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딱대격투천재의 탄생-181화 (181/203)

< 181화_라무차 전 END. >

1.

-지난 3개월간 한국에서 훈련에 집중했다. 한국은 아주 아름다운 나라고 한국 사람들은 친절했다.

-그렇기에 한국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내일이면 저 덜떨어진 애송이는 손에 쥔 타이틀을 다시 반납해야 할 테니까.

-혹시라도 내일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그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게 좋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닥에 엎어져 날 올려다보는 일 밖에 없을 테니까.

경기전 기자회견.

무수한 다국적 기자단들과 팬들이 모여있는 회랑에서 라무차는 거침없이 입을 털었다.

아까 전 계체행사에서의 도발도 그렇고. 이번에는 아주 작정하고 맞불을 놓겠다는 듯 준비한 티가 나는 라무차였다.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라무차의 말이 맞습니다. 내일 저녁 저는 누워서 라무차를 볼 거예요.”

그래서 그의 도발을 받아주기로 했다.

트래쉬 토크라면 나도 아주 좋아하는 분야라서 말이지.

“내일 시합은 정말 순식간에 끝날 겁니다. 저는 시합이 시작되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제 라커룸에 누워 하이라이트 영상을 시청할 거예요. 영상 속에는 라무차가 다운당하는 영상이 아주 느린 비디오로 재생되고 있겠죠.”

-와하하하하!

익살스럽고 여유로운 발언에 한차례 터져나가는 객석.

-아니. 네가 할 수 있는 건 케이지 바닥에 드러눕는 것밖에 없어. 이건 시합이 아니야. 일방적으로 내가 너를 때리는 시간이지.

“아아. 시합이 아니라는 건 동의합니다. 이건 비즈니스에요. 내일 저는 케이지 안에 5분도 들어가 있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1,000만 달러 이상을 벌겠죠. 이게 바로 비즈니스입니다.”

-쓰레기 자식. 5분도 걸리지 않을 거라고? 잘 알고 있군. 넌 내일 1라운드 안에 내게 살려달라고 빌게 될 거야.

“고릴라 사육에는 많은 돈이 들죠. 5분도 걸리지 않는 쇼를 위해 억 단위의 돈을 쏟아붓다니. 정말 돈 낭비가 아닐 수 없어요. 차라리 그 돈을 내게 줬으면 적어도 3라운드 정도는 쉬엄쉬엄해줄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러면 15분은 재롱을 피울 수 있잖아요?”

-쾅!

서로 트래쉬 토크를 주고받던 중 결국 기자회견 테이블을 내려치며 날 노려다 보는 라무차.

“오우. 저 고릴라의 사육사가 있다면 빨리 진정시켜주세요. 저는 철창 밖으로 탈출한 고릴라에는 관심이 없어서요.”

-처지를 잘 모르나 본데. 이제 내일이면 넌 그 고릴라를 눈앞에서 마주해야 해!

“고릴라가 스스로를 고릴라라고 인정했네요. 주제 파악을 하는 거. 거기서부터 발전이 오는 겁니다. 다음 단계로는 지난 시합의 승자와 패자가 누구인지를 복습할 필요가 있겠네요. 나는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고릴라를 눕혀버릴 수 있어요.”

오랜만에 한국에서 치러지는 이벤트라 점잖게 넘어갈까도 싶었는데 라무차 놈이 욕을 벌었다.

“한국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몽둥이가 약이라는. 말귀를 못 알아먹으면 맞아야죠. 뭐.”

-찰칵. 찰칵.

쉴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와 셔터음.

그리고 부릅뜬 눈으로 날 죽일 듯 노려보는 라무차.

너무 그렇게 쳐다보지 마.

내일이 지나면 다시는 그런 눈으로 못 쳐다보게 해줄 테니까.

*

“오! 빠듯하게 도착했군?”

한발 앞서 한국에 도착해있던 켄달은 김포공항으로 막 한국에 도착한 카이서스를 반겼다.

“이렇게 긴 시간 비행기를 탄 게 얼마 만인지도 모르겠군.”

그에 카이서스는 오랜만의 장시간 비행의 피곤을 내비쳤다.

“엄살은. 얼른 가자고. 한국의 교통 체증은 라스베이거스에 비할 바가 아니니까.”

전세기를 타고 왔음에도 비행시간 자체를 두고 투덜거리는 카이서스를 달래며 준비된 차량으로 이끄는 켄달.

