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285화 (285/292)

〈 285화 〉 아들 둘, 딸 하나 (3)

* * *

우리 집을 찾아와 주신 케빈 씨.

그가 오늘 우리 집을 찾아온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제가 도움 드릴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하죠.”

이렇게 겸손하게 말씀해 주시는 케빈 씨.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나와 메간 씨 그리고 그레이스 씨를 바라보았다.

“모두 준비 되신 거죠?”

“물론이다.”

“물론이지.”

바로 대답하는 아이들의 대모 님들.

이렇게 모두 아침부터 준비하는 이유는 바로 오늘이 출산일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나오는 날.

역사적인 날이다 보니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원래라면 병원에서 해야 할 일이지만…”

예전에 진찰을 오셨을 때 케빈 씨에게 들었던 이야기.

토끼 수인의 경우 제왕절개를 하지 않아도 자연 분만이 가능하단 이야기를 들었다.

신체적으로 차이가 있는 사람과 토끼 수인.

이 부분을 언급하며 애슐리 씨에게 어느 걸 하길 바라는지 물어본 케빈 씨.

그의 질문에 애슐리 씨는 자연 분만을 선택하셨다.

그렇게 결정된 자연 분만.

혹시 모를 문제에 대비해 전문가이신 케빈 씨가 계셨고,

케빈 씨를 도와줄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 그리고 내가 대기하고 있었다.

내게 다가온 케빈 씨.

그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나지막이 말을 건네셨다.

“산모 분이 많이 고통스러우실 거예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많이 의지가 될 수 있도록 애슐리 씨의 손을 꼭 잡아 주세요. 그리고 절대로 기절하지 않도록 해주셔야 해요.”

“그럴게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케빈 씨.

그는 가운을 차려입고 장비를 갖춘 뒤 산모실로 입장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대단한 공간인 거 같아요.”

“하하…하.”

메간 씨가 만들고 그레이스 씨가 꾸민 공간.

그렇다 보니 우리 집에 또 다른 아공간이 있는 그런 느낌의 구조였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 도착한 애슐리 씨가 있는 장소.

그녀는 나와 메간 씨, 그레이스 씨 그리고 케빈 씨를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셨다.

“헤헤…어…어서 오세요. 케빈 씨.”

“몸은 괜찮으세요?”

바로 애슐리 씨의 몸 상태를 살피는 케빈 씨.

그는 바로 수건을 이용해 애슐리 씨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 내고 진찰을 시작하셨다.

“후우…후우…아이…아이들이…곧 나올 것 같아요.”

“실례 할게요.”

긴 치마 같은 것을 입고 있는 애슐리 씨.

그 아래를 살짝 살핀 케빈 씨는 무언가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존 씨. 애슐리 씨가 기절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미리 전달 받은 이야기.

나는 케빈 씨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는 제 옆에 와 주시겠어요?”

그렇게 케빈 씨 옆에 대동하신 두 분.

메간 씨의 손에는 수건이 들려 있었고 그 옆에는 아이가 바로 쉴 수 있는 작은 요람이 마련되어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

케빈 씨는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다.

“힘을 꽉 주셔야 해요.”

“네…그…그럴게요!”

고통스러워 보이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애슐리 씨.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여보.”

그러고는 내 손을 꽉 잡는 그녀.

나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듯 꽉 붙잡았다.

살짝다리를 벌린 상태.

그사이에 들어간 케빈 씨는 그대로 애슐리 씨에게 말을 건넸다.

“더 힘을 주세요.”

“흐흡…으으으읏!”

“머리가 다 나왔어요. 더 힘을 주세요.”

“으으읏.”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목까지 빨개진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받았다.

내 손에 의지해 고통을 버티는 애슐리 씨의 모습.

나는 그녀의 손을 꼭 붙잡으며 애슐리 씨를 격려 했다.

“자기. 옆에 내가 있어요.”

