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딱대격투천재의 탄생-169화 (169/203)

< 169화_Vs. 라무차 >

1.

└고릴랔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낰ㅋㅋㅋㅋㅋㅋ

└듣고 보니까 라무차 좀 롤랜드 고릴라 닮은 것 같음?

└이건 인종차별 아니지? 그냥 라무차가 고릴라 닮았다는 건데?

└라무차한테 고릴라 닮았다고 한 게 아니라. 고릴라 닮은 사람을 찾고 보니 라무차였던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 만에 벌써 합성짤 ㅈㄴ 올라왔음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거 맞음? 강해서 고릴라한테 ㅈㄴ 쳐맞는거 아니냐?

└라무차가 다른 건 몰라도 자기 도발한 선수들은 확실하게 밟는 스타일인데 ㅋㅋㅋ오늘 시합 개꿀각

이제는 어느새 구독자 100만을 훌쩍 넘긴 너튜브 채널 유나 TV의 임유나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채팅 로그를 보며 곧 있으면 시작될 WFC 296의 메인 매치. 강해서와 라무차의 시합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 해서 오빠가 이기죠! 설마 지금 여기서 해서 오빠 응원 안 하는 사람은 없죠?!”

└아 당연하지! 이번 달 용돈 전부 갓-해서한테 걸었다니까?

└윽 토토충 아웃!

└아... 근데 이거 시합 진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 없음? 유료 말고?

└스포츠온 결제하던지 ㅋㅋ 아니면 시합 끝나고 하이라이트 영상 뜨면 보던짘ㅋㅋㅋ

“저도 같이 영상 보면서 방송하고 싶은데 WFC 유료 방송은 중계송출을 할 수가 없어서요! 대신 실시간으로 보면서 리액션 하겠습니다!”

강해서의 헤비급 타이틀전 도전은 한국 언론이라면 어디든 빠지지 않고 헤드라인에 걸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다.

다만 그 시합 자체가 PPV 시합이라 유료 채널을 결제한 사람만 볼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너튜브나 파프리카 tv 같은 곳에서도 많은 스트리머들이 강해서의 헤비급 타이틀전 리액션 방송을 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방송 장면을 송출하지는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으니까.

└친구 한 놈이 스포츠온 tv 결제해서 여기 열 명 모여있음ㅋㅋㅋ

└난 우리 집에 8명 모여있음ㅋㅋㅋ 완전 축제 분위기임

└이건 뭐 월드컵도 아니고 ㅋㅋㅋㅋ 우린 일요일 오후부터 술집 와있음 ㅋㅋ 여기 스포츠온tv 틀어줌ㅋㅋㅋㅋ

그러다보니 강해서의 시합을 보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스포츠온 tv 유료결제를 한 지인의 집이나 인근 호프집 등을 들른 사람들로 인해 별일 없이 조용했어야 할 2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한국은 시끌시끌했다.

“저희도 지금 촬영팀이랑 편집팀에서 주문한 치킨이 한 시간째 안 오고 있어요. 배달이 너무 밀렸대요!”

유나 또한 강해서의 시합을 보면서 방송에서 먹을 배달 음식을 시킨 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배송 시작 톡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우리 동네도 그럼ㅋㅋㅋ 난 그래서 마트 가서 치킨 사옴ㅋㅋㅋ 그게 더 빠름

└아... 나도 그냥 마트를 갈 걸 그랬나. 우리 동네도 지금 배달 시간 120분 이렇게 찍힘 미쳤음

└지금도 이런데 ㅋㅋㅋ 강해서 헤비급 타이틀 따고 카이서스랑 시합하면 ㅋㅋㅋ 월드컵 때처럼 길거리 응원이라도 나가야 하는 거 아님?ㅋㅋㅋㅋ

└오바임ㅋㅋㅋ 축구는 90분간 하기라도 하지. 격투기는 빠르면 1분도 안 돼서 끝나는뎈ㅋㅋㅋㅋㅋㅋㅋ

└아. 강해서 나이 너무 많음! 앞으로 십 년만 더 현역으로 뛰었으면 좋겠다! 일년에 한두 번씩 월드컵 보는 것 같아서 개 좋음!

└ㄹㅇ... 국뽕도 오지고 강해서 덕분에 격투기에도 빠짐 ㅋㅋ 요즘은 FFC나 스트릿 FC 시합들도 챙겨봄 ㅋㅋㅋㅋ

벌써 몇 년 전부터 시작된 한국의 격투기 열풍.

일년에 한두 번씩 주말에 강해서의 시합을 보는 게 이제는 전혀 어색함이 없어진 사람들이었다.

“아! 시청자 여러분! 이제 곧 시작할 듯해요! 광고 끝났어요!”

오랫동안 강해서의 시합을 기다렸던 시청자들은 유나의 광고 끝 멘트와 함께 잠시 채팅을 멈췄다.

=warrior! 멈추지 말고 나가! Don’t worry Ya! 걱정 따윈 집어치워! 이건 너를 향한 Red warning Ya!

화려한 입장로로 강해서가 등장하며 울려 퍼지는 웅장한 사운드의 입장곡.

