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271화 (271/292)

〈 271화 〉 부모님 (5)

* * *

부모님에게 처음 결혼에 대해 말씀드리고 그걸 허락 받은 상황.

많이 떨렸지만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아 기쁜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나와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말없이 우리 둘을 바라보시는 어머니와 아버지.

이내 어머니가 아버지의 옆구리를 살짝 찌르셨다.

그러자 헛기침하곤 말을 시작하시는 아버지.

아버지는 당황해 하시면서도 천천히 말을 이어나가셨다.

“그…그건 그렇고 아…아이 이름은 말이다…”

공항에서 어머니 아버지를 태우고 집에 오기 전.

내가 잠시 준비를 하느라 차 밖에 있었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가 애슐리 씨와 대화했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때 임신 사실을 들은 어머니와 아버지.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 이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미리 정해 둔 것이 있니?”

“아…아직 정하지는 않았어요.”

“그렇구나. 그러면…우리가 조금 도와주고 싶은데 괜찮겠니?”

많이 어색한 아버지의 말투.

옆에서 어머니가 컨트롤 하시는 게 눈에 다 보일 정도였다.

이게 말로 표현하기 조금 그치만,

어머니 아버지가 조금 옛날 분들이다 보니 이런 부분은 아버지가 말씀해야 한다는 그런 관념이 있으셨다.

그래서 어머니의 조종(?)을 받은 아버지가 운을 띄우기 시작했고,

이걸 들은 나는 자연스럽게 애슐리 씨에게 아버지가 말씀하신 부분을 언급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요?”

“네. 보통 한국에서는 아이들의 조부모 님들이 구해 주시는 경우도 더러 있어서요.”

“신기하네요.”

“물론 선택권을 주시고 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선 정도예요.”

내 이름인 임태수.

여기서 성은 당연히 아버지 성인 임을 따라왔고,

나머지 이름인 태수는 내 할아버지께서 얻어오셨다.

이게 얻어오셨다는 게 표현이 조금 이상한데…

할아버지께서는 불교 쪽에 지인이 있으셨는데 그 분이 유명한 고승이셨다고 들었다.

그 고승 분에게 부탁드려 얻은 여러 이름들 중 선택 받은 태수.

클 태(太)에 남길 수(?),

보통 빼어날 수를 쓰는 이름과 달리 나는 남길 수 혹은 따를 수 한자를 사용했다.

요즘은 한글 이름을 많이 사용하지만

당시에는 무조건 한자 이름을 썼었던 시기.

그래서 한자 이름을 쓰고 있는데 불교의 고승 분에게 얻은 이름이다 보니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큰 족적을 남겨라 혹은 대세를 따라라 하는 해석.

아무튼 대단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었다.

이렇듯 이름을 선물해 주신 내 할아버지.

군대 일병 시절 돌아가셔서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이름을 통해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걸 기억하는 아버지.

아버지도 손자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으로 내게 의중을 떠보신 듯 보였다.

“저는 이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정체성을 알려 주잖아요.”

애슐리 씨의 한 마디.

그 한 마디에 나는 공감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해외에서는 존 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모든 공문서나 서류에서는 내 이름 임태수를 쓰고 있으니 내가 가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지는 건 어려웠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려 주는 이름.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정체성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 아버지께서 이름을 구해 주신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애슐리 씨.”

“히히. 그리고 존 씨가 괜찮으면 토끼 수인 식으로 태명을 지어도 될까요?”

“물론이예요.”

“고마워요. 존 씨.”

그렇게 애슐리 씨와 대화를 나눈 상황.

나는 어머니 아버지를 바라보며 애슐리 씨와 대화했었던 것을 전했다.

“애슐리 씨랑 이야기했는데 애슐리 씨가 정말 감사하다고 했었어요. 저도 아버지 어머니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해요.”

“다행이구나.”

미소를 짓는 어머니.

갑작스러운 순주들 이야기에 놀라실 만도 했는데 되려 손주들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어 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되려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그나저나 아이들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니?”

“물론이죠.”

토끼 수인인 애슐리 씨.

그렇다 보니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임신 기간이 짧은 점을 가장 먼저 설명해 드렸다.

대략 사람의 절반 정도 되는 기간.

거기다 18 개월 동안은 임신한 게 영향을 주지 않지만,

남은 2 개월 동안은 보통 사람들처럼 배가 부르고 거동이 힘들어 진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잠시 종이랑 펜 좀 다오.”

아버지의 적극적인 모습.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켜 종이와 펜을 건네드렸다.

무언가를 꼼꼼히 적기 시작하는 아버지.

지금 아버지가 적고 계신 것은 애슐리 씨의 임신 기간에 대한 것이었다.

그 모습에 감사할 따름인 상황.

나는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아직 설명할 것이 많아 먼저 설명이 끝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려 했다.

“그럼 20 개월이 총 임신 기간이고…아이는 몇 명이니?”

어머니의 질문.

그 질문에 나는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한 번에 세 명을 임신한 애슐리 씨.

그치만 세쌍둥이는 아니고 검색해 보니 복합성 삼둥이라 볼 수 있었다.

나이는 같지만 쌍둥이는 아닌 아이들.

확실하지는 않지만 메간 씨의 마법으로 본 아이들은 여자아이 두 명에 남자아이 한 명이었다.

“세 명?”

“이런 경사가 다 있다니.”

정말 기뻐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심지어 어머니는 너무 기쁘셨는지 눈물을 흘리셨다.

어머니 눈물을 닦아 주시는 아버지.

상황을 모르는 애슐리 씨는 어머니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당황한 애슐리 씨를 위해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신 이유를 설명하니 감동을 받은 애슐리 씨.

