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0화 〉 2 월의 신부 (3)
* * *
결혼식 준비도 얼추 끝난 상태.
인터넷에서 봤을 때는 대략 두 세 달은 걸린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내서 다행이었다.
일주일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한끝에 준비한결혼식.
타나야 씨와 라피 씨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감사해요. 타나야 씨.”
애슐리 씨의 진심이 담긴 감사 인사.
그 말에 타나야 씨는 손사래를 치며 겸양의 뜻을 내비치셨다.
“그렇게 많이 도와 준 건 아니예요.”
“타나야 씨랑 라피 씨가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내가 가세하자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짓는 타나야 씨.
칭찬에 약하신 분이다 보니 벌써 볼이 살짝 빨개지셨다.
“제 파트너를 너무 괴롭히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시는 베일리 씨.
타나야 씨가 다시 일선으로 복귀하자 베일리 씨타나야 씨 콤비가 다시 이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셨다.
“그만큼 감사해서 그래요. 솔직히 이렇게 빨리 결혼식 준비를 끝낼 줄은 몰랐거든요.”
타나야 씨와 베일리 씨에게 음료를 건네며 내 진심 어린 말을 같이 전했다.
“맞아요. 저랑 존 씨는 한 달 정도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혼식 날짜까지 진짜 빠듯하게 준비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결혼식 준비가 한 달이나 걸려요?”
놀란 표정을 짓는 베일리 씨.
그녀의 표정에 타나야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세 달 정도는 걸렸어요. 베일리 씨.”
“그런데 그걸 존 씨랑 애슐리 씨는 일주일만에 끝냈다는 건…정말 타나야가 큰일을 했네요.”
“그래서 저희가 그렇게 감사를 표한 거예요.”
“헤헤…이렇게 나마 도움이 되어서 기쁠 뿐이예요.”
“지난 일인데…”
“그래도 그때 존 씨가 절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전 정말 큰일을 당했을 거예요.”
반년 전에 있었던 시위.
당시 타나야 씨에게 달려들던 시위대를 몸으로 막아섰던 걸 다시 말씀하시니 이번에는 내가 얼굴이 붉어져 버렸다.
“하하…하.”
“이번에는 존 씨가 얼굴이 붉어지셨네.”
키득키득 소리 내어 웃으시는 베일리 씨.
나는 두 경관 님의 입담에 완전 당해 버리고 말았다.
내 표정과 상관없이 커피를 홀짝이며 미소를 짓는 베일리 씨.
그녀는 그대로 다음 타겟인 애슐리 씨를 바라보며 말을 건네셨다.
“던지는 거 준비 많이 하셨어요?”
“부케 말씀하시는 거죠?”
싱긋 웃는 애슐리 씨.
그 말에 베일리 씨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다음에는 저랑 허니가 결혼해야 하니까 잘 던져 주세요.”
“헤헤…자기 전에 베개로 열심히 연습 중이예요.”
“진짜예요? 존 씨한테 확인해 봐도 돼요?”
그러면서 날 바라보는 베일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진심을 담아 경관 님에게 사실을 전달했다.
“진짜예요. 밤마다 베개 받느라 정신이 없거든요.”
“푸흡.”
결국 웃음이 터진 타나야 씨.
그녀의 웃음에 두 경관 님이 앉으신 바가 들썩였다.
어느 정도 웃음이 멈춘 상태.
결혼을 준비 중인 베일리 씨는 궁금한 점이 많으신지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셨다.
“이번에 결혼식 하는 장소가 리치몬드 쪽에 있는 성 맞죠?”
“맞아요. 그쪽에 작은 성이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타나야 씨가 소개해 주셔서 알 수 있었어요.”
작은 성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던 상태.
하지만 그곳에서 결혼식도 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게 되었다.
관광용 목적으로 세워진 성이 아닌 원래 요새 같은 느낌으로 세워진 성들.
역사 공부를 한 건 아니지만 16 세기 밴쿠버가 스페인 탐험가에 의해 발견된 이후로 스페인, 영국, 미국이 노리는 장소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새가 세워졌다고 한다.
원래는 요새라는 이름 답게 큰 성이었던 장소.
하지만 성벽을 무너뜨리고 이제는 작은 성들만 남은 상태로 팔리게 되었고,
그걸 마가렛 씨의 할머니 같은 분들이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시게 된 것 같았다.
“성에서 결혼식이라니…꿈만 같네요.”
베일리 씨의 말씀.
그 말에 나와 애슐리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인 결혼식 장이 아닌 성에서 하는 결혼식.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건 분명해 보였다.
“베일리 씨도 나중에 성에서 결혼하시는 건 어때요?”
타나야 씨의 질문.
그 질문에 베일리 씨는 고개를 저으셨다.
“그러고 싶지만 허니 때문에 어려울 거 같아요.”
“제임스 때문예요?”
“제임스의 가족이랑 저희 가족 그리고 하객 분들까지 다 오시면 성에 있는 결혼식장에 못들어갈게 분명하거든요.”
우리가 결혼식을 예약한 성.
그 성의 최대 입장 인원이 대략 150 명 정도 되는데…
가족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 못 들어온다고 말씀하시니 확실히 대가족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가족이 많은가요?”
애슐리 씨의 질문.
그 질문에 베일리 씨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정말 많아요. 당장 제 가족 들에 친척들만 합쳐도 200 명은 넘을걸예요.”
“20…200명이나요?”
“아무래도 저희 어머니가 퍼스트 네이션 출신이시고 아버지는 히스패닉이시다 보니 가족의 규모가 조금 많이 커요.”
드 넓은 캐나다 땅.
