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_officially >
1.
-아름 : 너무 갑작스러우면 어쩔 수 없구 헤헤
갑작스러운 게 문제가 아니었다.
유나나 유나TV의 피디와 작가들은 오히려 반길지도 모르지.
중요한건 내가 별로 탐탁지 않다는 거였다.
-해서 : 어. 오늘은 조금 그러네. 다음에 한번 같이 방송 할 수 있으면 하자!
-아름 : 아... 응! 헤헤 두 시간도 안 남았으면 너무 촉박하긴 했다. 녹화방송도 아니고 라이브 방송인데
미안하다. 아름아. 오늘은 나름대로 나한테도 중요한 방송이라서.
“해서 씨?”
“아. 네.”
한창 오늘 방송에 대한 설명 중에 폰을 보고 멍하니 있으니 작가님이 불렀다.
“죄송해요. 급한 연락이 왔어서.”
“아. 급한 연락. 갑자기 가셔야 하거나 하는 건 아니죠?”
“하하. 그런 건 아니에요. 걱정하지마세요.”
일단 아름이의 요청은 반려를 한 상태로 마무리를 지었다.
나중에 라방을 할 예정이니 꼭 보라고 했지만 절대 싫다는 아름이의 답장을 끝으로 스마트 폰을 덮어두었다.
일단은 오늘 방송에 집중해야지.
“나왔냐?”
전체 큐시트와 필수 코너. 질문지 등을 받아서 방을 나서자 문 앞에 준현이가 서 있었다.
“어.”
“질문지 읽어봤음?”
“지금 읽는 중.”
격투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경위나 이런 건 예전에 한번 다뤘었기 때문에 오늘 질문지는 대부분 최근 근황에 집중되어 있었다.
챔피언 타이틀전 소감이나 앞으로의 비전. 방향성. 그 외에 취미나 대인관계 등의 질문도 있었다.
질문지에는 없지만 따로 원하는 질문이 있으면 요청하라고 하기도 했었다. 일단 블레이크에 관한 질문을 해주길 요청했고 여자 친구나 연애에 대한 질문도 요청하려 했는데 그건 사전 질문지에 있어서 패스했다.
“연애 관련 질문 있지 않음?”
“어. 있네.”
“어쩌실?”
어쩌긴 뭘 어째. 그냥 가감 없이 말 하는거지 뭐.
“유나 씨랑 괜히 서먹해지는 거 아님?”
“유나랑 서먹해진다고 너랑 영은 씨한테 피해갈 일 없다. 걱정마라.”
“그건 내가 알아서 하는 거니 걱정 안하지. 내가 걱정하는 건 유나 씨니까.”
“흠.”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애매한 스탠스에서 간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미안하긴 하지만 이런 건 확실하게 해야 길게 봤을 때 서로에게 이득이었다.
“너무 상처받지 않게 잘 하라는 거임.”
“걱정 마 인마.”
이 새끼. 요즘 연애한다고 막 훈수도 두고 그러네. 원래 여자 관련 문제에서는 입 닫고 있기로 유명했는데 말이지.
“오빠들? 무슨 작당모의를 그렇게 하고 계실까?”
오피스텔이 좁다보니 준현이와 나는 조용히 속닥거리고 있었는데 그걸 본 유나가 생글 생글 웃으며 다가왔다.
“작당모의는 무슨. 그냥 오늘 방송 질문지 보고 이야기 하고 있었어.”
“그런 건 진행자인 저랑 이야기 해야죠!”
“하하. 별 특별한 것도 없었어. 자. 자. 방송 준비합시다.”
TV 생방송은 당연히 중계 자체가 전쟁일 테지만 너튜브 라이브 방송 또한 방송 직전은 전쟁터와 비슷했다.
여러 명의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조면과 카메라를 다시 한 번 체크하고 소품과 먹을 것 등 오늘 방송에 쓰일 모든 것들을 두 번 세 번 체크했다.
