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6화 〉 일상 (4)
* * *
쿠키와 우유.
언제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간단한 조합이지만,
사람들과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서 이것만한 조합은 없었다.
“애슐리가 만든 거야?”
그레이스 씨의 질문.
그 질문에 애슐리 씨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반죽은 존 씨가 도와주셨어요.”
“능력 좋네.”
드래곤 모양의 쿠키를 집은 그녀.
그레이스 씨는 여전히 신기하신지 쿠키를 계속 바라보셨다.
“헤헤…칭찬 감사해요.”
“너무 잘 만들어서 먹기가 힘들 정도야.”
“그럼 내가 먹겠다.”
“누가 욕심 많은 드래곤 아니랄까 봐…”
바로 입에 밀어 넣는 그레이스 씨.
그 모습에 메간 씨는 아쉽다는 듯 그레이스 씨의 입을 바라보셨다.
“그나저나 이런 쿠키면 카페에서 팔아도 인기가 많을 거 같구나.”
“칭찬은 감사한데…하하…”
이미 카페에서 만들고 있는 두꺼운 쿠키들.
이런 쿠키들 사이로 모양이 있는 쿠키를 팔면 사소한 문제들이 생겼다.
애초에 쿠키 판매량이 높지 않은 우리 카페.
그렇다 보니 선택권이 많아 진다고 해서 전체적인 구매량이 늘어나는 효과는 미미했기에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여기에 더불어…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쿠키 모양 잡기.
모양이 예쁘다는 뜻은 그만큼 손을 많이 탄다는 뜻이고 그만큼 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재고 관리 문제.
모양이 다양하다는 뜻은 그만큼 남는 재고 관리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양한 쿠키 중 인기 있는 모양만 있을 거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모양의 쿠키들은 같은 맛임에도 불구하고 남게 될 것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조금 어려운 카페 내 모형 쿠키 판매.
나는 사업자의 처지에서 이걸 다 설명할 수 없으니 간단하게 메간 씨에게 설명했다.
“사업이라는 건 나름 어려운 일이로구나.”
“아무래도 매번 재고와의 싸움이죠.”
정확하게는 폐기율.
이 폐기율이 높을수록 순수익이 남는 것이 없으니 문제가 컸다.
자랑은 아니지만…다른 카페보다 조금 좋은 재료를 쓰고 있는 우리 카페.
그러므로 우리 카페에서 재고가 많이 남는 다는 뜻은 좋은 뜻은 아니었다.
물론 다른 카페도 비슷하지만
비싼 재료가 유통 기간이 지나 폐기될 때마다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사업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구나.”
“하하…하.”
부유하신 드래곤, 메간 씨.
지금 다니는 직장도 유희의 일종이실 정도로 그녀에게 있어서 금전적인 제약은 크지 않았다.
“아무튼 도마뱀 놈들 음습한 습성을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레이스 씨의 한 마디.
그 한 마디에 메간 씨는 그레이스 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음습한 습성?”
“반짝이는 거, 비싼 거 있으면 굴 안에다가 숨겨 두잖아.”
그러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레이스 씨를 바라보는 메간 씨.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설명을 시작하셨다.
“그건 동화에서나 있는 일이지 밴쿠버에서 어떻게 그렇게 하겠느냐?”
“응?”
“세금도 내고 하려면 은행에 보관해 두어야지.”
“그렇게 많은 돈을 은행에서 맡아줘요?”
쉽게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자이신 메간 씨.
그런 메간 씨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지. 어느 은행이라 말할 수 없지만 드래곤들 전용 상담사가 있을 정도란다.”
어떻게 보면 은행 처지에서는 VVIP에 해당하시는 분들.
당연히 이런 서비스가 존재할 법했다.
“나는 그런 거 없던데?”
나름 부와 명성을 쌓은 그레이스 씨.
메간 씨의 부에 가려져 있을 뿐이지 유명한 감독의 재산은 당연히 높을 거로 생각이 들었다.
“돈을 더 벌어야겠군. 귀쟁이.”
오랜만의 메간 씨의 반격.
그 모습에 그레이스 씨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셨지만,
메간 씨의 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존과 애슐리가 결혼하면…여기에 계속 산다고 했었느냐?”
“네. 아무래도 카페와도 가깝고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집이니까요. 물론, 나중에 아이들이 많이 생기면 고민은 해야 할 거 같아요.”
