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 3819778
#
제26화 장산군도 대첩 (1)
“장량이 그 많은 전선을 가지고도 비사성 앞바다에 죽치고 앉아 있다? 노략질하는 해적선이나 보내는 위인은 아니라고 보았거늘. 오랑캐는 오랑캐로구나!”
“내가 정탐선에 타고 가서 직접 확인하고 왔어, 언니. 그 당의 수군 총관이라는 머저리 자식 말이야, 도저히 움직일 기색이 없던데?”
“육로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당나라 놈들의 군량미가 고갈되어 중원에서의 보급을 기다리는 것 같다 했사옵니다! 성주.”
수진이와 흑벌무의 보고에 그제야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지난 두 차례의 큰 해전에서 놈들의 보급품이 바닷속에 수장되면서 문제가 발생했고, 때마침 중원에서 대군의 원조와 전선들을 공급받았으나 그들을 배불리 먹일 식량 수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었다.
당과의 첫 해전이었던 창려해전과 이어서 벌어진 해양도해전 이외에도 지난 수개월 동안 이 요동 반도 해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여목도해전, 목내진전투, 성산해전, 가시포해전, 황도해전, 광록도해전, 대흠도해전, 장자도해전은 모두 군량을 확보하기 위한 놈들의 노략질인 것이다.
“그나저나 언니는 정말 대단해! 어떻게 당나라 놈들이 오는 곳만 골라서 그렇게 매복을 할 수 있었던 거야?”
“매복만 한 것이 아니지요! 성산에서는 성주께서 직접 육로로 움직여 당나라 놈들을 괴멸시키지 않았습니까? 해안의 전투선까지 지휘를 병행하시면서요!”
연수진과 흑벌무는 적은 수의 군사를 움직이고 통솔하며 승리한 연수영의 전술에 감탄했다. 그녀가 지휘하면서 불에 타거나 함몰된 당의 전선만 해도 족히 400여 척은 넘을 것이었다.
또 바다에서 벌어지는 해전뿐만 아니라 창, 칼, 활, 둔기, 비도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고구려의 팔방미인(八方美人)은 육지에서 벌어지는 당과의 전투에도 가장 앞서서 싸우며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다.
“거기까지만 해! 다음에도 그런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그렇게 외친 연수영은 부하들 앞에서 겸손을 떨려 하는 것이 아니었다.
비사성 앞바다에 끊임없이 공급되는 적의 전선의 수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었다.
장량은 정말 1천여 척의 전함을 모아 쳐들어올 작정이다.
군사의 수마저 아군의 10배에 해당하는 규모. 이번에는 승리도, 목숨도 장담할 수 없다.
-안시성에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
연수영은 온사문이 가지고 온 대수성책의 적힌 대로 전선 내 수성기 설치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안시성의 그 사내가 보낸 것인지, 온사문은 누가 이걸 보냈냐에 대한 물음에는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아니었다.
군사들의 희생을 줄이고, 나아가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만 있다면,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
“언니, 정말 이걸 모든 배에 설치할 작정이야?”
벽류하 하류에 160여 척의 고구려 전선 안에 배치된 투석기를 보고 놀란 연수진이 물었다.
“배뿐만이 아니야.”
“뭐?”
“이걸 장산군도에도 설치할 거거든.”
“이걸 전부?!”
연수영은 당 수군과의 최후의 격전지를 이미 선정해 놓았다. 당나라는 이곳의 해류와 지형을 우리보다 알지 못한다. 그것을 이용해 병력의 수를 압도할 수 있는 전술을 짜야만 했다.
‘수성기를 선박뿐만 아니라 섬 곳곳에도 배치하여 놈들의 전선을 유인한다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다행히 시간이 주어지면서 고구려 수군의 승기를 잡을 아주 작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업을 개시한 뒤 그로부터 1주일 후, 중원에서 온 당의 보급선(補給船)이 마침내 비사성에 도착했다.
이때가 바로 출전 시기라 보았던 연수영은 군사들과 전선을 한데 모아 고리대검을 연상하는 환두대도를 뽑으며 출정식을 거행했다.
“군사를 이끄는 자가 어떻게 하면 내 목숨을 이롭게 할까 하고 말하면 그 휘하 장군들은 어떻게 하면 제 뱃속에 전리품만을 챙길까 하고 말할 것이고, 아래 군사들과 백성들은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이롭게 하고 전장에서 벗어날까 하는 궁리만 할 것이다.”
