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딱대격투천재의 탄생-66화 (66/203)

< 67화_미들급 타이틀전 >

1.

-브로일러 252! 그 파이널 무대가 곧 시작됩니다! 한국의 강해서 선수가 입장합니다!

오늘도 체육관 한 귀퉁이에서 스마트 폰으로 브로일러 중계를 보고 있는 최창우.

“야. 좀 있으면 전 대표님 오신다니까?”

“있어 봐. 쫌 있으면 시작이야.”

윤성화는 그런 최창우에게 한마디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 형. 폰 좀 줘봐.”

“...왜?”

“아. 빨리 줘봐.”

결국, 윤성화의 폰까지 뺏어 드는 최창우.

윤성화의 폰으로 강해서의 시합 중계를 틀어두고는 본인의 폰으로는 초록창 어플을 실행시켜 격투기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강해서 코인 이번에는 떡락 맞겠지?

└야 레이몬드는 빵형이나 이바노프 같은 애들이랑은 차원이 다름ㅋㅋㅋ 괜히 탑독이 아냐

└근데 강해서랑 레이몬드랑 승률 차이가 별로 없던데? 배팅률도 비슷함

└그러니까 이럴 때 따야지 ㅋㅋ 역배는 리스크가 크고 이런 경기가 오히려 빨기 좋음. 무족권 레이몬드가 이김ㅋ

└또 토토충 글이네 ㅅㅂ 너네 게시판 가서 놀아 새키들아

└ㅠㅠㅠ승률 좀 알려줘ㅠㅠㅠ 이번에는 진짜 따야되...

└되x돼o

최창우는 커뮤니티를 둘러보며 글 몇 개를 읽어보더니 이내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현직 프로파이터다. 강해서 타이틀전 승률 예측해준다.

강해서가 무족권 이김ㅋ 레이몬드 걸지 말고 애국 배팅해라 새끼들아.

강해서는 이미 WFC에서도 랭커급 실력이라고 본다 형은. 이건 날카로운 프로 파이터의 평가이니 정확하다.

└프로파이터 ㅇㅈㄹㅋㅋㅋㅋ프로 방구석파이터일 듯 ㅋㅋㅋ

└└넌 내가 누군지 알면 놀라서 숨도 못 쉴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갈파이텈ㅋㅋㅋㅋㅋㅋ 강해서가 백빵 짐

└└ㄴㄴ 강해서는 수비형 그래플러면 몰라도 저런 공격성 스트라이커한테 상성 상 유리함. 강해서가 이김

└좆문가 나셨네 진짴ㅋㅋㅋ 파이터 인증 좀 해줘라ㅋㅋㅋㅋ인증이 없으면 뭐다?

└└내가 인증하면 진짜 일이 커져서 그냥 넘어간다. 형 말 믿고 애국 배팅 가라.

최창우는 한창 커뮤니티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아가며 집중하고 있었고.

“야. 최창우. 너 또 토토하냐?”

“어? 아. 아냐. 안 해.”

“너 이번에도 걸리면 그땐 내가 진짜 쉴드 못 친다?”

“아니라니까. 흠.”

최창우는 슬그머니 폰을 끄고는 곧 시작할 강해서의 시합 중계로 눈을 돌렸다.

-스으응.

그때 체육관 자동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낯익은 실루엣.

“체육관에 왜 아무도 없어? 최창우! 윤성화! 어디 갔어!”

스트릿 FC의 대표인 전두형이었다.

“전 대표님! 오셨습니까.”

윤성화는 바로 뛰쳐나가며 전두형을 반갑게 맞았다.

“어. 있었네. 창우는?”

“저도 여기 있습니다!”

최창우 또한 한발 늦긴 했지만 전두형에게 인사하며 나왔다.

“그래. 한가하네?”

“네. 뭐. 월요일 낮이니까요.”

지금은 LA 기준 일요일 오후 10시. 한국 시각으로는 월요일 2시를 넘겨 가는 시간이었다.

일주일 중 체육관에 운동하러 오는 사람이 가장 적은 시간대였다.

“그건 뭐야?”

“아. 이거요.”

전두형은 최창우의 손에 들린 스마트 폰을 보고 한마디 했다.

“운동해라 운동. 너도 챔피언 사수하려면 조만간 방어전 한번 해야지. 강해서 그놈도 오늘 타이틀전이라던데.”

“안 그래도 이제 곧 강해서 시합이라 그거 보고 있었습니다.”

“뭐?”

“강해서가 이기면 여러모로 그림이 좋잖습니까. 막말로 1라운드에 잡기만 해도 저는 2라운드까지 갔으니 면이 서고. 시합 끝나자마자 바로 SNS 하나 띄우면 이슈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흠...”

