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딱대격투천재의 탄생-17화 (17/203)

17화_드디어?

1.

“...”

1라운드 1분 15초.

이번 이벤트 매치를 위해 준비한 노고와 투자한 비용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

은 시간이었다.

“와아아아!!!!”

“강해서!!!!”

이미 강해서와 팀 ‘피스트’ 쪽은 축제 분위기였다.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를 지르는 최두호와 강해서.

“...대표님. 어떻게 하죠?”

“...”

잠시 의식이 나갔었는지 이제야 상체를 일으키며 상황 파악을 하는 박기영이

눈에 들어왔다.

“쯧. 일단 박기영이부터 챙겨. 의원님은?”

“아직... 이렇게 빨리 끝날 줄 몰랐으니까요. 아마 이 근처이실 겁니다.”

“시합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고. 서둘러 달라고 연락드려.”

이미 져버린 시합이다.

파프리카 TV와 너튜버로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합의 결과를 부정하거나

마뜩잖은 모습을 보여주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이럴때일수록 침착하게. 챙길 수 있는 이득을 철저히 계산하고 챙겨야 했다.

“의원님 오실 때까지 강해서 승리 인터뷰 따라고 해. 상금 수여는 의원님 오

시면 진행할 거니까.”

“네!”

잃은 게 너무 많은 시합이었다.

애초에 상정한 최악의 경우는 강해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 박기영의 판정승

정도였다.

MMA 시합에서 비슷한 수준의 레슬링 베이스 파이터와 타격 베이스 파이터가

붙는다면 당연히 전자가 유리했다. 거기다 수준이 비슷한 것도 아니고 압도적

으로 박기영의 테크닉이 뛰어났던 상황.

‘차이가 있었다면. 말 그대로 하드웨어와 재능의 차이였다.’

물론 전두형도 강해서의 잠재력은 인정하는 바였다.

박기영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빛나는 재능인 것도 알았다.

하지만 잠재력은 말 그대로 ‘잠들어있는’ 재능이기에 당장의 시합에서는 박기

영의 우세를 점쳤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저 잠들어있는 재능만으로도 박기영 정도의 선수는 넘볼 수도

없다는 건가.’

박기영 또한 범인에겐 넘볼 수 없는 재능을 가진 파이터로 비칠만한 선수였다.

엘리트 체육인 코스를 밟으며 많은 시합에서 수상했고,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올라갔다면 그 또한 범상치 않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맞았다.

“오늘 매치의 승자! 강해서 선수의 승리 인터뷰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합을 지켜보고 있던 또 다른 시선.

‘대박. 대박... 대박 멋있어!’

임유나는 지금 너튜브 라이브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체 멍하니 케이지 안

을 바라보고 있었다.

└엌ㅋㅋㅋㅋ 나 파프리카랑 너튜브랑 같이 보고있는뎈ㅋㅋㅋ 시합 개쩔었음ㅋ

ㅋㅋ 격투기가 이렇게 재밌는 거였음???

└ㄹㅇ... ㅈㄴ 호쾌하네 다른 시합은 더 없음?

└유나야! 정신 차려! 오디오 비잖아!

└저런 걸 직관으로 봤으면 저런 리액션 나올수도 있짘ㅋㅋㅋ ㅇㅈㅇㅈ

유나tv는 너튜브 실시간 방송을 하긴 했지만, 시합 자체를 방송하지는 못했기

에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파프리카tv의 시합 영상과 동시 시청을 하고 있었다.

“어... 여러분. 격투기가 원래 이렇게 재밌는 거예요? 와... 완전 스트레스가

싹 풀리네.”

└엌ㅋㅋㅋ 보통은 여자애들 격투기 이런 거 무서워하지 않음?ㅋㅋㅋㅋ

└아프겠다! 어떡해! 피! 이런 게 평범한 반응이짘ㅋㅋㅋ

└역시 우리 유나짱ㅋㅋㅋ 격게 좋아할 때부터 알아봤짘ㅋㅋㅋ

평소에도 격투기 게임이나 FPS 게임 등의 콘텐츠를 자주 했던 유나를 보며 실

시간 채팅창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댓글들이 줄을 이어 올라오기 시작했고.

“진짜. 완전 관심 생겼어요. 진짜.”

유나는 케이지 안에서 승자 인터뷰를 하는 강해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의미

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

“어... 아무래도 저는 박기영 선수의 최근까지의 경기 영상을 볼 수 있었고,

박기영 선수는 제 최근 영상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게 컸던 것 같습니다.”

승자 인터뷰를 하고 있자니 진짜로 이겼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겼구나.’

사실 이번 매치는 정식 시합이라기에도 조금 애매한 경기였다.

체급이 있지도, 계체량을 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래서 두호 형이 데뷔전이라고 했을 때도 그리 실감이 나진 않았다.

