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2화 〉 부모님 (6)
* * *
간단한 음료로 시작된 식사.
아버지는 해외에 왔으니 해외 맥주를 한 번 마셔 봐야 한다면서 맥주를 주문하셨고,
어머니는 간단한 탄산 음료를 주문하셨다.
“애들 앞인데 꼭 술을 마셔야겠어?”
“그래도 마셔보고 싶은걸 어떻게 해?”
“어휴…”
여전한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의 이런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우리가 시킨 음식이 뭐니?”
“캐나다에서 제일 유명한 음식이예요.”
이어지는 설명.
내가 알고 있는지식을 총동원해 아버지 어머니께 설명해드렸다.
영국과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캐나다.
그렇다 보니 음식도 두 나라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다.
당장 캐나다의 대표 음식인 피쉬 앤 칩스는 영국 음식.
거기에 푸틴도 근원을 따져 보면 프랑스계 캐나다 분들이 많이 사시는 퀘백 주에서 나온 음식이니 어떻게 보면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추가로 커리까지.
많은 사람이 커리 하면 인도 음식이라 생각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사람들은 커리를 자국의 음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커리는 버터치킨커리.
영국 사람들 입맛에 맞게 바뀐 커리였다.
우리 집에서도 종종 해 먹는 버터 커리.
그만큼 캐나다 사람들도 정말 많이 해 먹는 음식이었다.
“너한테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가는구나.”
“음식도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가네.”
신기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에게 설명이 잘 전달된 거 같아 다행이었다.
“그럼 너랑 새 아가가 시킨 건 뭐니?”
이제는 아버지까지 자연스럽게 애슐리 씨를 새아가라 부르시는 상황.
애슐리 씨도 새 아가라는 말이 자신을 뜻하는 걸 깨달을 정도로 많이 이야기하셨다.
“저는 스테이크 시켰구요. 애슐리 씨는 샐러드 시켰어요.”
“그렇구나.”
“애슐리 씨가 모든 걸 먹을 수 있지만 보통은 채식을 선호하거든요.”
토끼 수인인 애슐리 씨.
임신한 것을 확인한 뒤로 그녀는 몸 관리에 신경 쓰시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오시기 전부터 대부분 채식 위주로 식단을 유지하는 애슐리 씨.
여기에 추가로 아이들을 위해 식물성 단백질이나 가끔 간이 적게 들어간 소고기를 드셨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이 나온 음식.
종업원 분이 다가와 음식을 건네주셨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음식이 놓여 상태.
아버지가 먼저 식사를 시작하시자 이어서 식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들.”
“네, 어머니 말씀하세요.”
“팁은 언제 주면 되는 거니?”
“아, 그건 계산 끝나고 주면 돼요.”
캐나다 오시기 전에 많이 공부하고 오신 어머니.
아무래도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팁 문화에 대해 실수를 할까 미리 준비하신 모양이었다.
“팁이라는 건 내가 만족해야만 줘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아버지의 한 말씀.
그 말씀에 어머니는 바로 면박을 주셨다.
“네 아빠 좀 설득해 주렴.”
어머니의 한 마디.
그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하하…팁을 주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큰일?”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문화인 팁.
고급 레스토랑이나 고급 호텔 정도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팁이지만,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팁이 무조건 적으로 내야 했다.
팁 자체가 어떻게 보면 서버 분들의 월급인 셈.
캐나다 서버 분들의 월급이 13.50~15.50 불 정도 사이인데 이 돈으로 캐나다에서 살기는 많이 버거웠다.
보통 캐나다에서 살기 위해서는 시간 당 18.50~22.00 불 정도 필요했는데…
일단 살인적인 집값을 제외하더라도 먹는 것이나 교통비나 이런 것들이 비싸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낮은 월급을 팁으로 메꾸는 느낌.
레스토랑 업주들은 이걸 이용해 서버들 월급을 낮게 주면서 부릴 수 있었다.
서버 분들에게 있어서 팁은 꼭 필요한 상황.
생활이 달린 문제였기에 만약 팁을 받지 않으면 당장 생활이 어려웠다.
만약 서버가 팁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도 주방 쪽에서 화를 내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게도 팁을 주방과 홀이 나눠 가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방과 홀이 팁 때문에 자주 싸우는 걸 볼 수 있고,
미국 같은 경우 심하면 총 싸움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이 모든 걸 아버지께 간단하게 설명했더니 납득하신 얼굴.
아버지는 나지막이 한 마디 하셨다.
“팁을 꼭 줘야겠구나.”
“하하…”
“혹시 카페나 다른 곳도 그런가?”
“아뇨 보통은 레스토랑이랑 숙박 업소만 그래요. 카페의 경우도 굳이 안내셔도 되구요.”
“그럼 보통 팁을 주면 얼마나 줘야 하니?”
“전체 비용의 15% 정도가 기본이고…요즘 비싼 곳은 20 % 정도 내야 해요. 거기에 6 인 이상 테이블 세팅이면 테이블 셋팅 비용도 내야 하구요.”
“돈이 많이 드는 구나.”
“하하…”
나도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종종 실수 했었던 것들.
팁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 언제 줘야 하는지 잘 모를 시절이 떠올랐다.
이런 이야기를 소소하게 나누며 끝난 식사.
어머니는 애슐리 씨와 영어를 이용해 짧은 대화하고 계셨고,
나와 아버지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맛있었는데 익숙한 맛이라 특별한 느낌은 없구나.”
