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화 〉 크리스마스 파티 (4)
* * *
얼추 파티가 끝난 상태.
모두 집에 돌아갈 준비하고 있었다.
나도 살짝 취하고 애슐리 씨도 취한 상태.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집이 바로 아래여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게 애슐리 씨와 함께 돌아온 집.
얼마나 드셨는지 귀까지 꼬여 버린 귀여운 애슐리 씨를 보며 입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소파에 잠시 애슐리 씨를 눕혀 둔 상태.
나도 너무 취한 상태라 몸이 좀 더워 창문을 살짝 열려고 했다.
띵동.
그때 마침 들린 종소리.
그 소리에 바로 현관문으로 향했다.
“오늘 좀 재워 줄 수 있어?”
잔뜩 취한 메간 씨를 업고 내려오신 그레이스 씨.
드래곤인 메간 씨가 이렇게 취한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이래 가지고는 집에 가기도 전에 뻗어버릴 거 같아서 말이야.”
“물론이죠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렇게 들어온 그레이스 씨.
그대로 메간 씨를 애슐리 씨 옆 소파에 앉히고는 구슬 땀을 닦아 내셨다.
“후우…뭔 놈의 도마뱀이 그렇게 술을 마시던지.”
“하하…하.”
“애슐리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귀가 꼬인 상태로 앉아 있는 애슐리 씨를 가리키는 그레이스 씨.
그녀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크리스마스라서 둘이 오붓하게 있는 시간을 방해하는 거 아닐까 모르겠네.”
“아니예요. 편하게 있으셔도 돼요.”
“그래?”
빙긋 웃는 그레이스 씨.
그녀는 내게 살짝 다가오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 살짝 흥분해서 말이야. 좀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하하…하…오…오늘은 보름달이 아니다 보니…”
“이렇게 유혹하는데도 안 넘어올 거야?”
살짝 가슴골을 비추는 그레이스 씨.
그녀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돌리며 난색을 표했다.
“그래도 어려워요. 하하…”
“그럼 아쉽네. 어쩔 수 없지.”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차는 그레이스 씨.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시고는 식탁 쪽으로 다가가셨다.
“아직 술 더 마실수 있지?”
어디서 나타난 건지 알 수 없는데킬라 병.
그 병을 식탁 위에 올려 두신 이튿날 바라보셨다.
“그건 어디서 나신 거예요?”
“올리비아가 가기 전에 주더라. 도마뱀이 뻗기 전에 마법으로 청소를 도와 줬거든.”
상냥하신 메간 씨.
술에 취해 완전히 뻗어 버리기 전에 파티로 정신없는 올리비아의 집을 청소해 주신 모양이었다.
“이건 아직 개봉 안 한 거니까 열면 다 마셔야 해. 알고 있지?”
“하하…데킬라 알콜 도수가 높으신 건 알고 계시죠?”
“한 40 도 정도 되나?”
40 도나 되는 술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씀하시는 그레이스 씨.
최근에서야 술과 담배를 끊으셨지 그 이전에는 독주와 흡연 그리고 마약을 즐겨하셨던 분이었다.
한 마디로 40 도를 넘는 술을 자주 드셔 왔다는 이야기.
그런 술을 마시고도 맨정신을 유지하시는 그레이스 씨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실꺼야? 말 거야? 나 혼자 마시게 둘 생각은 아니겠지?”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는 그레이스 씨.
나는 그녀의 말에 하는 수 없이 그녀에게 다가 갔다.
“일단 애슐리 씨랑 메간 씨를 침대로 옮기고 와도 될까요?”
“왜? 자는 사이에 덮치려고?”
“그런 건 아니구요…”
“장난이야. 그럼 나 냉장고 안 좀 뒤져도 되지?”
“네?”
“데킬라 샷으로 먹을 거니까 레몬이나 라임 있으면 미리 해 두려고.”
“음…레몬이나 라임은 없고 레몬 즙은 있어요.”
