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딱대격투천재의 탄생-47화 (47/203)

47화_vs.이바노프

1.

“와...”

이바노프의 영상은 정말 셀 수도 없이 돌려봤다.

그래서 지난 계체량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살짝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영상으로 봤던 몸집과 계체량에서 본 그의 몸은 차이가 많이 났으니까.

“리게인이 유독 잘 되는 몸이 있지. 암만 봐도... 라헤 한계체중 근처까지 리

게인 했겠는데?”

내가 이바노프의 입장을 보며 감탄사를 터뜨리자 안 코치님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어줬다.

“라헤 한계체중이면... 205파운드? 그럼 거의 10키로를 리게인 한 거잖아요?”

“드물지만 저런 선수들이 있지. 지난 경기 기록들을 살펴봐도 이바노프의 평

균 리게인 체중은 10키로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더구나.”

분명 아랫체급보다 윗체급이 리게인 절대치가 높은 건 맞았다. 맞긴 한데...

암만 그래도 그렇지 어제 계체에서는 83키로 급에서 하루만에 93키로급까지

체중을 회복하다니.

“괜찮아. 저 정도는 상정 내 상황이다.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맞아요. 알고는 있었죠. 실제 눈으로 보니까 예상하고 있었어도 놀라워서

그렇지.”

지금 나는 평체를 가늠하기가 애매했다. 2달 간격으로 계속해서 시합을 치러

내며 감량과 증량을 왔다 갔다 했으니.

굳이 따져보면 평체가 늘기보단 조금 줄었을 거다. 어제 계체량을 끝내고 지

금까지 열심히 영양보충을 하며 리게인을 했지만 입장 직전 몸무게는 88키로

였다.

약 5키로 정도 리게인을 한 상태.

“컨디션은?”

“... 좋습니다.”

나보다 키, 리치, 무게 모두가 다 우월한 상대. 거기다 그라운드의 스페셜리

스트.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았다.

-강해서 선수. 케이지로 입장해주세요.

이제는 가슴 부근과 등짝에 몇몇 로고가 박혀있는 팀복을 벗고는 가볍게 뛰듯

케이지 안으로 입장했다.

-철컹.

내가 들어온 뒤 닫히는 케이지 도어.

맞은편에는 어느새 이바노프가 들어와 있었고 WFC의 옥타곤과는 조금 다른 브

로일러 특유의 원형 케이지 위로 눈부신 조명이 불타고 있었다.

-뿌득. 뿌드득.

오픈핑거글러브를 낀 손을 꽉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몸의 긴장을 풀어냈다.

나와 이바노프를 한 바퀴 돌며 촬영하던 카메라까지 케이지 밖으로 나가고 심

판의 신호와 함께 링 중앙에서 주먹을 툭 치고는 거리를 벌렸다.

‘와. 더 커 보이네.’

확실히 리게인에 성공하면서 전날 계체량에서 봤을 때보다 사람 자체가 더 커

진 듯 한 이바노프였다.

-슥

일반적인 파이팅 포즈가 아닌 오픈가드 형태로 다가오는 이바노프.

긴 다리를 이용해 무게중심을 낮췄지만 코어를 세워 허리와 고개는 들고 있는

자세였는데 당장 치고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보통 저렇게 가드가 열려있으면 타격 거리를 잡아 안면을 치기 좋은데.

-툭. 휙.

내가 순간적으로 대쉬하며 왼팔을 뻗어봐도 상체를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거리를 벌리고 역으로 내게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이바노프.

몇 번의 펀치를 정말 정확하다고 생각한 타이밍에 던져봤지만 이바노프는 모

두 피해냈다.

애초에 이바노프는 내 타격 거리 바깥에 있었기에 저렇게 가드를 열고 언제든

파고들 준비를 할 수 있는 거겠지.

“흐읍!”

살짝의 호흡성과 함께 내 품으로 뛰어드는 이바노프.

