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_도전은 언제든 환영이지
1.
-스트릿 FC 미들급 챔피언 최창우가 저격한 강해서. 그는 누구?
-최창우가 내달 초 랭킹전이 예정되어있는 최두호를 도발한 이유?
-최창우는 동물원 원숭이 같은 존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지맞짘ㅋㅋㅋㅋ최창우 다른건 모르겠고 말
싸움에선 졌다! 1대0!
┕철창속 원숭잌ㅋㅋㅋ 맞말 아니냐? 안전한 철창 안에선 우두머리 원숭이짘ㅋ
ㅋㅋ
┕ㅈㄴ안쓰럽다;;; 그냥 상위 리그에서 이적제의 왔을 때 세계로 나가지. 스트
릿 FC에 남아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닛! 왜 우리 챔피언 기를 죽이고 그래욧! 그래도 한국 격투기의 자존심이
라구욧!
┕근데 이건 강해서도 선 넘었짘ㅋㅋㅋ 암만 그래도 최창우가 스트릿 FC챔피언
인뎈ㅋㅋ 암만 수준 떨어지는 리그라도 챔피언이면 보통 선수랑은 차원이 다름
┕ㅈㄹ 스트릿 FC 챔피언이 챔피언이냐? 스트릿에서 대장질 하다가 WFC넘어가
서 1승도 못하고 똥 싸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이제 WFC에서 스트릿FC
출신은 받지도 않는다더라
┕ㄴㄴㄴ윗댓 뇌피셜 자제좀. 아직 길거리 출신으로 WFC 나가서 좋은 경기 보
여주는 선수들도 많음
┕개소리하넼ㅋㅋㅋ WFC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파이터 80프로가 일본이나 러시
아. 유럽 리그에서 뛰다가 넘어간 애들인데 개솔 자제좀요;;; 스트릿 출신 몇
명이나 됨? 길거리 수준이 딱 그렇지.
┕물 흐리지 말고. 어쨌든 그렇다고 강해서가 최창우를 이길 정도라고 보는 거
야? 난 암만생각해도 그건 아닌거 같은데
┕ㅇㅇㅇ 그건 맞음. 진짜 스트리트 파이트에 출연하면서 운동 시작한 거면 절
대 못이기짘ㅋㅋㅋ 암만 길거리가 싸구려라도 몇 달 운동했다고 챔피언 잡을
정도의 동네 구멍가게는 아님;;;
인터넷은 지난 최창우의 너튜브 영상과 함께 강해서의 ‘맨즈 라이프’ 인터뷰
글이 함께 공유되기 시작하며 관련 커뮤니티나 인터넷 신문 기사란 에서 한창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창우는 끝까지 하고 싶대?”
“...네.”
“성화. 네 의견은?”
“제가 의견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한번쯤은 믿어주셔도 되지 않을까 싶습
니다.”
“흠...”
전두형은 조금 전까지 보던 스마트 폰을 내려두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창우. 대표님 말이라면 껌뻑 죽습니다. 그리고 이제껏 대표님의 기대에 실망
으로 보답한 적 없잖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얻을게 없는 싸움이야.”
“세계로 나가고 싶다는 꿈도. 대표님 말 한마디에 접은 놈입니다. 그러면 적
어도 국내에서만큼은 면을 세워줬으면 합니다.”
“오히려 이 시합이 그 국내 최고라는 타이틀에 먹칠을 할 수 있다는 게 문제지.”
“대표님은 창우가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을 거라 하셨지만. 저는... 창우의 재
능도 결코 세계의 수준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이제 갓
격투기를 시작한 신인에게 패할 수준은 더더욱 아니구요.”
“... 그건. 그건 성화 네가 강해서 그 놈을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이야.”
“그 정돕니까?”
“...”
자신과 이미 대립각에 서 있는 강해서에 대한 칭찬을 차마 입에 올리기 어려
워 말을 줄이는 전두형.
하지만 이미 그는 강해서의 재능을 인정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볼 때마다 경악스러운 그 성장 속도다. 단순히 좋은
눈. 신체 밸런스. 인지능력. 이정도가 아니야.’