전두형 대표는 최창우의 말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격투기 시장은 대중의 관심이 모여야 돈이 되는 시장이었는데, 최근 최두호의 WFC 챔피언 달성과 강해서의 브로일러 미들급 타이틀전으로 격투기라는 운동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이런 시기에 타이밍을 맞춰 최창우가 SNS로 어그로만 잘 끈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것도 같았다.

“지금 시작하냐?”

“아. 이제 곧 할 겁니다.”

최창우는 잠시 꺼놨던 스마트 폰을 꺼내 전두형 앞에서 켰고.

-자랑스런 대한의 파이터! 강해서 선수! 입장합니다!

타이밍 좋게 강해서가 입장하고 있었다.

2.

“컨디션은?”

“최곱니다.”

“오케이.”

항상 입장 전에 컨디션을 물어보시는 안 코치님.

이제는 이게 코치님의 루틴 중 하나라는 걸 알았다.

“레이몬드가 계체에서 실패했던 기억은 지워라.”

“네?”

“혹시라도 가지고 있는 방심이 있으면 버리라는 말이다.”

“하하. 당연하죠.”

나는 안 코치님의 우려에 걱정 말라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레이몬드가 계체를 통과하고 베스트 컨디션으로 나오더라도. 네가 이기는 건 변함 없다. 알지?”

씨익 웃으며 내 긴장감을 아주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풀어주는 안 코치님.

“그럼요. 딱 제 스타일입니다. 레이몬드.”

그라운드는 거의 도외시한 스트라이커.

차라리 입식 타격이 더 어울릴 듯한 타격가.

물론 그 내구도와 펀치력. 핸드 스피드 등이 동급 최고라고 평가받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제껏 만났던 어떤 상대보다 편한 선수였다.

“자. 다녀와라.”

“넵!”

입장 콜이 떨어지고 드디어 입장한 케이지.

주변을 둘러보는데 WFC와는 조금 다른 원형의 철책이 오늘따라 눈에 들어왔다.

흔히 옥타곤이라 불리는 WFC의 팔각형 케이지와는 다른 브로일러의 원형 케이지. 오늘 시합이 끝나면 이곳과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 감상적이게 되었나 보다.

“...”

내가 케이지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편 케이지 문이 열리며 입장하는 상대 선수. 레이몬드.

어제보다는 확실히 혈색이 좋아 보였다.

날 보자 인상을 찡그리는 재수 없는 얼굴을 보니 조금 전까지 감상적이었던 마음가짐이 싹 사라졌다.

-툭.

케이지 중앙에서의 글러브 터치와 함께 시작된 1라운드.

-타타탁. 후웅-

갑자기 시작과 함께 내게 전력으로 달려오더니 플라잉 니킥을 시도하는 레이몬드.

-휘익!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나올 줄 몰랐기에 마땅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그저 몸을 틀어 피해내기만 했다.

아쉽다는 얼굴로 몸을 틀어 이제야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레이몬드.

‘날 진짜 쉽게 보는 건가?’

플라잉 니킥은 맞추기만 하면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대신 그만큼 리스크도 큰 기술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레이몬드는 진짜 이번 시합을 1, 2라운드 이상 끌고 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거였다.

‘통했네. 나도 그런데 말이야.’

중요한 건 나도 오늘 시합을 질질 끌 생각이 없다는 것.

-스윽.

-툭.

나는 다리를 살짝 끌 듯 앞으로 전진하며 앞으로 전진 스텐스를 잡은 왼손으로 레이몬드의 앞 손을 의도적으로 건드렸다.

“흡!”

-휙. 후웅!

이번에는 소위 ‘슈퍼맨 펀치’ 라고도 하는 점프 펀치를 던지며 들어오는 레이몬드.

나는 레이몬드의 펀치들을 피해내며 뒤로 살짝 빠졌다가.

-퍼억!

바닥에 착지한 뒤 아직 자세를 다잡지 못한 레이몬드의 명치로 오른발 앞꿈치를 찔러 넣듯 박아넣었다.

-쿠웅!

앞으로 체중을 실어 찌르듯 밀어 찬 프론트 킥에 정통으로 맞은 레이몬드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쓰러졌고.

-휘익!

나는 프론트 킥을 찬 오른발이 바닥을 딛음과 동시에 쓰러진 레이몬드에게 뛰어가 거친 기침을 내뱉는 그의 얼굴에 오른손을 쉬지 않고 두드렸다.

“큽!”

서너 방 정도 정타로 펀치가 들어간 뒤 펀치 세례를 벗어나려 몸을 웅크려 마는 레이몬드.

“흡!”

나는 그런 레이몬드의 백 마운트를 점한 뒤.

-퍽! 퍽! 퍽! 퍽!

양손으로 그의 양 얼굴을 계속해서 두드렸다.

“스탑! 스탑!”