뒤로 빼뒀던 상체를 앞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었는데 거기에 전진스

텝이 함께하자 순식간에 내 얼굴 앞까지 이바노프가 도달했다.

연타를 넣거나 원 펀치로 다운을 뺏을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큰 주먹을 뻗어

서 무게중심이 흐트러지는 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이바노프의 돌진 타이밍에

아주 가볍게 주먹을 뻗어봤지만 역시나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쿵!

왼다리 오금 안쪽으로 들어오려는 이바노프의 긴 팔을 막아내며 오른 다리를

뒤로 조금 더 벌려 자세를 낮추고 오른쪽 어깨로 이바노프를 밀어보는데.

-뿌득. 뿌득.

위에서 찍어 누르는 이바노프의 힘과 무게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래서 MMA에서 체급이 깡패라는 소리를 듣는 거다. 덩치가 좋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상대는 그냥 위에서 찍어 누르는 것만으로도 아래에서 버텨야 하는 사

람의 체력을 갉아먹으니까.

-꿈틀.

한창 힘 싸움을 하고 있는데 한차례 요동치는 이바노프의 등근육과 오른쪽 어

깨 근육.

다시 왼다리 오금을 노리나 싶어 왼팔로 막아보려하는데.

-탁.

내 예상보다 상체를 훨씬 더 숙이더니 오금이 아닌 왼발목을 잡아채는 이바노

프였다.

-휙! 쿵!

발목 잡기는 처음 당해봐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를 몰랐다.

시야가 팽그르 돌더니 등어깨부터 바닥에 넘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큰일 났다.’

그라운더를 상대로 테이크다운을 빼앗겼다. 그것도 1라운드 초반에.

여기서 빠져나오더라도 체력 소모가 아주 클 것이라는 걱정부터 덜컥 앞섰다.

“크윽.”

하지만 걱정할 틈조차 사치라는 듯 긴 팔과 다리로 일어나려는 날 묶고는 계

속해서 바닥으로 끌고 가는 이바노프. 내 다리와 발목을 잡아채려는 그의 팔

을 쥐어뜯는데 억센 근육이 단단하게 느껴졌다.

-파악!

겨우 그의 팔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켰는데 벌써 한 라운드는 뛴 것처럼 힘들

었다.

“후우.”

아쉽다는 눈빛으로 마주 일어서는 이바노프.

내가 최근 그라운드 테크닉을 몸에 익혔다지만, 조금 전은 준비되지 않은 상

태에서 주도적이지 않게 들어간 테이크다운이라 상당히 위험했었다.

‘집중하자. 집중.’

그래도 솜차이 전 보다는 훨씬 컨디션도 좋았고 몸에 힘도 넘쳤다.

아직 쫄 필요는 없었다.

-슥

다시 상체를 낮추며 테이크다운을 노리는 듯 들어오는 이바노프.

이번에는 내가 먼저 전진 스텝을 밟으며 원투 컴비네이션을 툭 툭 던져봤는데.

“...”

그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꽤나 정확하게 던진 펀치였음에도 너무나도 쉽게 피

해내는 이바노프.

-씨익.

그리고 그의 웃음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아까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내가 펀치를 던질 타이밍을 미리 알고 거리

조절을 하는 느낌이었다.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왼발 로우킥으로 한차례 집중력을 흩뜨려 놓고 오른 팔을 뻗어보는데.

-휙. 쩌억!

로우킥은 신경도 쓰지 않고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예상이나 한 듯 피해내며 반

대로 내 오른쪽 허벅지에 킥을 꽂아 넣는 이바노프.

‘이건... 뭔가 있다.’

뭔지는 모르지만. 나도 모르는 내 사전 동작을 이바노프가 읽고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난감하네.

-강해서! 파이팅!

그때 객석에서 또렷하게 들린 목소리.

환청일지도 모르지만 두호형의 목소리 같았다.

‘두호 형도 보고 있었지.’

