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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고구려의 아카데미
“남산이가 연무장에 나왔다고?”
“예. 큰형님. 제법 반성을 하는 눈치였습니다. 이만 노여움을 푸시지요.”
“.....”
이른 아침부터 우연히 시종 옥소를 따라 대문 밖으로 나선 아우 남산을 엿본 남건은 어린 동생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아랫것을 시켜 물어보니 태학에 가 있다는 얘기마저 듣고는 급히 기마하여 도성 밖에서 순행하는 큰형 남생을 찾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어린 것이 태학에 가는 일도 있겠습니까?”
“그 문제아가 연무장에 이어 태학이라? 허!”
“...큰형님?”
헛기침을 내뱉은 남생이 휙 말머리를 돌리며 말했다.
“남건이 네가 네 동생 아끼는 마음을 내 모르는 바는 아니나, 농이 과하구나!”
남건은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성낸 채 가버리는 큰형 남생을 그저 쳐다볼 뿐이었다.
* * *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 나온 연예인을 본 적이 있었다. 신인이었는데, 아버지가 극동그룹 사장이라는 걸 알고 눈빛이 변하는 출연진의 반응을.
나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에서 조금 다른 반향으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작은 공자가 또 무슨 망나니짓을 벌이는 거 아니야?”
“앞으로는 실무에 맞는 교육이라니, 귀족들에게 대체 무슨 짓을 시키려고?!”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조금 전에 작은 공자가 뽑은 칼 못 봤냐? 무려 대막리지의 보검이잖아? 태왕 폐하도 시해한 그 칼이라고!”
“그게 사실이야?”
“쉿! 조용히 안 하냐? 너희도 뒤지고 싶어?”
고구려 국립학교이자 한국 학교 교육의 시초인 태학(太學).
그곳에 소속된 귀족 학생들이 서로 섬뜩한 얼굴로 속삭이고 있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그들은 아는 것이다.
이 나라의 대세가 누구인지.
“태학박사는 들으시오.”
“예. 대막.. 아니, 작은 막리지.”
“작은 막리지?”
“아아, 송구하옵니다. 소인이 말실수를 한 듯싶사옵니다.”
“아니.”
“...예?”
“나쁘지 않으니 그렇게 부르시오.”
“...아아, 예에 예에.”
스승이 하면 제자들이 따라 부르기 마련이다. 나는 태학박사와 그를 따르는 조교 학사들을 따로 불러 모았다.
“앞으로는 보다 고구려 실정에 맞는 실무적인 교육을 하여야 하며, 그대들은 태학의 우두머리로서 마땅히 이를 지침으로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명심하겠사옵니다.”
“.....명심하겠사옵니다.”
“민생은 이 나라의 근본이요, 나아가 고구려의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민생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찌해야겠습니까?”
“예?!”
“그, 그것은...”
연개소문에게 협력하기로 했으며, 그저 소형(小兄) 이상의 관등을 가졌고 학식이 두텁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특기가 없는 현 태학박사와 조교들.
뚝심 있는 이문진이 거세를 당한 뒤 갑작스레 태학의 수장이 된 그들은 자신들이 왜 이런 것을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살짝 발끈하듯 말을 이었다.
“태학박사는 그런 고민도 없으면서 고구려 5부 귀족의 자제들을 가르친단 말이오? 그러고도 박사라는 자리에 오를 만큼 자격이 있소이까?”
“소, 소인은 그저 유학의 도리와 나라의 역사, 그리고 경전을 읊으며 조상들에 대한 기백과 정신을 일깨워주는 것만을 하라고 하셨던지라...”
“이런 한심한지고. 내 그대가 고구려의 교육을 담당하는 책임자라는 것이 부끄럽구려.”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말씀만 하시옵소서. 작은 막리지께서 하시는 말씀은 대막리지의 뜻과 같사오니, 이를 어찌 시행하지 않겠사옵니까?”
응당 그렇게 나와야지. 하지만 지금은 철제농기구조차 귀하게 취급받는 고대시대.
지금 고구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이 시대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모든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슬슬 입이 편해졌는지 나는 태학박사에게 완전히 말을 놓아버렸다.