“그래? 그럼 그것 좀 쓸게.”
그렇게 냉장고로 다가간 그레이스 씨.
그녀를 뒤로하고 먼저 애슐리 씨에게 다가 갔다.
“으음…읍…으으…”
술에 취에 귀까지 꼬여 버린 애슐리 씨.
술 때문인지 그레이스 씨와 대화하는 사이 웃옷을 살짝 올려 배를 살짝 드러내신 상태였다.
술에 취한 애슐리 씨의 버릇.
그나마 다행인 건 옷을 다 벗는 게 아니라 배만 드러낸다는 건데,
그 모습이 귀엽지만 감기 걸리기 딱 좋으니 바로 침대로 옮길 준비했다.
공주 님 안기로 살짝 든 상태.
그대로 애슐리 씨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우리 방으로 향했다.
옮기는 동안 내 품에서 새근대는 애슐리 씨.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침대에 살짝 올려 둔 상태.
괜히 더위 때문에 이불을 걷어 찰 수 있었기에 불편해 보이는 옷을 조심스레 벗겨 냈다.
다행히 말을 잘 따라 주시는 애슐리 씨.
침대에 무사히 안착한 그녀 위로 도톰한 극세사 이불을 덮어 드렸다.
그대로 곤히 잠에 빠진 애슐리 씨.
사랑스러운 그녀의 표정에 애슐리 씨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방을 빠져나왔다.
이제 남은 건 메간 씨.
예전에 올리비아가 썼었던 방의 침대로 이동할 준비했다.
순순히 안겨 주시는 메간 씨.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올리자 그녀의 달콤한 체취가 느껴졌다.
거기에 더불어 묵직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화염 주머니.
아직도 성장기이신 메간 씨의 화염 주머니는 저번보다 커진 게 확실했다.
그대로 올리비아가 썼었던 방으로 향한 상태.
침대 위에 그녀를 조심히 올려 두고 이불을 덮어 드렸다.
애슐리 씨와 마찬가지로 편안 하게 자리를 잡은 메간 씨.
그녀의 모습을 뒤로하고 조심스럽게 방을 빠져나왔다.
“존이 맨날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 이유가 있었네.”
그레이스 씨의 장난스러운 말.
그 말에 나는 부정할 수 없어 어색한 웃음으로 대신 답했다.
“다 끝났으면 이쪽으로 와서 나랑 같이 술이나 마셔줘. 나름 오래 기다렸으니까.”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장난인데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웃으며 내게 잔을 건네는 그레이스 씨.
우리 집에 있는 소주잔 같은 작은 잔에 담긴 데킬라가 눈에 들어왔다.
소주잔 림에 발려 있는 레몬 즙.
그 레몬 즙 덕분에 소금들이 눈꽃처럼 살짝 묻어 있었다.
“어때? 나름 분위기 있지?”
“혹시 바텐더도 하셨나요?”
“그렇게까지 띄워 줄 필요는 없어.”
피식 웃음을 짓는 그레이스 씨.
그녀는 잔을 들어 건배를 할 것을 제안 했다.
허공에서 부딪힌 잔.
나와 그레이스 씨는 조용히 건배를 한 뒤 잔을 비우기 시작했다.
확실히 독주는 독주.
40 도가 넘는 술이다 보니 확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라면 나눠 마시겠지만,
샷 스타일이다 보니 바로 잔을 비워 버린 상태.
한국에서 회식에 자주 끌려다니다 보니 첫 잔은 원샷이라는 습관을 무의식적으로 실천하고 말았다.
“아직 쌩쌩하네.”
날 보며 피식 웃는 그레이스 씨.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 있었을 때 술을 꽤 많이 마셨거든요.”
“근데 최근에는 못 마시는 모습을 보였었잖아.”
