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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카페-263화 (263/292)

〈 263화 〉 새해 (2)

* * *

저녁을 준비해 주신 그레이스 씨와 메간 씨.

두 분이 맛있게 준비해 주신 저녁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아까 무슨 꿈을 꿨길래 그렇게 애슐리랑 꽁냥댄 거야?”

그레이스 씨의 질문.

그녀의 질문에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간단한 꿈이었어요.”

“그러니까 그게 뭔데?”

“음…”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애슐리 씨가 입을 열어 나 대신 설명해 주시기 시작했다.

“존 씨가 미래의 카페에 갔다고 하셨거든요.”

“미래의 카페?”

“네, 꿈이긴 한데 미래의 카페에 찾아 갔었거든요.”

“거기서 뭘 본 거야?”

“완전 늙어 버린 제 모습을 봤죠. 하하…”

흰 머리카락에 안경을 쓴 한 남자.

지금의 내 모습과 비교될 정도로 많이 늙은 모습.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호호 할머니가 되도 귀여운 애슐리 씨가 제 옆에 있었구요.”

“우리는 없었어?”

장난스러운 그레이스 씨의 질문.

그 질문에 나는 어색하게 대답을 회피했다.

“아무래도 우리는 없었나 보구나.”

내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메간 씨.

그녀의 모습에 나는 왠지 죄를 지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장난이니 너무 괘념치 말거라.”

“하하…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다행히 너그러히 봐주시는 메간 씨.

나는 두 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주문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나타났어요.”

“아이들?”

“네, 저랑 애슐리 씨 사이의 아이들이요. 얼굴이 안개에 껴있는 듯이 가려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아 얼굴을 보지 못했어요.”

그러자 잠시 고민에 빠진 그레이스 씨의 표정.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태몽 아닌가 해서 말이야.”

“태몽이요?”

“응, 이야기 들어 보니까 완전 태몽인데?”

그 말에 잠시 고민하는 애슐리 씨.

그녀는 날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최근 생리를 안 하긴 했는데…”

“정말이에요?”

“네…그냥 조금 피곤해서 아직 안 하는구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가장 기쁜 이야기.

나는 가슴이 벅차 올라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진…진짜 태몽인 건가요?”

“임신한 사람이 꿈을 꾸는 경우도 있는데 주변 사람들도 꾸기도 하니까.”

미소를 짓는 그레이스 씨.

그녀의 말에 나는 애슐리 씨를 바라보며 손을 꼬옥 잡았다.

“나중에 테스트기 한 번 사용해 보는 거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헤헤…”

미소를 짓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감격스러운 감정을 추스르기 바빴다.

사랑스러운 그녀와 나의 아이.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다가온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확실히 태몽이면 우리가 안 나와도 할 말은 없겠구나.”

메간 씨의 장난스러운 한 마디.

그녀의 말에 나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아니란다. 그저 나는 둘을 축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란다.”

미소를 짓는 메간 씨.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테스트기 바로 확인해 보는 건 힘들겠지?”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튿날.

그러니까 쉬는 날은 아니지만 보통 캐나다 사람들은 이날까지 쉬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걱정 말거라.”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그레이스 씨를 바라보는 메간 씨.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애슐리 씨의 배 쪽으로 다가 갔다.

“괜찮겠느냐? 애슐리?”

“네, 괜찮아요.”

그렇게 천천히 배에 손을 올리는 메간 씨.

그녀가 애슐리 씨의 배 위를 살짝 쓰다듬자 메간 씨의 손에서 살짝 빛이 새어 나왔다.

“마법이란 정말 신기해. 진짜 사기라니까.”

그레이스 씨의 말에 미소를 짓는 메간 씨.

그녀는 묵묵히 애슐리 씨의 배를 계속 쓰다듬더니 이내 손에 깃든 푸른빛을 회수하셨다.

“미약하게 생명이 느껴지는구나.”

메간 씨의 벅찬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나와 애슐리 씨는 손을 꼭 잡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감정.

이 감정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는데…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그 눈물에 애슐리 씨도 따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존 씨…”

그렇게 내 품에 안겨 오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꼬옥 껴안고 그녀의 어깨에 뜨거운 눈물을 적셨다.

복잡한 감정.

이미 결혼한 친구들에게 듣기는 했지만,

이런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말하기 어렵다는 친구들의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생명의 탄생, 그것도 나와 애슐리 씨 사이의 아이가 태어났다는 이 사실이 너무나도 많은 감정을 내게 주고 있었다.

그렇게 감정을 추스르고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를 바라본 상태.

두 분도 감정의 변화가 있으셨는지 눈가가 살짝 붉은 상태이셨다.

“너무 감동적이라 그런지 감정이 주체가 안 되네.”

“맨날 그렇게 시크한 척하더니 결국 귀쟁이다운 모습을 보이는 구나 그레이스.”

메간 씨의 장난스러운 말투.

그 말에 그레이스 씨는 질 수 없다는 듯 되받아 치셨다.

“너도 마찬가지이면서 아닌 척하기는…내가 살면서 마법 쓰는 도마뱀이 우는 모습은 처음 본다.”

“하하…그렇군.”

미소를 짓는 메간 씨.

나는 두 분을 바라보며 정말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말을 건넸다.

“두 분다 정말 감사해요.”