하지만 실제 케이지 안에 서고. 시합이 시작되자 어느 순간 ‘진짜 시합’이라

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정식 시합에서 승리했다는 ‘성취감’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다음은 오늘 이 자리를 빛내주신 장필재 국회의원님께서 오늘 매치의 승자인

강해서 선수에게 상금 수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경기 잘 봤습니다. 좋은 시합 보여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운동하셔서 좋은 모습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분명 방금 체육관에 들어온 아저씨가 시합을 잘 봤다며 상금이 든 봉투를 전

달해줬다.

그리고는 지역의 발전이 어쩌고 하며 한참을 마이크를 놓지 않고 연설을 하는

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박기영 선수...’

오히려 케이지 밖에서 닥터 체크를 받고 있는 박기영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려 하지만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박기영 선수.

어쩌면. 오늘은 내가 평생 잊지 못할 공식전 첫 승리의 날이기도 하지만, 누

군가에겐 평생 잊기 위해 노력해야 할 패배의 날일지도 몰랐다.

나는 과연 케이지 밖에서 눈물을 흘리는 선수에게 승리를 앗아갈 자격이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야. 뭐해?”

“아. 두호 형.”

어느새 재미없는 의원의 훈화가 끝났다.

안 코치님과 두호 형을 따라 케이지를 내려가는데 뭐랄까, 알 수 없는 위화감

이 확 느껴졌다.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 맞나 싶은 그런.

여기저기 운동 기구들이 놓여있고, 날 둘러싸고 있는 몸 좋은 운동선수들. 수

많은 카메라와 아직도 어색한 시합용 팬츠와 글러브.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것들 중 어느 하나와도 연관 없는 삶을 살

아왔기에 순간 공황장애가 온 듯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뭐하냐? 빨리 옷 갈아입고 나와.”

“아. 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너무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나만 겉도는 느낌이었다.

“해서 데미지도 전혀 없는 것 같은데. 오늘 회식 안 합니까? 고기 회식!”

“오오! 좋습니다! 안 코치님! 쏘시죠!”

오늘 스텝으로 함께했던 팀 피스트 사람들은 여전히 업된 상태로 이후 일정을

이야기하며 고기 회식을 외치고 있었지만.

“어... 죄송합니다. 저는 오늘 조금 일찍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서...”

“응? 오늘 주인공이 빠지면 안 되는데. 무슨 급한 일 있어 해서야?”

“그건 아닌데...”

뭐랄까. 지금의 심경이나 감정을 정확히 정리해서 말하기 어려웠다.

“됐어. 육체에 데미지는 없어도 시합이라는 게 정신적 부담도 큰 법이니까.

들어가서 푹 쉬어. 데려다줄까?”

“아. 아뇨. 혼자 갈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두호 형.”

“그래. 내일 운동 나올 거지?”

“당연하죠.”

다행히 두호 형이 중간에서 적절히 끊어줬다.

“그보다 해서야. 저기. 무슨 너튜버라는데. 인터뷰 좀 할 수 있냐는데?”

“너튜버요? 누구지?”

“유나 tv인가 뭔가. 너 홍대 술집 사건 풀 영상 공개한 너튜버라고 말하면 알

거라던데?”

아아.

유나tv.

안 그래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연락 수단이 없어 미루고만 있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여기 있대? 유나 tv가?

“안녕하세요? 유나 tv의 진행자 임유나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강해섭니다.”

너튜브로도 봤지만, 단발머리에 전형적인 고양이상 미녀였다.

“우선. 지난번 홍대 술집 영상을 공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감사하

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는데 연락할 방법을 몰라서요. 댓글로 달기엔 너무

오픈된 공간이고.”

“하하. 감사합니다. 오늘 시합 너무 잘 봤습니다. 혹시 잠시 인터뷰 가능할까

요? 아주 짧게!”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조금 피곤해서. 다음번에 인터뷰해도 될까요?”

평소였다면 이게 웬 떡이냐 싶은 심정으로 어떻게든 말 한마디라도 더 붙여보

려 애썼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미인이고 뭐고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네? 아... 네. 그러면 다음번에 꼭 인터뷰해 주셔야 해요?”

“네. 당연하죠. 죄송합니다.”

“여기. 제 명함이에요. 혹시 강해서 선수 연락처를 받을 수 있을까요?”

“네. 그러시죠.”

유나라는 분은 당황한 게 눈에 보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서로 웃으며 연락

처를 교환하고는 깔끔하게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다.

-웅성. 웅성.

시합은 끝났지만 체육관 안은 아직도 소란스러웠다.

팀 피스트 사람들은 떠날 채비를 다 마쳤고, 파프리카 생중계를 하고 있던 방

송팀도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두형 대표는 스트릿 FC 측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 듯했는데 표정이

썩 좋진 않았다. 아마도 이번 시합으로 꽤나 피해가 클 테지.

