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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39화 (39/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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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 시연회

시연회 당일.

날이 밝기도 전에 마탑 앞 공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행사 전 마지막으로 위치와 설비를 점검하는 절차.

찾아오는 사람들의 면면이 대단한 만큼, 감히 서투루 할 수 없었다.

수도에 상주하는 귀족들은 물론, 지방에 자리잡은 대귀족들도 이 날만큼은 살찐 몸을 일으킨다.

마탑의 마법사들과 맺는 후원 관계는 세력 불리기에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

귀족들은 후원금을 내는 대신 각종 아티팩트의 구매에서 우선권을 얻거나.

다른 귀족과 마찰이 생길 시 후원하던 마법사에게 힘을 빌릴 수 있었다.

대신 마법사는 생활에 문제없을 정도의 안락함.

그리고 가족들의 부귀영화를 보장받으며, 그것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무덤까지 이어진다.

“자자, 어서들 준비해. 마나석이랑 다과, 식사류 모두 넉넉히 준비했겠지?”

“명령하신 만큼 준비했습니다. 모텐슨 님.”

행사의 세부사항을 총괄하는 것은 칼 모텐슨.

그렇다고는 하나 마법사의 배치, 물품의 수량 모두 클리든의 뜻에 따라 결정했으니.

사실상 그는 클리든의 뜻대로 움직이는 목각인형이나 다를 바 없었다.

“경비 전력의 배치도 끝났소.”

마법사들을 배치시키던 모텐슨의 옆에서 카론이 딱딱한 어조로 일처리를 마쳤음을 알려 왔다.

이 날만큼은 마탑이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된다.

그만큼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커지는 건 당연지사.

미연에 모든 문제를 틀어막기 위해 카론과 규율집행부는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클리든 님, 시연회를 위해 준비하신 건...”

“물론, 여기 있다네.”

말을 마친 클리든이 손짓을 해 보인다.

스륵. 스륵.

무언가가 땅에 끌리는 소리. 거기에 끌려 고개를 든 마법사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저건!!”

“말로만 듣던 골렘 아닙니까? 설마 그걸 실제로 만드실 줄은 몰랐습니다!!”

순식간에 시끄러워지는 주변에도 골렘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온 몸이 축축한 진흙으로 이루어진 인간형의 덩어리.

겉보기엔 단순한 모형 같지만, 그 모형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자본은 상상을 초월했다.

엄청난 양의 흙과 물의 마나를 균형있게 배합하는 기본이요.

거기다 정령의 혼까지 불어넣는 고난도의 작업을 성공시켜야 한다.

성공할 확률이 극히 희박한 데다, 거기에 들어가는 대가까지 이러니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골렘이란 말만 들어도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그 확률을 뚫고 나온 골렘은 그 자체로 마법사의 명예를 드높이는 상징이자 강력한 병기가 되었다.

화살이나 투석기는 몸으로 받아내고, 불로 지지거나 얼리려 해도 마나량이 원체 차이나서 잘 듣지 않는다.

실력있는 검사가 골렘의 핵인 주문서를 파괴하지 않는 한 죽일 수 없는 전쟁병기.

그런 걸 완성했으니 마법사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했다.

“허허, 별 거 아닐세. 그저 오랜 시간동안 준비해왔을 뿐. 마침 기회가 되니 꺼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

“세상에나, 골렘이라니.”

“이 정도라면 이번 시연회의 중심은 클리든 님이 확실합니다요!”

기다렸다는 듯 아부를 떠는 마법사들 사이에서 클리든은 남몰래 눈을 빛냈다.

‘굳이 수작질을 부리지 않아도 상관없었나? 놈이 아무리 날고 기든 이 녀석을 이길 만한 대작을 만들수는 없을 테니까.’

그의 시선이 시연회장 한 구석에 놓인 쇳덩이를 향했다.

거푸집과 모루 등의 형태를 갖춘 흑색 쇳덩이.

발린의 지시에 따라 자리에 들여놓던 것을 저 곳으로 치워놓은 것이다.

“탑주님께서는?”

“지금 준비하고 계십니다.”

“시작 전에 준비를 마치시도록 일러라.”

말을 마친 수하 마법사들이 바삐 움직였다.

클리든은 마탑의 입구, 쇠창살로 막아놓은 문 너머에 가득한 인파를 보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세이라가 안 오는 게 약간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여기에 집중하고, 나중에 따로 불러 문책하자.’

행사에 집중하는 클리든의 뒤, 마탑의 문 안에서는 잔뜩 긴장한 엘리아가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후우, 하. 후우, 하.”