석성에 주둔한 수군들이 하나 같이 연수영의 연설을 목격하며 경청했다.
그녀의 특유 입담으로 이루어진 통솔력과 지도력은 요동에서 가장 큰 신망을 얻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나 연수영은 오랑캐에게 이 이상의 고구려의 바다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하나 적의 수는 많고 너희와 내가 상하(上下) 사사로이 목숨의 이익을 바란다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니 장차 이를 어찌하겠느냐?!”
고구려의 운명이 경각에 달린 위기에 울분을 쏟으며 외치는 연수영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 말을 되새기며 곱씹은 석성의 군사들이 이내 용기 있게 나서며 하나둘 입을 열었다.
“고구려의 바다를 더는 내주지 말자!”
“요동의 백성들을 지키자!”
“목숨의 이익을 바라지 말자!”
“이 땅에 오랑캐들을 몰아내자!”
“우리의 목숨을 고구려와 성주께 바치자!”
와아아아아아!
고구려 군사들의 함성이 이내 벽류하를 가득 채우며 끊임없이 울렸다.
“출정하라!”
연수영의 대장선 뒤로 장산군도로 향하는 각 고구려 전선에는 저마다 비장함이 서렸다.
* * *
“저, 저기 좀 봐! 산이야!”
“사, 산이라고?!”
이른 아침, 토산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자 안시성 군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게릴라 작전을 벌이며 시선을 돌리려 하고, 천막으로 꽁꽁 숨기려 해도, 규모가 저만큼이나 불어나면 이제 누구나 눈치챌 수밖에 없다.
“동요하지 마라!”
양만춘의 통솔에 일순 고요해졌지만, 안시성 군사들의 불안한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아직은 성벽의 절반 정도의 높이지만, 수천 명의 병사가 오르내리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지금이 미완성이라는 걸 감안할 때, 이세민은 저 토산의 규모를 수만 명의 병사를 올려도 무리가 없을 만큼 아주 크고 웅장하게 만들 작정이다.
그렇게 이 안시성을 내려다보며 공략하려 한다.
“고구려 놈들이 눈치챘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지금부터 서둘러 토산을 완공해야 한다!”
우리가 알아보자 놈들이 작업 속도에 열을 내려 하고 있었다.
수만의 일개미들이 여왕의 집을 짓듯, 엄청난 수의 당나라 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삽을 퍼 나른다.
성을 넘기 위해 성보다 높은 산을 쌓다니, 정말 역사상 가장 무시무시한 노동이 아닐 수가 없다.
“이 토산만 완공되면 이제 너희들은 끝장이다! 이 까우리(고구려) 놈들아!”
“목을 씻고 기다리고만 있어라!”
더는 숨길 것도 없는지 토산의 책임자인 이도종과 부복애가 각각 안시성을 향해 자신 있게 떠들고 있다.
퍽! 퍽!
나는 걸걸중상을 시켜 놈들이 있는 토산을 향해 비축한 투석 몇 점을 날려주었다.
“!”
“!”
큰 돌덩이가 날아가는 벽력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달아나는 두 지휘관이 이쪽을 향해 신나게 욕을 해댔다.
“작은 막리지, 저 산에 일제히 투석을 날려볼까요? 잘만 하면 무너뜨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걸걸중상의 물음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놈들의 공사를 잠시 방해할지는 몰라도 여기서 더 쏴봐야 당나라 놈들에게 아까운 돌덩이를 내줄 뿐이다. 안시성이 저들의 포차가 날리는 투석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은 산성이기 이전에 성 자체가 흙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흙으로 된 토산에 투석을 날린다 해도 무너뜨리기란 불가능해. 더더욱이 저 규모는 어림도 없다.”
“그, 그렇군요!”
걸걸중상에게 설명하면서 나는 이세민이 왜 토산을 쌓는 기행을 저질렀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이세민은 요동성을 시원하게 박살 낸 포차가 왜 이 안시성에 먹히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았을 거고, 그것을 고스란히 이용해 안시성이라는 성 자체를 이루고 있는 재료로 이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을 쌓으려 한다.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아직 앳된 걸걸중상의 물음에 나는 양만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역사대로 흘러가야 하며,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는 이가 단연 안시성 성주 양만춘일 거라 보았다.
