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딱대격투천재의 탄생-189화 (189/203)

< 189화_차이점 >

1.

-카이서스 Vs. 강해서! 볼거리 풍성한 연말. 꼭 챙겨봐야 할 매치 TOP3!

-최두호와 학센의 3차전! 과연 미스터 최는 이번에도 학센을 꺾고 미들급 왕좌를 찬탈할 수 있을 것인가!

-노장의 도전! 현 WFC에 등록된 선수 중 고령 파이터 TOP5안에 드는 미스터 최의 타이틀 도전!

-학센 담당일진? 최두호가 학센에게 이기는 이유 전격 분석!

-정상 결전! 카이서스와 미스터 강의 복싱 VS. MMA!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 미스터 강은 지금 어디에?

-학센. ‘최두호는 이제 늙어 은퇴를 기다리는 늙은 늑대일 뿐. 그의 마지막 숨통을 물어 뜯어줄 것.’

-복싱 레전드 조지 파울로. 미스터 강이 그를 찾은 까닭은?

-카이서스의 프로모터 켄달 단독 인터뷰. ‘세상은 카이서스라는 복서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그의 위상은 빙산의 일각일 뿐. 두 달 뒤 전 세계는 전무후무한 복서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부디 미스터 강이 최대한 오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카이서스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도록.’

┗와 시간 왜 이렇게 안가냐... 미치겠다

┗정신과 시간의 방인가. 아직 10월 말이라니...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일단 최두호 시합 있다! 두호 형 복귀전 기다리면서 존버탐!

┗정태양 선수 시합도 볼만할 듯? 팀 피스트 소속이잖아. 개재능충이겠지

┗말이라고 하냐? 20대 초반에 WFC 라헤 진출이면 개재능이지;;;

┗근데 카이서스랑 강해서는 진짜 누가 이길까?

┗난 그래도 카이서스 한표 던진다. MMA면 강해서겠지만 복싱이잖아

┗강해서정도 되면 므마나 복싱이나 별 차이 없지 않냐?

┗ㄴㄴ 개솔. 복싱은 복싱만의 매커니즘이 있음. 그걸 모르면 절대 못이김

┗ㅈㄹ 그딴거 몰라도 우리 갓-해서는 피지컬로 동양챔피언 찍어눌렀음~

┗조던이랑 카이서스랑 급이 같냐? ㅈㄴ 복알못새끼들

┗형아들. 그것보다 학센이랑 최두호 시합 예측좀 해봐줘. 누구한테 걸까?

┗토토충 아웃! 니 인생이 나락에 빠진다는거에 걸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격투기 혹은 복싱 관련 커뮤니티는 뜨거운 주제들로 시끌시끌했다.

연말이라는 특수에 풍성한 빅 이벤트까지 함께했으니 너튜브고 커뮤니티고 관련 정보들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오는 상황이었다.

그중 절반 가까이는 나와 카이서스의 복싱 이벤트 매치 이야기. 나머지가 두호 형과 학센의 3차전 이야기였다.

나와 카이서스야 지금 가장 핫한 선수들이자 불패의 아이콘. 복싱과 MMA를 대표하는 이미지였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관심이 몰렸고, 두호 형과 학센의 경우에는 학센이 워낙 팬덤이 크고 이슈를 몰고 다니는 편이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래서 두호 형에게 혹시 부담감은 없는지,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싶어 오랜만에 전화했는데

-부담? 글쎄...

대답이 애매했다.

확실히 두호 형이라도 위치와 나이. 여건 등을 생각해보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으려나 싶었다.

-확실히 이기고 지는 부담은 없어. 내가 아무리 잘해도 상대가 더 많이 준비했고 노력했으면 지는 거지. 그건 어쩔 수 없어.

“그러면 다른 부담이 있다는 거에요?”

-당연하지. 이기든 지든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일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컨디션 조절이 예전처럼 아주 날카롭게 되지가 않아. 시합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을까 봐. 준비한 것들을 시합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까 봐. 세계에. 유안이에게. 지더라도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까 봐. 그건 조금 부담이 된다.

“흐음.”

꽤나 두호 형 다운 걱정과 부담이었다.

타인이나 외부의 환경에 의한 부담이 아니라 스스로에 의한 부담이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부담은 형뿐만 아니라 학센도 안고 있을 테니까. 오히려 학센은 승패 자체에 대한 부담도 가지고 있을 테니 그 압박감이 훨씬 더 클 거에요.”

-...그래.

“그리고. 분명 준비한 모든 걸 다 보여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러기 위해 준비하고 있잖아요.”

학센과의 2차전까지는 모두 타격을 위주로 경기를 운영했지만, 이번 3차전에서 두호 형이 중점적으로 준비하는 전략은 그라운드였다.

