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_니 태권도 쩔더라? >
1.
“양 선수 모두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건 제가 말 할 필요가 없겠죠? 문제가 있으면 즉시 손을 들고 경기를 중지시켜주세요.”
대기업이라 부를 수 있는 두 너튜버의 콜라보 촬영이다 보니 카메라만해도 거의 열대 가까이가 됐다.
“네.”
“넵!”
최창우의 진행에 맞춰 시작된 서연태와의 스파링.
스파링의 룰은 간단했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 다리만 사용하는 룰.
타격에 의한 다운이든 슬립다운이든 다운된 상대에게 타격은 절대 불가.
그 외에 다른 제약은 없었다.
애초에 태권도 선수가 아닌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 세세한 태권도의 룰을 다 지킬 수는 없었으니까.
-휘익!
시작과 함께 성큼 다가와서는 내 허리높이로 킥을 차내는 서연태.
-스팟!
꽤나 집중을 하고 있었음에도 살짝 아슬아슬하게 그의 발끝에 걸렸다.
‘확실히 일반적인 킥과는 달라.’
종합격투기에서의 킥은 대부분 축발을 딛고 발목과 무릎만을 이용해 타격한다.
그러나 태권도의 킥은 축발의 회전을 허리까지 끌어올려 몸의 중심이 앞으로 나아가며 그 모든 회전력을 발끝에 집중시키는 형식이었다.
‘한마디로 속도도 빠르고 거리 감각도 일반적인 킥과는 전혀 다르단 말이지.’
일단 보통의 킥과는 달리 허리와 엉덩이가 들어갔다.
앞으로 튀어나오듯이 차는 킥은 저 허리와 엉덩이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왜 그래? 호구 없이도 괜찮다더니 계속 피하기만 하네?”
서연태의 발차기를 눈앞에서 관찰하며 계속 피해 다녔더니 결국 입을 열어 도발을 걸어왔다.
마이크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지만 지근거리에서 스파링중인 내게는 또렷이 들릴 정도.
“때리기나 하고 말 해. 아직 한 대도 못 때려 놓고는?”
나 또한 말은 이렇게 했지만 서연태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선 꽤나 집중력을 높인 상태로 유지해야했다.
어찌됐건 그는 태권도 국가대표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그 실력의 출중함은 물론이거니와 가장 이상적인 ‘태권도 발차기의 살아있는 교본’이었다.
‘이왕 붙는 거. 최대한 빨아먹어야지.’
원래라면 빠르게 스파링을 끝내볼까 했는데 서연태의 킥을 보고난 후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태권도의 발차기를 최대한 배워보기로.
‘그런데. 아까부터 걸렸던 게 있는데. 왜 로우킥은 안 차는 거야?’
-휘익!
또 다시 내 명치 높이를 지나치는 서연태의 발차기.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그의 공격을 피한 뒤 처음으로 내 쪽에서 공격을 들어갔다.
이제껏 이번 스파링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로우킥으로 서연태의 앞 다리인 왼발 허벅지를 노리고.
-휘익!
앞선 시합들에서도 이 킥 공격으로 재미를 많이 봤던 나로서는 꽤나 절묘한 타이밍을 노려서 발차기를 집어넣었는데.
-스팟!
가볍게 리듬을 타던 서연태는 왼발과 오른발의 스탠스를 자연스럽게 스위칭하며 로우킥을 피해내고는 그대로 체중을 실어 왼발을 다시 앞으로 차며 내 허리를 노렸다.
-휘익!
“흐읍!”
이번 건 진짜 위험했다.
내가 국내 리그 경험이 거의 없었기에 태권도 킥을 차는 선수와의 시합경험이 전무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식의 킥은 정말 새로운 세상이었다.
‘다시 한 번.’
아까의 로우킥 회피가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제대로 노리고 한 건지를 알아보기 위해 서연태의 공격을 흘린 뒤 다시 그의 왼발을 노리고 아주 좋은 타이밍에 로우킥을 찼다.
