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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막리지 막내아들-25화 (2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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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토산

“폐하께서 우리 수군의 보급을 기다리고 계신다! 강남에서의 양곡은 아직 멀었느냐?!”

안시성에서 온 황상의 전령이 재촉한 뒤로 장량의 평양도행군은 바빠졌다.

그렇게 부랴부랴 배와 군사들을 한곳에 끌어모았으나, 그 탓에 군량이 떨어지는 부분을 간과했다. 비사성과 인근 성에서 빼앗은 군량도 며칠을 버티지 못했다. 이상한 동요 사건으로 고구려 놈들이 죄다 후방으로 빼돌렸기 때문이다.

“여봐라! 어찌 말이 없느냐? 소식이 아직이더냐?!”

“송구하옵니다! 대총관. 닷새 전에 듣기로 보름 후에는 반드시 출발한다고 하였사옵니다!”

장량의 질책에 행군총관 장문한이 허둥지둥 달려와 보고했다.

”보름이라니?! 어찌 시일이 그리도 걸린단 게야!“

”지난번 전달한 보급품이 그리 빨리 떨어질 줄은 몰랐다고...“

”이런 제기랄!“

짜증이 난 장량이 홧김에 탁자를 탁 쳤다.

지난번 연이어 벽류하로 보낸 부총관 설만철과 지휘관 구효충 등이 수송한 중원의 군량미가 모조리 바닷속으로 수장된 탓이었다.

“당장 전령을 다시 보내 보름까지 이 비사성에 가져다 놓으라 해!”

탁탁탁, 지시봉을 중국의 강남과 비사성을 번갈아 치는 장량은 재촉했다. 자칫 보름이 아니라 한 달 넘게 이 비사성에 갇혀 지낼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감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다니...! 내 개금의 누이동생이라는 그 계집년의 목을 기필코 폐하께 바칠 것이다!”

이제 장량이 만회할 수 있는 길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 * *

“흙을 모아라! 저 안시성보다 더 크고 높게 쌓아야 한다!”

이른 아침부터 기상한 이세민은 직접 흙을 퍼나르며 군사들의 사기를 독려했다.

공성이 장기화될수록 지쳐가는 군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황제가 직접 노동에 참여하는 것만큼이나 효과적인 일이 없었다.

이세민은 포행거의 투석에 무너지지 않는 안시성의 토대가 흙과 산으로 이루어진 성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부터는 마찬가지로 주변의 흙을 이용해 큰 산을 쌓아 점령하려는 특단(特段)의 계획을 세웠다.

“죽여주시옵소서! 황제 폐하.”

“죽여주시옵소서! 황제 폐하.”

“죽여주시옵소서! 황제 폐하.”

손에 흙먼지를 직접 묻히는 황상을 보자 전날까지 총공세를 감행하며 선봉을 맡은 이세적, 이도종, 아나사나이 등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토산을 쌓는 것이 결정되기 전, 끊임없이 마지막 기회를 달라는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 왕조부터 쓰여온 비루(飛樓), 당차(橦車), 운제(雲梯), 팔륜루차(八輪樓車)를 비롯해 모든 공성무기를 동원한 공세를 여러 차례 펼쳤다.

하지만 끝끝내 안시성을 넘지 못했다.

와아아아아아!

멀리서 울리는 안시성의 포효에 군사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황제는 말없이 삽을 들고 수레에 흙을 퍼서 쌓아 올렸다.

“신들을 죽여주시옵소서! 황제 폐하.”

“신들을 죽여주시옵소서! 황제 폐하.”

“신들을 죽여주시옵소서! 황제 폐하.”

풀이 죽은 무장들의 외침에 삽을 바닥에 떨어뜨린 이세민이 입을 열었다.

“시끄럽다!”

“페하!”

“페하!”

“페하!”

“대체 성안에 고정식 포차를 설치한 게 누구의 생각이란 말이냐? 놈들의 포차에 우리 쪽의 공성무기와 포행거가 힘을 쓰질 못하고 있는 게 아니더냐? 당차는 성문 근처에도 가 본 것이 손에 꼽는 일이고!”

짜증을 내는 이세민의 지적은 정확했다.

그 큰 요동성에도 저런 식의 수성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안시성은 작은 규모의 산성임에도 경사가 져서 공격해오는 포차의 투석에 대해 지형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데다 이제는 아예 성벽에 위력적인 포차마저 설치해 이쪽의 포차와 공성무기를 완벽히 무력화시켰다.

“놈들의 치(雉)라는 성벽 돌출부 뒤편과 성가퀴 부근에 그것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것들을 통솔하는 이가 개금의 막내아들이었사옵니다!”

“뭐어라? 또 그 개금의 막내아들이...?!”

이세적의 보고에 안시성을 향한 이세민의 눈빛이 붉어졌다.