카이서스는 이번 강해서의 시합을 보기 위해 비싼 보관료까지 지불해가며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방문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복싱 황제의 입국이라기에는 한산하기 그지없는 광경.

애초에 카이서스는 일반 항공편을 탈 생각이 없었기에 언론을 통해 한국행을 노출했었다.

“오픈 워크아웃은. 참석했었나?”

“했었지.”

차량을 타고 오늘 경기가 펼쳐지는 올림픽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길.

카이서스는 미리 한국을 방문했던 켄달을 통해 이번 시합을 관전하는데 유의미한 정보들이 없는지 확인했다.

“별다른 건 없었어. 그저 두 사람의 으르렁거림이 훨씬 심해졌다는 정도?”

“라무차는 이번 시합을 위해 제대로 준비를 했다던데.”

“오! 그렇지. 그 짐승 같은 선수가 이렇게 착실하게 훈련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어쩌면 카이서스 자네의 다음 상대로 미스터 강이 아닌 라무차가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니까?”

켄달은 이미 몇 달 전부터 한국을 방문해 있었는데, 라무차의 코치진과 교류를 가지면서 이번 그의 캠프를 방문해 훈련 모습을 참관하기도 했다.

“호오. 그 정도인가?”

“이번 라무차의 훈련 중에는 스파링이 아닌 기본 트레이닝이 많았지. 그중에는 복싱 훈련도 있었다고.”

“수준은?”

“최고지.”

이미 타격에 있어서는 정점에 서 있던 사내였다.

부분 부분 다듬어야 할 곳이라든지 메커니즘의 이해도를 보충해야 할 부분들은 있었지만, 재능만으로 본다면 역시나 최고였다.

“그리고. 라무차 정도 되면 그냥 주먹만으로 싸우는 막 싸움 수준이라도 웬만한 복서들은 상대가 안 된다고.”

“그건 그렇겠지.”

카이서스는 켄달의 신난듯한 설명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 미스터 강 쪽은?”

그리고 이어진 카이서스의 질문에 켄달은 입맛을 쩝 다셨다.

“쩝. 미스터 강. 그쪽도 접촉은 해봤지.”

“결과가 시원찮았나 보군.”

“일단 훈련 참관은 당연히 불가능했고. 승리 이후의 이벤트전에 관한 조율도 빗나갔지.”

“그래?”

카이서스는 진심으로 의외라 생각했다.

켄달은 수완이 대단한 프로모터였으니까.

강해서가 승리했을 때와 패배했을 때. 둘 모두를 상정해 그의 체육관과 접촉해 최상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프로 중의 프로.

“그쪽 코치가 엄청 깐깐하더라고. 졌을 경우엔 이벤트 경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했지만... 패배는 염두에 두지도 않는 듯했어.”

“그러면?”

“그러면 승리 시 자네와의 이벤트 경기가 문제였는데. 그에 관한 부분은 이번 시합이 끝난 뒤에 다시 조율하자더군. 어지간히도 자신이 있는 모양이야.”

라무차와 강해서 양쪽으로 접촉하며 최대한 유리한 경기 계약을 조율하려던 켄달.

하지만 강해서의 코치인 안형석은 켄달의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조건 이번 시합이 끝난 뒤 다시 논의하자는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

심지어 상대 선수가 될지도 모르는 카이서스의 프로모터라는 이유로 강해서의 훈련 모습은 고사하고 그를 만나지조차 못했다.

“하하하. 자네가 그런 경험을 하다니. 나름 재미있는 에피소드야.”

“정말 십몇 년 전에나 봤던 아시아계 프로모터들에게 느꼈던 모습이었다고.”

켄달이 아직 업계에 한창 적응 중이던 시절. 경량급에서 강세를 보이던 아시안 선수들을 관리하는 동양인 프로모터들에게서나 느꼈던 기시감을 안형석에게서 느껴야 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이번 시합의 승률은 라무차가 높아. 미스터 강의 훈련을 보지는 못했지만, 라무차 그는 진짜배기였으니까.”

“전문가들의 분석에서도 라무차가 앞서더군.”

“지난 1차전은 말 그대로 요행이었으니까. 누가 이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그리고 그 상황에서 단 반년 만에 이뤄낸 엄청난 스펙업.

어느 분야든 세계 최정상급이 되면 성장이라는 게 정체되기 마련이었는데 라무차는 세계 최정상이라는 위치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궁금해지는군. 라무차 그가 얼마나 발전했을지.”