“다른 이들도 아니고 애슐리와 존의 아이들인데 당연히 기뻐해야지.”

“우리는 너희 아이들의 대모잖아.”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의 감사한 말씀.

두 분의 말씀에 애슐리 씨는 몸을 일으켜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의 어깨를 꼬옥 껴안았다.

“두 분다 정말 감사해요. 항상 도와주셔서요.”

그런 애슐리 씨를 다정한 표정으로 안아 주시는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

맞은 편 세 명을 바라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 * *

감정을 어느 정도 추스른 상태.

그렇다 보니 애슐리 씨의 임신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 앞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좋을 게다 애슐리. 이건 대모로서 하는 말이란다.”

메간 씨의 단호한 말씀.

그 말씀에 애슐리 씨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토끼 수인들은 사람들이랑 다르게 많은 부분이 튼튼하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악영향이 가는 건 피하는 게 좋지.”

파스타를 먹으며 말씀하시는 그레이스 씨.

그녀의 말에 애슐리 씨는 동의한다는 듯 대답하셨다.

“헤헤…조심할게요.”

“그리고 우리도 도와줄 거긴 하지만 존도 도와주고.”

“당연하죠.”

“그나저나…토끼 수인이 보통 임신 기간이 어떻게 되더라…”

잠시 고민에 빠진 그레이스 씨.

예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토끼 수인 근처에 사셨던 엘프 출신이셨기에 이 부분을 기억해 내려 하셨다.

“제가 마을에서 듣기로는 20 주 쯤 되는 거 같아요.”

“20 주라…그럼 140 일 정도 되는 거지?”

확실히 사람의 절반 정도 되는 임신 기간.

나는 이렇게 빠르게 아이가 나온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미리 아빠 수업을 들으면서 준비한 게 다행이란 느낌.

한동안은 애슐리 씨를 위해 카페 문을 닫아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헤헤…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존 씨.”

“쉬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해서요.”

“토끼 수인은 임신한 게 잘 티 나지 않아서요.”

“그래도요.”

“존 씨 옆에 있는 게 더 안심이 돼서 곁에 있고 싶어요.”

애슐리 씨의 말씀.

그 말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애슐리 말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레이스 씨의 말씀.

그 말씀에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토끼 수인들은 마지막 18 주 쯤에 돼서야 배가 부풀거든. 그러니까 그전까지 일상생활에 문제는 없어.”

“그래도 조금 걱정이 돼서요.”

“그렇다고 20 주나 카페를 닫을 수는 없잖아요.”

애슐리 씨의 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애슐리 씨를 위해서 라면 괜찮아요.”

“존의 뜻은 이해하겠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

그레이스 씨의 설명에 조금 누그러진 느낌.

애슐리 씨가 임신을 하셨는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레이스 씨도 괜찮다고 하셨고,

거기다 애슐리 씨도 내 옆에 있고 싶다고 하셨으니…

“그래도 그냥 카페를 잠시 닫고 같이 지내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집을 부릴 수밖에 없는 상태.

내 완고한 모습에 결국 메간 씨가 나섰다.

“내가 마법을 걸어 줄 테니 너무 걱정 말거라.”

“마법이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신호가 오게 끔 해둘 테니 걱정 말라는 뜻이지.”

“아…”

“애슐리가 임신한 몸으로 일하는 게 걱정스러운 건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애슐리도 카페 일을 더 하고 싶어 하고 있으니 내가 마법으로 조금 도와주마.”

“감사해요. 메간 씨.”

메간 씨에게 감사를 표하는 애슐리 씨.

그녀가 그만큼 카페 일을 하고 싶어 하고 더불어 내 곁에 있고 싶다는 걸 바로 옆에서 확인하다 보니…마음이 조금 움직였다.

“대모인 우리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레이스 씨의 장난스러운 말씀.

하지만 그 말씀이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알 수 있었다.

“두 분다 정말 감사해요.”

“우리야 고맙지. 이런 행복한 날에 우리가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게 말이야.”

되려 감사를 표하는 그레이스 씨.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 * *

“이참에 우리도 여기에 살까?”

“존과 애슐리만 괜찮다면 나는 상관없다.”

“하하…두 분이 불편하시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서요.”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은데?”

“나도 그렇단다.”

“하하…”

현관문 앞.

이제 슬슬 돌아가실 시간이 되자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는 이런 말씀을 나와 애슐리 씨에게 하고 계셨다.

오늘 두 분에게 정말 감사한 일들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분이 우리 집에 머물며 불편함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와 애슐리 씨는 두 분이같이 살며 지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그건 우리의 생각일 뿐이지 막상 두 분이 우리 집에 머문다면,

불편하실 일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존의 얼굴을 보니 괜찮다는 거 같은데?”

그레이스 씨의 장난스러운 말.

그 말에 애슐리 씨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셨다.

“저는 괜찮은데 두 분이 불편하실 거 같아서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괜찮단다.”

“둘 사이에 우리가 끼어들어서 불편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되려 걱정이 들지.”

감사한 두 분.

나는 두 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일단 오늘은 알아두기만 하고 우리는 가 볼게.”

“괜찮아지면 나중에 짐 챙겨서 오마.”

“하하…하.”

그렇게 현관문밖으로 나가신 그레이스 씨와 메간 씨.

나와 애슐리 씨는 두 분을 따라 나가 문 앞까지 배웅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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