그리고 드디어 라이브 방송 시간이 되었고
“안녕하세요! 오늘도 라방으로 돌아온 유나 TV의 유나입니다! 오늘은 미리 말씀 드렸다시피 아주 핫한 게스트 분을 모셨는데요! 다들 알고 계시죠?”
유나의 에너지 넘치는 오프닝 멘트로 너튜브 라방이 시작되었다.
┕오늘 강해서 나오지?
┕근데 왜 강해서는 맨날 유나tv만 나옴? 빡도르나 므마tv같은 격투기 전문 채널도 있는데?
┕나 같아도 유나tv나옴ㅋㅋㅋㅋㅋㅋ
┕강해서가 유명세가 필요하진 않짘ㅋㅋㅋ 강해서가 나오는 채널이 유명해질 뿐
┕222222222이게 맞말ㅋㅋㅋ 어차피 채널이 갓해서 빨 받을 거면 유나tv가 낫짘ㅋㅋㅋ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늘어나는 시청자들과 채팅창.
앞에 비치된 큰 모니터를 통해 채팅창을 읽어볼 수 있었는데 재미있는 글들이 많았다.
“자. 라방은 시간이 생명이죠. 바로 모셔보겠습니다! WFC 미들급 챔피언! 그저 빛! 그저 갓! 요즘은 갓해서라고 불리시는 분이시죠! 강해서 파이터님을 모시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유나tv 구독자 여러분들. 이렇게 또 찾아뵙네요.”
┕갓해서다! 외쳐 갓해서!
┕티비나 예능 같은데도 좀 자주 나와 주세요!!
┕요즘 세상에 너튜브도 안하고 SNS도 안하다니 ㅂㄷㅂㄷ
┕갓해서 sns 있지 않음?
┕ㄴㄴ 블레이크한테 어그로 끌려고 만든 거 있는데 게시물 열 개도 안됨ㅋㅋㅋ
┕뭐 신비주의 컨셉 그런 건가?
┕광고도 찍고 예능도 나오고 하면서 국뽕좀 넣어주세요! 썰도 좀 풀어주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채팅창을 보니 의외로 ‘대외 활동 좀 해달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긴. 작년 여름에 스위치 온에 출연한 이후로 예능에 나간 적이 없었지. 두호 형이랑 나간 건 무슨 시사대담코너 같은 느낌이었고.
광고 제안서도 꽤나 많이 들어왔다던데. 나중에 체육관 가면 안 코치님이랑 이쪽 관련해서도 한번 이야기를 해보긴 해야겠다. 어쨌든 내가 노력해서 이룩한 것들로 인해 주어진 기회들이라면 어떤 게 있는지 정도는 봐둬야지.
“하하. 저도 티비도 나가고 싶고 예능도 나가고 싶죠. 다만 너무 바빴습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정말 쉼 없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운동에만 미쳐 살았거든요.”
채팅창을 보며 가볍게 코멘터리를 한 뒤 이후의 진행은 유나에게 맡겼다.
지난 타이틀전과 관련된 몇 개의 질문에 다리의 부상도 보여주고 시합 소감 등도 언급하며 몇 개의 질문이 지나갔고
“그러면 강해서 선수는 한창 바쁘셨다고 하셨으니까. 여자 친구나 연애는 어떻게 하세요?”
드디어 사생활 질문 중에서도 연애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마지막 연애는 몇 년 됐구요. 현재는 좋은 마음으로 알아가는 사람은 있습니다. 음. 썸이랄까요?”
“...”
순간 유나의 표정이 살짝 흐트러지는 듯 했지만 역시나 프로답게 바로 웃으며 질문을 이었다.
“우와. 역시 이렇게 잘생기고 몸도 좋은 강해서 선수님을 사람들이 가만 놔둘 리가 없겠죠! 그래도 아직 썸이면. 저도 기회가 있는 건가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익살스럽게 물어보는 유나.
┕엌ㅋㅋㅋ 유나찡 여기서 각을 보다닠ㅋㅋㅋ
┕유하다 추나야. 인기에 편승할라하고 그라믄 안대
┕그래도 우리 유나정도면 어디 가서 안빠지지! 유나야! 오빠는 언제나 열려있다!