허벅지에 꽂힌 킥 때문에 살짝 뒤로 빠지려던 나는 밸런스를 다시잡고 집중하

며 전진 스탭을 밟았다.

“흐읍!”

이바노프 또한 다시금 상체를 낮추며 내게 마주 달려오는 상황.

나는 그의 안면을 향해 왼팔을 툭 던졌고.

-슥.

이바노프는 당연하다는 듯 오른손을 들어 내 레프트의 진로를 막으며 고개를

숙였다.

‘펀치가 읽혔으면. 페인트로 쓰면 되지.’

나는 그런 그의 머리 움직임 궤적에 맞춰 무릎을 차 올렸고, 이바노프는 뒤늦

게 무릎을 보고는 고개를 틀며 왼손바닥으로 무릎을 막아냈지만 타이밍이 조

금 늦었다.

-퍼억!

아쉽게 정타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전진스텝을 멈추고 뒤로 휘청거리는 이바노프.

나는 그의 비어있는 복부를 향해 오른손 바디 샷을 날리는 척 하다가.

-휙!

그대로 오른 팔을 그의 가랑이 사이로 넣어 그의 오른 다리를 감쌌다.

-뿌득. 뿌드득.

이바노프가 내 팔을 풀려고 힘을 쓰고 있었고 잡고 있는 다리에도 힘이 빡 들

어간 게 느껴졌지만, 모두 무시하고 근육이 찢어져라 허리에 힘을 줘 이바노

프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쿠웅!

내 오른쪽 어깨에 걸쳐있던 이바노프의 머리와 목 방향을 체크한 후 그대로

그를 넘기며 오른쪽 어깨로 짓눌렀다.

“커헉!”

브로일러나 WFC나 파일드라이버류. 그러니까 머리나 목이 먼저 지면에 닿는

슬램류는 반칙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이바노프를 들어 올린 후 머리나 목이

아닌 등이 먼저 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넘긴 거였고.

“케헥. 켁!”

내 체중까지 한껏 실어 내려찍은 슬램에 이바노프는 순간 데미지가 강하게 들

어간 듯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나는 바로 시합을 끝내기 위해 그의

위로 올라 타 마운트 포지션을 잡으려 했다.

-꿀렁!

하지만 아직 호흡이 채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거의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마운

트 포지션을 방어하는 이바노프. 그의 허리 튕김에 마운트 자세를 포기하고

살짝 공간을 벌렸다가 그의 허리에 힘이 빠지는 타이밍에 뒤로 돌아갔다.

“컥! 커헉!”

백 포지션을 잡고는 오른 팔을 깊게 그의 목에 감았다.

양 다리는 그의 몸통을 휘감고 왼팔로는 이바노프의 왼팔을 잡았다.

이바노프의 목을 감은 오른 손으로 그의 왼쪽 어깨를 강하게 잡고 얼굴과 턱

으로 오른손을 찍어 누르며 강하게 압박을 시작했다. 제대로 들어간 백초크.

“크륵...”

-뿌득. 뿌득.

이바노프는 그나마 자유로운 오른 손으로 초크를 풀려고 힘을 줘보지만 턱으

로 강하게 누르고 있는 오른 손은 이바노프의 왼쪽 어깨를 더욱 움켜쥘 뿐이

었다.

-스탑! 스탑!

몇 초의 시간이 지났을까.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 같던 이바노프의 몸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낌과 동시에

심판의 스탑 사인이 떨어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오오오오오!!!!!

하.

스탑 사인과 함께 나도 힘이 쭉 빠져버렸다.

전광판에 뜬 시간은 1라운드 3분 23초. 서브미선 KO.

이바노프의 실신으로 내게 1승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1라운드에 쉽게 이겼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덜덜덜

오른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고 허리는 찢어질 것 같았다.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타격은 거의 봉쇄 상태였고 체력은 빠진 상태.

