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267화 (267/292)

〈 267화 〉 부모님 (1)

* * *

­오랜만이구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머니. 애슐리 씨도 새해 두 분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전해 달라고 했어요.”

­고마워. 우리 아들. 새해 복 많이 받으렴. 그리고 애슐리 양에게도 고맙다고 전해주고.”

새해 인사 겸 오랜만에 부모님에게 전화를 드린 상태.

오랜만의 전화라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저…아버지는 어떠세요?”

­네 아빠 은퇴하고 맨날 골프 치고 다니느라 정신 없으시다.

“하하…건강하셔서 다행이네요.”

­너는 괜찮지?

“네, 전 괜찮아요. 어머니는 어떠세요?”

­요즘 수영 교실 다니느라 온몸이 아프단다.

“아직도 수영 다니시는 거예요?

­그게 요즘 내 낙인 걸 어떻게 하니. 아줌마들이랑 같이 수영하고 맛있는 거 먹는 게 제일 낙이야.

어머니와의 통화.

오랜만에 통화하면서 죄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람들 만나는 게 낙이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자주 연락을 드리는 게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너 바쁜 거 알고 있으니까.

내가 한동안 말이 없자 바로 웃으며 말씀을 하시는 어머니.

어머니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셨다.

­그나저나 이번에 소개해 준다는 아가씨는 뭘 좋아 하려나.

“하하…그냥 몸만 오셔도 돼요. 와서 제가 다 해드릴게요.”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 뭐 좀 만들어 가려는데…

“네?”

­너 주려고 이미 고추장이랑 된장 그리고 장아찌도 좀 해놨단다.

“그냥 오셔도 되는데…”

내가 한국에 자주 가지 않다 보니 직접 챙겨서 오시려는 어머니.

나는 어머니의 모습에 죄송할 따름이었다.

­여행용 가방이 비어서 가져가는 거니까 너무 부담가지지 마렴.

“정말 몸만 오셔도 돼요.”

­아무튼 그 아가씨 이름이…애슐리 맞지? 조금 전에 들었는데 까먹어서 미안 하네…호호…

“괜찮아요. 어머니.”

자기 이름이 불릴 건 알아차린 애슐리 씨.

그녀는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저번에 보내 준 사진 보니 정말 참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더구나.

“감사해요. 어머니.”

그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살짝 보면서 종이에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살짝 적었다.

그걸 읽은 애슐리 씨.

그녀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토끼 수인에 대해 잘 몰라서 검색을 좀 해봤는데 주로 채식을 많이 한다고 한다던데…맞니?

“주로 채식을 선호하긴 해요.”

­다행이다. 뭘 좋아할지 몰라 나물 같은 것들 좀 만들어 두었는데 다행이구나.

“하하…”

예전부터 손이 크신 어머니.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벌써 다 준비하셨을 줄은 몰랐다.

그때 들린 아버지의 높은 목소리.

뭘 그렇게 시시콜콜 다 이야기하냐며 역정을 내시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한 성격 하시는 아버지.

그렇다 보니 핸드폰 너머로 아버지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니 아빠가 또 시시콜콜 한 거 다 이야기한다고 승 내신다.

“하하…아버지는 여전하시네요.”

­사람이 어떻게 한결같은지.

툴툴 대시는 어머니.

이러면서도 두 분이 얼마나 금슬이 좋은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부끄러움 많으신 아버지.

맏이이시다 보니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대신 가족을 책임지셨던 것이 남아 언제나 남자다운 모습을 강조하시곤 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지신 모습.

요즘 메신저 앱 배경 화면이 꽃으로 된 걸 보면 많이 유연해 지셨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나중에 연락하마. 아 그리고 애슐리 양한테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전해 주렴.

“네 그럴게요. 나중에 또 연락 드릴게요.”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언제나 연락하렴.

그렇게 끝난 전화.

오랜만에 부모님과 전화를 하다 보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자주 전화를 드릴 걸 하는 생각과 알 수 없는 그리움.