어쨌든 확실한 건. 지금 이곳에서 내가 서 있을 곳은 없다는 것이었다.

2.

-재현 : 얔ㅋㅋㅋ 대박! 진짜 이길 줄이야

-기태 : 재능충 맞았네 재능충 ㅅㅂ 난 당연히 해서 저 새끼가 개털릴줄 알았

는데

-재현 : 최두호가 픽한 이유가 있었네ㄷㄷㄷ 너 유명해지면 꼭 우리 데리고

다녀라?

-준현 : 해외 나갈 때 통역 필요하면 말해. 싸게 해드림

-해서 : 뭔 개소리들이야

-해서 : 이번은 진짜 이벤트 경기였지

-해서 : 유명해질 일도 없다. 다음 시합은 없으니까.

굳이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두호 형을 만류하고 대중교통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파프리카 tv로 생중계를 본 친구 놈들과 톡을 하며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

어가는데.

“... 저건 뭐야?”

인적이 드문 골목길.

내 앞으로 남자의 체격을 가진 모자를 푹 눌러 쓴 사람이 주변을 두리번거리

며 걸어갔다.

뭔가 느낌이 쎄 해서 그 사람의 앞을 보니 마찬가지로 모자를 눌러 썼지만,

실루엣만 봐도 여성이라는 게 느껴지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뭐지... 그냥 갈까.”

두호 형 말마따나 정신적 피로도도 있었고, 기분도 살짝 미묘했다.

시합에서 이겨 기쁘지만, 반대로 나도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느껴진달까.

굳이 쓸데없는 곳에 심력을 쏟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아.”

그렇지만 그냥 지나쳤다가는 찝찝한 마음에 기분이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 모

자를 눌러 쓴 남자의 뒤를 멀리서 따라 걸었다.

‘별일 있기야 하겠어.’

조금 둘러가지만, 집 가는 방향이니 찝찝함이나 털고 가자는 생각이었다.

“어?”

저 멀리 여자가 골목길 코너를 돌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뛰듯이 골목길로

따라 사라지는 남자.

씨발. 느낌이 쎄하다 했어.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골목길까지 전력 질주를 했는데

“커헉!”

모자를 눌러 쓴 남자 놈이 주저앉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뭐야? 너도 한패야?”

어딘가 귀에 익은 목소리.

남자를 제압한 여성은 나를 남자의 일행으로 생각했나 보다.

“아, 아뇨. 이 사람이 수상해서 따라가다가 갑자기 뛰어가길래 무슨 일 생길

까 싶어서 뛰어온 겁니다. 진짜예요.”

“... 혹시 팀 피스트... 체육관 다니세요?”

“네?”

뜬금없는 질문을 날리더니 모자를 벗는 여성.

귀에 익은 목소리다 싶었더니.

“저 모르시겠어요? 저도 팀 피스트 체육관 다니는데.”

손아름이었다.

**********************

“아하하하. 진짜요? 우와. 저 조금 감동했어요.”

“네에...”

집 근처의 작은 개인 카페.

스토커 놈을 경찰에 넘긴 뒤 손아름과 나는 아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커

피를 마시고 있었다.

“사실 요 며칠 계속 쫓아다니는 거. 알고 있었거든요. 혹시나 싶어서 이거.”

후드 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서 보여주는 손아름.

“전기... 충격기에요?”

“네. 뭐. 쓸 일도 없었지만.”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전기충격기를 들고 다니면서 성인 남자를 제압하다니. 연예인이라는 게 이렇

게 극한직업인 건가?

“제가 좀... 스토킹을 잘 당하는 편이라서요.”

“힘들겠네요. 연예인이라는 직업도.”

“뭐. 보통은 이렇게 혼자 다닐 일이 없긴 하지만요. 어쨌든 고마워요.”

“고맙긴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래도 구하러 달려왔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야 뭐.”

두호 형이 식사 자리를 만들어준다고 해놓고 번번이 타이밍이 맞지 않아 무산

되었었는데, 결국 이렇게 통성명을 하게 되네.

“진짜예요. 사실 제가 스토커를 만난 게 처음은 아닌데. 저 구해주려고 달려

온 사람은 해서 씨가 두 번째에요.”

“두 번째요?”

“네. 첫 번째는... 헤헤. 제 첫사랑.”

아아.

뭔가 듣지 말아야 할 걸 들어버린 것 같다.

동경하는 연예인의 첫사랑 이야기라니. 듣고 싶지 않다고.

“그것보다. 해서 씨도 이 근처 살아요?”

“아. 네. 저 밑에 편의점 맞은편 살아요.”

처음 통성명한 사이지만 손아름은 나를 꽤나 좋게 봤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동안 나누었다.

그러다보니 오늘 있었던 시합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고.