“그건 사정이 있어서…”
애슐리 씨와 동거를 한 이후 대부분의 술자리는 애슐리 씨와 같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그렇다 보니 예전처럼 나 혼자 마시는 게 아닌 애슐리 씨와 같이 마시는 상황 자주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둘 다 취하면 생기는 안 좋은 일들.
그래서 최대한 자제를 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과 별개로 저번에는 완전 취했었잖아.”
“아직 제 사정에 대해 말씀드리지는 않은 거 같은데…”
“얼굴에 다 써있어서 알 수 있어. 보나 마나 애슐리가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
“하하…”
여전히 투명한 내 얼굴.
거기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레이스 씨이다 보니 눈치채는 게 빠르셨다.
“아무튼, 저번에 잔뜩 취한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집에서 마시다 보니 완전히 풀어져 버린 상태.
마침 추수 감사절이다 보니 마음을 완전 놓고 마셨던 게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끌었다.
“그래? 그럼 오늘도 한 번 취하게 해 봐야겠네.”
“이미 맥주 많이 마셔서 살짝 취한 거 같긴 해요.”
“맥주?”
“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새 친구를 사귀었거든요.”
오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있었던 일을 대략 설명한 상황.
파티에 참여한 마이크라는 친구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혹시 덩치 큰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무언가가 있는 거 아니지?”
“네?”
“제임스도 그렇고 마이크라는 사람도 그렇고 다 한 덩치 하는 거 같아서 말이야.”
“하하…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뭐 제임스도 한 덩치 하지만 워낙 착하고 순둥순둥해서 겉과 속이 다르지만 말이야.”
제임스와 같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계신 그레이스 씨.
그녀의 말에 나는 이 부분이 생각나 질문을 건넸다.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이제 거의 끝나가. 반년 정도 걸린 것치고 퀄리티가 나쁘지 않아서 투자도 잔뜩 받았거든.”
“대단하시네요.”
“대단하긴 뭘. 대부분 제임스 같은 애니메이터들이 고생했지. 난 그저 반찬 투정 부리는 아이처럼 지적질만 했을 뿐이야.”
감독이신 그레이스 씨.
그녀는 자신이 한 일을 겸손하게 말씀하고 계셨다.
“그레이스 씨가 겸손하게 말씀하시니 신기한데요?”
“나도 겸손이라는 행동을 할 줄 아는 엘프니까.”
장난스럽게 대꾸하는 그레이스 씨.
그녀와 이런 소소한 대화를 이어 나가며 데킬라 병을 서서히 비워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취기 때문에 살짝 볼이 발그레 해진 그레이스 씨.
그녀는 날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을 건네셨다.
“이제 너랑 애슐리도 곧 결혼 하겠네.”
“네, 아무래도 올해가 지나면 바로 할 거 같아요.”
“부럽네.”
“그레이스 씨도 메간 씨가 있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결혼은 조금 별개의 이야기 잖아.”
“별개의 이야기라고 하시는 게…”
“그러니까 결혼해서 무조건 아이를 갖는 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관념에서는 결혼 이후 아이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쪽이거든.”
“아아…”
“내가 한 아이의 부모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레이스 씨라면…”
“너라면 알콜중독자에 흡연자였던 부모가 퍽이나 믿음이 가겠다.”
자조적인 그레이스 씨의 말씀.
그녀의 말속에서 조금의 회의감이 느껴졌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도마뱀이랑 살면서…일상적인 행복이라는 걸 느끼니까 그때 일이 후회 되더라.”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뿐.
나는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쩝…이럴 줄 알았으면 약 좀 덜 꽂을걸.”
웃으면서 말씀하시는 그레이스 씨.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녀를 멀뚱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웃으라고 한 소리야. 후회한다고 과거 없던 게 되는 게 아니잖아.”
“그레이스 씨가 웃으라고 말씀하셔도 웃을 수가 없는걸요.”
그 말에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레이스 씨.
그녀는 술잔에 술을 채우며 피식 웃음을 지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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