“으윽…흐으윽!”

힘을 쥐어 짜내는 애슐리 씨.

이내 몸을 빼낸 케빈 씨.

그의 손에는 자그마한 토끼 귀가 달린 귀여운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울음을 터트리고 있지 않은 아이.

그걸 본 케빈 씨는 아이의 엉덩이 부분을 살짝 두드려 아이가 울도록 자극했다.

그러자 이내 입에 머금은 양수를 토해내고 크게 울기 시작하는 아이.

우렁찬 울음소리에 애슐리 씨는 긴장이 풀리는 지 내 손에 기대 잠시 숨을 고르셨다.

아직 탯줄이 연결된 상태.

케빈 씨는 미리 준비한 장비로 탯줄을 끊어 내고 메간 씨에게 건넸다.

아이를 건네받은 메간 씨.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감격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누굴 닮았는지 울음소리도 우렁차구나.”

흡족한 미소를 짓는 메간 씨.

그녀의 옆으로 다가간 그레이스 씨도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때 다시 내 손을 꽉 잡는 애슐리 씨.

그녀는 다시 고통 때문에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흐읍…읏…으읏.”

그걸 본 케빈 씨.

그는 다시 몸을 숙여 애슐리 씨의 아래쪽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이내 나온 두 번째 아이.

두 번째 아이는 첫 째와 달리 바로 울음을 터트려 모두를 안심시켰다.

완전 기진맥진한 애슐리 씨.

이제 마지막 아이만 남았는데 애슐리 씨가 너무 피곤해 보여 안쓰러웠다.

“헤헤…너무 걱정 말아요. 여보.”

내 손을 놓지 않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흐읍…읏…읏…”

다시 시작된 산통.

이에 다시 케빈 씨는 몸을 숙여 애슐리 씨 아래쪽에 들어가 마지막 아이까지 받아 내셨다.

세 아이 모두 울음을 터트린 상태.

아이들 모두 무사히 출산한 걸 본 애슐리 씨는 그제야 안심을 한 듯 길게 한숨을 내쉬셨다.

“하아…하아…”

“정말…정말 고생했어요. 자기.”

“헤헤…”

내 손을 꼬옥 잡은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물을 겨우 참아내며 미소를 지었다.

* * *

애슐리 씨의 출산이 모두 끝난 상태.

아이를 받아 주신 케빈 씨는 물론 아이들의 몸을 닦아 주고 요대를 감싸 주신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대로 자리에 앉아 뻗은 상태.

나는 케빈 씨의 지시대로 출산 이후 출혈로 많이 힘든 애슐리 씨를 간병하고 있었다.

출산 이후 몸이 급격히 변화하는 산모.

그렇기에 케빈 씨는 그녀의 몸을 따듯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해 산모의 체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

아무래도 피를 많이 흘렸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이 지쳤기에 수분 공급이 많이 필요했다.

긴장이 완전히 풀린 애슐리 씨.

그녀는 살짝 졸린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히히…”

“몸은 괜찮아요?”

두꺼운 이불에 몸이 둘둘 말린 듯한 상태가 된 애슐리 씨.

그녀는 장난스러운 미소로 날 바라보았다.

“조금 더운 거 같아요.”

“조금만 참아 줄 수 있어요?”

그러자 내 손을 꽉 잡는 애슐리 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여보.”

환하게 미소 짓는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

애슐리 씨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정말 고생했어요. 정말이예요.”

“모두가 도와주셔서 가능한 일이었던 거 같아요.”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바닥에 그대로 뻗어 버린 사람들.

특히 케빈 씨는 세 아이를 받아 내고 탯줄을 자르고 추후 애슐리 씨의 몸까지 살펴 주셨다.

그에 못지않은 도움을 주신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

세상에 나오자마자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을 닦아내고,

담요로 감싸 요람에서 곤히 잘 수 있게 된 건 전적으로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 덕분이었다.