그녀 역시 조금 전 울었던 그 눈이 다시 빨개지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애슐리 씨의 눈물.

어머니와 애슐리 씨는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서로의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셨다.

대략 몇 분 지나서 겨우 진정된 어머니와 애슐리 씨.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애슐리 씨 곁으로 가더니 그녀를 꼬옥 안아 주셨다.

“감…감사해여…어…어머니…”

“고맙다…이런 기쁨을 우리에게 줘서 고마워…”

그렇게 기쁨을 나누는 어머니와 애슐리 씨.

나는 두 분이 진정될 때까지 잠시 기다린 뒤 물을 가져와 건네 드렸다.

너무 눈물을 흘리셨는지 물을 급하게 마시는 어머니와 애슐리 씨.

두 분 다 진정이 됐는지 많이 진정된 모습을 보이셨다.

“네 엄마가 맨날 나보고 감수성이 늘었다 그러더니 네 엄마가 아직은 더 감수성이 풍부한 거 같구나.”

“남편이라고 내 편이 아니라 남의 편이야 남의 편.”

투덜대시는 어머니.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건네주신 손수건을 꼬옥 쥐고 계셨다.

여전히 금슬이 좋은 아버지와 어머니.

나는 두 분을 바라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기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어머니 아버지.”

“겹경사가 터졌으니 나도 솔직히 눈물이 나올 뻔했단다.”

덤덤히 말씀하시는 아버지.

하지만 정말로 눈가가 충혈되신 걸 보니 아버지도 정말 기쁘신 듯 보였다.

“손자들이 갑자기 세 명이 늘어나니 정말 기쁘구나.”

“이참에 우리도 캐나다로 이민을 갈까.”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말씀.

그 말씀에 나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이제 네 아빠도 은퇴했겠다 우리도 캐나다로 이민해서 순주들 돌보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아 볼까 해서 말이야.”

어머니의 말씀.

그 말씀에 정말 감사하지만…음…아직 어머니 아버지에게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보니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름 아닌 대모인 그레이스 씨와 메간 씨에 대한 이야기.

이걸 어머니 아버지가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상 숨기고 있는 상태.

정말로 어머니 아버지가 이민을 오시면 이걸 숨기기는 어려웠다.

“에이 우리 둘이 잘 살면 되지 또 애들 사는 데 끼어들라고.”

아버지의 면박.

그 면박에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물론 한 번 떠본 거야.”

“맨날 수영 다니고 지인들이랑 바베큐 파티 다니느라 바쁜 여사 님이 캐나다 오면 다 못하게 될 텐데 괜찮겠어?”

“그거야 뭐 여기서 친구들 사귀면 되는 거고…”

“영어는?”

“…”

어머니를 간단하게 논파해 버린 아버지.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애들은 애들끼리 잘 살게 놔두면 돼. 우리는 가끔 손주들 보러 오면 되는 거고.”

그러자 입이 삐죽 나오신 어머니.

어머니는 작게 말을 건네셨다.

“네 아빠가 비싼 골프 클럽 회원권 때문에 이렇게 날 설득하는 거야.”

“그걸 왜 또 굳이 얘한테 이야기해?”

“저번에 은퇴 선물로 사줬더니…”

“여보!”

투닥거리기 시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 옆으로 영문을 몰라 내게 설명해 달라는 애슐리 씨.

나는 이걸 애슐리 씨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 * *

잠시 소란이 끝나고 집 근처 식당으로 향하는 길.

정확하게는 퍼블릭 하우스, 그러니까 펍(Pub)으로 향하고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식사나 음주 모두를 하는 장소.

아무래도 소셜 클럽의 느낌이 강한 곳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가장 캐나다를 이해하기 쉬운 장소였다.

가장 캐나다스러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

솔직히 캐나다 음식이라기보다는 여러 나라에서 온 음식들이 뒤섞여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애슐리 씨와 함께 도착한 펍.

그 입구에 다가가자 한 종업원 분이 다가오셨다.

“좋은 날입니다. 혹시 예약하셨나요?”

“네, 존 이라는 이름으로 4 명이 앉을 테이블을 예약했었습니다.”

“존 씨라…혹시 성이 어떻게 되시죠?”

존이라는 이름이 워낙 많다 보니 성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임입니다. 존 임.”

한국 기준으로는 조금 웃긴 이름.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워낙 다채로운 성이 있다 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 존 임 씨군요. 안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너 영어 이름이 존이었니?”

“네.”

그러자 피식 미소를 짓는 아버지.

아버지는 조금 전 존 임이라는 내 이름이 꽤 웃겼는지 미소를 지으셨다.

“아버지 정말 죄송한데…”

“알고 있단다. 하지만 네 성인 걸 어떻게 하겠니? 받아들여야지.”

“…”

뭐라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

그렇게 묘한 감정을 가진 상태로 종업원에 안내에 따라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자 다가오는 종업원.

그는 자연스럽게 예약을 한 내게 다가와 질문을 건넸다.

“저희는 다양한 메뉴판을 제공하는데 혹시 원하시는 언어가 있으신가요?”

“아, 혹시 한국어로 된 메뉴판이 있을까요? 없으면 음식 사진이 큰 메뉴판으로 부탁할게요.”

“한국어로 된 메뉴판이 있는데 몇 개 가져다드릴까요?”

“한국어로 된 메뉴판 두 개랑 영어로 된 메뉴판 두 개 부탁할게요.”

“감사합니다. 혹시 음료 먼저 주문해 주시면 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종업원 분에게 설명을 들은 상태.

부모님에게 이 부분을 설명해 드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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