“당나라는 크고 강대하나 우리는 저들처럼 크지 않소. 하나 그 기상(氣像)은 하늘에 이르렀고, 중원을 호령했던 고구려인이라면 누구에게도 머리를 조아리지 않소이다.”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앞은 긴장감 좀 조성할 겸 살짝 연개소문의 사상을 풀어 놓고 놔서.
“정신은 이만하면 충분하오. 이제 그 정신을 가진 고구려인의 수를 늘려야 하지 않겠소?”
“고, 고구려인의 수를요?!”
“그렇소.”
“하, 하옵시면...”
반문하는 걸 보니 이제 본론에 들어가야겠다.
“우선 식량 문제를 해결해야겠지. 고국천태왕 때 국상(國相) 을파소(乙巴素)의 건의로 진대법(賑貸法)을 시행하였으나, 지금은 일부 귀족들로 말미암아 여러 폐단이 일어나 오히려 민생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먼저 그것부터 잘못된 것을 가르쳐야겠지요.”
“하나 이를 교육한다는 것은...”
귀족 자제들에게 부모가 하는 뻘짓을 가르치라는 것. 한마디로 나라의 정책을 이용해 호의호식(好衣好食)을 누리는 이들에게 제 잘못을 일러주라는 뜻이었다.
조선 후기 삼정(三政) 중 환정(還政)의 문란쯤으로 보면 되려나.
“어허! 일부 귀족들이 나라의 법을 이용해 고리대금(高利貸金)이 성행하고 있으니 궁 밖에는 저마다 백성들의 등골이 휜다는 말이 나오지 않소이까?”
“하나 그것은...! 아, 아니옵니다!”
일부러 진왕의 보검을 만지작거리며 할 말을 하자 변명하려던 태학박사의 입이 쏙 들어갔다.
“만약의 만약을 위한 식용 구황작물(救荒作物)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를 목장을 대대적으로 늘려야겠습니다. 무사들이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이 필수이니 닭 가슴살과 육포를 일상적인 식이용으로 소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자, 잠시만요! 다, 단백질? 닭 가슴살과 육포요?”
말보다는 행동이라고, 나는 전날 집안에서 정성스레 작성한 대략적인 틀을 태학박사에게 전달하고 이해시켰다.
글도 글이지만 옆에 삽화까지 함께 넣어주었으니 어린아이라도 알아먹을 수 있도록 정성껏 만들었다.
물론 이것이 귀족들의 귀에 들어가면 자칫 소란이 일수 있겠지만, 진왕의 보검을 가진 나는 연개소문이라는 고구려에서 가장 강력한 뒷배를 둔 몸이나 다름이 없었다. 즉, 다시 말해 하나도 두려울 것이 없는 망나니 새끼라는 거다.
“태학에서는 이를 조용히 시행하되 혹여 말들이 나올 시 대막리지의 이름을 댄다면, 그 누구도 그대에게 뭐라고 하는 이는 없을 것이오.”
“며, 명심하겠사옵니다.”
태학박사는 그제야 안심한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다시 이곳을 찾을 때 일의 진행 상황과 성과를 반드시 물을 것이니 하루를 금과 같이 여기며 책임을 다해주길 바라오.”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나는 이해를 마친 태학박사와 조수 학사들을 향해 미소로 화답했다. 고구려의 변화는 결국 태학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 * *
“박사님. 정말 이대로 되는 겁니까? 자칫, 이를 다른 귀족들이 알기라도 하는 날엔...”
“저도 조금 불안합니다. 도성에 삼공자에 대해서는 워낙 괴팍하고 안 좋은 소문이 있는지라...”
“에끼! 자네들 지금까지 작은 막리지의 말을 허투루들 들으셨는가? 자그마치 대막리지의 명이라 하질 않는가! 귀족들의 불만이 뭐가 그리 대수야? 목이 잘려나가고 싶지 않거든 지들 손해인 거지!”
조교들을 야단치는 태학박사의 눈빛이 변했다.
‘내 그날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
남산에게 호된 꾸짖음을 당해 정신이 번뜩 깨어난 탓일까.
오늘 남산을 만난 태학박사는 흠뻑 젖은 땀을 닦으며 2년 전의 참상을 떠올렸다.
