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딱대격투천재의 탄생-140화 (140/203)

< 140화_가벼운 스파링? >

1.

“해서야. 오늘 촬영 때문에 형이 힘 많이 썼다?”

간단한 오프닝 촬영이 끝나고 난 뒤 최창우가 다가와 어깨에 팔을 걸치며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오늘은 그래서 정확히 어떤 것들 찍어요?”

국내 중량급 선수들을 모아놓고 훈련하는 영상을 찍을거다라는 정도만 간략하게 들었다.

시청자들에게 국내 투기종목의 중량급 선수들의 수준과 현실을 보여주며. 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취지라고.

“일단 간단한 인터뷰들 진행할거고. 어떤 종목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활약하고 있는지. 국위선양하고 있는지. 어떤 게 힘들고 어떤점이 부족한지.”

“네.”

“그러고 나면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지.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뭐 있겠냐. 훈련하는 것 뿐이지.”

“스파링도 해요?”

“어...”

잠시 말을 고르는 듯 한 최창우.

바로바로 말을 뱉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말 하기 전에 고민도 하는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일단 사전 논의는 해봤어. 스파링에 대해서. 그런데 일반적인 스파링은 아닐 거야.”

뭐. 그렇기야 하겠지.

레슬링이나 유도선수가 타격기로 스파링을 하면 당연히 불리 할 테고, 복싱이나 태권도 선수가 그라운드 룰이 있는 스파링을 하면 또 불리할 테니까.

“여러 종목을 배워본다는 취지정도로 각 운동의 차이점을 짚어주는 정도의 스파링이 될 것 같아. 정말 가벼운 정도?”

“뭐. 저는 타격이든 그라운드든 상관없지만 말이죠.”

“하하. 그게 우리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장점이지.”

사실 대부분의 종합 격투기 선수는 하이브리드라고 보면 됐다.

타격 전문 투기종목 선수보다는 그라운드를 잘 하고. 잡기 전문 투기종목 선수들 보다는 타격을 잘하니까.

반대로 말 하면 타격 전문가들보다는 타격이 약하고 잡기 전문가들보다는 그라운드가 약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나는 조금 다르지.’

클래스의 차이라는 게 있다.

내 위치쯤 되면 겸손이 오히려 예의가 아니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지금 같은 경우가 딱 그랬다.

종합격투기 세상에서 최정상에 선 내가 너무 겸손한 것도 다른 동종업계 사람들을 반대로 깎아내리는 게 될 수 있으니까. 나는 챔피언으로서의 프라이드를 가져야했다.

뭐. 어쨌든. 이 자리에 모인 누구와 어떤 룰로 붙더라도 최소 밀리지는 않을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자. 자. 다들 모여서 몸 풀게요!”

잠깐의 휴식 시간이 끝나고 최창우의 진행에 맞춰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시작해 몸을 풀기 시작하는 출연진들.

“강해서 선수. 진짜 팬입니다.”

“아. 네.”

그렇게 몸을 푸는 도중에 다른 출연진들이 하나 둘씩 오가며 내게 말을 걸어줬고, 대부분이 응원이거나 팬이라는 등 듣기 좋은 말들이었다.

“헤비급도 도전하실 거죠?”

“일단은 그렇게 계획 잡고 있어요.”

“크으. 그 라무차랑 타이틀전을 가질 수도 있다니. 생각만해도 제가 다 살 떨립니다. 하하.”

지금 내게 말을 걸고 있는 선수는 박건후라는 선수로 국내 격투기 단체인 스트릿 FC의 헤비급 챔피언이었다.

스트릿 FC가 국내 격투기 단체라고는 해도 외국인 선수들이 많았는데 그들을 제치고 헤비급 타이틀을 거머쥐었다는 건 꽤나 대단한 일이었다.

그만큼 헤비급에서 아시아계 선수들이 가지는 위치가 낮다는 뜻이기도 했고.

‘중소규모 헤비급도 다 백인이나 흑인이 해먹고 있으니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내가 WFC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을 달성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 맞았다.

오죽하면 일본과 중국을 위시한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내 타이틀 획득 기사가 줄지어 보도되며 아시아의 프라이드라는 카피라이팅이 유행처럼 퍼졌을까.

“다음에 따로 스파링 한번. 괜찮을까요?”

“네?”

“아무래도 국내에는 헤비급 스파링 파트너가 없다보니... 가벼운 지도 스파링이라도 감사합니다.”