┕울 유나 외로웠누 오랜만에 껄떡 유나 등판이넼ㅋㅋㅋ
┕한동안 조용하다 싶었더니 여기서 각을?!
이건 사전 질문지에는 없었던 애드립이었는데 예전에도 게스트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시청자들은 유쾌하게 받아들이며 일종의 드립으로 생각하는 듯 했다.
정작 질문을 받은 나는 빤히 올려다보는 유나의 눈동자가 너무 진지해서 가볍게 대답을 하기가 어려웠는데 말이지.
“하하. 글쎄요. 일단... 제가 한 번에 두세가지 일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격투기에 집중을 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시청자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티비나 예능. 광고 촬영도 다 미루고 있습니다. 연애도 마찬가지라... 운동하면서 연애도 어려운데 거기다 유나 씨까지라고 하면. 하하. 저 진짜 죽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지금 만나는 분께만 집중하고 싶어요.”
┕갓해서 왤케 진지충이눜ㅋㅋㅋㅋ
┕우리 껄떡 유나는 원래 이렇게 잘 들이대요ㅋㅋㅋㅋ
┕강해서 당황해서 말 ㅈㄴ 빨리함ㅋㅋㅋㅋㅋ 귀엽넼ㅋㅋㅋ
┕앜ㅋㅋㅋ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 안 해도 돼 형 ㅋㅋㅋ 유나가 형 놀린거얔ㅋㅋ
시청자들의 채팅 반응은 너무 각잡고 대답한 내 모습을 놀리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에이. 아쉽네요. 이번에는 살짝 진심이었는데. 그쵸 시청자 여러분?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이번 질문은 요즘 가장 핫한. 그리고 강해서 선수가 저희 채널을 찾아주신 이유이기도 한 질문인데요.”
꽤나 담담하게 상황을 넘기는 유나.
뭐. 사실 유나의 마음을 제대로 고백 받거나 확인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유나가 내게 호감이 있을 거라고 추측할만한 근거들만 있었을 뿐.
지금 이렇게 유나를 신경 쓰고 챙기는 것 또한 나 혼자 하는 생쑈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요즘 가장 핫한 소식이라고 하면 단연코 갓해서 선수님과 블레이크 선수 간의 신경전이죠?"
“핫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급이 안 맞지만. 많은 분들이 언급해주시기는 하죠.”
“며칠 전에는 위대한 챔프. 황제 카이서스 선수가 직접 강해서 선수를 언급하기도 했어요.”
“하하. 카이서스가 절 언급할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그 일로 더욱 화제가 되긴 했습니다.”
“카이서스 선수와는 혹시 따로 접점이라던지 친분이 있으신가요?”
한창 블레이크와 카이서스에 관한 토크로 주제가 넘어가고 있는데
┕이게 머선129?
┕시청자 폭탄29?
유나 TV의 시청자 수가 눈에 띌 정도로 폭등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라이브 방송 시청자가 3천 명 정도였다면 지금은 가볍게 만 단위를 넘어서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오우. 진짜 원더보이잖아?)
┕(미스터 강의 라이브 방송이라니! LOL!)
┕(뭐야? 블레이크와 카이서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누구 한국어 할 줄 아는 사람 없어?)
영어부터 시작해 스페인어와 전혀 모르겠는 다른 나라 언어들까지.
어디서 유입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외 시청자들이 유나 tv의 라이브 방송에 대거 들어오기 시작했다.
“준현아. 준현아!”
유나는 이런 상황이 처음인지 단순히 채팅 글에 리액션만 하고 있었고 나는 급하게 준현이를 불렀다.
-끼익
“왜?”
방송실 문이 열리며 고개를 빼꼼히 들이민 준현이 놈은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왜 불렀는지 물었다. 한마디로 지금 라방은 안보고 딴 짓 하고 있었다는 거지.
“너. 들어와서 통역 좀 해줘야겠다.”