타격은 아무래도 변수가 많았기에 시합 중 잘못된 판단 한 번으로 두호 형의 우려처럼 준비한 것을 미처 보여주기도 전에 게임이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라운드는 비교적 변수라는 놈이 적었고 거기까지 끌고 가기만 한다면 누가 더 그래플링을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했느냐로 승패가 나뉘는 경우가 많았다.

두호 형의 타격이 학센에게 모자라지 않았기에 그의 타격을 조심하며 그래플링으로 잘만 끌고 간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맙다.

“...네?”

-미들급. 라이트헤비급. 그리고 헤비급까지. 최초로 3개 체급을 제패한 살아있는 전설이 해주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정말 힘이 된다.

“아아. 하하하. 그럼요. 현역이잖아요. 제 눈은 정확해요.”

-그래. 그래서 힘이 된다.

그 말을 끝으로 두호 형은 잠시간 침묵을 지켰고 나 또한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해서야.

“넵!”

뭐라도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떼려는 순간 날 부르는 두호 형.

순간 기다렸다는 듯 0.1초의 딜레이도 없이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정말 고맙다.

“...”

벌써 5년. 이제 곧 6년인가.

두호 형이 날 격투기라는 세상으로 이끌어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세계라는 무대를 보여준 게.

내가 흔들리고 확신을 가지지 못할 때. 항상 힘이 되어주고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굳건히 자리를 지켜줬던 두호 형.

“제가 고맙습니다. 진짜.”

과연 예전 스트리트파이트 출연 이후 내가 격투기를 한때의 헤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등한시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웹 소설 작가로 변변찮은 돈벌이를 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웹 소설을 때려치우고 적당히 취업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을까?

확실한 건 어떤 방향으로 진로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아름이와 같은 상대와 결혼을 준비하는 미래는 도래하지 않았을 거라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두호 형은 진짜 내 인생의 은인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새끼. 고마우면 이겨. 카이서스. 그를 뛰어넘는 명성을 쌓아.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도 올라갈 테니까. 격투 천재 강해서를 탄생시킨 사람으로.

“하하하. 그게 뭐예요. 격투 천재라니. 유치하게.”

그래도 나쁜 어감은 아니었다.

격투 천재의 탄생이라.

언젠가 인터뷰 내용으로 써먹을 수도 있겠다. 5년 전 두호 형의 손에 이끌려 처음 팀 피스트를 찾았을 때. 그때야말로 격투 천재가 탄생한 순간이라고.

“형이야말로. 꼭 이기세요. 아니지. 후회 남지 않는 시합을 해주세요.”

-말 바꾸기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질 생각은 없다. 두 번이나 이겼던 상대에게 지는 것도 참 멋없는 일이니까 말이지.

“하하. 시합날은 어떻게든 시간을 내볼게요.”

-뉴욕에서 굳이 라스베이거스까지 올 것 없다. 그냥 멀리서 응원만 해.

“일단 보구요.”

확실히 11월 초면 나도 한창 경기 준비 중일 시기이긴 했다.

그래도 두호 형의 마지막 시합이 될지 모르는 시합이었다. 이기든 지든 어쩌면 이번이 현역으로 서는 마지막 무대.

나는 그걸 두 눈으로 직접 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난 다시 훈련하러 간다.

“저도 가봐야 해요. 파이팅하세요. 태양이한테도 안부 전해주시구요.”

-그래. 파이팅해라.

“넵!”

그렇게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통화가 끝나고.

“후우...”

나는 다시금 복싱 글러브를 조이며 훈련에 돌입했다.

“헤이. 미스터 강!”

아니. 돌입하려 했다.

조지 파울로가 날 부르지만 않았다면.

*

‘흠...’

조지 파울로.

그는 전직 WBA 헤비급 챔피언으로서 복싱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살아있는 레전드 복서 중 하나였다.

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은 그의 현역 시절 커리어보다 지도자로서 전향한 이후 그의 업적을 더욱 높이 사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발굴해낸 선수 중에 ‘위대한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황제 카이서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부터 신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조지는 은퇴 이후 친하게 지내던 교인들과 함께 아프리카 빈민국들을 돌며 봉사활동을 했다.

구호품을 나눠주고 아이들에게 간단한 복싱을 가르쳐주기도 하며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정리했던 나날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인연이 바로 카이서스였다.

남수단 외딴 마을에서 만난 아이는 앙상하고 굶주려있었지만 조지 파울로도 놀랄 만큼 재기 넘쳤다.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재능.

봉사활동 기간 잠시 가르친 복싱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조지는 카이서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후견인이 되어 제대로 복싱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은퇴 이후 지도자로 나갈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볼 것인지 같은 스스로에 관한 고민은 더이상 없었다.

아프리카 외딴 땅에서 만난 하늘이 내린 재능을 어떻게든 세상에 선보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게 복싱황제 카이서스의 시작이었다.

‘...그런 만남. 내 생에 두 번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조지 파울로는 최근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동양인. 강해서였다.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다. 그런 건가?’