피쉬 앤 칩스는 정말 생선 튀김과 감자 튀김이었고,
푸틴은 감자 튀김에 치즈와 그레이비를 소스를 올린 간단한 요리.
마지막으로 커리의 경우 한국 인스턴트 커리랑 다르지만 그래도 비슷한 느낌이 났다.
아무래도 대부분 익숙한 음식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캐나다 음식을 맛보셨으니 다른 음식을 맛보시는 건 어때요?”
“응?”
“캐나다는 이민자의 나라거든요.”
이민자의 캐나다.
이 말은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었다.
그들이 그냥 몸만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음식과 문화도 같이 가져오는 건 당연한 일.
특히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은 밴쿠버는 그나라의 음식을 가져와 식당을 운영하는 이민자 분들이 많았다.
당장 밴쿠버 내 레스토랑 추천 어플리케이션의 1 등 레스토랑은 다름 아닌 드워프식 음식점.
2 등은 요르단 음식점이며 3등은 아프가니스탄 음식점이었다.
“어머니랑 나중에 한 번 아프가니스탄 음식점이나 기니 음식점 가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아니면 드워프나 오크도 추천드리구요.”
“캐나다에 와서 다른 나라 음식을 먹는다는 게…”
조금 놀란 표정을 짓는 아버지.
나도 처음 왔을 때 이런 느낌이었다.
캐나다에 왔으니 그 나라 음식을 먹어봐야 된다는 생각.
사실 그것보다는 그 나라가 품고 있는 다양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특히 여행 금지 국가의 음식을 먹어 볼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아직 북미에 많은 이 종족 분들의 음식을 먹어 볼 수 있다는 게 캐나다의 제일 큰 장점이었다.
내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 아버지.
아버지는 잠시 고민을 하시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하마.”
“저희가 같이 다니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러자 손사래를 치는 아버지.
아버지는 웃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네 엄마랑 오붓하게 데이트할 테니 우리를 맨날 따라 다닐 필요는 없단다.”
“하하…”
무뚝뚝 하시지만 사랑꾼인 아버지.
아버지의 말 속에는 나와 애슐리 씨를 배려하는 말도 녹아 있었다.
“아 그리고 나중에 네 카페를 놀러가마.”
“예약하신 호텔이 어디라고 하셨죠?”
“이 근처 감마 호텔이란다.”
“아!”
거대 호텔 그룹 중 하나인 콜튼 소속의 감마 호텔.
럭셔리 호텔은 아니지만 프리미엄 호텔로 우리 카페에서 4 블록 정도 가면 있는 호텔이었다.
“자주 뵙기 좋겠네요.”
“낮에는 우리끼리 관광하고 저녁에 같이 저녁 먹을 생각으로 가깝게 잡았지.”
이 세심한 부분은 어머니의 입김이 닿았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대화하는 사이.
우리에게 다가온 서버 분.
아버지가 지갑을 꺼내 계산하시려고 하시자 나는 손사래를 쳤다.
“여기 계시는 동안 제가 다 계산할 겁니다. 아버지.”
“자식.”
피식 웃는 아버지.
나는 아버지를 바라본 뒤 계산을 이어 나갔다.
“식사는 어떠셨나요?”
“완전 좋았어요.”
식사 중간중간에도 테이블에 찾아와 괜찮냐고 물어본 서버 분.
팁을 받는 만큼 물을 따라 주거나 불편한 걸 해결해 주는 역할도 하셨다.
대략 140 불 정도 나온 상황.
여기에 팁 20 %를 합치니 168 불 정도 나왔다.
넷이 먹은 거치고는 저렴하게 나온 영수증.
영수증을 확인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자 그럼 집에 들려서 짐을 꺼낸 다음 호텔로 갈게요.”
그렇게 레스토랑을 빠져나온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부모님.
나와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사이 어머니랑 애슐리 씨가 많이 친해졌는지 두 분의 이야기가 끊기지 않았다.
* * *
집에 세워 둔 차를 이용해 부모님과 함께 호텔에 도착한 상황.
체크인 시간에 맞춰 호텔 체크인을 진행하고 어머니 아버지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나중에 연락하마.”
“또 보자.”
그렇게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부모님.
나는 두 분을 바라보며 손 인사를 한 뒤 애슐리 씨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어머니와 헤어져 살짝 아쉬운 듯한 애슐리 씨의 표정.
나는 아버지와 대화하느라 물어보지 못했던 애슐리 씨와 어머니의 대화에 대해 쌓인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두 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느라 그렇게 즐거우셨던 거예요?”
“헤헤…어머니가 존 씨의 어릴 때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하하…”
나도 모르게 삐져나오는 실없는 웃음.
그것도 그럴 것이 내가 어릴 때 한 일(?)들이 많다 보니 어머니가 애슐리 씨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 많이 사고 치셨더라구요?”
“하하…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는데…”
“어릴 때 화장실 실수 많이 하셨더군요.”
자연스럽게 붉어지는 얼굴.
나는 부끄러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헤헤. 장난이예요. 존 씨.”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차에 탑승한 나와 애슐리 씨.
애슐리 씨는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그래도 정말 좋았어요.”
“어떤 부분이 좋으셨나요?”
“음…어머니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부분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두 분이 절 많이 아끼신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환하게 미소 짓는 애슐리 씨.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가셨다.
“마치 가족이 생긴 기분이었어요.”
기뻐 보이는 그녀의 미소.
나는 조심스럽게 애슐리 씨를 꼬옥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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