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5화 〉 검은 용 (5)
* * *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헤일리 씨는 메간 씨가 부린 마법으로 꾸며 진 카페를 바라보았다.
“와아…”
손을 모으며 감탄사를 내뱉는 헤일리 씨.
그녀는 놀랍다는 듯이 메간 씨를 바라보았다.
“이게 마법이군요.”
“그렇단다. 꽤 유용하지.”
“드래곤들은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하하. 헤일리가 뭘 좀 아는 구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지신 메간 씨.
그녀는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입에 걸린 미소를 지우지 못하셨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나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메간 씨에게 다가 갔다.
“무슨 일이냐 존.”
“이번에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사 온 게 있거든요.”
“응?”
내 손에 들린 귀여운 용모양 장식.
그 귀여운 크리스마스 장식에 메간 씨는 미소를 지으셨다.
“이거 설마 크리스마스 장식이냐?”
“네, 맞아요. 메간 씨랑 가장 닮은 모양으로 사 왔어요.”
메간 씨 옆에 다가온 애슐리 씨.
그녀의 말에 메간 씨는 재밌다는 듯 웃음을 지으셨다.
“나랑 가장 닮았다고 하니…부정할 수가 없구나. 하하.”
“제 것도 있죠?”
나와 애슐리 씨에게 다가온 헤일리 씨.
그녀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담긴 상자 내에서 자기 모습을 닮은 장식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살피셨다.
“단골 분들의 모습을 닮은 장식들을 사 왔어요.”
“사려 깊구나.”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의 메간 씨.
그녀는 자신을 닮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개인적으로 가져가셔도 좋고 카페 내에 있는 트리에 거셔도 좋아요.”
애슐리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메간 씨.
그녀는 마시던 커피를 잠시 내려놓고 트리에 다가가셨다.
가장 높은 곳에 자신을 닮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장식하는 메간 씨.
그녀는 가장 위쪽을 차지해서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내 자리는 당연히 여기지.”
허리에 손을 올린 상태로 당당히 말씀하시는 메간 씨.
개인적으로 그 위에 엘프 장식이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이 생각을 꺼내지 않았다.
그사이 자신을 닮은 장식을 발견한 헤일리 씨.
그녀는 귀여운 사람 모양 인형에 뿔이 달린 크리스마스 장식을 트리 중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장식하셨다.
“저는 여기가 좋을 거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거든요.”
“좋은 생각이예요. 헤일리 씨.”
애슐리 씨의 칭찬.
그 칭찬에 헤일리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존 씨랑 애슐리 씨 장식은 따로 없나요?”
“생각해 보니 그렇구나.”
“아, 그건 이미…”
“저희 집에 장식되어 있어요.”
“집?”
고개를 갸웃하는 메간 씨.
그녀의 질문에 나와 애슐리 씨는 우리의 첫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해 말을 건넸다.
“네, 단골 분들을 닮은 장식품들을 여러 개 샀거든요. 그래서 저랑 애슐리 씨의 집에 있는 트리에 이미 걸려 있어요.”
그 말에 흥미를 보이는 메간 씨와 헤일리 씨.
두 분은 우리에게 다가와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질문하셨다.
“당연히 날 닮은 장식도 걸려 있겠지?”
“제 것도 그렇죠?”
“물론이죠.”
“덕분에 저희 집에 있는 트리가 더 아름다워졌으니까요.”
마침 핸드폰에 있는 사진.
그래서 이 사진을 두 분에게 보여드렸다.
“오…”
“정말 아름다워요.”
“칭찬 고마워요.”
그렇게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나는 이런 소소한 것들로도 행복을 이어 나가는 지금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 * *
메간 씨가 떠나고 시작된 바쁜 일상.
오늘이 바쁜 날이라 그런지 오전 10 시부터 오후 3 시까지 카페 내부가 엄청 북적였다.
우리 카페가 캐나다 플레이스에서 거리가 조금 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던지 겨울 맞이 행사 같은 것들이 이 근방에서 열려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태평양 연안의 밴쿠버.
그렇다 보니 아시아에서 오신 관광객들이나 오세아니아에서 오신 관광객들도 꽤 보였었다.
그렇게 끝난 오늘 하루.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헤일리 씨는 각자 역할을 분담해 카페 내부를 정돈하기 시작했다.
내일도 바쁠 예정.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해 두고 재료도 확인해 두어 손님들에게 불편이 가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에스프레소 머신과 카운터를 정돈하는 애슐리 씨.
테이블을 정돈하는 헤일리 씨.
그 둘의 도움으로 나는 혹시 모를 재고 부족에 대비해 냉장고와 원두 창고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끝나 가는 재고 확인.
애슐리 씨가 만들어 주신 최신 재고 현황판이 작업 효율을 높여 줘서 그런지…
원래 한 두 시간 걸리던 일이 30 분 만에 끝나게 되었다.
일에 대해서 정말 뛰어난 애슐리 씨.
매번 느끼는 거지만 그녀가 이렇게 도움을 줘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제 남은 건 우유 재고 확인 뿐.
아무래도 아몬드 밀크나, 스킴 밀크나 저지방 밀크 그리고 커피 밀크 등 나가는 게 많다 보니 가장 마지막에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남은 양을 체크하는 사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
애슐리 씨는 에스프레소 머신 노즐 청소로 바쁜 상태라 내가 손님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어…?”
“후후. 또 왔어요. 존 씨.”
손 인사를 건네는 리사 씨.
