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딱대격투천재의 탄생-6화 (6/203)

6화_너의 약점은

1.

-숨은 재능을 찾아라! 스트리트 파이트 시즌 2! 당신을 위한 꿈의 무대! 대한

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야. 운동 안하고 또 뭐 이상한거 보냐?”

최두호는 한창 운동을 하다가 잠시 땀 닦을 타월을 가지러 들어온 휴게실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관원들을 발견했다.

“운동 안 해?”

“이것만 보고 할게요.”

최두호의 다그침에도 티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관원들.

“뭐 보는데?”

“아. 저거. 스트리트 파이트요.”

“스트리트 파이트?”

땀을 닦으며 티비를 보는데 요란한 자막들과 함께 격투기를 하는 듯 한 영상

들이 스쳐지나갔다.

“스트릿 FC에서 후원하는 그거?”

“네. 오늘 첫방이에요. 주영이도 저기 나가려고 했었었는데.”

“아서라. 저런데 나갈 시간에 운동 한 세트 더 해.”

지구상의 수많은 격투기 단체 중 단연 첫손가락에 꼽히는 WFC(World Fighting

Championship).

그런 WFC에서 랭커라는 건, 적어도 웰터급 체급에선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

자라는 뜻과 같았다.

WFC 웰터급 랭킹 4위.

최두호의 현재 위치였다.

“그래도 재밌잖아요. 형도 같이 봐요. 혹시 알아요? 또 엄청 잘 치는 애가 나

올지도 모르잖아요.”

“잘 치는 애 나와도 다 준비된 애겠지 뭐.”

스트리트 파이트는 지난 시즌 때 국내 격투기 게시판에서도 꽤나 화제가 되었

던 만큼 최두호도 익히 아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최두호가 WFC에서 선수활동을 한다곤 하지만 같이 운동했던 선후배들

중에 SFC 소속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니까.

“저거 진짜 짜고 치는 거예요? 형?”

“방송이니까 일정부분 준비하는 건 있겠지. 나도 잘 몰라 인마.”

“근데 저기 나가면 무조건 SFC로 데뷔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진짜 일반인 중에 저걸로 데뷔하는 사람 별로 없을 거다.”

SFC에서 데뷔 준비 중인 애를 오히려 저기서 띄운 다음 화제몰이해서 데뷔 시

키겠지.

최두호는 뒷말은 속으로 삼키며 광고가 끝나고 본방을 시작한 ‘스트리트 파이

트’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이미 땀도 식었겠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어떤 애들이 나오나 한번 보기나

하자는 심정이었다.

“와. 쟤는 아무리 봐도 격투기 하는 앤데?”

“그러게. 스텐스 잡는 게 일반인이 아닌데?”

관원들은 스트리트 파이트를 보면서도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집안이 가난해 하루 12시간을 알바 하는 도전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맞지 않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는 도전자.

그 외에도 몇몇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실력 있고 사연도 있

는 도전자들은 암만 봐도 한두 달 격투기를 깔짝 한 수준이 아니었다.

‘저러니 욕을 먹지.’

시즌 1때도 그랬다.

이미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할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아마추

어를 일반인인양 참가시키고 가짜 감동 사연을 만들어 띄운 후 우승시켰다.

그리고 방송 이후 스트릿 FC와 계약을 맺고 선수로 활동하며 화제몰이와 이미

지 메이킹에 사용했다.

일반 시청자들은 그런 내막까지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겠지만, 격투기

게시판에는 한동안 난리가 났었다.

스트리트 파이트 시즌1의 우승자가 사실은 모 유명 체육관에서 오랜 시간 수

련했던 프로 지망생이었다는 것. 그리고 스트릿 FC와 이미 방송 이전부터 인

연을 맺고 있었다는 것.

‘올해도 그런 논란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최두호가 보기엔 이번 스트리트 파이트 시즌2도 지난번과 별 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

억지 감동 사연을 팔고 나온 도전자들의 몸이 아무리 봐도 일반인의 몸이 아

니었다.

기본 타격 실력은 자세를 잡고 주먹을 뻗는 한 동작만 봐도 사이즈가 나온다.

그런데 일반인이라고 나온 사람들의 주먹이 웬만한 취미반 에이스보다 날카로

웠다.

-다음은 여기 스트리트 파이트 홍대 오디션장에서 현장 도전을 신청하신 도전

자분입니다!