정말 감사한 분들.

나는 그분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여보.”

날 바라보며 말하는 애슐리 씨.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여보가 옆에서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니 고통도 참을 수 있었어요.”

세 아이를 출산한 애슐리 씨.

그녀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 그녀 옆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그저 그녀의 손을 잡아 주는 것뿐.

하지만 애슐리 씨는 그 작은 행동에도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자기.”

“헤헤…”

날 바라보며 웃는 애슐리 씨.

그녀를 보니 바로 아이들이 생각나 조심스럽게 바퀴가 달린 요람을 끌고 왔다.

조금 전까지 정말 큰 소리로 울던 아이들.

세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곤히 자고 있었다.

그중 첫째인 민우.

애슐리 씨를 닮은 올망졸망한 코에 날 닮은 눈을 보니 정말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민우를 살짝 들어 애슐리 씨에게 보여 준 상태.

그걸 본 애슐리 씨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안녕, 민우야. 엄마야.”

그 말에 살짝 꼼지락거리는 민우.

나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엄마를 알아보는 거 같아요.”

조심스럽게 애슐리 씨에게 건넨 민우.

민우를 품에 않은 애슐리 씨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담긴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우리 민우…”

애슐리 씨 품에서 금세 차분해진 아이.

나는 민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애슐리 씨를 더 많이 닮은 거 같아요.”

“헤헤…이 조그마한 귀를 보면 그렇거 같아요.”

애슐리 씨를 닮은 조그마한 귀.

정말 앙증맞은 토끼 귀가 애슐리를 똑 닮았다.

“그래도 눈은 정말 여보를 닮았어요.”

날 닮은 눈.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후 재현이, 지아 모두 한 번 씩 안아 본 애슐리 씨.

아이들이 모두 엄마를 알아보듯 애슐리 씨 품 안에 안기면 조용해지는 게 신기했다.

마치 엄마의 심장 소리를 아는 듯한 느낌.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하고 놀랍기도 했다.

두 아이는 모두 토끼 귀가 달린 상태.

민우와 재현이는 토끼 귀가 달려 있었고,

딸인 지아는 토끼 귀가 달리지 않았다.

쌍둥이가 아니다 보니 각자 다른 모습인 아이들.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 * *

“정말 신기하네요.”

눈을 깜빡이며 그레이스 씨와 메간 씨 그리고 애슐리 씨를 바라보는 케빈 씨.

그는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며 신기해 하셨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임신하신 애슐리 씨에게서 젖이 나오는 건 당연한데…

애슐리 씨에게 영향을 받은 그레이스 씨와 메간 씨도 젖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놀라워 하는 건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도 마찬가지.

두 분다 아이를 임신하지 않으셨는데도 모유가 나오니 당황해 하실 수밖에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겠느냐?”

메간 씨의 질문.

그 질문에 케빈 씨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무래도 두 분다 애슐리 씨의 영향을 받아 몸이 출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출산 과정을 모두 지켜보신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

케빈 씨의 설명을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두 분이 마치 애슐리 씨처럼 출산했다고 몸이 착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일종의 상상 임신인데 이 경우에는 출산 과정을 모두 보아서 실제 상상 임신처럼 배가 부풀지는 않고 모유만 나오는 거 같아요.”

“그렇구나.”

“신기하네…”

고개를 끄덕이는 그레이스 씨와 메간 씨.

그러자 이내 메간 씨는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미소를 지으셨다.

“그럼 셋이 각자 한 아이 씩 맡아 모유 수유하면 되겠구나.”

“좋은 생각인데?”

메간 씨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레이스 씨.

그 모습에 나는 당황해 케빈 씨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죠. 상상 임신이지만 모유가 나오는 건 사실이니까요. 애슐리 씨의 부담도 적어질 거예요.”

“들었지?”

환한 미소를 짓는 그레이스 씨와 메간 씨.

나는 두 분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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