-씨익.
순간 서연태의 웃음이 쎄하게 느껴졌다.
-휘익. 펄럭!
내 오른발이 서연태의 왼발을 향해 날아듦과 동시에 태권도 도복을 입고 있는 서연태의 옷자락이 날리는 소리가 들렸다.
‘흐읍!’
오늘 처음으로 집중력을 정말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내 로우킥에 맞춰 왼발을 축으로 딛고 뛰어오른 서연태.
오른 방향으로 몸을 돌린 그의 뒷발인 오른 다리가 선명하게 내 머리를 향해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쒜액!
정말 아슬아슬하게 내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서연태의 오른발 뒤돌려 차기.
“어? 이걸 피하네?”
정말로 놀랐다는 듯 한 서연태의 표정과 말투.
마찬가지로 나도 진심으로 놀랐다.
이제껏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면서 그라운드보다는 타격을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갔지만 그 대부분이 펀치 운용이었다.
그런데 비록 꼴 보기 싫은 서연태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발차기의 매력을 지금 이 순간 한껏 느끼고 있었다.
“계속 피하기만 할 거예요? 재미없게?”
이번에는 카메라 마이크에 들리라는 듯 존댓말을 써서 말을 내뱉는 서연태.
“아아. 서연태 선수처럼 발차기를 차면 다칠까봐서요.”
“누가요? 제가요?”
“네.”
나는 서연태의 도발에 맞장구를 치듯 맞도발을 시전 해줬다.
“하. 방금 전까지 쳐 맞을 뻔 한 새끼가.”
이번에는 마이크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서연태.
“잠깐만요. 창우 형.”
나는 잠시 손을 들고 창우 형을 불렀다.
원래는 빨리 스파링을 끝내려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저랑 서연태 선수. 둘 다 호구 차고 제대로 경기 해보면 안돼요?”
“...뭐?”
“태권도. 재미있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킥이다 보니 아무래도 맨몸으로는 제대로 하기 어렵잖아요.”
실제로 내 앞에 스파링을 했던 타 종목 선수들은 호구를 끼고 있었기 때문에 서연태에게 샌드백처럼 두들겨졌다.
만약 호구가 없었다면 몸통에 킥 한두 방 맞은 걸로 스파링은 끝났었겠지.
그만큼 눈앞에서 본 서연태의 킥은 살벌했다.
“어...”
내 제안에 서연태 쪽을 힐끗 쳐다보는 최창우.
창우 형이라는 필살기도 이것까진 프리패스가 안되나 보다.
“저야 상관없어요. 사실 제일 익숙한 건 저니까요.”
서연태 또한 거절할 마음이 없는지 단번에 오케이를 외쳤다.
“그러면 잠시 스파링을 멈추고 두 분 모두 호구를 입고 다시 진행하도록 할게요.”
최창우의 자연스러운 진행과 함께 각자 태권도 호구를 입기 위해 잠시 휴식 아닌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오빠. 괜찮겠어요?”
한창 방송을 위해 열심히 촬영 중이던 유나도 잠시 카메라를 껐는지 내게 다가와서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하하. 걱정 마. 괜찮아.”
“그래도 서연태 선수는 태권도 국가대표인데.”
“나 강해서야. 걱정 마.”
호구를 제안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서연태가 발차기 한두 대에 뻗으면 안되니까.
이것저것 시험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교보재인 그가 허무하게 망가지면 안 되니까 호구를 제안했던거다.
애초에 질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고. 솔직히 호우 없이 태권도 킥이 아니라도 이길 자신은 있었고 말이야.
“절대. 괜찮아. 오케이?”
“... 오케이.”
손으로 오케이 모양을 만들며 마지못해 대답하는 유나.
그리고는 짧은 휴식 시간 뒤로 바로 다시 시작된 스파링. 아니 경기.