1라운드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2라운드 3라운드로 넘어갔다면 분

명 내가 지는 승부였을 거다. 당사자인 나는 그걸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해서야!”

타월과 티셔츠를 들고 뛰어 들어오시는 안 코치님과 스텝들.

“이 미친놈. 또 1라운드야!”

“와. 진짜 고비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서브미션으로 잡다니.”

“이 괴물새끼!”

코치님을 비롯해 스텝들이 모두 달려들어 내 머리를 헝클이며 격한 칭찬을 쏟

아냈다.

-툭 툭

팀복을 입고 잠시 멍 때리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아. 이바노프.”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이바노프였다. 어째 상태는 나보다 얘가 더 좋아보였다.

-척. 꽈악.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단단한 악수와 뜨거운 포옹으로 그를 보내고 나니 이제

야 진짜 이겼다는 실감이 났다.

케이지 문이 열리고 카메라와 진행자등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며 ‘이제 승리

인터뷰가 시작되나’ 싶은 순간.

-와아아아아아!!!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고 뭐라고 말을 하니 갑자기 객석이 떠나갈 듯 한 환호

성이 터져 나왔다.

“오스만 회장이라는 사람이 왔다는데?”

마침 케이지에 있던 준현이가 진행자의 말을 해석해 줬다.

“오스만 회장? 그 사람이 왜?”

내 시합은 메인도 아닌데? 갑자기?

*

“어어! 위험! 위험!”

스포츠 TV 실시간 중계를 보며 격투기 관람 방송을 하고 있는 임유나는 오랜

만에 영상으로 만나는 강해서의 시합에 한창 집중하고 있었다.

└와. 이바노프 저 떡대 어쩔?

└강해서도 요즘 떡대 한창 물오르고 있는데 이바노프 옆에 서니까 작아지네

└중요한건 지금 강해서 유효타가 한 대도 없단 거야

└ㅇㅇ맞음 타격 다 씹히고 있음. 이러면 ㅈㄴ 위험하지

1라운드 초반. 이바노프가 강해서의 펀치를 모두 피해내며 그의 발목을 낚아

채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자 순간 채팅창은 불탔고 유나의 마음은 얼어붙었다.

“헐! 저거 어떡해요? 위험해 보이는데?”

└응. 위험한 거 맞아~

└왘ㅋㅋ발목 낚아채깈ㅋㅋ 저거 얼마나 수준차이가 나야 가능한 거냐? 농락

아님?

└강해서는 여기까지야 ㅋㅋ 결국 타격 원툴로는 MMA는 무리지 ㅋㅋ 이참에 입

식이나 복싱으로 전향해라!

└ㄹㅇ 복싱이 훨씬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지 ㅋㅋ 므마따위ㅋㅋㅋ

└복싱은 쉬워 보이지? 므마랑 체급 달라서 강해서 복싱 가려면 헤비급 갈 순

있는데 복싱 헤비급엔 카이서스 있는데?ㅋㅋㅋㅋㅋ

└ㅁㅈㅁㅈ 헤비급이 인기 젤 좋지. 근데 카이서스 있넼ㅋㅋㅋ

└세계최초 4대 단체 통합챔프 카이서스 수문장ㅋㅋㅋㅋ

“다들 조용히 해봐요! 빠져나왔잖아!”

한창 채팅창이 불타는 동안 강해서는 이바노프의 팔을 뿌리치고 겨우 스탠딩

포지션으로 돌아왔고 채팅창은 잠시 조용해지는 듯 했다.

-쩌억

하지만 강해서의 펀치가 모두 빗나가고 반대로 이바노프의 킥이 강해서의 허

벅지에 꽂혔을 때. 그리고 강해서가 잠깐 휘청거렸을 때.

다시 한 번 채팅창은 불타올랐다.