“흐음... 그런 고민이 있었구나.”

두호 형이나 안 코치님에게도 말하지 못한. 친구 놈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

민까지도 이야기하게 되었다.

뭐랄까. 나와는 너무 접점이 없는 사람이어서. 사는 세계가 달라서. 가깝지

않은 사람이어서. 그래서 오히려 쉽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불합리하다는 건. 말 그대로 합리적이지 않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잖

아요?”

“그렇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 아이돌 지망생이 얼마나 많은데. 저보다 이쁘고.

저보다 춤 잘 추고. 저보다 노래 잘하는, 저보다 재능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

겠어요.”

“...”

“그래도 해서 씨는 재능이라도 있죠. 사실 저는... 그냥 제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케이스거든요.”

“아니에요. 아름 씨 정도면 충분하죠.”

“그것 봐요. 해서 씨도 방금 아름 씨 ‘정도면’ 이라고 했잖아요. 맞아요. 저

정도면 나쁘진 않죠. 딱히 크게 모자라지 않아요. 그렇지만 지금 제 자리가

합당할 만큼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죠.”

“그런 뜻이 아닌데...”

“저도 그럴 때가 있어요. 제가 누리는 인기. 제가 버는 돈. 과연 이게 내가

판단하는 내 수준에 적절한가 하는 고민을 할 때가.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운도 실력이라고 이미 내게 온 기회인데.”

“...”

“아까 말씀하셨죠? 상대방 선수의 승리를 앗아갈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네.”

“그러면 그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될 만큼 노력하면 되잖아요. 상대방도 열

심히 노력했겠지만, 나도 노력했다. 그러니 떳떳하다. 라고 생각 할 수 있을

만큼.”

“...아.”

“저는 그러거든요. 운빨로 떴을지는 모르지만. 누구에게도 떳떳할 만큼 열심

히 노력하고 있거든요. 헤헤.”

...

나랑 동갑인데. 나보다 어른이구나.

여자가 남자보다 정신연령이 높다고는 하지만 유독 내가 어린애가 된 기분이

었다.

“고마워요. 뭔가. 앞이 좀 밝아진 기분이에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조금 주제넘은 참견이 아닌가 싶었는데.”

“에이. 전혀요.”

진짜.

여신이네 여신.

이쁘지. 착하지. 운동도 잘하고. 현명하기까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 동갑인데 말 놓을까요?”

“헤헤. 아니요. 싫은데요.”

“...”

***************************

-쾅!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은 스트릿 짐.

넓은 체육관에 전두형만이 홀로 남아있었다.

“하... 망할.”

이번 시합으로 많은 걸 잃었다.

-논란의 ‘스트리트 파이트 시즌2’ 결국 진짜 우승자는 강해서?

-‘스트리트 파이트 시즌2’ 우승자 박기영. 중도 하차한 강해서에게 1라운드 KO!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프리카 실시간으로 봄ㅋㅋㅋㅋㅋ 전두형 똥 씹은 표

정ㅋㅋㅋㅋ관리 안되던뎈ㅋㅋㅋㅋ

└이로써 강해서가 너무 강해서 하차당했다는 킹리적 갓심이 진실이 되는 건가?

└강해서갘ㅋㅋㅋ너무강해섴ㅋㅋㅋ

└스트릿FC가 준비한 우승 후보 씹어먹는 도전자가 나오니 논란 생겼을 때 얼

씨구나 짜른거지 ㅋㅋㅋ

└구질구질한 길거리FC 수준 ㅋㅋㅋ 그 와중에 구케이원 뭐냐?ㅋㅋㅋㅋ

인터넷인 벌써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파프리카 tv로 생중계를

했던만큼 이미 각종 커뮤니티나 블로그에도 가십성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작년부터 준비했던 박기영이라는 기대주의 화려한 데뷔는 물거품이 되었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던 ‘스트리트 파이트 시즌2’는 결국 조롱의 대상이 되

었다.

이번 일로 신 PD와의 관계까지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으며, 스트릿 FC의 수준

까지 조리돌림을 당할 상황이 되었다.

“내가. 스트릿 FC를 어떻게 여기까지 키웠는데.”

적어도 한국 최고의 격투기 단체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아시아 최고의 격투기 단체라는 명패를 달기 위해.

함께 운동했던 동료들의 손가락질마저 감수하며 달려왔다.

“그런데. 강해서라는 미꾸라지 하나 때문에... 이 꼴이 되다니.”

제대로 땀도 흘려보지 않은 애송이 하나 때문에 스트릿 FC에서 몸 바쳐 싸운

많은 파이터들까지 욕보인 것 같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

-끼익.

“전 대표님?”

그때 불 꺼진 스트릿 짐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 하나.

“...최창우?”

스트릿 FC의 이슈 메이커.

미들급 챔피언 최창우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