“어? 해서 오빠 입장곡 바뀌었네요? 뭐지? 대박 좋다!”

└그러게? 국내 음원 같은데 뭐지?

└와! 노래 개 좋은데? 겁나 잘 어울림!

└음원 검색해보니까 나옴! 챔피언의 워리어!

└크으! 밴드 이름이 챔피언! 노래 제목은 워리어! 입장곡으로 딱이네!

└와. 뭔가 분위기 개쩔ㅋㅋㅋㅋ 찰떡인데? 입장만 보는데 소름 돋아서 오싹했음

└보일러 꺼진 거 아니냐? 확인해봐라.

그렇게 강해서의 입장과 입장곡에 한차례 유나를 비롯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지나간 뒤.

“쉿. 이제 케이지 입장해요! 다들 쉿!”

드디어 WFC 296의 메인 매치.

WFC 헤비급의 주인을 가릴 타이틀 매치가 시작되었다.

*

“컨디션은?”

“퍼펙트.”

“불편한 데는 없고?”

“아까 필승 형이 때린 어깨?”

“필승이 너 이 새끼!”

“아! 살짝 부딪친 거예요! 진짜! 짐 옮기다가!”

“큭큭.”

헤비급 타이틀전이라는 무대와는 달리 별다른 긴장감 없는 우리 팀.

하지만 속으로는 모두가 사소한 바람 하나에도 신경 쓸 만큼 바짝 긴장해 있을 거다.

‘지금 내가 그러니까.’

바로 어제 계체량에서 라무차를 그렇게 야무지게 약 올리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지만, 지금 이 체육관에서 가장 긴장한 사람을 꼽으라면 아마 내가 아닐까 싶었다.

‘괜히 고릴라라고 부른 게 아니니까.’

케이지 반대편에서도 날 향한 뜨거운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라무차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어제 계체량에서 그의 체중은 264.8lbs 였다.

아주 꽉 채운 120kg.

그에 반해 내 체중은 248lbs. 112kg을 살짝 넘기는 수준이었다.

‘어후. 목 두께 봐.’

정말 고릴라를 연상케 하는 라무차의 몸.

MMA에 입문한 이후 같은 체급에서 나보다 몸이 좋은 선수와 붙었던 적은 아주 초창기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리그 최정상급 선수와의 시합에서는 언제나 피지컬적인 부분은 내가 압도했었다.

항상 한계 체중에 빠듯할 정도로 빠듯한 감량을 했었고, 그 결과 최소한 피지컬적인 부분으로 손해를 보는 부분은 없었다.

“조심해라. 라무차. 영상 봤잖아?”

“...넵.”

그런데. 처음으로 MMA 판에서 피지컬로 밀리는 시합을 가져야 했다.

그것도 ‘비스트’라 불리는 헤비급 챔피언을 상대로.

‘영상을 보면 볼수록. 왜 짐승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지.’

두꺼운 목에서 볼 수 있듯 어마어마한 맷집을 갖고 있을 것 같은 라무차였지만, 사실 그의 맷집을 확인해볼 수 있는 영상 자료는 없었다.

그의 영상 자료는 하나같이 라무차가 상대 선수들을 압도적인 피지컬로 찍어누르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자. 올라가라.”

“넵!”

그러니. 아무리 영상을 보고 연구를 했어도 그와의 승부에는 불안 요소가 많았다.

그가 수세에 몰렸을 때의 데이터가 전혀 없었으니까.

‘그냥 즉흥적으로 대처해야지.’

그래도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는 강해서니까.

**

-삐-

심판의 주의사항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나니 어느새 1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렸다.

‘애송이 자식!’

라무차는 글러브 터치고 뭐고 눈앞의 상대를 일분일초라도 빨리. 한 대라도 더 많이 때려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쿵 쿵 쿵!

120킬로가 넘는 거구임에도 놀랍도록 빠른 대쉬를 선보이며 강해서에게 빠르게 접근하는 라무차.

-후우웅!

달려들던 힘을 그대로 실어 라이트 펀치를 크게 휘둘러보았지만 강해서는 당연하다는 듯 피해냈다.

-찌릿.

그리고 이내 왼쪽 복부 쪽으로 서늘한듯한 감각이 들어 재빠르게 백스텝을 밟는 라무차.

-후웅!

아니나 다를까 강해서의 오른손 바디 훅이 조금 전까지 라무차가 서 있던 자리를 날카롭게 꿰뚫고 지나갔다.

-씨익.

강해서의 날카로운 반격에 더욱 투쟁심이 들끓는 라무차.

‘역시. 이 자식은 보통이 아니야.’

그는 강해서의 실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더욱더 기꺼운 감정이 들었다.

‘더 날뛰어 봐. 제대로 뜯어 먹어줄 테니까.’

라무차가 MMA에 입문한 이후 처음으로 가지는 자신과 같은 포식자와의 시합이었다.

***

-후웅!

1라운드 시작과 함께 정말 고릴라처럼 돌진해온 라무차.

