달빛이 은은히 내리쬐는 밤, 사방을 뒤흔드는 포효에 나무 위에서 잠을 청하던 한 남자가 눈을 떴다.

그는 나무 사이로 보이는 흉폭한 눈 두 쌍을 향해 혀를 찼다.

“이 대수림의 지배자라 하기에 좋은 판단을 할 줄 알았건만, 결국 너도 몬스터에 불과하구나.”

어둠을 가르고 쇄도하는 대답은 검고 굵었다.

우지끈!

누워 있던 나뭇가지에서 뛰어오르는 남자의 뒤로 오우거가 휘두른 흑색 통나무가 보였다.

“이렇게 무례한 녀석이어서야, 몬스터라는 변명을 하기 전에, 내가 한 수 가르쳐 주지.”

등에 진 대검을 뽑아든 남자의 신형이 순간 달빛을 가렸다.

네 개의 눈이 한꺼번에 남자를 향해 모였으나, 오우거는 거검이 그를 각각의 개체로 나눌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오우거를 쓰러뜨린 건 단 일검,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강한 일검이었다.

“후우...”

길게 심호흡을 한 남자는 검을 바닥에 꽂은 뒤 근처의 다른 소나무 위로 올랐다.

“보자, 그래. 저기 오는군.”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던 남자는 가까워지는 한 줄기 바람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바람을 타고 온 것은 어린아이 손바닥만한 바람 정령.

정령의 손에 들린 종이를 본 남자는 곧장 기지개를 켰다.

“울포르가 왔군 보자, 오늘은 무슨 일들이 있었느냐.”

남자의 외모는 꽤나 늙어 보였다. 우선 목까지 내려온 백발과 피부 위로 진 주름부터가 그러했다.

그러나 남자를 정면에서 본다면 그 생각은 단숨에 바뀐다.

은은하게 정광을 내는 눈동자와 근육으로 탄탄한 몸매.

비록 세월의 풍파에 노쇠했다고는 하나, 남자에게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무게가 느껴졌다.

거리를 좁힌 정령이 손을 뻗자 남자는 곧장 종이를 낚아채 펼쳤다.

달빛이 있다고는 하나 겨우 사물의 윤곽만 보이는 수준,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한참 동안 움직이던 남자의 눈동자가 어느 순간 한 곳에 멈췄다.

그는 종이 내용을 몇 번이고 읽다가 입을 열었다.

“이게 사실이냐? 울포르?”

“포로롱! 퐁!”

울포르라 불린 바람 정령은 몸을 비틀며 눈을 흘겼다.

허나 그에 아랑곳없이 남자는 종이 위 내용을 한 자씩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파이오니어 왕국 루비 타워의 소년 마법사 발린이 아티팩트 구조에 혁명을 일으켰다. 붉은 오크 수천의 공격을 단신으로 막아낸 발린과 동일한 인물이기도 함. 정보 길드가 오랜만에 쓸 만한 발견을 했군.”

몸을 일으킨 남자에게 바람 정령은 낮은 어조로 퐁퐁 울어댔다.

남자는 그 뜻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껄껄 웃으며 바닥에 두었던 거검을 챙겨들었다.

으직-! 으지직!

검 주변의 땅은 그 무게를 감당치 못하고 우그러들어 있었는데, 검을 뽑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허물어졌다.

“그럼 가 볼까. 녀석이 과연 나 안드로포스의 기대치를 만족할 수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육중한 체구를 일으킨 남자는 그대로 땅을 박찼다.

동시에 폭발적인 양의 마나가 남자의 움직임을 도왔다.

단숨에 수백 미터를 움직인 남자, 그는 지치지도 않았는지 두어 번 더 발을 굴려 모습을 감췄다.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듯한 움직임이었고, 남자 본인도 실제로 인간의 범위를 능가해 있었다.

서쪽의 최강자이자 방랑하는 검제. 그것이 남자, 안드로포스를 가리키는 칭호였다.

그가 발린에게 흥미를 보였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제자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소유욕이었다.

남자가 움직이는 순간, 마탑에 도착해 숨을 몰아쉬던 발린은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뭐, 뭐지?”

오랜 직감에 따르면 이건 분명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징조.

혹여 마왕군이나 삼황자 측에서 무언가 수를 썼나 생각해 봤지만 아무것도 짚이는 게 없었다.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발린이었으나, 불안감이 계속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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