“침착하십시오. 미리 짜 둔 대로만 하면 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긴장을 풀지 못하는 엘리아에게 발린은 조언 대신 귀를 툭툭 쳐 보였다.

귀에 낀 아티팩트를 상기시키는 행동. 그제서야 엘리아의 얼굴색이 한결 편해졌다.

“발린, 당신도.”

“저야 뭐 괜찮습니다.”

말과는 달리 발린의 얼굴색은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시연회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어제 세이라와 연결되어 있던 매혹 마법이 사라졌다. 그 후로 연락이 안 돼.‘

분명 삼황자에게 자신에 대한 보고를 하도록 세이라를 보낼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삼황자를 만나기도 전 갑자기 세이라와의 연결이 끊겨버렸다.

‘삼황자를 만났다는 사인이 오기도 전인데 갑자기 그랬다면 답은 둘 중 하나지.’

미리 기다리고 있던 삼황자나 그 수하가 매혹을 풀었다던가.

혹은 제삼자가 매복하고 있다가 세이라를 죽여버렸다던가.

‘답은 오늘 올 삼황자가 가져오겠지. 일단은 집중하자.’

생각을 정리한 발린은 마탑 밖으로 나가 시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시연회장으로 지정된 장소는 마탑 건물을 둘러싼 방대한 정원 전체.

여러 부속 건물들 안에 들어가는 건 금지됐으나, 그걸 제외하고는 정원 전체에 마법사들이 배치되었다.

“어디 보자, 엘리아 녀석의 자리는...”

한 바퀴 둘러보던 발린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엘리아의 자리는 정면을 마주보는 정원의 가운데.

모두의 주목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리였다.

‘좋아, 저 정도면 준비해둔 이벤트가 주목받기엔 충분해.’

전대 탑주의 죽음과 함께 소실된 A급 아티팩트인 레드 에이어.

그것을 다시 복구했다는 빅 이벤트다.

자리까지 탑주에 걸맞게 중심부에 위치했으니, 이 정도면 엘리아는 충분히 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그럼 나도 가만 있을 순 없지, 내 자리는 어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발린, 그의 시선이 한 쪽 구석에 있는 커다란 쇳덩어리에 멎었다.

형태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틀림없이 그가 준비했던 아티팩트가 맞았다.

“...하.”

지체없이 그쪽으로 달린 발린, 목적지에 도착하니 작은 표지판 하나가 그를 반겼다.

[발린]

마탑주의 제자라는 칭호도, 오크 군단에게서 영지를 구했다는 수식어도 없이 이름만 달랑 적힌 표지판.

양옆을 둘러보자 눈에 생기가 없는 중장년의 마법사들만이 있었다.

“...하.”

설마하니 이렇게 대놓고 수작질을 부릴 줄이야.

발린의 입술 사이로 헛웃음이 비져나왔다.

이런 걸로 자신을 막을 수 있다 생각하면 그건 크나큰 오산이었다.

“적어도 한 명은 날 찾아올 테니까.”

생각을 마친 발린은 느긋하게 장갑을 끼며 자신의 아티팩트를 쳐다보았다.

겉보기엔 대충 모양을 낸 대장간의 작업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70년동안 진화한 아티팩트 기술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비록 인챈트된 마법과 그 효과는 간단하고 약해빠졌으나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마법사가 아닌 ‘귀족’들을 노리는 타겟으로서는 말이다.

***

수많은 기대가 응집된 가운데, 마침내 마탑의 문이 열렸다.

이 때만을 기다리던 수많은 귀족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호라, 셀리트 백작 아니시오! 항상 영지에 계시던 분이 어째 오늘은...”

“그러는 아론 백작은 지금쯤이면 유흥가에서 막 나오고 있으셔야 할 참이실 텐데 어떻게 여기 계시는지?”

“...!!”

날선 신경전을 벌이는 귀족들, 그들 사이에 있던 진짜 거물들은 흥미로운 눈으로 마탑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큰 혼란이 없군, 클리든이 마탑을 순조로이 장악했다더니, 과연!”

“엘리아 탑주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던데, 저는 그 편도 기대가 되는군요. 호호호.”

파이오니어 왕국의 실세라 할 수 있는 후작 급 이상의 귀족들.

말은 이렇게 해도 그들 모두가 클리든의 든든한 세력 기반이었다.

귀족들이 들어온 다음은 평민 계급의 차례.

자리는 없고 사람은 많았다.

남은 자리는 부유하거나 권세있는 자의 것.

그것마저 없는 평민들은 줄지어 담장 너머로 안을 엿보았다.

모두가 웅성거리는 와중, 클리든의 목소리가 정원의 모두를 향해 울렸다.