-오늘부터 당(唐)과는 화친이다! 당의 황제가 원한다면 을지문덕(乙支文德)의 승전비를 허물어버리고, 수나라 포로 1만 명을 풀어줄 것이다. 나는 저들의 책봉서를 받는 것에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황제의 요구대로 고구려의 강역이 기록된 봉역도(彊域圖)를 주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야. 내 친히 태자를 당에 보내 고구려 태왕의 의지를 천명하려 한다.
-그것은 결단코 아니 될 일이옵니다! 태왕 폐하!
대당 강경파 연개소문과 온건파 영류태왕과의 피할 수 없는 대립.
당시 태왕은 연개소문의 영향력이 취약한 서쪽 천리장성 축조로 보내 그간 불만을 품은 귀족들과 함께 요동 세력을 이용해 그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짰었다.
그러나 그 소문이 곧 연개소문의 귀에 들어가고 만다.
-고구려를 위해 이만 죽어주셔야겠사옵니다.
천리장성으로 떠나기 전, 동부대인의 지위를 내놓겠다는 군대 사열식을 열어 정적들을 안심시킨 후 속전속결로 일으킨 정변.
고구려 태왕과 100여 명에 달하는 실세 귀족들이 하루아침에 학살당했다.
분노한 연개소문은 태왕의 시신을 몇 조각으로 토막 내어 구덩이에 던져버릴 만큼 대내외에 잔혹함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을 따르지 않는다면, 고구려의 지존인 태왕일지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군부와 살아남은 귀족들에게 보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사님!”
“하나, 막내 공자의 말만 믿고 따르기에는...”
“네놈들은 아까 그 작은 막리지가 가져온 것들을 보고도 그리 생각하느냐?”
“예?!”
“그, 그건...”
태학의 조교들은 남산이 가져온 자료들을 훑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게 꽤나 구체적이었다. 중요 곡식류에 대해 간단하면서도 그럴듯한 기술이 적힌 선진적인 농서, 각종 식용 목장의 형태나 구성들. 식재료 조리법, 그 이외에도 처음 보는 구황작물의 재배법과 유목민들이 이동하면서 식량으로 쓸 수 있는 형태의 건조된 육류 만드는 법 등 도무지 어린아이가 작성했다고 할 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노, 놀랍사옵니다!”
“이걸 대체 그 어린 공자가 어디서 가져오셨는지...”
책에 파묻혀 살며 고구려 안에서도 배운 자들만이 알 수 있는 내용들.
아직 할 말이 남은 태학박사의 주름이 짙어졌다.
“무엇보다 동부대인임을 상징하는 그 보검. 그건 대막리지가 궁에 입궐한 이래 한시도 몸에서 떼고 다니지 않은 것일세. 그걸 작은 공자에게 주었다면, 그게 무얼 의미하겠는가?”
“예에?!”
“호, 혹시...!”
탄식을 내뱉은 조교들은 그제야 태학박사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어쩌면, 연개소문은 대공자 연남생 말고도 또 한 명의 후계자를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것도 망나니인 척 둔갑시킨 영악(靈惡)하면서도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막내아들을...!
“지금 줄을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장차 그 망나니에게 보복을 당할 수도 있음이야.”
“.....!”
“.....!”
태학박사의 경고에 다른 조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 * *
“오늘 아침에 제게 맡겨두신 서책들이 대관절 무엇이길래 태학박사와 조교들이 그토록 놀라는 겁니까? 거기다 함부로 대막리지의 이름을 쓰다니요?! 이를 대막리지께서 아시는 날에는 정말 큰일 나십니다!”
“아 귀 따가. 거 참 시끄럽네. 대막리지께서는 시종이 그런 것도 신경 쓰라 가르치셨나?”
“도련님...!”
“옥소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어. 하지만 말이야, 나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라고. 내가 그냥 장난이나 치려고 아버님을 뵙고 태학에 간 것 같아?”
남산을 바라보는 옥소는 흔들렸다. 태학에서 거창하게 조잘거리던 남산을 보자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조금은 든 탓이다.
또 항상 보아왔던 왈패들과 어울린 것도 아니고, 지난번처럼 아녀자를 희롱하거나 놀이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 말대로 안학궁에서 연개소문을 만난 뒤로 찾아간 곳이 무려 고구려의 대표 교육기관인 태학(太學)이었으니까.