결국, 심판의 스탑 사인이 떨어지고.

“으아아아아아!!!!!!”

나는 1라운드가 시작된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아 케이지 한복판에서 포효할 수 있었다.

이곳 브로일러 미들급에는 더 이상 내 적수가 없었으니까.

*

“강해서! 강해서 선수 파운딩! 아! 스탑 사인이 떨어집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자랑스런 대한의 파이터가 1라운드 33초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브로일러 미들급의 새로운 왕좌를 차지합니다!”

LA 현지에서 일요일 저녁에 진행된 경기라 한국에서는 평일인 월요일 오후 시간대에 생방송으로 중계된 브로일러 252 시합.

하지만 그 시청률은 평소의 주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아주 대단합니다! 시작부터 레이몬드 선수가 아주 저돌적이게 플라잉 니킥으로 치고 들어오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강해서 선수는 침착하게 대응을 잘했어요. 그리고 슈퍼맨 펀치. 점프 펀치를 피해내며 정확한 타이밍에 찔러넣은 프론트 킥이 승부를 갈랐습니다.”

마침 강해서가 프론트 킥을 찔러 넣은 후 바로 파운딩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슬로우 모션으로 나오고 있었다.

“보통 프론트 킥은 밀어 차는 킥과 끊어 차는 킥으로 나누는데요. 이번은 대놓고 밀어 차는 킥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바로 달려가서 파운딩을 날릴 수 있었던 거에요! 강해서 선수는 이 프론트 킥이 제대로 들어갈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볼 수 있단 말이죠!”

└와 ㅅㅂ진짜 암마그래도 타이틀전인데 1라운드 33초 는 좀 아니지 않냐?

└누가 레이몬드가 브로일러 미들급에서 넘사벽 수준이라 그랬냐? ㅅㅂ?

└내가 말 했지? 애국 배팅하라고? 배당 달달하다 달달해. 이빨 다 썩겠다.

└근데 강해서 진짜 브로일러에선 그냥 여포네 여포. 다른 애들이랑 실력 차이 너무 나는 거 아니냐?

└ㅇㅇㅇ 오스만도 강해서가 이 정도로 압도적인 시합을 보여줄 줄은 몰랐을걸?ㅋㅋㅋ 다른 단체에서 미들급 선수 수급하기 더 빡세지겠넼ㅋㅋㅋ

└맞말임 ㅋㅋㅋ 레이몬드까지 33초 컷이면 웬만한 애들 기어 와봤자 그냥 제물이지 ㅋㅋㅋ 있던 애들도 다 빠져나가겠다

└WFC에서 수급하는 수밖에 없음 ㅋㅋㅋ

└WFC 미들급은 PPV 괜찮은 편인데 미쳤다고 브로일러 내려감?ㅋㅋㅋ 레이몬드처럼 사고 치지 않는 이상에야 실력 없어서 퇴출 돼야 브로일러 가겠지 ㅋㅋㅋ

└와. WFC 웰터급에는 최두호가. 브로일러 미들급엔 강해서가. 한국에서 요 몇 달 사이에 챔피언이 두 명이나 나왔네...

└이제 아시아인도. 한국인도 피지컬로는 백인이나 흑인 못지않다는 증거다. 훈련 시스템만 선진화되면 앞으로도 좋은 성과 내는 선수들 많이 나올거임. 기대된다.

커뮤니티 반응 또한 강해서의 타이틀전 승리 소식에 월요일 낮 시간임에도 게시글들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어? 강해서 승리 인터뷰한다.

└ㅋㅋㅋㅋ 뭐라고 할까?

└오스만한테 고맙다고 절해야지 ㅋㅋ 챔피언 벨트 알아서 갖다 바쳤는뎈ㅋㅋ

그리고 드디어 강해서의 승리 인터뷰가 실시간 중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 순간.

└??? 지금 쟤 뭐라고 하는거임?

└헐. 대박ㅋㅋㅋㅋㅋㅋ

└저거 미친 거 아님?ㅋㅋㅋㅋㅋ

시청자뿐만 아니라 스포츠 TV 중계진과. 브로일러 측 사람들까지 난리가 났다.

특히.

“... 시합이 끝나면 저 친구와 독대를 준비해두게.”

브로일러의 회장 오스만과.

“푸하하하하. 역시 저 친구! 아주 마음에 들어! LA로 가는 가장 빠른 비행기를 찾아봐! 내가 바로 만나러 가야겠어!”

WFC의 회장 텔론의 반응이 가장 극과 극을 달렸다.

-어. 브로일러에는 더 이상 제 적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시시합니다. 죽고 싶을 만큼요. 그래서. 더 큰 세계로 나가보고자 합니다.

강해서의 승리 인터뷰 마지막 한마디가 불러온 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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