“갑자기?”
“해외 시청자들이 엄청 들어오고 있어.”
나도 유나도 기본적인 회화는 되지만 그게 매끄러울 정도로 말의 뉘앙스까지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네. 지금부터는 여기 앉은 전문 통역사 분께서 영어 동시 통역을 도와주실겁니다. 김준현 통역가님입니다. 박수!”
유나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은 준현이를 소개했고 준현이는 역시나 프로패셔널한 모습으로 인사를 하며 자신의 소개부터 영어로 진행했다.
다행히 준현이 놈은 영은 씨랑 데이트를 하기 위해 준비해왔던지라 깔끔한 복장에 머리도 손질해둬서 방송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올. 유나찡 이미 준비돼 있었네
┕와 발음 개쩐다. 개부러워
┕(오! 통역이 준비되어 있었잖아?)
┕(역시. 이번 이벤트 매치에 대한 미스터 강의 오피셜 방송인거지?)
채팅창 반응 또한 나쁘지 않았다.
“어디까지 질문 드렸었죠?”
“카이서스와의 친분에 대해 질문하셨었죠.”
“아! 맞아요.”
자연스럽게 앞선 질문으로 돌아와 작년 라스베이거스에서 볼튼과의 스파링 이야기와 카이서스와의 스파링 이야기까지 언급하며 복싱 관련 썰들을 풀어냈다.
┕(오 마이 갓! 카이서스와 스파링을? 카이서스가 스파링을 하지 않은지 벌써 몇 년은 된 걸로 아는데?)
┕(이게 진짜라면 정말 기사감이지! 어메이징해! 하지만 미스터 강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
┕(SNS를 하지 않는 카이서스가 직접 미스터 강을 언급했을 정도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헐... 카이서스랑 스파링. 거기다 서로 이득 보지 못하고 무승부로 끝나다니
┕암만 짧게 했어도 카이서스랑 비슷한 기량을? 가슴이 웅장해진다.
┕또 설레발치네. 카이서스는 진짜 가볍게 잡아주는 스파링 한 수준일 텐데 ㅉㅉ
┕팩트 : 그 가볍게 잡아주는 스파링에도 버티는 애들이 없어서 카이서스는 몇 년째 스파링 파트너가 없었다.
┕카이서스가 인정한 실력이구만? 블레이크쯤이야 씹어먹겠네 그러면
카이서스와의 이야기를 풀어놓자 채팅창은 정말 폭발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빠르게 글들이 쌓여갔다. 글이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을 정도.
“그래서 카이서스 선수가 강해서 선수를 언급했던 거군요. 그로 인해 이번 블레이크와의 매치가 꽤나 구체적으로 윤곽이 잡히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건가요?”
이건 내가 리스트에 넣어달라고 요청한 질문이었다.
블레이크와의 시합에 관련된 부분. 오늘의 하이라이트지.
“사실. 이런 이벤트 매치를 위해 뭔가 준비를 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블레이크와 저는 그만큼 차이가 크니까요. 미첼 코너와의 멋진 시합을 치른 지 아직 한달도 되지 않았지만, 블레이크는 지금 당장이라도 붙어줄 수 있습니다.”
“블레이크 선수와의 시합에는 따로 준비가 필요 없다. 그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하지만 블레이크는 그렇지 못 한가 봐요. 블레이크 측에서 제시해온 이벤트 매치 일자는 4월의 마지막 주 주말이었습니다.”
“4월 마지막 주말요? 그러면 이제 딱 한달 정도 남았네요?”
“네. 그리고 우리는 그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지금 이 방송을 보고 계신 시청자분들. 기억하세요. 4월 마지막 주말입니다. MMA가 무서워 복싱계로 도망친 얼간이가 복싱으로 참교육 당하는 날 말입니다.”
아까 아름이 에게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 이미 시합에 대한 조율은 끝난 상태였다. 블레이크 측에서는 오케이를 했고 우리 쪽에서만 사인을 하면 끝나는 상황.