“아... 네. 저야 뭐. 시합 준비 때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박건후 선수.

키는 나와 비슷한데 덩치는 나보다 더 컸다.

근육질이라기보다는 근육과 살이 같이 붙어있는 전체적으로 크고 둥근 몸매를 가진 선수.

그런데 순박하게 웃으면서 고맙다고 연신 인사하는 게 퍽 귀여워보였다.

뭔가 곰같달까.

어쨌든 박건후 선수라면 나와 비슷한 또래지만 나보다 훨씬 오래 운동을 했던 선수일 텐데 이렇게 매너있게 대해주니 굳이 스파링 요청을 거절하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뭐. 가벼운 스파링이야 내게도 나쁠 건 없으니 서로 좋은거겠지.

그렇게 박건후 선수와 이런저런 종합격투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스트레칭겸 워밍업이 끝났고 바로 선수들 각자의 개인 훈련 시간이 주어졌다.

“각 종목에 맞는 훈련을 하시고 계시면 저희가 이동하면서 인터뷰를 따도록 할게요.”

이번에는 최창우와 유나가 함께 움직이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많은 인원을 모아놨지만 너튜브 방송으로 치면 3회에서 4회 정도가 최대 분량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 회당 10분 이상 15분 이하로 구성된다고 쳤을 때, 총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방송 시간이라는 뜻이었다.

그만큼 자를 건 자르고 필요한 부분들만 잘라서 편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들도 꽤나 열심히 움직이는 듯 했다.

“자. 이번에는 종합격투기 선수들을 한번 모셔볼게요. 스트릿 FC의 헤비급 챔피언 박건후 선수와 너무 많은 시청자분들이 그토록 원하시던 그 분! WFC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이신 강해서 선수를 모셔보겠습니다!”

“와와와와!!”

최창우와 유나가 말과 리액션을 번갈아가며 우리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면. 가장 힘드신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힘든 점이라.

사실 나는 감량이 제일 힘들었는데 그 외에는 딱히 ‘이게 제일 힘들었어요!’ 라는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박건후 선수를 슬쩍 바라보며 먼저 이야기하라는 듯 고갯짓을 했더니.

“아무래도... 훈련입니다.”

“훈련이요?”

“네. 국내는 투기종목에 있어서 경량급이 대세고 또 주축이다 보니 중량급 이상의 훈련 커리큘럼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특히 헤비급 정도 되면 제대로 된 훈련법이라는 게 없어요. 그냥 경량급 선수들의 훈련 루틴을 조금 변형해서 쓰는 정도인데, 이게 고중량 파이터들에게는 많은 부분 맞지 않는 옷과 같아요.”

그런가?

나는 이제껏 훈련하면서 그런 식의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박건후 선수의 표정은 꽤나 절실 해보여 내게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헤비급 선수의 체계적인 훈련을 위한 노하우가 있는 트레이너가 너무 부족합니다. 코치진들도 그렇구요. 그렇다고 해외에서 전문적인 트레이너를 고용해오자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파이트머니로도 인건비가 충당되지 않을 정도죠.”

“그런 고충이 있으시군요. 그러면 국내 트레이너들이 해외에 나가서 고중량급 선수들을 위한 체계적인 훈련법을 배워오는 경우는 없나요?”

“아무래도 경량급에 비해 중량급 이상의 선수는 수요가 적으니까요. 돈이 안 됩니다. 당장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도 못하구요. 그러면 트레이너에게 돌아가는 몫도 적어지죠. 그러니 대부분의 트레이너가 성적을 잘 내고 수요가 많은 경량급에 붙게 됩니다.”

음.

이건 내가 몇 년간 종합격투기를 하면서 거의 처음 듣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나야 우리 체육관 사람들과만 교류를 가졌고 다른 선수들이나 종합격투기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별 관심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들으니 박건후 선수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최두호 선배님과 여기 계신 강해서 선수님을 정말 존경합니다. 국내 중량급 파이터들에게는 진짜 등불과도 같은 분들이거든요.”

그때 갑자기 들어온 급칭찬.

“두 분 덕분에 국내에서도 종합격투기가. 특히 중량급 이상의 체급에 관심이 많아졌고, 실제로 종합격투기 체육관에 중량급 이상의 관원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부담스럽게 반짝거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는 박건후 선수.

사실 나는 누가 나와 눈높이가 같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딱히 키부심이 있다거나 키가 작은 사람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었다.