“오! 현장 신청이라는데?”

“야. 저것도 다 짜고 치는 거야. 지난 시즌에도 고등학생이 현장 신청이라고

나왔었잖아. 그냥 보여주기 식이지 뭐.”

“그런가?”

관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최두호는 별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 또한 저런 현장 신청은 연출이라 생각했으니까.

“어?”

그런데.

저 현장 참가자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와! 박정태 다운 당했는데?”

그래도 나름 SFC에서 프로로 활동 중인 격투기 선수가 카운터 한방에 무너졌다.

“저것도 짜고치는건가?”

“그러기엔 박정태가 잃는 게 너무 많은데? 쟤 이미지 어쩔 거야?”

“오! 계속 하나보다. 석대 형 나오는데?”

“장석대?”

장석대는 이곳 팀 피스트에서도 운동을 했던 적이 있는 선수였다.

최두호도 함께 운동하며 가볍게 미트 잡아본 적이 있었고.

‘나쁘지 않은 선수. 국내로만 놓고 보면 꽤나 상위권 실력을 가진 놈인데.’

-다, 다운! 장석대 절대 고수도 다운입니다! 라이트 카운터에 이은 왼손 바디

훅. 이어서 들어오는...

장석대 또한 시합을 시작한지 몇 초 되지 않아 다운을 빼앗겼다.

어떻게 된 건지 다시보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다음주! 더욱 치열해진 길거리 오디션 현장! 이번엔 거친 바다 사람들 도시

부산에서 펼쳐진...

방송이 끝났다.

“이런 씹탱! 왜 여기서 끊냐고!”

순간 최두호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2.

“그러니까. 방송을 보고 본인이 직접 연락을 해서. 자진해서 코칭 스테프로

들어오셨다는 거죠?”

“정확히는 강해서 씨 전담으로요.”

하아.

지난주엔 아직 첫 방송이 나가기 전이라 주목을 덜 받았다면(오히려 무시를

당했지) 오늘은 엊그제 첫 방송이 나가면서 다른 도전자들의 주목을 집중적으

로 받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최두호 선수가 무려 ‘전담’ 코치로 붙겠다니.

‘이렇게 불편할 수가!’

최두호 선수가 누구냐!

현 WFC 웰터급 랭킹 4위!

아시아인 최초로 WFC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을 점치는 한국의 자랑!

한국인이 외국인을 만나면 외치는 ‘두유 노?’ 멤버 중 하나!

그런 최두호 선수가 무려 전담 코치로 붙는다?

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나는 지금쯤 골백번은 뒈졌을 거다.

그만큼 다른 도전자들의 눈빛이 뜨거웠으니까.

“최두호 선수 시합 얼마 안 남았지 않아요?”

“아직 몇 달 남았어요.”

“이런데서 시간낭비 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저도 운동하면서 봐드리는건데요. 일주일에 한번이라면서요?”

대체 의도를 모르겠네.

최두호 정도 되는 선수가 대체 왜?

“지난 주 영상도 봤습니다.”

“네?”

“지난 주 시합 영상이요.”

그거 아직 방송 안 됐을 텐데.

불법유출 아닙니까?

“운동. 해본 적 없죠?”

“네.”

“전두형 대표랑 개인적인 친분 없죠?”

“네.”

“정기훈련 아닐 때 우리 팀 체육관 와서 운동할래요?”

“아뇨.”

“...”

왜 그렇게 봐요.

오늘 처음보고 몇 분 지나지도 않았구만.

한참을 내 옆에서 이것저것 호구 조사하듯 질문을 던지던 최두호 선수는 방송

국 스텝이 와서 촬영 시작을 알리고 나서야 떨어져 나갔다.

“자! 자! 오늘은 모든 도전자들에게 전담 코치가 붙어 일대일로 훈련을 실시

합니다.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는 훈련을 하시

면 됩니다.”

“네!”

“지금부터 도전자들의 전담 코치가 선정될 겁니다. 그리고 그 전에!”

전두형 멘토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좌중을 훑더니 뭔가 대단한 발표를 하듯 모

두가 아는 내용을 소개했다.

“오늘은 특별 코치가 있습니다. 박수로 맞이하겠습니다! 최 두호 선수!”