블레이크 측에서는 확정인 상태가 아니라 먼저 기사를 낼 수 없었을 테니 아마도 이번 이벤트 매치에 관한 가장 빠른 뉴스는 전 세계에서 유나TV일 것이다.
┕ㅅㅂ 지렸다. 와. 소름
┕진짜 이렇게 빨리? 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곸ㅋㅋㅋ 한창 핫할 때 바로 매치 잡아버리네
┕텔론이 이걸 허락했다고? 블레이크 때문에 어지간히 빡쳤나보닼ㅋㅋㅋㅋ
┕근데 이렇게 말해놓고 줘 털리면 어떡함? 강해서 복싱 경력이 있기는 함?
┕볼튼이랑 스파링 해봤다잖앜ㅋㅋㅋ 카이서스랑도
┕스파링이랑 시합이랑 같냐;;; 시합 경험이 얼마나 큰데. 글러브 크기도 다르고 분위기나 전략도 다른데
┕또 또 방구석 좆문가 ㅅㅂ 그냥 응원이나 쳐해
┕(OMG 이게 진짜라고? 4월 마지막주말이 언제야? 어디서 하는 경기지? 미국에서 하나?)
┕(미국에서 하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테니)
┕(어디서 볼 수 있지? 실시간 중계를 보려면 말이야. 복싱 쪽이야 WFC쪽이야?)
┕(이건 정말 특종이야. 내 친구들에게 당장 알려야겠어. 4월 마지막 주말은 파티라고!)
이미 채팅창은 불바다가 된 상황이었고 모니터에 작가들이 띄운 대화창에는 격투기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스포츠 기사란에도 이미 블레이크와의 이벤트 매치에 대한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이번 라이브 방송에 생각보다 기자들도 많이 들어와있었나보다.
어쨌든 준현이의 통역까지 끼어 성공리에 끝난 라이브 방송.
근 한 시간 반에 가까운 방송을 끝마치고 스트레칭을 하며 스마트 폰을 꺼내는데 유나가 생수 통을 들고 다가왔다.
“이것 좀 마시세요. 오빠.”
“아. 고마워.”
내 물은 방송 중에 다 마셔서 마침 갈증이 나던 참인데. 참 센스가 좋단말이야.
“요즘 썸타시나봐요?”
“어? 어. 뭐.”
“저는 만나자고 그렇게 연락해도 만나주지도 않았으면서. 너무해.”
그러고 보니 유나는 눈이 유독 까맣다. 보통 사람들은 눈이 갈색 빛을 띄는데 얘는 어쩜 이렇게 눈이 까맣지? 렌즈는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진짜 정신없어서 그래. 마찬가지로 썸타는 사람도 자주 못 봐.”
“그래요? 흐음. 뭐. 어쨌든 오늘 오빠덕분에 라방 진짜 성공적이었어요. 구독자 진짜 엄청 늘었거든요.”
“그래? 잘됐다.”
방송 종료 타이밍에 라방 시청자 수가 10만 명 가까이 됐었는데, 그 중 절반 가까이가 외국 시청자였다고 했다. 또한 이번 라방 내용도 편집해서 너튜브에 올라간다고 하니 앞으로도 많은 해외 팬들이 영상을 보고 유나의 채널에 유입되겠지.
“정말 고마워요. 이거. 술 한두 잔으로는 못갚을거 같은데.”
“하하. 부담갖지마. 나도 너희 채널을 확성기로 쓰는 건데 뭐.”
유나와 방송이야기를 가볍게 이어가며 방송 중에 확인하지 못한 스마트폰 알림을 보는데
-아름 : ?
-아름 : 아까 시합 확정 아니라고 했지 않아?
-아름 : 다리는 또 왜 그래? 괜찮다더니 다 멍인데?
-아름 : 저기요. 썸남씨. 방송 끝나는 대로 얼굴 좀 봅시다?
-아름 : 집으로 오세요
호출이 들어와 있었다.
... 안 본다며. 절대 안 본다더니 왜 보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