조지의 입술은 꽤나 씁쓸한 감정을 표현하듯 말려 올라갔다.

만약 저런 선수와 같은 세대를 살았다면 내게 챔피언이라는 영광은 허락되지 않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이! 미스터 강!”

강해서를 한참 동안 지켜보던 조지는 그가 통화를 끝내는 걸 보고는 다시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크게 불렀다.

“넵!”

동양인이라 그런지 빠릿빠릿하고 싹싹하게 뛰어오는 모습이 예전의 카이서스를 떠올리게 했다.

조지가 최초 강해서를 불러들인 건 그리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가 본 카이서스는 도저히 같은 인간이라는 종으로 분류할 수 없을 만큼 천부적인 어떤 재능을 가진 존재였다.

그가 발굴했고 키웠음에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재능.

그렇기에 그가 정상에서 느끼고 있는 고독과 허무함을 그 누구보다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람 또한 조지였다.

그러던 중 그의 귀에 들어온 게 최근 카이서스가 관심을 보인다는 동양인 MMA 선수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점점 자주 조지의 귀에 들어오더니 결국 카이서스와의 복싱 이벤트 매치를 가진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왔다.

그래서 찾아봤다. 강해서라는 동양인 MMA 선수의 시합들을.

‘확실히 대단한 재능을 가진 선수라고 생각했지. 잘만 가르치면 카이서스에게도 충분히 긴장감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포텐셜을 가진 선수. 상대가 없어 복싱 자체에 흥미를 잃은 카이서스에게 다시금 일말의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연료. 딱 그 정도가 내가 생각했던 강해서라는 선수였어. 그런데...’

강해서가 조지를 찾아온 지도 어느덧 2주를 넘어 3주가 다 되어가는 시점.

조지는 강해서라는 선수의 재능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하다는 걸 근 보름이라는 시간에 걸쳐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조지?”

강해서는 조지가 자신을 불러놓고 한동안 말이 없자 잠시간 기다린 후 그를 불렀다.

“아아. 미안해. 잠시 생각을 정리하느라.”

조지는 그제야 상념에서 벗어나 강해서를 올바르게 직시했다.

“오늘부로 기초는 그만하도록 해.”

“오! 진짜요?”

“물론 완전히 끝내라는 건 아니야. 훈련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기초로 시작하고 기초로 끝내야지. 다만 그 외의 시간에는 기초를 다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하하. 그 정도면 충분하죠! 그러면 이제 다른 훈련을 하는 겁니까?”

“...그래.”

솔직히 조지는 고민했다.

이대로 강해서를 가만 놔둘지. 아니면 정말로 카이서스를 이길 수도 있는 제대로 된 훈련을 시킬 것인지.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어쨌든 그 또한 복서. 평생을 사각 링 안에서 살았고 앞으로도 복싱을 열망하며 살아갈 운명이었다.

카이서스가 됐든 강해서가 됐든. 더 나은 복싱. 더 위대한 플레이를 보고싶다는 마음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 전에. 미스터 강.”

“네?”

“너와 카이서스의 특별한 점을 먼저 짚어봐야겠어.”

“저랑 카이서스의 특별한 점이요?”

“그래.”

복싱은 단순한 피지컬로만 결정 나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예측하며 유도해야 하는 스포츠였다.

상대에게 끊임없이 거짓 정보를 흘리고 그 속에 진실을 섞고. 상대가 전달하는 정보 속에서 진실을 찾고 거짓을 역이용해야 했다.

“아마 지금껏 너는 복싱이 쉬웠을 거야. MMA 또한 그랬겠지.”

“...”

“눈이 좋지? 인지력이 좋아.”

“...!”

이번에는 강해서의 눈이 크게 뜨였다.

스스로 ‘집중 모드’라고 이름 지은 상태에 관해서는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는데 조지는 그걸 알고 있다는 듯 말했으니까.

“네 경기는 다 찾아봤어. 여기 체육관에 온 이후 스파링이나 패드워크를 하는 것도 다 봤지.”

조지는 강해서의 움직임에서 예측에 가까운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능력을 눈치챘다.

“놀라지 마. 그건 카이서스 그놈도 할 줄 아는 거니까.”

“...확실히. 그렇죠.”

강해서는 아주 오래전 카이서스와의 스파링을 떠올렸다.

서로의 움직임을 훤히 읽고 있다는 듯 제대로 된 펀치 교환도 없이 몇 수는 얽히고 얽혔던 공방.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어.”

“결정적인 차이요?”

“그래.”

조지 파울로.

카이서스를 키워내고 지금은 강해서를 인도하는 그가 본 두 사람의 결정적인 차이점.

“자네는 빠르게 본다면. 카이서스는 한 번에 볼 줄 알지.”

말장난과도 같은 강해서와 카이서스 두 사람의 차이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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