켄달의 호들갑에 카이서스마저 혹할 정도였다.

강해서의 시합을 보러왔지만, 오히려 라무차에게 더욱 관심이 갈 정도로.

-웅성. 웅성.

켄달의 쉴 틈 없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이벤트 홀.

이미 체육관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와우.”

켄달은 빈틈없이 빼곡히 들어찬 객석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한국에서도 MMA의 인기는 대단하구만. 복싱 불모지라는 그 한국이 맞나?”

한국 복싱은 이미 사망했다고 말해도 심한 표현이 아닐 정도였는데 종합격투기 시합은 이렇게나 큰 호응을 받고 있다니. 괜히 입맛이 쓴지 쩝쩝거리며 지정석을 찾는 켄달이었다.

WFC 303이 펼쳐지는 올림픽 경기장.

프렐림 이벤트가 펼쳐진 낮부터 시작된 격투 팬들의 열광은 메인 이벤트가 시작되는 저녁이 되자 그 열기가 최고점에 이르렀다.

8월 초 한낮의 열기보다 뜨거운 체육관의 분위기.

=warrior! 멈추지 말고 나가! Don’t worry Ya! 걱정 따윈 집어치워! 이건 너를 향한 Red warning Ya!

켄달과 카이서스가 막 자리를 찾아 앉고 난 뒤.

지난 타이틀전부터 강해서의 메인 테마곡으로 흘러나왔던 입장곡이 흐르며 드디어 WFC 303의 마지막 이벤트. 강해서와 라무차의 2차전이 시작됨을 알렸다.

“오! 저기 미스터 강이 나오는군.”

“흐음.”

카이서스는 케이지와 가장 가까운 앞쪽 지정석에 앉아 바세린을 바르며 마우스피스를 무는 강해서를 바라보았다.

분명 지난 시합보다 몸이 조금 더 단단해진 듯했지만 어떤 훈련을 거쳤는지까지는 알 수 없는 변화.

‘그에 반해 라무차는...’

반대편에 선 라무차의 몸은 6개월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원래도 피지컬 하나는 괴물 같았지만, 이제는 불필요한 근육들이 상당수 줄어들어 있었다.

‘정말 켄달의 말처럼 될지도 모르겠어.’

그에 카이서스는 2차전의 승패는 지난 시합과는 사뭇 다르게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삐!

1라운드를 알리는 신호음이 나오기 전까지는.

*

“컨디션은?”

몇 번이고 체크했지만 케이지에 오르기 전 루틴과도 같은 안 코치님의 마지막 확인.

“완벽해요.”

그에 나 또한 평소와 다름없는 대답을 내뱉었다.

“다녀와라.”

“금방 다녀올게요. 아!”

모든 준비를 마치고 케이지에 오르기 직전.

“필승 형. 그것 좀 부탁드릴게요.”

“... 진짜?”

“준비 안 했어요?”

“하긴 했는데... 진짜 해?”

“넵!”

“... 알겠다.”

살짝 썩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준비해온 박스를 꺼내 드는 필승 형.

‘걱정 말라니까요. 그렇게 오래 안 걸릴 거니까.’

나는 필승 형과 코치진을 뒤로하고 한달음에 케이지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제부턴 시간 싸움이었으니까.

-와아아아아아!!!!

-휘이이익!!

-갓----해서!!!

-갓----해서!!!

-짝짝! 짝! 짝짝!

마치 야구 경기나 월드컵 경기 응원을 하듯 특유의 응원 리듬으로 날 연호하는 팬들.

홈타운에서 타국 선수와의 시합은 처음이었는데 썩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걸 오래도록 느끼지 못한다는 게 아쉽네.’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한국 관객의 응원인데 말이야.

-삐!

심판의 주의사항 권고 뒤에 울려 퍼지는 1라운드 시작 알림음.

-쿵! 쿵!

그와 함께 케이지 양 끝으로 거리를 벌렸던 라무차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중앙 싸움을 위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휘이잉!

달려들며 뻗어내는 라무차의 레프트 펀치.

-쉬익.

그를 피해내자 곧바로 이어지는 라이트가 이전 시합과는 확연히 차이 날만큼 부드럽고 날카로웠다.

핸드 스피드 또한 눈에 띌 정도로 향상된 라무차.

‘미안하지만...’

그래도 내 눈엔 한참 느리게만 보였다.

말 그대로 그냥 느렸다.