└이봐 이봐 ㅋㅋㅋㅋ 한계임ㅋㅋㅋ

└그래도 데뷔 반년 만에 브로일러 랭킹 4위랑 붙어서 이정도면 잘한 거 아니

냐? 성장가능성을 봐야지

└나이 서른에 성장가능성 ㅇㅈㄹ ㅋㅋㅋ 거기다 미들급은 왜 빼먹음? 브로일

러 미들급 랭킹 4위면 WFC 랭커에 끼지도 못함~

└ㄴㄴ 브로일러는 약쟁이 천국이라 강해서가 내추럴이면 WFC에서도 먹힘~

└응~ 강해서도 약 했어~ 대가리가 있음 생각 좀 해봐라. 약 안 빨고 데뷔 반

년만에 저정도 경기력이 나온다고? 두달에 한번씩 시합가지면서? 격알못 새끼

들 진짜 ㅉㅉ

“자꾸 싸우시면 채팅창 얼릴거에요! 어? 어? 어!!”

임유나가 채팅창에서 싸우는 사람들 때문에 잠시 시합에서 눈을 뗀 사이 강해

서는 이바노프를 슬램으로 던져버리고 백포지션까지 잡아냈다.

-강해서 선수! 이바노프 선수를 들어 꽂아버립니다!

-저건 데미지가 엄청나겠습니다! 슬램에서 이어지는 마운트! 아! 놓칩니다!

-아닙니다! 백 포지션! 백초크가 제대로 들어갔습니다! 저건 못 빠져나와요!!!!

-이바노프 선수! 이바노프 선수! 아! 스탑 사인! 강해서 선수의 승리입니다!!!

임유나가 한참 채팅창을 훑으며 리액션을 하는 중에 스포츠 TV 중계석은 난리

가 났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부랴부랴 다시 시합 영상으로 눈을 돌리는 임유나.

“어! 이겼다!!! 갑자기 어떻게 된 거에요? 못 봤잖아!!!”

└난 봤음

└강해서가 슬램으로 이바노프 던져버리고 백초크로 서브미션승

└미쳤다 ㅅㅂ 저 덩치를 슬램친다고?

└와. 미쳤다 미쳤어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레슬링 선수한테 서브미션승 ㅋㅋㅋㅋ

└크으.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럴 줄 알았지! 이래야 강해서지!

조금 전까지 강해서의 패배를 점치던 채팅창은 어느새 강해서의 승리에 한창

들뜬 분위기가 되었다.

임유나 또한 승리 장면 다시보기를 보며 채팅창에 리액션을하고 있었는데.

“어? 저건 누구에요?”

강해서의 승리 인터뷰가 나와야 할 타이밍에 카메라가 갑자기 케이지 밖을 잡

더니 웬 대머리 중년인이 나왔다.

└? ㄴㄱ?

└저거 오스만 회장 아니냐?

└브로일러 회장?

└ㅇㅇ

- 여러분도 알다시피 브로일러는 강해서라는 미친 재능의 신인에게 연말까지

3승을 거두면 토너먼트진출권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보며 제가 느낀 건 단 하나였습니다. 그에게는 3승이라는 검증의 시간이 필요

치 않다는 것.

ㄴ저 아저씨 뭐라고 하는 거야?

ㄴ조용히 하고 들어 보셈. 영어 듣기평가 하는 마음가짐으로 듣고 있으니까

ㄴ강해서보고 미친 재능(crazy talent)라는 건 알아듣겠다.

채팅창이 시끄러워질 무렵 방송사는 부랴부랴 통역을 준비했는지 방송에서 동

시통역이 나오기 시작했고, 시청자들은 곧 오스만 회장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

했다.

-우리 브로일러가 해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일은, 우리 브로일러를 사랑하는

격투기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시합을 선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합에 임하도록 하는 것 또한 포함되겠죠.

그리고 그 누구도 예상 못한 폭탄급 발언이 터졌다.

-그렇기에. 세 번째 시합 없이, 브로일러의 회장인 저의 권한으로 미스터 강

의 토너먼트 진출을 이 자리에서 확정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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