저 성을 넘지 못하는 이유가 그저 안시성의 저항보다도 개소문이라는 강렬한 각인이 머릿속에 찍힌 탓이다.

이내 칼을 뽑은 이세민이 명령했다.

“토산이다! 전군을 토산 쌓기에 집중해 저 안시성보다 크고 높게 쌓으라! 짐이 기필코 저 성을 넘고야 말겠다!”

이세민은 기어이 최후의 수단인 산을 쌓고자 했다. 천산산맥을 낀 안시성 주변에는 흙과 목재 자원이 풍부했고, 대군을 동원해 일제히 노동을 시킨다면 한 달 안에 성과가 나올 것이었다.

이세민은 요동의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일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놈들이 토산을 눈치채고 성에 설치한 포차로 방해를 할지 모르니, 강하왕과 아사나이사이가 직접 궁수들과 기마대를 이끌고 가 놈들의 시선을 돌리거라!”

“명을 받들겠나이다! 황제 폐하.”

“명을 받들겠나이다! 황제 폐하.”

토산만큼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으려는 황제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세민은 하루라도 빨리 저 안시성을 넘어 요동 장악을 서두르고 싶어 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디딜 것이다! 장병들은 이 요동 땅을 반드시 짐에게 바치라!”

이세민의 굳건한 의지에 장병들이 일제히 읍했다.

* * *

안시성에서의 전쟁이 슬슬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와아아아아!

한번 성문을 부순 뒤로는 충차와 포차를 위주로 성을 치는 횟수가 늘었고, 양만춘은 능숙하게 대처하며 성벽이 무너지면 안에서 목책을 세우는 식으로 대처했다.

매일 규칙적으로 엄습해오는 당나라 부대와의 격전은 아직 채 성장하지 못한 나나 걸걸중상조차도 이미 익숙해질 정도로 익숙해져서 대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오늘은 기마대 말고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사옵니다! 작은 막리지.”

“그래. 오늘은 연노만으로도 충분하겠구나.”

“즉시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다!”

실탄이나 다름없는 수성기용 암석을 간만에 아낄 수 있게 되었다.

다그닥! 다그닥!

“이랴아!”

“이랴앗!”

당나라는 며칠 전 총공세를 벌이며 주력 공성무기가 상당수 파괴되자 이제는 주력보다는 오히려 거란이나 돌궐 같은 이민족 부대를 앞세워 성문 밖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었다.

쏴샤샤샤사─!

유일하게 위협이래봐야 거리를 두고 쏘는 화살이 전부다.

하지만 첫날 이미 그 솜씨를 봤듯, 이쪽의 궁수들은 일당백(一當百)이다.

“악!”

“깍!”

10발을 쏴서 10발 다 맞추는 주몽의 후예들이 적지 않음이다.

특히 저 마로라는 부관은 내가 본 것만 해도 500회 넘게 활시위를 당겼는데 단 한 번도 목표를 놓치지 않은 대단한 신궁이다.

“성주를 위해 싸우자!”

“안시성을 지키자!”

“북을 올려라!”

투둥! 투둥!

안시성이 수십 배가 넘는 당나라군과 맞서 싸우는 것이 가능했던 저력은 이미 질릴 만큼 눈에 익혔다.

평시보다 여유로운 상황에 나는 잠시 다른 곳을 보았다.

당나라 군의 소심한 공격에 비해 안시성 동남쪽 방면에 해당하는 좌측에 커다란 장막을 설치해둔 것이 너무 수상하다.

규모가 커진다면 동문 성벽에도 닿을 만큼 규모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빡! 깡! 깡!

“아오! 깜짝이야.”

그때 간담을 서늘하게 할 화살이 내가 있는 치로 여러 발 날아왔고, 철 방패가 내 얼굴 앞을 스치며 막았다.

옆에서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여인의 향기에 시선이 돌아갔다.

“여긴 위험합니다! 뒤로 물러나십시오!”

“어어. 고마워.”

오랜만에 나를 야단치는 옥소였다.

그간 양만춘 옆에서 같이 활시위만 당기고 있길래 한동안 그대로 놔두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물량공세에 종일 이곳 치와 성벽에만 머무른지라 말 섞은 지도 제법 오래됐는데 나를 신경 쓰고 있을 줄은 몰랐다. 뭐 그 덕분에 궁예가 되는 일은 없었기에 고마웠다.

“개금의 막내아들이 저쪽에 있다!”

“화살을 쏴라!”

대놓고 이쪽을 노리는 이민족 기마 부대의 위협에 나는 걸걸중상을 시켜 지금보다 더 수성기를 뒤로 물리라 했고, 옥소의 호위를 받으며 양만춘이 있는 성벽 쪽으로 달려갔다.

“남산아, 놈들이 저기다 산을 쌓고 있다고 했지?”