머리에도 보호구를 차서 뭔가 상당히 어색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스팟!
최창우의 신호와 함께 바로 재개된 경기.
서연태는 시작과 함께 앞으로 튀어나오며 내 머리 쪽으로 하이킥에 가까운 발차기를 뻗어냈다.
‘이렇게... 였나?’
나는 높이 뻗어오는 그의 킥을 고개를 숙이며 피해냈다.
정확히는 몸을 오른쪽으로 회전하며 왼발을 축으로 오른 발을 서연태의 얼굴쪽으로 사선으로 뻗어올렸다.
-쒜에엑! 찌익!
멋지게 뻗은 오른발은 아깝게도 서연태의 머리 호구를 살짝 스쳤다.
“뒤후려차기?!”
그때 최창우의 뒤쪽에서 꽤나 놀란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이자 현 국대 코치라고 했던 최창우의 사촌 형. 최대호 선수였다.
‘무게중심을 조금 더 앞으로. 그리고 엉덩이를 조금 더 집어넣었어야 했어.’
하지만 내게는 최대호 선수의 목소리 보다는 조금 전 발차기의 실패 요인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그리고 뒤로 돌다보니 순간적으로 상대방에게서 눈이 떨어져. 몸이 돌고나서 다리로 후리는 타이밍에 다시 정확한 타깃팅을 했어야 했어.’
처음이다 보니 여러모로 서툴렀던 점이 있었다.
물론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문제점의 파악과 수정 방법 또한 즉각적으로 나왔다.
“이, 이자식이...”
서연태는 꽤나 놀랐는지 살짝 뒤로 물러나 머리 보호구를 고쳐 썼다.
정말 살짝 스치기만 했는데도 그의 머리 보호구가 살짝 틀어졌던 것 같다.
“태권도 발차기. 좋은데요?”
나는 일부러 카메라 마이크에 잡히도록 밝고 큰 목소리로 태권도의 킥을 칭찬했다.
“...”
별 대답 없이 전보다 조금 더 가라앉은 표정으로 리듬을 타는 서연태.
역시 국가대표는 국가대표였다.
이정도 도발에는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차분해진 듯 했다.
인성과는 별개로 큰 시합과 지금보다 훨씬 더 정신적으로 압박 받는 상황들도 이겨낸 그의 실력은 진짜배기인 거겠지.
‘그래도 내가 이기지만.’
-스슥!
비전문가인 날 상대로 받아치기만 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는 듯 서연태는 또 다시 먼저 움직였다.
‘나야 땡큐지.’
격투기와는 전혀 다른 스텝을 밟으며 상체는 뒤로. 다리가 먼저 앞으로 나오는 밸런스로 튀듯이 달려드는 서연태.
-휙! 휙 휙! 쒸익!
스텝을 밟다가 공격 거리에서 바로 발차기를 날리던 아까와는 달리 오른발을 들었다 왼발을 들고, 다시 오른발을 치켜드는 페이크 동작을 섞어가며 공격을 시도하는 그였다.
집중력을 꽤나 올렸음에도 어떤 발차기가 진짜일지 몰라 꽤나 충분한 여유를 두고 거리를 벌려 마지막 그의 발차기를 피해냈다.
‘펀치를 못 쓰니 킥만으로 상대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네.’
-휘익
공격이 실패하자 다시 접근하며 왼발을 내 허리춤으로 차내는 서연태.
‘이번은 내 턴이지. 양심이 없네.’
나는 그런 그의 킥에 다시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며 오른발로 그의 몸통을 차냈다.
-쒜액. 퍼어억!
이번에는 무게중심도 확실히 앞으로 뒀고 엉덩이도 제대로 당겨 그 힘을 발끝으로 충분히 전달했다.
“회축 뒤돌려 차기!”
이번에도 친절하게 기술 명을 알려주시는 최대호 선수.