때로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범재가 평생을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곳에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닿을
수 있는 사람들이.
그건 재능이 될 수도 있고 금력이 될 수도 있고 권력이 될 수도 있다.
평범한 직장인의 평생 꿈인 10억 20억이, 누군가에겐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부일 수도 있었고.
범재는 수년을 공부해도 갈 수 없는 명문대를 10대 초반에 들어가는 천재들도
있었다.
격투기라는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노력으로 닿을 수 있는 곳이 있었지만, 그 영역을 벗어나면 단지 ‘태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재능’ 이 더 중요한 구간이 생긴다.
그리고 그것을 전두형은 ‘세계의 벽’이라 불렀다.
“강해서는. 최두호와 같이 ‘세계의 벽’ 바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선수다.”
어렵게 다시 말을 이어낸 전두형.
“...그 정돕니까? 이제 운동을 시작한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신인에게서 본 가
능성이?”
그러나 윤성화는 전두형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벌써 몇 년을 전두형 대표의 곁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최창우.
그는 전두형이 가장 아끼는 선수이자 상품이었다.
최두호를 끝내 국내에 잡아두지 못하고 WFC에 뺏기면서 차선책으로 선택했던.
아니, ‘만들어 냈던’ 선수였다.
세계의 벽에는 통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국내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정성들여 가꿔낸 선수.
그런 최창우에게 전두형 대표는 ‘넌 세계의 벽을 넘을 재능이 없다.’ 라고 일
축하며 ‘한국 격투기의 부흥을 위해. 한국 격투기의 심볼. 자존심이 되어달
라’ 는 말로 최창우의 세계에 대한 꿈을 꺾어버렸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최창우가 이슈메이커라는 별명을 얻기 시작한 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이터들에게 공개적인 도발을 하는가 하면, 국내 챔피언
방어전에서도 과한 컨셉을 잡고 어그로를 끌기 시작했다.
예능이나 방송에서도 예의바르고 조심스러운 태도보다는 오만하고 과격한 모
습들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최창우에게는. 철저하게 이길 수 있는 시합만이
주어졌다.
사람이 주는 먹이만 먹고 사는 철창 안 우두머리 원숭이와 같은 신세.
“대표님. 솔직히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대표님보다 더 가까이서. 더
오래 창우를 봐 온 저입니다. 창우. 결코 세계에 나서서 꿀리지 않을 파이텁
니다.”
“...나는 너보다 세계를 더욱 가까이서 봤어. 너는 아직 세계를 몰라.”
“맞습니다. 저는 세계를 잘 모릅니다. 창우도 마찬가지일겁니다. 평생 국내리
그를 떠나본 적이 없으니까요.”
“...”
“그러니. 이번 시합. 시켜주셨으면 합니다. 대표님이 말씀하신 그 세계의 벽
을 넘을 선수. 창우가 이길 수 있다는 거.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창우에게도 한번쯤은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 아직도 창우는 세계에 미련을 못 버렸나?”
“솔직히. 최두호에게서 단 한 번의 손길만 있었어도. 창우는 벌써 세계로 떠
났을 겁니다.”
“그럴만한 그릇이 아니니까 최두호도 창우에게 손을 뻗지 않은 거야.”
“창우가 챔피언을 단지도 벌써 몇 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장 빨리
체육관에 나와서 가장 늦게까지 훈련하는 사람이 창웁니다. 시합을 시켜주지
않으실 거면. 세계에 부딪힐 기회라도 주셨으면 합니다.”
“...”
물론 전두형도 최창우가 강해서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만 얻을게 없는 싸움이라 생각했을 뿐.
하지만.
“좋아. 성화 네가 그렇게까지 말 한다면. 말릴 수만은 없지. 이번 시합 내용
을 보고 창우의 세계 도전도 고려해보도록 하지..”
차마 전두형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 또한 사업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남자였으며, 한때는 격투기로 세계를 꿈
꿨던 격투가였기에. 세계를 향한 최창우의 열망을 더 이상 모른척 하기 어려
웠기 때문이다.