20 대 때는 일에 치여 별로 연락을 드리지 못했는데 나이를 먹어서도 비슷한 상황이라 더 죄스러운 마음뿐이었다.

“존 씨?”

날 부르는 애슐리 씨.

그녀의 부름에 나는 표정을 고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씀하세요. 애슐리 씨.”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요.”

“하하…괜찮아요.”

날 걱정해 주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정말 괜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조금 전에 어머니께서 애슐리 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어머니께서요?”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같이 전했거든요.”

“히히. 고마워요. 존 씨.”

내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춘 애슐리 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1 월 며칠 쯤에 오시는 건가요?”

“아무래도 지금 연초이고 사람들이 많이 다닐 시기라 1 월 중순 쯤에 오시지 않을까 생각 중이에요.”

연말 연초에 정말 바쁜 공항.

그렇다 보니 완전히 바쁜 시간대를 피해 1 월 중순 쯤에 오시기로 결정이 된 상태였다.

“존 씨의 부모님을 직접 뵌다니 조금 걱정이 드네요.”

“많이 떨려요?”

“솔직히 그래요. 혹시 어머님 아버님이 절 이상하게 보지 않으실까 걱정이 들었거든요.”

토끼 수인인 애슐리 씨.

그녀는 이런 걱정을 남몰래 하신 모양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애슐리 씨 사진을 보냈었던 거 기억해요?”

“아, 예전에 이야기하신 거 말이죠?”

애슐리 씨와 사귀고 시간이 지났을 무렵.

그때 부모님에게 애슐리 씨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아까 연락 드렸을 때도 어머니께서 애슐리 씨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셨어요.”

“정말요?”

“네, 이게 조금 한국적인 표현이라 그런데 참하게 생기셨다고 하셨거든요.”

“참…? 이요?”

한국어로 표현한 참이라는 표현.

이게 영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하나 고민이 많아 먼저 한국어로 말하고 비슷한 느낌의 영어 단어로 설명하는 걸 선택했다.

“단정하고 말쑥하다는 느낌이에요.”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에요. 헤헤…”

기분이 좋은 듯 귀를 꼼지락거리는 애슐리 씨.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기분 좋게 받아들여줘서 고마워요. 애슐리 씨.”

“어머니 아버지께 좋은 첫 인상으로 보여져서 기분이 좋아요.”

사랑스러운 애슐리 씨.

나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담아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았다.

“항상 고마워요. 애슐리 씨.”

“히히. 저도 고마워요. 존 씨.”

“제가 행복하게 해 줄게요.”

“이미 충분히 행복한 걸요?”

내 어깨에 턱을 기댄 채 속삭이는 애슐리 씨.

그녀의 말에 나는 포옹을 잠시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더 행복하게 해 줄게요.”

“더 행복하면 너무 행복해서 하늘로 올라가 버릴지도 몰라요.”

장난스럽게 말하는 애슐리 씨.

그녀의 말에 나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토끼가 하늘을 날 수 있나요?”

“못 날 것도 없죠.”

당당하게 허리에 손을 올리는 그녀의 모습.

당찬 애슐리 씨의 모습에 사랑스러움이 묻어 나왔다.

“아무래도 애슐리 씨가 날아가 버리지 못하도록 꽉 묶어 놔야겠어요.”

“절 구속하시는 건가요?”

애슐리 씨의 장난스러운 표정.

그 표정에 나는 손사래를 쳤다.

“구속이라뇨. 가당치도 않아요.”

“히히. 장난이에요. 존 씨에게 구속당하는 거라면…그것도 나름 괜찮을 거 같아요.”

“장난이라도 그런 말씀을 자제해 주세요.”

“히히. 그만큼 존 씨를 사랑하니까요.”

날 바라보며 이런 사랑스러운 말을 건네주는 애슐리 씨.