나와 같은 것을 느낀 양만춘이 동남부 좌측 장막을 가리키며 물었다.

“예. 그럴 겁니다. 지금 성으로 달려오는 군사는 우리의 눈을 속이기 위한 미끼일 거고요.”

“미끼치고는 제법 크게 날뛰고 있구나.”

“그게 저들의 습성이 아니겠습니까?”

쿠-웅! 쿠-웅!

아니나 다를까 저쪽에서 북소리가 울렸고, 이민족 부대가 물러가더니 이내 당나라 군사들이 성과 약간의 거리만 둔 채 안시성을 마구 비웃기 시작했다.

“이 겁쟁이 까우리 놈들아!”

“고구려 오랑캐들은 성 밖에 나올 용기가 없느냐?!”

“그 낯짝들이 무슨 꼴이냐?! 성안에는 양곡 말고 별다른 먹을 것도 없느냐? 이런 닭 같은 거 말이다!”

“불쌍한 놈들! 크하하하하!”

안시성에서 치러지는 공성전이 길어지자 불과 며칠 전부터 시작된 당나라의 이상 행동이었다. 놈들은 고함을 치며 이쪽을 비웃거나, 가축들을 끌고 와 보이며 자랑까지 했다.

아마 지금 고생하는 안시성의 사기를 떨어뜨리게 하기 위한 목적이겠으나 칼로 물 베기 하는 짓이었다.

“푸하하하하!”

“웃기는 당나라 놈들! 지들이 우리보다 낫다고?”

“저런 더러운 것들만 먹는 놈들이 무슨!”

“네놈들이나 오랑캐들이겠지!”

왜냐하면, 안시성은 지금 내 같잖은 주방 경험으로 고대인치곤 나름 잘 먹고 있었으니까.

“이 떼놈들아! 너흰 여기 이 양꼬치가 보이지 않느냐!”

“여기 닭 다리도 있다! 이놈들아!”

“너흰 산닭을 잡고 있지만 우린 그걸 입에 맞게 마음껏 조리할 수 있다! 여기 이 닭탕이 안 보이느냐?!”

그 덕분에 당나라 놈들에게 대응하는 안시성 군사들의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내가 가르치고 조리한 음식들을 성 밖으로 내보이며 자랑하는 안시성 사람들을 보며 나는 뿌듯했다.

“꿀꿀!”

“꽥꽥!”

안시성은 적당히 가축들을 보이며 오히려 그 가축들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고는 역으로 저마다 당나라 놈들의 기죽이기를 시도했다.

물론 그곳에 내가 빠질 수야 없었다.

이런 기회를 아직 어린이엔 내가 놓칠 수가 있으랴.

“야 이 서토의 오랑캐 놈들아! 너희 나라엔 이런 음식이나 있느냐?!”

나는 전날 밤 푹 끓인 삼계탕과 도축한 삼겹살을 선보이며 누구보다 가장 열심히 당나라 놈들을 약 올렸다.

오히려 장기간 고구려 원정을 감행하며 제대로 휴식도, 전리품도 얻지 못한 놈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이만한 기회도 없을 것이다.

또 중원말까지 구사하니, 통역 없이 직접 듣는 그들의 사기를 나만큼이나 제대로 떨어뜨릴 수 있는 이도 몇 없을 거였다.

“여기 이 진한 육즙이 보이지 않느냐?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이놈들아! 너흰 평생 이런 음식을 먹어본 적은커녕 구경조차 하지 못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비루한 인생들이 아니냐? 이 먼 타지에서 참으로 고생만 하는 딱한 놈들이로다!”

내가 후루룩하며 맛있게 먹자 그 모습을 본 놈들의 야유가 일순 멎었다. 수백 명이 아주 대놓고 내 먹방에 침을 꼴깍 삼키며 입맛을 다셨다.

이어서 내 행동에 깔깔 웃으며 안시성 사람들이 저마다 따라 했다.

육즙이 흘러넘치는 고기를 양손으로 물고 찢고 하는 이들이 성벽 위로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진짜 고기라는 거다!”

“이 철철 흐르는 육즙을 보거라!”

“고기즙이 내 입안에 가득 괴어 있다!”

“입에서 살살 녹는구나!”

그렇게 얼마쯤 나와 안시성 사람들의 먹방을 구경했을까, 이후 보고를 받았는지 야유를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도종과 부관 부복애가 깜짝 놀라며 급히 군사들을 물렸다.

나와 안시성 사람들은 허둥지둥 돌아가며 이곳을 힐끔 거리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히죽거렸다.

이제 저 군사들은 각자 지정된 막사에 돌아가 안시성이 얼마나 잘 처먹고 지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깨닫게 되리라. 이세민이 직접 수레를 나르며 토산 쌓기로 얻은 사기는 반드시 다시 떨어질 것이다.

“......”