“자, 오늘 마탑을 찾아 주신 여러분. 저는 루비 타워의 부탑주, 클리든입니다! 삼가 진심으로 큰 감사 올립니다.”

능숙하게 입을 놀리는 클리든, 귀족들의 시선이 모인 걸 확인한 그의 두 눈이 빛났다.

“각자 마법의 신비를 보다 추구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사오나, 그 전에! 본 마탑의 현 탑주이신 엘리아 님께서 개최 연설을 하실 예정이오니,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순서를 마친 클리든은 남몰래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엘리아가 업무를 능숙히 처리해왔다고는 하나, 이번엔 그 스케일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왕국의 유력 귀족들은 물론, 노스트라 제국의 사신단에 외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큰 행사의 개최식이라니, 아직 일러도 한참 이르지! 암!’

클리든이 말을 마치자 엘리아가 천천히 연단으로 걸어나왔다.

탑주의 복식인 적색 로브와 예복은 그럭저럭 어울렸으나 어린 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이런, 역시 폼이 안 삽니다그려.”

“이거 괜찮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노스트라 제국의 사신단도 왔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성취 테스트에서 뛰어난 인상을 남겼다더니, 이거 완전 헛소문 아닌지요?”

귀족들의 숙덕거리는 소리는 마법사들에게도 똑똑히 들렸다.

대다수는 얼굴을 내리며 부끄러워했으나, 클리든을 비롯한 몇몇은 은밀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루비 타워의 25대 탑주인 엘리아입니다. 오늘 이 자리를 맞아 자리를 빛내주시는 귀족 여러분께 진정으로 감사하는 바입니다.”

의외로 도입부가 능숙하게 흘러가자 모두가 놀란 시선을 교차했다.

그 사이 엘리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다들 아시다시피, 본 마탑은 전대 마탑주인 벤다인 브리짓 님께서 영문모를 죽음을 맞이하신 이후 줄곧 구심점 없이 흔들려 왔습니다.”

순간 연설을 듣던 대다수의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7클래스를 마스터했던 대마법사인 벤다인 브리짓의 원인모를 죽음.

그 후로 마탑 소속의 마법사들은 은연중에 자격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번듯한 마탑주가 그 상징과 함께 서 있는 다른 마탑들.

아무리 클리든이 온 힘을 다해 인의 장막을 편다 해도 그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허나, 여러분. 진정 강인한 불길은 사그라들지언정 꺼지지 않습니다. 루비 타워도 마찬가지로 이제 다시금 일어나 세상을 밝게 비출 겁니다.”

“꽤나 잘 하는데?”

연설을 듣던 귀족들 몇이 의아한 눈길을 주고받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엘리아는 눈을 빛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 엘리아 브리짓이 25대 마탑주의 이름으로 선포합니다! 마탑은 다시금 일어나, 왕국은 물론 전 세계를 찬연히 비출 겁니다!”

높아지는 목소리 속에서 엘리아는 느닷없이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게 무엇인지 확인한 인물들의 안색이 순간 하나같이 새하얘졌다.

“잠깐만, 저 지팡이는 설마!!”

“레, 레드 에이어!!”

사방에서 터지는 고함 소리, 그러나 엘리아의 정신은 모조리 레드 에이어에만 쏠려 있었다.

미리 충분한 양의 마나도 주입했고, 파손된 부분의 복구도 완료했다.

그럼 남은 건 하나, 작동이 잘 되는지 시험해보는 것이다.

“여러분께 그 시작, 지금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하!”

외마디 기합과 함께 손을 하늘로 뻗친 엘리아.

레드 에이어의 끝으로 모인 불의 마나가 형태를 이뤘다.

하늘 위로 솟구치는 빛 한 줄기.

귀족들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위로 들어올렸다.

순간 엄청난 폭음과 함께 새하얀 대폭발이 하늘을 뒤덮었다.

“억!”

“이, 인시너레이트! 인시너레이트다!”

7클래스의 화염계열 마법 인시너레이트, 굳건한 성벽과 높은 탑들을 한순간에 없앨 수 있는 막강한 위력을 지닌 힘.

단순히 축제의 개최사에서 쓰기엔 지나친 마법이었으나, 자리의 귀족들은 그걸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

‘레드 에이어를 복구할 만한 힘이 내게 있다...!’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는 거군. 젠장할.’

수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엘리아는 레드 에이어를 내리며 자세를 곧추세웠다.

“아무쪼록 여러분, 본 마탑의 새로운 비상, 앞으로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클리든이 수 개월 동안 칼을 갈아온 복수의 대계.

그것이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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