아까 서연태가 다른 선수에게 차는 걸 보고 따라해본건데 이 발차기 이름이 회축 뒤돌려 차기였구나.
“큽...”
복부에 제대로 발차기를 얻어맞고는 뒤로 한참 밀려난 서연태.
보호구가 아니었으면 아마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을 거다.
그 정도로 제대로 힘이 실렸다는 걸 발차기를 한 내가 가장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제 내가 간다?”
서연태의 공격을 기다리지 않고 이번에는 내 쪽에서 먼저 공격을 들어갔다.
양발로 페이크를 섞는 태권도의 스텝을 밟아볼까도 했지만 나는 종합격투기 선수였다. 실전에서 써먹지 못할 기술을 쓸 필요는 없었다.
“흡!”
-쒜액
그저 기존의 킥에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무게 중심을 앞으로 보내듯 쏘아내고 다리부터 허리까지 회전시킨 힘을 엉덩이를 거쳐 발끝까지 온전히 전달하는 것만 신경 썼다.
-펑! 펑!
왼발 오른발을 서연태태의 몸통에 꽂는데 서연태 또한지지않고 몸을 앞으로 던지며 내 몸통을 향해 발차기를 차냈다.
‘이건... 이런 건 실제 격투기에선 못 쓰겠네.’
태권도 겨루기는 생각보다 스포츠화 되어 있었다.
호구를 끼고나자 서연태는 공격을 막거나 피하는 것 보다는 최대한 포인트가 나오는 타격을 피해내면서 내게서 포인트를 따내려는 듯 한 발차기를 선보였다.
‘맞는다’는 행위 자체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맞더라도 포인트만 주지 않으면 된다.’ 라는 느낌에 가까운 움직임이랄까.
‘그런데 이건 태권도 겨루기가 아니거든.’
지금 이 경기는 제대로 포인트를 계산해줄 심판도 없었고 포인트를 따냈다고 승리선언을 해주는 룰도 없었다.
-휘익.
나는 그런 서연태의 공격을 뒤로 살짝 몸을 빼는걸로 피한 뒤 쉴 틈을 주지 않고 달려들었다.
‘이렇게 했었나?’
뒷발인 오른발을 들어 앞발인 왼발을 축으로 몸을 반바퀴 회전시킨 뒤.
-퉁-
축으로 삼았던 왼발을 가볍게 차서 공중으로 떴다.
‘여기서 무게중심을 지켜주고.’
오른발이 떨어짐과 동시에 바닥을 찼던 왼발을 무릎부터 앞으로 쭈욱 뻗었다.
‘회전력을 온전히 모아서 엉덩이를 앞으로 집어넣고. 허리 엉덩이 무릎 발끝까지 한번에.’
왼발이 서연태의 안면을 차기 전.
그의 양 팔이 얼굴 앞으로 올라오는 걸 정확히 본 나는 안심하고 그대로 발차기를 끝까지 뻗어냈다.
-뻐억!
“켁!”
양팔로 가드를 했지만 충격이 심한지 억눌린 신음을 내뱉는 서연태.
“돌개차기!”
역시나 최대호 선수는 옆에서 방금 전 발차기의 이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보호구를 차고 있어서 확실히 때리는 맛이 있네.’
발차기가 꽂힐 때의 타격감이 사람을 직접 타격할 때나 샌드백을 두드릴 때와는 또 달랐다.
그리고 꽤나 오래 두드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고.
“흡!”
돌개차기의 충격을 겨우 해소시킨 서연태가 놀고있지 않도록 나는 앞으로 향하던 힘을 이용해 이번에는 나래차기를 응용해서 공중으로 살짝 뜬 뒤 오른발을 서연태의 몸통을 향해 뻗었다.
-탁!
꽤나 정신이 없을텐데도 그 와중에 몸을 오른쪽으로 돌려세우며 왼팔과 등으로 발차기를 막아내는 서연태.