안시성 군사들이 기뻐하는 한편, 좌측에 가려진 장막을 바라보는 양만춘의 미간이 좁혀졌다.

당나라의 본격적인 토산 쌓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성주! 제게 군사를 내어주십시오! 오늘 밤이라도 이세민이를 암살하든, 저 산을 무너뜨리든, 이 전쟁을 끝내겠사옵니다!”

그때 양만춘에게 다가가 나선 이는 부관 마로였다.

나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기록에도 남은 안시성의 이세민 암살 작전을 주도하려는 이가 저 마로라는 사실을.

현대에 남은 안시성의 자취를 찾았던 나는 그것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성을 포위한 지 오래어, 성 중에 밥 짓는 연기가 날로 미약해지는데, 지금 닭 돼지가 심히 시끄러움은 반드시 군사들을 잘 먹여 밤에 나와 우리를 습격하는 것이니 마땅히 군사를 엄히 하여 이에 방비하라!

전장 상황에 누구보다 민감한 이세민은 이에 대한 발 빠른 대처를 지시했다.

밤이 되자 안시성 병사 수백 명이 몰래 줄을 타고 내려왔고, 정말 이세민의 말처럼 안시성 군사들은 야간 기습으로 당을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던 당의 역습을 받아 수십 명이 살해되고 말았다.

얼마 안 되는 수라도 저 신궁인 마로를 포함한 안시성의 정예 별동대가 괴멸한 심각한 타격이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실행에 옮긴 것이겠지만, 토산을 마주한 양만춘과 안시성 지휘관들이 어느 정도 위기감을 느꼈기에 그런 무리수를 두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는 나는 즉시 결사반대했다.

“오늘 우리가 놈들을 비웃었으나, 당의 황제는 치밀한 잡니다. 그런 야습에 대한 방비를 하지 않을 리 없으니 부디 철회해 주십시오!”

“하지만 삼공자! 그럼 저 산이 다 완공될 때까지 그저 손 놓고 구경만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마로의 말에 일순 분위기가 싸해졌다.

마로의 물음에 고심하던 양만춘과 그 휘하 무장들의 시선 역시 내게 모였다.

역사의 물음표에 마땅한 해결책이 선뜻 생각나지 않았다. 일단 이 위험한 도박을 깨기 위해 뭐라도 말은 해야 하니, 그저 알고 있는 것만 내뱉을 뿐.

“저들의 흙산이 완공될 때까지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래서 놈들이 이 안시성을 넘었다 자만할 때 흙산은 절로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이냐?”

양만춘과 마로를 비롯한 안시성 무장들은 내게 계속해서 관심을 가졌고, 나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저를 믿어보십시오.”

그저 믿어 달라는 말을.

이제는 정말 뭔 수를 생각해내야만 했다.

* * *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며칠 후 이세민은 갑자기 토산 예상 완공일이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급히 무장들을 시켜 조사하게 했다. 그 결과,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최종 보고를 받았다.

“안시성의 가축 소리와 살코기를 뜯어 먹는 모습을 보고 온 군사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새어 나가면서 그런 일이 벌어졌사옵니다.”

“강하왕께서는 지금 군사들의 한심한 정신 상태를 폐하께 보고하는 겁니까?”

장손무기의 질책에 이도종이 고개를 숙였다. 안시성 놈들의 시선을 돌려 토산을 눈치채지 못하게 부관과 머리를 맞대어 나름 없는 짱구를 굴려 별의별 작전을 짜보았지만, 이런 식으로 역효과가 날 줄은 몰랐다.

“장량은 대체 무얼 하는 게야! 백암성과 건안성에서의 소식은 아직이라더냐?!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성을 취하여 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하거늘...!”

말을 질질 끄는 이세민은 안시성에서 머무는 시일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졌다. 한곳에서 머무는 전쟁의 장기화는 보급의 문제뿐만 아니라, 군사들의 사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눈앞에 안시성 탓만 하고 있을 군번이 아니었다.

또 자신의 친정이 길어진다면, 후방의 설연타와 서돌궐이 어떤 생각을 가지게 할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다.

이세민은 해상권 장악에도 필요 이상의 시일이 걸리면서 답답해졌다.

“토산 공사에 제일 공을 세운 이들을 뽑아, 짐이 비단을 내린다 전하거라!”

당장 안시성의 술수에 사기가 떨어졌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회복하면 그만이다.

“토산이다! 이제는 정녕 토산뿐이다!”

그 말이 있은 직후, 이세민은 보급 부대까지 포함한 50만 명의 인력을 동원해 주야를 쉬지 않고 인공산을 쌓았다.

성벽보다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안시성을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짐과 당나라를 모욕한 안시성과 개소문의 아들을 내 가만두지 않겠다!”

나날이 토산의 토대가 쌓여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이세민. 그의 눈동자에는 안시성의 붕괴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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