“와!!!”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몰랐다는 듯 박수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최두호 선수는 특별 코치로서 여기 계신 도전자 분들 중 한분의 전담 코치로

활동하게 될 겁니다. 최두호 선수가 전담할 도전자가 누가될지는 아무도 모릅

니다. 최두호 선수. 한마디 하시죠.”

“반갑습니다. 최두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와아!!!!”

함성은 지르지만 뭔가 맥아리가 없는 건 내 착각이겠지?

그리고 이어진 전담 코치 선정에서는 당연하게도 최두호 선수가 내 전담 코치

로 선정되었고

“잘 부탁드립니다. 강해서 도전자.”

“아. 네.”

다시 한 번 다른 도전자들의 뜨거운 눈총을 받아야했다.

“아무리 그래도 방송인데. 이렇게 막 출연하고 그래도 돼요?”

“어차피 방송국 입장에서는 제가 출연하면 화제가 될 테니까요. 말 편하게 해

도 돼요?”

“아뇨.”

“...”

그렇게 쳐다볼 거면 왜 물어본 거예요. 그냥 말 놓으시지.

“알겠어요.”

“삐진 거 아니죠?”

“맞아요.”

음.

생긴 거랑 다르게 소심한 사람인가.

“장난이에요. 스트레칭부터 할까요?”

“넵!”

뭐. 어쨌든 일주일에 하루 하는 훈련이니까 이왕이면 최두호 선수처럼 유명한

사람과 하면 나쁘지 않다 싶었다.

“평소에 근력 훈련 같은 거 해요?”

“아뇨.”

“집에 덤벨이나 운동기구 있어요?”

“아뇨.”

“제가 좀 드릴까요?”

“아뇨.”

“...”

운동할 때 말이 많은 스타일이시네.

“지금 근력이 너무 떨어져요. 덩치가 있으시니까 기본 근육은 있는데 근육에

비해 살이 너무 많아요.”

“...네.”

“그리고 유연성은...”

“으아아아악!!!”

“뭐. 말 할 것도 없겠네요. 격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유연성이에

요. 유연성이 부상을 막아주거든요.”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최두호 선수가 갑자기 누르는 바람에 또 다시 시선이

집중되었다.

“자. 엄살 그만피우고. 일어나보세요.”

“...엄살 아니거든요.”

말 놓지 말라고 한 것 때문에 복수하는 건가.

“어쨌든. 지금 이대로는 다른 사람들과 시합을 하기 힘들어요. 사실.”

“...네.”

“홍대 오디션이랑. 지난주 시합 영상까지 봤지만. 타격은 좋아요. 아니. 정확

히는 눈이 좋고 바디 컨트롤이 좋아요. 그런데 그게 끝이에요.”

눈이 좋고 바디 컨트롤이 좋다라.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내가 가진 소질이 눈과 몸을 컨트롤 하는 거였구나.

“눈이 좋고 바디 컨트롤이 좋으니 타격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근력

이 부족해서 펀치력이 부족할거에요. 그렇죠?”

“글쎄요? 다 한두 방에 나가떨어지던데...”

“...”

“아아악!!”

갑자기 또 누르네.

진짜 한두 방에 나가떨어진 걸 어쩌라고.

“그건 상대방들이 방심을 해서가 커요. 오디션 때는 프로 선수들이 지쳐있기

도 했었고. 지난주 시합 때는 초반 탐색전 시작도 전에 끝났으니까. 실제로

프로 시합에서도 시작하고 몇 초안에 끝나는 경우들이 나와요. 실력 차이라기

보단 행운의 타이밍을 잡은 거죠.”

“흠. 네.”

“앞으로의 상대들은 대비를 하고 올 겁니다. 그러면 펀치 한두 방으로는 끝나

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해서 씨에게 들러붙겠죠. 일어나보세요.”

과한 스트레칭 덕분에 살짝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갑자기 내게 태클을 걸며 날

넘어뜨리는 최두호 선수.

이럴 거면 왜 일어나라고 한 거야?

“이렇게. 태클로 해서 씨를 넘어뜨릴 겁니다. 그리고 그라운드로 끌고 가겠죠.”

최두호 선수는 꾸물꾸물 움직이더니 날 꼼짝도 못하게 묶었다.

“이게 강해서 씨의 약점입니다. 처음 몇 대의 주먹만 버텨낼 수 있으면. 어느

정도 운동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강해서 씨를 이길 수 있다는 거예요.”

그거 모르는 사람 이 체육관에 아무도 없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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