이번에 그녀는 혼자가 아니라 파트너 분과 함께 오셨다.
말끔한 정장 차림에 바짝 세운 머리카락.
하얀 피부에 금발…전형적인 백마 탄 기사처럼 잘생긴, 건치 미소의 남성분이 내게 악수를 권했다.
“안녕하세요? 윌리엄이라 합니다. 리사의 파트너예요.”
“아! 안녕하세요. 리사 씨의 이야기로만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 뵐 줄은 몰랐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존 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존 씨. 리사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그의 말끔한 인사.
엄청나게 정중하면서도 예의 바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혹시 저희가 바쁜 시간에 찾아온 건 아닌가 걱정이 드는데…”
윌리엄 씨의 질문.
그 질문에 나는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조금 전까지 바빠서 카페 정리를 조금 하고 있었어요. 주문은 충분히 도와 드릴 수 있답니다.”
“존 씨는 착한 분이야. 너무 괴롭히지마 윌.”
“날 평소에 어떻게 보는 거야? 리사.”
장난스럽게 대꾸하는 윌리엄 씨.
그는 자기 파트너 리사 씨와 대화하면서 카운터 앞 바에 자리를 잡으셨다.
“재 방문해 주셔서 감사해요. 리사 씨."
“고마워요. 존 씨. 덕분에 어머니에게서 휴가를 받을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아드리안 씨, 아니 멜리사 씨가 리사 씨의 고충을 이해해 주신 모양.
지금 바쁘신 와중에도 보좌관 두 명을 휴가를 주는 결단을 내리셨다.
“멜리사 씨가 큰 결정을 내리셨네요.”
“네,맞아요. 다행히 지금 행사가 없어 저랑 윌이 휴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전적으로 어머니의 결정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받기 어려웠을 거예요.”
“총…아니 멜리사 부인께서 이해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밖에서는 언급하기 어려운 아드리안 씨.
물론 다른 사람들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아드리안 씨의 보좌관인 리사 씨와 윌리엄 씨다 보니 언급 자체를 조심하시는 모양이었다.
“다행이네요.”
그렇게 대화를 나는 도중 노즐 청소가 끝난 애슐리 씨.
그녀는 내 곁에 다가와 맞은 편의 손님들을 보고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다시 오셨네요 리사 씨.”
“잘 지냈어요? 애슐리 씨?”
“물론이죠. 옆의 분은…”
“제 파트너인 윌리엄이예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애슐리 씨.”
그렇게 모두와 인사를 나눈 애슐리 씨.
그녀는 리사 씨와 윌리엄 씨를 번갈아 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반겨줘서 감사해요. 이렇게 찾아온 건 다름이 아니라…”
“두 분에게 지혜를 구하러 왔어요.”
리사 씨의 말을 받아 이어 말씀하신 윌리엄 씨.
그 모습에 리사 씨는 입을 삐죽 내미셨다.
“내가 이야기하려 했는데.”
파트너 앞이라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리사 씨.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듯 윌리엄 씨는 미소를 지으셨다.
“두 분이 동거를 하시는 중이고…곧 결혼까지 하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거든요.”
“아아…그렇군요.”
“그래서 감사의 말씀도 드릴 겸 조언을 구하러 왔어요.”
“조언이요?”
애슐리 씨의 질문에 미소를 짓는 리사 씨.
그녀는 자기 파트너의 팔을 껴안으며 말을 이어나가셨다.
“윌리엄이 동거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줬거든요.”
“하하…하.”
어색한 미소를 짓는 윌리엄 씨.
나는 윌리엄 씨와 리사 씨를 바라보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정말 축하 드려요.”
“두 분이 이제 같이 사시는 건가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윌리엄 씨.
그는 많은 생각이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하셨다.
“제가 조금 겁이 많았었나 봐요.”
“충분히 이해해요. 윌리엄 씨.”
다시 말하지만
사람과 다른 시간에 사는 드래곤들.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보다 먼저 떠난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좋지 못한 미래를 가져오기 마련이었다.
그게 가끔은 버거울 정도로 커져 결국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가 되곤 하는데…
아무래도 윌리엄 씨는 바쁜 일정과 맞물려 커져 버린 이 고민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보통 대화로 풀어 나가야 하는 이런 문제들.
아드리안 씨는 바쁜 일정에도 자기 딸과 딸의 남자 친구를 위해 시간을 허락해 주셨고…
덕분에 두 분은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며 잘해결해 나가신 모양이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리사와 대화하다 보니…제가 리사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정말 다양한 대화 방법을 했었죠.”
짓궂은 장난을 치시는 리사 씨.
그녀의 장난에 윌리엄 씨는 얼굴이 살짝 빨개 지셨다.
두 분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연인과의 대화에서 몸의 대화도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저랑 리사는 동거를 결정했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작게 박수를 치며 둘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애슐리 씨.
그녀의 행동에 윌리엄 씨와 리사 씨는 감사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애슐리 씨와 존 씨는 어떻게 잘 지내시는지 알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완전히 다른 삶을 살다가 같이 사신 거잖아요? 싸울 때는 어떻게 해결하시는지도 알고 싶구요.”
열정적인 두 학생의 질문.
나는 당황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사실…애슐리 씨와 지금까지 지내면서 맞지 않았던 점이 없었고…
그녀와 싸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게 기억이 났다.
그런 나와 비슷한 생각하고 계신지 곤란해하는 표정을 짓는 애슐리 씨.
나와 애슐리 씨는 서로를 바라보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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