-찌짓. 찌지직.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온 몸의 근육과 관절들이 빠듯하게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나래차기는 보통 선발이 페이크고 후발이 진짜인 공격을 말하는데 서연태는 내 오른발차기를 막아내고는 자연스럽게 내 왼발차기를 방어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휘익. 찌직.
그런 그의 기대를 저버리기위해 왼발은 발차기가 아닌 그저 회전력을 추가하기위한 용도로만 사용했고.
-쒜에엑!
오히려 오른쪽으로 360도 돌며 페이크로 썼던 오른발을 몸의 중심이자 회전의 중심까지 끌어당겼다.
‘몸을 세우고. 회전은 상체가 먼저 돌아가고 하체가. 작고 콤팩트하게 돌면서 속도와 파워를 배가시켜야해.’
허리 근육이 뻣뻣하게 당겨오는게 느껴졌다.
공중에서 한바퀴를 돌며 모았던 모든 힘이 허리를 지나 허벅지로 이동했다.
‘정확히 타깃을 확인하고.’
뒤로 한바퀴 돌며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던 목표물을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제대로 확인했다.
이번에는 뒤로 살짝 빠지려는 모습의 서연태.
그는 일반적인 나래차기가 아닌 변칙적인 발차기에 뒤로 빠지려다가 다급히 다시 가드를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발차기가 뻗어가는 과정에서 무릎은 들리지 않고 직선으로 힘 낭비 없게. 다리를 뻗음과 동시에 상체를 숙이며 그 반동까지 발끝으로 모두 보낸다.’
-떠어억!
이번 발차기는 서연태의 기술을 베낀 게 아닌 내 나름대로 오늘 봤던 여러 가지 태권도 킥을 응용해 즉석에서 시도해본 기술이었다.
서연태 입장에서는 꽤나 변칙적이었는지 팔로 막아내긴 했지만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애초에 뒤로 빠지고 있었던 상황이니까 어쩔수 없었겠지.
“나래차기 도중 공중 뒤후려차기?”
이번에도 어김없이 들리는 최대호 선수의 목소리.
방금 이 발차기가 공중 뒤후려차기인가?
“여, 여기까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스파링은!”
최창우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서연태를 보고는 급하게 손을 흔들며 다가와 경기의 종료를 알렸다.
-주륵
“어? 서연태 선수. 코피...”
그때 엉덩방아를 찧고 잠시 멍하게 앉아있는 서연태를 보고 유나가 한마디 했다.
“어? 서연태 선수. 코피 나요. 코피!”
“휴지! 아니면 수건!”
아무래도 팔로 막았지만 발차기의 위력이 워낙 강력해서 가드한 팔로 본인의 코를 때린 듯 했다.
서연태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스텝이 가져온 휴지로 급하게 코를 막은 뒤 고개를 숙이고 입으로 호흡을 정리했다.
“서, 서연태 선수. 여기 휴지...”
그때 스텝 하나가 휴지를 조금 더 떼서 서연태에게 건넸다.
“그. 쌍코피에요. 왼쪽에서도 피 납니다.”
어이쿠.
나는 이번 너튜브 출연으로 서연태에게도 한방 먹여주고 좋은 킥 기술들까지 배우며 1석 2조의 성과를 얻었고, 서연태는 1타 쌍코피라는 굴욕적인 흑역사를 적립했다.
그러니까 임자 있는 사람은 함부로 건드리는 거 아니다.
인생인 실전이니까. 오케이?
작가의말
이번 에피소드를 계기로 태권도 관련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영상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본편의 마지막에 강해서가 쓴 발차기 기술은 유튜브에서 ‘지금의 태권도가 있게 한 레전드들의 훈련 모습’ 이라는 영상의 1분 30초 쯤에 나오는 장명삼 선수의 공중 뒤후려차기를 참고했습니다. 혹시 제 필력이 부족하여 어떤 기술인지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한번 참고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태권도 킥을 장착한 쥔공이 중량급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봐주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