정말로 평생을 거의 내려다보고만 살았기 때문에 올려다보거나 눈높이가 같은 게 그냥 ‘낯설고 어색할 뿐’ 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반짝이는 동성의 눈빛이라니. 사양하고 싶었다.

“다음으로는 강해서 선수. 다른 질문을 드려볼게요! 혹시 오늘 모인 다양한 선수들과 종목들 중 꼭 배워보고싶은 운동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박건후 선수의 질문과 대답이 꽤나 진지한 분위기였기 때문일까.

이번에는 유나가 나서서 꽤나 높은 텐션으로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흠. 꼭 배워보고싶은 운동이라.”

오늘 모인 선수들을 살펴보자면 레슬링과 유도. 복싱. 태권도. 그리고 종합격투기였다.

그라운드계열 종목 두 개와 타격계열 종목 두 개. 그리고 하이브리드 종목인 종합격투기까지.

“굳이 뽑자면. 태권도일까요?”

“태권도! 역시 한국 하면 태권도죠! 한국의 국기라 할 수 있는 태권도! 혹시 배워보신 적 없으신가요?”

“하하. 네. 아쉽게도 인연이 없었네요.”

보통은 군대에 가면 의무적으로 태권도 1단 정도는 딴다고들 하는데, 사단 경리병과였던 내 보직의 특성상 훈련이나 체육활동을 할 만한 시간이 거의 없었다.

군 생활 중 야근을 하지 않는 날이 더 드물었으니 뭐.

“태권도 하면 화려하고 다양한 발차기죠! 나중에 WFC 경기에서 강해서 선수의 멋진 태권도 발차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하하. 네. 기대해주세요.”

내 인터뷰는 생각보다 가볍게 끝났다.

“강해서 선수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강해서 선수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심층 인터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구독과 좋아요! 알람 설정까지 잊지 마세요! 2대1 인터뷰가 곧 올라옵니다! 커밍 쑤-운!”

WFC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개인적인 인터뷰 등은 나중에 최창우와 유나. 그리고 나까지 셋이서 따로 촬영할거라고 했으니까.

아무래도 여러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나만 따로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는 조금 그래서 내 인터뷰는 따로 콘텐츠를 만들어 오늘 훈련 이후 촬영할 예정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모든 종목 선수들이 간단한 인터뷰를 마친 뒤.

“자. 그러면 이제는 각 종목 선수들이 본인 종목을 시청자 여러분들께 간단하게 소개해주시면서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 배워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차례로는 다른 종목의 기술들을 스파링 형식으로 가볍게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로는 레슬링.

“여기서 이렇게 관절 쪽을 잡으며 파고 들어가면 작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면서...”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나와 간단하게 시범을 보여주고는 다른 종목 선수들이 나와서 배워보는 시간이었다.

“억!”

“와... 꿈쩍도 안하는데요?”

“흐읍!”

“오! 오! 아...”

당연히 레슬링 국대 선수들에게 복싱이나 태권도 선수들은 제대로 기술을 걸어보지도 못했고, 그나마 유도와 박건후 선수 정도만이 어설프게나마 기술을 넣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다음은 갓-해서! WFC 챔피언이 출격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과연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와 WFC 챔피언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최창우는 일부러 아주 자극적이게 시합을 소개하며 어그로를 끌었다.

여튼 이런 건 잘 한다니까.

“흐읍!”

“흣!”

와. 빡빡했다.

시작과 함께 서로 목을 잡고 힘싸움에 들어갔는데 여태까지 상대했던 선수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120kg 급의 자유형 레슬링 국가대표.

발달시킨 근육 자체가 종합 격투기 선수와는 달랐기에 맞잡기부터 풍겨오는 압박이 장난이 아니었다.

어깨를 맞대고 힘을 주는데 그 힘이 만만치 않았다. 서로가 전력을 다한 건 아니라지만 레슬링 국가대표는 역시 다르구나 싶었다. 심건오 선생님께 레슬링을 배우긴 했지만 체급이 달랐기에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흐읍!”

그때 내 밑으로 파고들며 왼쪽 다리오금을 낚아채는 상대방 선수.

나는 그대로 왼팔겨드랑이에 상대 선수의 목을 끼고는 허리에 힘을 줘 자세를 낮췄다.

-뿌득. 뿌득.

이제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둘 다 힘을 쓰기 시작했다.