2.
“자! 마지막 세트! 들어와!”
“으아아아!”
-퍽! 퍽! 뻐엉!
오늘 점심 쯤.
스트릿 FC에서 이벤트 매치에 대한 정식 제안서가 들어왔다. 팀 피스트 앞으로.
물론 시합의 주체는 나와 최창우.
이벤트 시합이고 나는 스트릿 FC 소속이 아니니만큼 어떤 타이틀도 없이 단지
승리 수당만이 걸려있는 시합이었다.
솔직한 말로 진짜 시합 제안서가 들어올 줄은 몰랐다.
아무리 챔피언 타이틀에는 영향이 없는 이벤트 매치라고 해도, 최창우에게 득
될게 없는 시합이었으니까.
이겨도 본전. 지면 망신에 시합 내용이 비비기만 해도 본전을 찾기 힘든 경기
였다.
“해서야. 진짜 괜찮겠냐?”
“아. 두호 형.”
아직 시합 제안에 확실한 답변을 주지는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제의가 들어왔다는 건 팀 피스트 사람들 모두가 알 수 있었고,
결국 요즘 다른 곳에 전혀 신경 쓸 틈 없는 두호 형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
었다.
“창우. 그렇게 만만한 놈 아니다. 너. 나 때문에 그러는 거면...”
“무슨 소리에요. 형 때문은 무슨.”
혹시나 최창우가 자신을 건드린 것 때문에 내가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부분이
있을까봐 우려를 표하는 두호 형.
“너무 자의식 과잉이라니까.”
“뭐 인마?”
“솔직히. 좋은 기회잖아요. 저는 스트릿 FC랑 계약할 생각도 없고, 계약한다
해도 언제 랭킹 올려서 챔피언이랑 시합을 해보겠어요. 오히려 저는 감사합니
다 할 입장이죠.”
“... 그것도 네가 이겼을 때의 이야기지.”
맞는 말이다.
기회라는 것도 준비가 되었을 때 와야지 잡을 수 있는 거지. 준비가 되지 않
았을 때 온 기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헤이. 걱정 마. 이 놈. 안 져.”
그때 통역을 통해 우리의 대화 내용을 전해들은 내 타격 코치. 맘모스가 끼어
들었다.
“그 최창우라는 선수가 어느 정도 선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놈. 타격만으로
는 브로일러 상위 랭커와도 해볼 만한 수준이야. 더 놀라운건 아직 체력과 근
력이 충분히 붙기도 전이라는 거지. 동양인에게서 이런 피지컬이 나오다니.
정말 놀라워.”
통역을 통해 전달되는 맘모스의 극찬.
그럼에도 두호 형의 표정은 썩 편해 보이지 않았다.
“아! 두호 형. 이거.”
나는 마침 두호 형에게 주려고 사놨던 선물이 생각나 케비닛에서 꺼내왔다.
“...이게 뭐냐?”
“건 표고버섯이요.”
“그건 아는데. 이걸 왜 주냐고?”
“그거 입에 넣고 오물오물해서 불려서 뱉으면 수분 커팅에 도움 되지 않아요?”
“...누가 그러디?”
“...만화에서 그렇게 하던데.”
그... ‘힘내라!’ 같은 제목의 만화에서 마모루 상이...
-퍽!
“쓸데없는 거 보지 말고. 정말 할 거라면. 제대로 해 인마.”
“하하. 걱정 마세요.”
어느새 조금은 표정이 편해진 두호 형.
본인 시합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신경을 쓰게 하다니. 괜히 미안하네.
“최창우는. 제 선에서 깔끔하게 정리할겁니다. 형은 랭킹전에만 집중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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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유하! 유나 tv의 유나입니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게스트 한 분을
모셨는데요! 두구두구두구두구! 바로! 요즘 가장 핫한 격투기 선수? 격투기
일반인? 강해서 선수 입니다!”