그 생각을 알아보았는지 양만춘이 입을 열었다.
“이세민이 서문 쪽을 주기적으로 공격하고 동남쪽으로 산을 쌓아가며 압박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저것이 완성될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기록상으로는 공사를 시작한 지 약 60일경에 토산이 완공된다고 하였다.
이제 불과 몇 주 남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부분은 저도 알고 있고, 핵심인 토산을 깨뜨릴 방법을 알고 싶거든요?
내가 두 눈을 크게 뜨며 기다리고 있었고, 입을 연 이는 양만춘이 아니라 부관 마로였다.
“잠깐만요! 성안에서 동남쪽이라면... 그곳입니다! 성주.”
“그래 그곳이구나.”
마로와 양만춘의 대화에 내가 갸웃하며 끼어들었다.
“그곳이요?”
“지난해 큰비가 내려 성벽 쪽에 사토가 크게 무너진 적이 있다. 성벽 보수를 해야 해서 큰 역사(役事)를 벌였는데 우연히도 지하로 가는 큰 굴이 하나 나왔지.”
양만춘의 말에 뭔가가 번뜩였다.
“그럼 그 굴이 혹시 저 토산하고...?”
“어쩌면,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무표정한 양만춘의 말에 토산이 무너진 실마리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입니다! 도련님.”
횃불도 단김에 빼라고, 나는 즉시 안시성을 제집 다니듯 성내를 훤히 꿰고 있는 옥소를 앞세워 굴이 있다는 모퉁이 성벽 아래로 향했다.
“제법 큰데...?”
과연 외성 아래 모퉁이 부분에는 큰 굴이 하나 있었다.
“굴 안에서 옛 조선인들이 쓰는 물건이 나와서 막아두지 않길 잘했지.”
양만춘의 말대로 굴 옆 돌상에는 굴 안에서 출토된 것으로 추정되는 빗살무늬 토기와 비파형동검(琵琶形銅劍)이 쌓여 있었다.
‘이곳 안시성에서 고조선의 유물이 나오다니.’
청동기 유물을 보자 한때 고고학자가 되기를 희망했던 순간이 떠오르면서 좀처럼 발걸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지, 지금은 그런 걸 떠올릴 때가 아니지.
이내 목적을 상기한 나는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규모가 꽤 큰데요?”
“안에 들어가 보겠느냐? 혹여 두렵다면 입구에 마로 녀석과 있어도 좋다.”
양만춘의 물음에 나는 당연히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횃불을 든 양만춘이 앞서자 마로는 바깥에 혹시나 하는 사태를 대비해 망을 보았고, 나와 옥소는 그 뒤를 쫓았다.
한여름임에도 안은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축축한 공간이 맞이했다.
생각보다 크고 어두컴컴한 굴은 정말 토산이 공사 중인 안시성의 동남쪽 방면으로 이어져 있었다.
조금 깊숙이 진입하자, 위에 토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긴 습기가 많고 젖은 진흙도 섞여 있어, 쉽사리 무너뜨리기 어렵다.
최악이면 인력을 동원해도 어려울 수 있다.
여기서 토산을 무너뜨리자면, 누군가 이 굴 안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 다이너마이트를 크게 한방 터뜨려야 한다.
“무리다.”
굴 안을 자세히 살핀 양만춘 역시 마찬가지의 생각인지 굳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다르게 해석했다.
“여기서 놈들의 흙산을 무너뜨리려면 누군가 이곳에서 흙을 파내야 하니까요?”
“웃기는 소리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흙산의 완공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까짓 산 하나 무너뜨리자고, 안시성 주민들을 희생할 수 없다. 자칫 흙산이 아니라 이 굴만 무너질 수도 있을 거고.”
좋은 성주님답게 역시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리시겠지.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명의 안시성 사람들의 목숨이 굴속에서 토산과 함께 사라질 테니.
그때 옥소가 끼어들었다.
“흙산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안시성이 위험해집니다!”
“어허!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저도 이 안시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발언권을 주십시오!”
“누가 너보고 목숨을 걸고 싸우랬느냐? 너는 아직 어리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민가에 내려가 있거라! 이 무모한 꼬맹이도 같이 데려가면 더 좋을 거고. ”
두 사람은 그간 언제 말을 텄는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저와 도련님께 무례하십니다!”
“멋대로 안시성에 들어오겠다 난리를 부린 너희들만 하랴.”