“으압!”

목을 잡힌 상태에서도 상체를 들려 나를 밀어붙이는 상대 선수.

이대로 상체를 들게 놔두면 잡힌 다리 때문에 아예 들려버릴 수가 있었다.

-텁!

허리에 들어가는 힘을 한층 더 강하게 쪼이며 날 밀어붙이느라 살짝 앞으로 나온 상대 선수의 왼발 무릎 뒤 오금을 오른손으로 낚아챘다.

“큽!”

“흐읍!”

-뿌득. 뿌드듯.

상대방의 목을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왼다리를 오른팔로 낚아챈 상태.

잡힌 왼발을 뒤로 당기며 양팔 또한 당기자 끝내 상대 선수는 내게 안기듯이 몸이 지면에서 들리고 말았다.

-삐익 삐익.

“자. 여기까지. 경기가 너무 과열된 것 같으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후우.

최창우가 정말 적절하게 잘 끊어주었다.

여기서 더 진행되었으면 이제는 정말 그라운드로 들어가서 진을 빼야했을거다.

“와... 강해서 선수. 레슬링 실력 진짜 좋으시네요. 심 선생님한테 배우신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스파링이 끝난 뒤 상대였던 레슬링 선수가 다가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하. 뭘요. 봐주셔서 그렇죠.”

“봐주긴요. 진짜 한번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시합처럼 했는데. 오히려 최창우 선수가 안 끊어줬으면 제가 망신 당했을겁니다.”

“에이. 계속 됐으면 또 모르죠.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게 시합 아닙니까.”

물론 끝까지 갔어도 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이길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확답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레슬링 자체만 놓고 본다면 역시 국가대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실력이었으니까.

“자. 다음은 태권도. 태권도는 어떻게. 보호구 차고 진행할까요?”

레슬링 소개가 끝난 뒤는 바로 태권도 시범이 이루어 졌다.

“저희는 그냥해도 되고. 다른 분들은 보호구 차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서연태는 자신들은 괜찮으니 다른 선수들은 보호구를 차라고 이야기하며 가벼운 시범을 보였는데

‘저게 가벼운 시범이냐.’

보호구를 차라고 한 이유가 그냥 편하게 때리기 위함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발차기들로 상대 선수들을 농락했다.

서연태는 태권도 국가대표다보니 당연히 실력은 아주 뛰어났다.

거기다 상대 선수들이 레슬링이나 유도. 복싱선수였던 만큼 그라운드와 펀치가 제한된 상태에서 발차기만으로는 서연태에게 비비기는커녕 제대로 피하거나 막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박건후 선수마저도 일방적으로 화려한 발차기에 인간 샌드백 신세가 되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자. 다음은 또 다시 이 선수입니다! 갓-해서! 앞선 레슬링 국대와의 시합에서는 정말 대단한 모습을 보여줬던 갓-해서 선수인데요! 과연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와 WFC 챔피언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이번에도 역시 나는 마지막 순번이었다.

최창우는 또 다시 자극적인 멘트로 시합을 소개했고 유나는 태권도 보호구를 들고 내게 총총 걸어왔다.

“아아. 저도 보호구 안찰게요.”

“네?”

“서연태 선수도 안차시는데요. 저도 보호구 없이 그냥 하겠습니다.”

“아아...”

예상치 못한 내 반응에 서연태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최창우.

“다치실 텐데요. 보호구 없이 맞으면 많이 아픕니다. 태권도 발차기는.”

“뭐. 맞으면 그렇겠죠.”

서연태는 날 걱정하는 듯 말 했지만 얼굴에는 아주 가소롭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창우 형. 이번에는 아까처럼 중간에 끊지 말아주세요. 둘 중 한명이 멈춰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나는 스파링이 시작되기 전 최창우에게 무려 ‘형’ 이라는 호칭까지 붙여가며 귀엣말을 했다.

“어? 어. 어. 알겠어. 우리 동생 부탁인데. 형이 절대 중간에 안 끊을게.”

최창우는 형이라는 말에 입이 귀에 걸린 듯 한 표정으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두 선수. 앞으로.”

최창우의 진행에 맞춰 마주선 나와 서연태.

태권도 발차기. 앞의 시범과 스파링을 봤는데 꽤 화려하고 멋있더라.

잘 될지 모르겠네.

서툴러서 조금 세게 맞아도 나한테 너무 뭐라 하지 않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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