망나니의 새싹이라 불리는 남산과는 전혀 어울리는 곳이 아니었다. 장난삼아 귀족들의 수업을 방해하나 싶었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이론과 경론 중심의 교육에 탈피하여 실무에서 힘을 쓸 수 있는 것을 가르치라 태학박사를 독려하기까지 했다. 대막리지의 이름을 빌린 것이 유일한 흠이었을 뿐, 크게 지적할 건 또 아닌 셈이다.
‘이 쬐끄만한 말썽꾸러기가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저러는 걸까?’
요 며칠 남산이 남산 같지 않다는 기분이 드는 옥소였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습니다! 작은 막리지.”
옥소는 남산을 따라 궁궐 마구간 앞에서 기다리던 걸걸중상 일행들을 만나고는 입이 떡 벌어졌다.
‘저것들이 이곳까지 왔어?!’
하루아침에 일어난 변덕.
옥소가 기억하는 평소라면 냄새나는 것들이라며 절대로 가까이하지 않을 이들을 남산은 어느새 일일이 불러내며 관심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또 저들을 꾀어내어 무슨 장난을 치려고 저러나 싶었는데, 남산은 오히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기억하며 성대하게 대접해 주는 한편, 마치 오래 알고 지낸 동무처럼 잘해주기까지 했다.
어제는 시종들이나 들락날락하는 부엌에서 손수 음식을 해주는가 하면, 대성산(大城山) 일대에 올라 달음박질하고 뛰어놀며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남산이 벌인 그간의 잘못을 사과하는 수준이 아닌 셈이다.
동부대인 가문의 명패가 아니라면 감히 출입조차 할 수 없는 안학궁(安鶴宮)에 저 말갈 혼혈인 별종과 천한 신분들이 궁궐 마구간까지 제집 드나들 듯 다니니 말 다 한 일이 아니겠는가.
“대막리지는 잘 뵙고 오셨습니까? 작은 막리지.”
걸걸중상의 인사에 남산이 능청스럽게 화답했다.
“그러엄. 아버님의 강건한 모습을 마주하니 누구도 함부로 고구려를 가히 넘보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드는구나.”
“아버님을 생각하는 작은 막리지가 대견스럽습니다!”
“작은 막리지의 비도술을 보셨다면 대막리지께서 크게 기뻐하셨을 것입니다!”
“그나저나 너희들도 날 그렇게 부르는구나. 하하하.”
걸걸중상 일행이 남산을 부르는 호칭에 남산이 까르르 웃었고, 옥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작은 막리지?”
“으음?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그때 옥소의 눈치를 보는 걸걸중상을 향해 남산이 대신 웃어넘겼다.
“잘못되긴, 옥소도 차차 익숙해질 거다.”
옥소는 묘한 불쾌감이 들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리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 버렸다.
“어딜 가시겠습니까? 어디를 가시든, 저희는 작은 막리지를 따르겠습니다!”
“작은 막리지를 따르겠습니다!”
“작은 막리지를 따르겠습니다!”
걸걸중상과 그 일행 소년들의 외침에 옥소는 정해졌다는 듯 사뿐히 말머리를 평양 동쪽 연개소문의 동부가로 돌렸다.
“?”
그런데 옥소를 제외한 아무도 말머리를 그쪽으로 돌리지 않는다.
허공을 바라본 남산이 당차게 입을 연 것은 바로 잠시 후였다.
“우리는 평양을 떠나, 요동으로 갈 것이다.”
그 말이 떨어지자, 옥소는 그만 입을 다물질 못했다.
* * *
신라 당항성(黨項城). 아리수(阿利水:한강)를 따라 들어오는 1척의 당나라 배에 김춘추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곧 있을 당나라 사신과의 만남.
2년 전 연개소문을 찾아간 김춘추는 맏딸 고타수와 사위 품석의 원수를 갚아줄 나라는 고구려가 아니라 오직 당나라임을 확신했다.
“당의 황제를 도와 먼저 고구려를 치고, 기필코 원수 백제를 멸하리라!”
선착장에 내리는 당나라 사신을 보며, 주먹을 굳게 움켜쥔 김춘추의 두 눈이 충혈된 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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