┕소개가 뭐 그따구임ㅋㅋㅋ
┕왘ㅋㅋㅋ 강해서 경기 보고 격투기 빠져서 온갖 영상 찾아보더닠ㅋ 성공했네
유나짱
┕유하!
┕강해서? 요즘 최창우랑 인터넷에서 지저분하게 싸우는 그 형 아냐?
“어... 안녕하세요? 격투기를 배우고 있는. 아직은 일반인인 강해서라고 합니
다.”
나는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아직은 일반인 무엇
┕건방지네? 곧 일반인이 아니게 된다 뭐 이런?
┕와. 살 ㅈㄴ빠졌네? 스트리트 파이트 나왔을 때는 좀 돼지같았는데
┕오빠 머리 좀 까봐여! 머리 올리면 존잘일 거 같은뎅
┕긁지 않은 복권이라는 게 저런건가?
“자. 자. 여러분. 조금만 조용. 매니저님. 비속어 쓰거나 비방하시는 분들은
바로 처리해주세요.”
유나 씨는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에도 침착하게 대응하며 내 소개와 최근 이슈
등에 대해 주제를 바꿔가며 능숙하게 진행을 리드했다.
“아! 그리고! 오늘 강해서 씨가 우리 유나 tv에서 핵폰탄급 중대사안 발표가
있다고 했어요! 언제쯤 말씀해주실거에요! 우리 이제 라방 시간 다 돼 가는데!”
“하하. 네. 안 그래도 언제 말 해야 하나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오늘 유나 tv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이유가 이거였다.
지난번에 받은 연락처로 유나 씨에게 연락을 했을 때는 사전 녹화로 너튜브
업로드용 인터뷰를 하자고 했었다.
그러다가 스트릿 FC에서 시합 제안서가 왔고, 유나 씨에게 녹화가 아니라 라
이브 방송으로 인터뷰 하자고 먼저 제안했던 거고.
“사실. 오늘 낮에 스트릿 FC에서 시합 제안서가 왔습니다. 저와 스트릿 FC 미
들급 챔피언 최창우 선수와의 이벤트 시합에 대한.”
┕왁!!! ㅇㄱㄹㅇ?
┕진짜? 미친 거 아냐?
┕최창우가 뭐 먹을 거 있다고?
┕진짜임? 구라 아님?
┕최창우도 진짜 할 짓 없나보네 ㄷㄷ
“거짓말 아니구요. 진짜에요. 아직 제안서에 대한 답변은 주지 않은 상태인
데. 오늘 유나 tv를 통해서 먼저 제안서에 대한 제 입장을 밝히려고 해요.”
┕도망쳐!
┕형이 암만 재능충이라도 최창우는 챔피언이야
┕최창우도 다 됐넼ㅋㅋㅋ 격투기 씹뉴비한테 이렇게 얕보이고
┕설마 제안 받아들이겠다 이런 건 아니겠지?
“최창우 선수. 원래는 챔피언 벨트를 걸고 ‘도전’하셔야 받아들이려고 했는
데. 암만 생각해봐도 스트릿 FC 챔피언 벨트는 쓸 데가 없을 것 같아서요. 전
당포에서도 안 받는다 그러고. 금도 아니라면서요?”
┕왘ㅋㅋㅋㅋㅋ선 넘는다
┕이거 방송 됨? 라이븐데? 방송사고 아냐?
┕헐 ㅋㅋㅋ 지금 라방 참여자수 봨ㅋㅋㅋㅋ 갑자기 만 따리 훌쩍 넘기는 거
실화냨ㅋㅋㅋ
“그래서. 특별히 최창우 선수의 ‘도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이쯤 되니 채팅창은 확인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불타고 있었고 나는 최창우
선수를 향해 이번 시합의 마지막 조건을 던졌다.
"최창우 선수. 지면 저랑 두호 형한테 무릎 꿇고 사과나 하세요. 그 조건이면
시합 오케이 하겠습니다. 아. 챔피언 벨트는 줘도 안 가지니까 혹시라도 갖고
오지 마시구요.”
그거 엿도 못 바꿔 먹는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