물론 시합 시작과 함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지만 아직 최대 집중상태는 아니었는데도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누가 그랬지. 정확도가 파워를 압도하고 타이밍이 스피드를 제압한다고.’

오늘 시합을 내가 압도할 거라고 자신한 이유?

정확도도 파워도. 타이밍도 스피드도. 모두 내가 압도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휙!

이전 시합과 마찬가지로 피해냈다고 생각한 순간 궤도가 바뀌어 내 관자놀이를 노리는 라무차의 라이트 펀치.

‘어림없지.’

하지만 그 또한 내게 닿지는 못했다.

궤도가 몇 번 바뀌든 예측할 수 있다면 위협이 되지 않았다.

-후우웅!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무게중심을 상체에 둔 채 원투를 뻗어냈던 라무차.

그의 라이트 펀치까지 피해내고 난 뒤 타이밍을 노려 뻗어낸 레프트 펀치.

훅도 스트레이트도 아닌 그저 빠르게 휘두르는 펀치였다.

-움찔!

라무차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내 펀치가 뻗어나갈 때부터 그걸 느꼈는지 움찔하긴 했지만, 그의 회피 동작보다 내 펀치가 한발 빨랐다.

-뻐억!

순식간에 돌아가는 라무차의 안면.

-쒜에에엑!

나는 최고의 타이밍과 정확도를 위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떠어억!

그 결과 레프트 펀치에 돌아가던 라무차의 얼굴은 채 절정에 달하기도 전에 내 라이트 펀치를 맞이해야 했다.

-비틀!

제대로 들어갔던 레프트 라이트 컴비네이션.

보통이라면 레프트만으로 KO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펀치였지만 라무차는 라이트 펀치까지 맞고도 쓰러지지 않았다.

‘맷집 하나는 진짜 끝내주네.’

하지만 이제 1라운드가 시작된 지 몇 초 흐르지 않았음에도 라무차의 눈빛은 탁하게 꺼져가고 있었다.

‘미안한데. 나도 시간이 정말 많이 없어서 말이야.’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다.

트래쉬 토크 또한 이벤트의 흥행을 위해서였을 뿐.

-쒜에에에엑!

원투에 흔들렸던 라무차의 머리를 향해 그대로 뻗어 올려진 오른발 하이킥.

-움찔!

라무차는 그 와중에도 내 공격을 느꼈는지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움직였지만

-뿌드득!

태권도의 상단 차기를 응용해 다음이 없다는 듯 체중과 회전력을 실은 하이킥은 라무차의 상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목표를 향해 쏘아졌다.

-쩌어어어억!

사람의 다리와 머리가 만나 나는 소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소리.

‘더 버티다 크게 다치지 말고 이제 그만 쉬어라.’

비등했던, 어쩌면 내가 졌을 수도 있을 만큼 종잇장 같았던 실력 차이를 가지고 있었던 상대.

하지만 그토록 치열한 경기를 펼쳤던 라무차와의 시합 또한 그 간극이 벌어지자 이토록 일방적인 불합리함이 될 뿐이었다.

-쿠웅!

라무차의 관자놀이에 정확히 꽂힌 하이킥에 나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자세를 풀었고

-스탑! 스탑!

-삐이!

심판의 다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함께 시합 종료를 알리는 신호음이 울려 퍼졌다.

그래플링은 보여줄 것도 없이 화끈한 타격만으로 1라운드 시작과 함께 끝나버린 시합.

보기엔 순식간에 끝난 것 같이 보이겠지만 그 안에는 서로 간의 땀과 노력의 결정들이 숨어있었다.

다만 같은 시간 동안 쌓아 올린 결과가 압도적이었을 뿐.

라무차의 예측에 가까운 본능도 찍어누를 정도로.

“해서야!”

잠시 쓰러진 라무차를 바라보고 있자니 케이지 안으로 빠르게 들어오는 필승 형과 코치진.

“아!”

그를 보자 시합 전에 준비했던 게 떠올랐다.

시합에 집중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것.

“안 늦었지?”

“아직 괜찮네요.”

필승 형이 들고 온 건 화려한 모습의 초가 불타고 있는 케이크였다.

나는 아까 케이지에 오르기 직전 필승 형이 꺼낸 ‘will you marry me’ 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케이크에 불을 붙였었다.

그리고 그 초가 아직 다 타지 않은 상태.

“아름아! 사랑해!”

그렇게 내 생에 첫 방어전은 1라운드 21초 KO라는 기록보다 세계적인 공개 프로포즈로 더욱 유명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