그의 라이트를 피해내며 라무차의 시야 바깥에서 짧고 컴팩트하게 라이트 바디를 꽂아 넣었다.

절대 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바디 훅. 시합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려나 싶었다.

‘이걸... 피해?’

그러나 내 생각은 섣부른 오판이었다.

바디 훅을 예측한 건지, 아니면 공격이 실패했으니 일단 물러서자는 판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라무차는 재빠른 백스텝으로 정확하게 내 공격을 피해냈다.

-씨익.

그리고 날 향해 아주 재미있다는 듯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라무차였다.

‘난 재미 없는데.’

남자랑 노는 취미는 없어서 말이지.

빨리 시합 끝내고 우리 아름이랑 통화나 하고 싶거든.

시차와 서로의 스케줄 덕분에 어제 오늘은 톡만 하고 전화도 못 했다고.

-휘익!

백스텝으로 물러섰던 만큼 다시 성큼 다가서며 왼손을 휙 던지는 라무차.

라무차는 달려왔고 나는 몇 발 움직이지 않았기에 우리는 케이지의 중앙이 아닌 내 세컨 진에 가까운 곳에서 공방을 벌였다.

한마디로 내 뒤로 철창이 가깝다는 뜻이었다.

-휙.

뒤로 백스텝을 밟기에는 공간이 그리 여유 있지 않았기에 상체 움직임만으로 피해낸 라무차의 왼손.

-후우웅!

라무차는 기다렸다는 듯 왼손을 회수하지 않은 채 오른손을 뻗어왔다.

‘... 어쩌지?’

일단 집중력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라무차의 왼손이 내 상체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크게 휘둘러져 오는 라무차의 라이트 펀치.

그 펀치의 궤적은 이미 훤히 읽혔기에 이대로 피해내도 되고 카운터를 쳐도 됐다. 물론 라무차의 왼손 덕분에 펀치를 강하게 휘두를 공간은 없었지만.

‘짧게 끊어치면 되지.’

내가 내린 결정은 카운터였다.

물론 뒤늦게 뻗어내는 짧은 스윙의 카운터로 라무차에게 큰 데미지를 줄 수는 없겠지만 일단 그를 뒤로 물리고 센터에서 싸워야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휘익.

크게 휘둘러져 오는 라무차의 라이트는 상체를 아래로 숙이는 것으로 피해내며 그대로 오른손을 오버핸드 펀치로 라무차의 왼쪽 안면을 향해 뻗어냈다.

‘...!’

라무차의 라이트는 제대로 피해낸 듯했는데 내 오른손에는 걸리는 느낌이 없었다.

-턱.

오히려 팔뚝 부위가 어딘가 부딪친 느낌.

이건 라무차의 왼쪽 어깨에 내 오른팔이 걸쳐진 느낌이었다.

‘위험...’

위험하다는 판단을 미처 내리기도 전에 내 시야에 무섭게 확대되어 다가오는 라무차의 왼쪽 무릎.

-꾸웅!

“큭!”

라무차는 크게 휘둘렀던 오른손과 내 상체를 막아 세웠던 왼손으로 상체를 숙였던 날 내리누르며 그대로 왼발 니킥을 차올렸고, 오른팔이 라무차의 왼쪽 어깨에 걸쳐져 잡혀있었던 나는 그걸 피해내지 못하고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뿌득. 뿌드득.

내 상체를 두드린 라무차의 왼발이 다시 지면을 향했다가 올라오는 타이밍.

그 찰나를 노려 자유로운 왼손으로 라무차의 오른발 무릎 뒤 오금을 낚아챘다.

“흐읍!”

왼발이 지면을 떠나 오른발 하나로 몸을 지탱하던 라무차.

-쿠웅!

오른팔만 자유로웠다면 그대로 테이크다운을 시도할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저 함께 케이지 바닥을 구르는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쿨럭.”

라무차와 함께 바닥을 구른 뒤 빠르게 스텐딩하며 마른기침을 한번 내뱉었다.

단 한 번 제대로 허용했던 니킥이었지만 그 충격은 보통이 아니었다.

다행히 충분히 ‘보았기 때문에’ 충격에 대비할 수 있어서 버텼지, 부지불식간에 맞았다면 저 한방으로도 시합의 향방을 가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퉁. 퉁.

화들짝 놀란 사람처럼 재빠르게 스탠딩 했던 나와는 달리 꽤나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라무차.

‘그나저나. 이번엔 어떻게 피한 거지.’

완벽한 타이밍에 뻗었다고 생각한 라이트 오버핸드.

라무차의 라이트 펀치를 피하기위해 상체를 숙이느라 끝까지 지켜보진 못했지만 빗나갈 거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내 주먹은 라무차에게 닿지 못했고 결국 1라운드 초반부터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씨익.

다시금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라무차.

‘... 진짜 고릴라 닮았네. 야. 너 그렇게 웃으니까 더 고릴라 같아.’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 속으로 가벼운 농담을 던져봤다.

-쿵. 쿵!

그리고 그걸 눈치챘는지 다시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라무차.

아무래도 이번 시합은.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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