“저희가 있어 도움이 된 게 아닙니까?”
“너희가 없어도 안시성은 무너지지 않는다.”
첨예하게 대립하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건 딱 봐도 유전이다.
같은 성벽에서 당나라 놈들과 함께 싸우다 보니 어느새 전우애라도 생긴 부녀일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없으면 수성기는 누가 지휘하겠습니까? 당의 포차에 지금보다 더 많은 성벽이 무너지면 목책으로 막기도 버거우실 텐데요. 군사들의 피해도 있을 거고요.”
“영악하긴, 남산이 네가 괜히 개소문의 아들이 아니로구나.”
양만춘이 그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래서 대체 가능한 부속품이 아니라 어디 하나라도 중요한 부분을 맡아야 하는 법이다.
그러니 내가 7년째 이석규 교수님 밑에서 붙어먹고 있는 게 아니겠어?
“무례하십니다! 그간 저와 도련님께 행한 무례한 행동에 대해 어서 사죄하십시오!”
“안 한다!”
“사죄하시래도요!”
“안 한다고!”
그로부터 한참이나 양만춘과 옥소의 말다툼은 계속됐다.
굴에서 나온 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다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안시성의 민가로 향했다.
15세 이상의 사내들은 전원 당나라군에 대응하기 위해 무장해 성벽 쪽으로 배치된 상태고, 여인들과 노인들은 집안의 사내들이 끼니를 거를까 염려해 내가 고안한 영양 주먹밥과 육포를 싸 들고 내성 밖으로 전달해 주거나 성벽을 이루는 흙이나 수성기에 쓰일 돌과 목책에 쓸 목재들을 운반하는 일에 힘쓰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성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수성하는 모습은 안시성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근원이었다.
당나라 황제 이세민이 이끄는 50만 대군과의 공성전을 벌이는 이곳에서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는 이들은 아마도 안시성 아이들만이 유일할 것이다.
내가 같은 또래의 애들도 아니고 왜 이곳을 찾았더라.
토산과 연결된 굴을 무너뜨릴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을까 하고 무작정 걷다가 이 안시성에서 가장 안전한 곳까지 와버렸다.
그곳에 때마침 흙바닥에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작은 막리지!”
그중 한 어린아이가 나를 알아보며 달려왔다. 안시성의 부성주나 다름없는 마로의 아들이었다.
“여기서 뭘 하고 노는 거야?”
“여기 요 검은 가루가 불길에 톡톡 튀기는 것이 재밌사옵니다!”
“뭐라고?”
마로의 아들과 그 친구들은 저마다 시험 삼아 내게 놀이거리를 보여주었다. 마치 폭죽이 터지듯 톡톡 튀는 뭔가가 흙바닥 위에서 불꽃을 내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자극적인 냄새. 이 고대시대의 화약 냄새를 맡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나는 서둘러 마로를 불러 자초지종을 들어야만 했다.
“아아 그 검은 가루 말입니까? 실은 저희 아버지께서 강이식(姜以式) 대모달을 보좌하는 분이셨습니다. 저건 요동에서 수나라의 황제를 물리치고 얻으신 전리품이라 하셨고요. 귀한 것 같은데 어디다 쓰는지는 모르시어 이렇게 집에 모셔두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잘못 만진 모양입니다. 송구합니다! 작은 막리지 이렇게 위험한 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말로만 듣던 수나라 시대 조약했던 원시형 화약의 일종이었다.
설마 고구려 원정을 감행한 수나라의 황제가 폭죽용 화약을 터뜨리려 가져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것이, 이곳 안시성까지 흘러오게 될 줄은 더더욱.
* * *
“출정하라!”
투둥! 투둥!
북소리와 함께 선발대 전함들이 일제히 방향을 동쪽으로 틀었다.
서기 645년 8월 15일, 크고 작은 배까지 모두 합해 1035척의 전함과 10만 2천6백의 군사를 한데 모은 장량의 평양도행군이 비사성에서 출정식을 거행했다.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계집년이 지휘하는 고구려 놈들을 모조리 수장시켜버릴 것이야!”
가장 웅장하고 규모가 큰 대장선에 올라탄 장량이 탁 하며 지휘봉을 양손으로 꼬옥 잡았다.
고구려의 해권(海權)을 완전히 장악하는 순간이 바로 오늘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