그녀의 다정다감한 말 하나하나가 내게 많은 힘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마주 보는 사이.

무언가 생각나셨는지 애슐리 씨는 내게 질문을 건네셨다.

“1 월 중순 쯤에 존 씨의 부모님이 오시잖아요.”

“그렇죠.”

“그날 공항으로 마중 나가실 거죠?”

“네, 그래야 할 거 같아요. 어머니 아버지께서 영어를 잘하시는 편은 아니거든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평생을 사셨던 분들.

그렇다 보니 영어가 원활하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웠다.

거기에 정말 낯선 환경인 캐나다.

이 종족 분들이 많이 계신 이곳에 오신다면 적잖게 당황하실 게 분명했다.

“저도 같이 가도 되죠?”

“물론이죠. 제가 부탁 드리려고 했는데 먼저 말씀 해주셔서 고마워요. 애슐리 씨.”

“히히. 저야말로 감사하죠.”

그렇게 1 월 중순에 부모님을 만날 준비하는 애슐리 씨.

그녀가 밤낮으로 한국어 문장을 달달 외우는 모습을 보며 나는 사랑스러운 그녀와 미래를 꿈꿀 수 있는지금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 * *

점심의 카페.

긴 연휴가 끝나고 푹 늘어진 제임스를 상대하고 있었다.

“너무 푹쉬었나…”

“얼마나 쉬었길래?”

“크리스마스 때부터 지금까지 푹 쉬었지.”

“그게 가능해?”

“연차 쌓인 게 많았거든.”

“내 말은 그걸 한 번에 다 쓸 수 있었냐는 말이었어.”

내일이면 우리 부모님이 오시는 날.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이전부터 휴일에 들어간 제임스는 대략 3 주에서 4 주를 푹 쉰 상태였다.

열심히 사는 캐나다 사람들.

그러니까 보통 1 주에서 2 주 정도 쉬는 게 직장인으로서는 최대한 쉴 수 있는 기간이었다.

메간 씨도 1 월 2 일부터 다시 업무에 들어가신 상황.

반면, 제임스는 정말 늘어지게 쉬고 있었다.

“회사에서 연차 소모하라는 말이 떨어졌거든. 거기다 마침 그레이스 씨 회사도 장기 휴가라 내가 할 게 없었어.”

그레이스 씨를 감독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제임스 네 회사.

그녀가 소속된 회사와 협업 관계이다 보니 그곳이 쉬어 이런 특수한 상황이 펼쳐진 모양이었다.

“그 이야기는 들었어.”

장기 휴가라 우리 집에 거의 살다시피 지내시는 그레이스 씨.

그녀는 애슐리 씨의 대모를 자처하며 우리 집에서 지내셨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메간 씨도 우리 집에서 머무는 상황.

이걸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기는 아직 많이 이른(?) 거 같아 두 분에게는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이해해 주신 두 분.

부모님이 우리 집에 머무는 건 아니고 호텔에서 지내시는 데 그래도 우리 집에 오시는 건 당연할 거 같아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생각하는 사이.

늘어져서 맥 없이 커피를 휘휘 젓던 제임스는 물끄러미 날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카페 쉬는 거지? 나 여기 아니면 갈 곳 없는데.”

“올리비아의 카페도 자주 다니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올리비아가 요즘 바쁘니까 그렇지.”

우리 카페와 올리비아의 카페를 오가는 제임스.

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튼 무슨 일인데?”

“개인적인 일이야. 부모님이 은퇴하시고 밴쿠버로 여행을 오셨거든.”

“그럼 어쩔 수 없네.”

“이해해 줘서 고맙다.”

“내가 조금 이해심이 많은 편이지.”

“어휴…”

“장난이야. 혹시 나중에 괜찮으면 같이 식사 어때?”

“우리 부모님이랑?”

“왜? 내 절친부모님인데 친구로서 만나 뵙고 싶어서 그렇지.”

미소를 짓는 제임스.

그를 바라보며 나는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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