그렇다 보니 누나부트 준주나 유콘 준주만 하더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부족제 생활하는 퍼스트 네이션 분들이 종종 있었다.
예전보다는 규모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규모가 있는 일부 퍼스트 네이션 부족들.
아무래도 베일리 씨의 어머니의 부족은 그 규모가 있는 부족 소속이신 모양이었다.
거기에 히스패닉이신 베일리 씨의 아버지가 합세하시니…
베일리 씨의 말씀대로 정말 200 명은 족히 넘는다는 게 이해가 되었다.
“여기에 제임스도 한 가족 하거든요. 최근에 화해도 해서 그런지 가족들이랑 잘 지내는 거 같은데…이야기 들어 보니 제임스 네 가족도 꽤 크더라구요.”
“밴쿠버에 사시는 오크 분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대부분 그렇더라구요.”
고개를 끄덕이며 베일리 씨의 말에 맞장구를 치시는 타나야 씨.
그녀의 말처럼 제임스의 형이신 마크 씨만 보더라도 슬하에 다섯 쌍둥이가 있을 정도이니,
제임스의 부모님과 그 친척들까지 하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많네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베일리 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시에서 지원하는 장소로 가장 큰 곳으로 갈 생각이예요.”
“그래야 할 거 같아요.”
베일리 씨의 가족 분들이랑 제임스의 가족 분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
그 정도면 정말 큰 장소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청첩장 만들 시간도 정말 많이 들 거 같아요. 거기다 애슐리 씨와 존 씨처럼 직접 쓴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이렇게 손 글씨로 쓴 편지 같은걸 받은 건 오랜만인 거 같아요.”
베일리 씨의 말에 동감하듯 말씀하시는 타나야 씨.
두 분의 칭찬에 나와 애슐리 씨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런 나와 애슐리 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베일리 씨.
그녀는 두 분이 오시자마자 건넸던 청첩장을 다시 바라보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고 보니 청첩장 외관은 두 분이 디자인하신 거예요?”
“일단 이런 컨셉 만 잡아 둔 상태였는데 제임스가 많이 도움을 줬어요.”
이번에도 도움을 준 제임스.
예전에 카페 메뉴 리뉴얼을 할 때 도움을 주었던 제임스가 이번에도 청첩장 만드는 것을 많이 도와주었다.
귀여운 토끼 모양과 사람 모양 스티커가 붙은 청첩장.
아기자기 하고 귀여운 느낌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저희 청첩장도 제임스 씨에게 부탁할걸 그랬나 봐요.”
타나야 씨의 뒤늦은 후회.
그녀의 말에 베일리 씨는 미소를 지었다.
“타나야가 준 청첩장도 좋았는데?”
“이 청첩장이 부러워서 그래요.”
“헤헤…”
미소를 짓는 애슐리 씨.
전체적인 디자인을 나와 애슐리 씨가 구상했지만,
세심한 부분은 대부분 애슐리 씨가 담당해서 그런지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런 분야에 재능이 있는 애슐리 씨.
그녀가 이렇게 세세히 신경 써 줘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 * *
카페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와 애슐리 씨.
만들어 둔 50 개의 청첩장이 담겨 있던 상자가 빈 것을 보고 나와 애슐리 씨는 미소를 지었다.
“모두 기쁘게 받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예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애슐리 씨.”
50 개의 청첩장.
나와 애슐리 씨가 밤낮으로 손 글씨로 써 내려 만든 청첩장을 모두 드릴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제임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 오래 걸렸을 일.
제임스 덕분에 인쇄된 편지지를 빠르게 받아 손 글씨로 열심히 채울 수 있었다.
원래 인쇄를 해도 되는 부분.
하지만 나와 애슐리 씨는 직접 손으로 쓰는 게 더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우리의 진심을 표하기에는 손 글씨가 좋다는 생각.
그래서 나와 애슐리 씨는 밤낮으로 손 편지 쓰듯 청첩장 내용을 채워 50 개를 만들었고 그걸 감사한 분들에게 무사히 전달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메간 씨와 그레이스가 그렇게 격하게 반응하실 줄은 몰랐어요.”
“저도 놀랬어요.”
부모님 다음으로 가장 먼저 청첩장을 받으신 그레이스 씨와 메간 씨.
두 분은 청첩장을 받자마자 눈을 크게 뜨며 감동하신 모습을 숨김없이 보이셨다.
엄청 감동 받으신 두 분.
그레이스 씨는 이 청첩장을 평생 간직하겠다며 메간 씨에게 마법을 걸어 달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까지 하셨다.
심지어 그걸 해주신 메간 씨.
메간 씨도 적지 않게 감동을 받으셔서 그런지 그레이스 씨의 요구를 바로 받아 주셨다.
그렇게 영구히 존재하게 된 나와 애슐리 씨가 건넨 청첩장.
메간 씨의 말씀으로는 마법이 걸린 청첩장은 수천 년이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고 하셨다.
정말 기뻐해 주시는 그레이스 씨와 메간 씨.
두 분이 너무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그렇게 흥분한 두 분의 모습을 본 건 처음인 나와 애슐리 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금세 진정을 찾으신 두 분.
두 분은 성에서 있을 결혼식을 듣고는 무언가를 결정하셨는지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도 다행인 건 주례 때문에 두 분이 싸우시지 않으셔서 다행이예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애슐리 씨.
그레이스 씨가 주례를 서고 싶다는 말씀에 혹시 메간 씨도 원하시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달리 주례에 관심이 없는 메간 씨.
그녀는 순순히 그레이스 씨가 주례를 서는 것을 넘기셨다.
대신 다른 것에 꽂히신 그녀.
무엇에 꽂히신 건지 알 수는 없어 살짝 두려운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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