“헤헤…”
그러자 살짝 얼굴을 붉히는 애슐리 씨.
그녀는 아이를 많이 가지고 싶어 했기에 그 아이들이 뛰어 다닐 공간이 필요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운타운 내에서는 그런 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태.
마음껏 뛰어다니고 넓은 공간을 가졌으면 하는바람이 조금 있었다.
“그건 걱정 말거라.”
“네?”
“마법 쓰려고?”
그레이스 씨의 질문.
그 말에 메간 씨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원한다면 내부만 넓게 만들어줄 수 있단다. 밖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말이다.”
“배려 감사합니다…다만 그러면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닐까요…?”
“정부 쪽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확인하지 않는다면 별문제는 될 건 없지 않겠느냐.”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 메간 씨.
매번 느끼는 거지만 드래곤의 마법은 전지전능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도 그레이스도 네 근처에 살려면 이곳이 가장 적합해서 그렇단다.”
“하하…”
“하긴, 아이들의 대모로, 아이들을 자주 만나려면 근처에 사는 게 좋겠지.”
미소를 짓는 그레이스 씨.
그녀의 말씀에 애슐리 씨는 감사하다는 듯 말을 건넸다.
“말씀 고마워요. 그레이스 씨.”
“아니야. 어차피 나도 그렇고 애슐리도 그렇고 공동 육아를 하는 개념이 남아 있으니까.”
밴쿠버에 넘어 오기 전의 삶.
그러니까 엘프와 토끼 수인은 근처에 살면서 서로 비슷한 문화가 많았다.
그중 하나가 공동 육아.
자주 듣긴 했지만 매번 생소한 단어이기도 했다.
사람의 처지에서는 오래된 관념.
역사책에서 볼 법한 이야기다 보니 어색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같이 길러줘야 해.”
그레이스 씨의 장난기 섞인 말씀.
나는 그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궁금한 게 생겨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아이 계획이 있으신가요?”
“물론이지. 도마뱀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뭐…뭐라고?”
“에이, 그렇게 차갑게 굴지 말고 나랑 잘 지내보자니까?”
아까의 연장선.
하지만 이번에는 장난이 아닌 진심이 살짝 느끼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메간 씨도 조금 고민하는 눈치.
그레이스 씨는 양성애자셨고…메간 씨는 애초에 성별이 없으셨으니 문제 되는 건 두 분의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부분에 나와 애슐리 씨가 끼어들기에는 다소 문제가 되는 부분.
그래서 이번에도 웃으며 다른 주제로 말을 이어 나갔다.
“다들 쿠키도 드시고 그러셨는데…저녁에는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음…너무 받아먹기만 하니까 조금 미안한데…”
그레이스 씨의 말씀.
그 말에 메간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레이스 씨의 말씀에 동조를 표하셨다.
“저녁은 나와 그레이스가 준비하마.”
“괜찮아요. 두 분은 손님인데 손님에게 일을 시킬 수는 없어요.”
조금 고리타분하지만 내 머릿속에 콕 박혀 있는 관념.
저번에 그레이스 씨가 식사를 준비해 주신 적이 있지만,
애슐리 씨가 도와주셨기에 괜찮았던 거지…이번에는 아에 손님인 두 분만 요리를 하신다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뭘 그런 걸 따져. 가족끼리 그냥 요리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이제는 가족이라고 못 박으며 말씀하시는 그레이스 씨.
메간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첨언을 하셨다.
“저녁은 우리가 준비하마. 뭘 먹고 싶으냐.”
어정쩡한 느낌.
나는 나도 모르게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고 애슐리 씨도 조금 난감하신 듯 날 바라보셨다.
“어떤 요리인지 잘 몰라서요.”
“저번에 그레이스 씨가 해주신 음식들도 맛있었는데…재료가 조금 부족할 거 같아요.”
이번에 할로윈 파티로 인해 우리 집에 있는 재료도 모두 가져가 쓴 상태.
그렇다 보니 늘 가득 차 있었던 우리 집 냉장고가 비어 있는 상태였다.
“흐음…”
“그럼 장을 보러 갈까?”
그레이스 씨의 제안.
그 말에 메간 씨는 고개를 저으셨다.
“오늘은 집에서만 있을 생각이다.”
“나가기 귀찮지?”
“…”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는 그레이스 씨.
그녀의 말에 메간 씨는 아무런 대답하지 못하셨다.
“뭐, 좋아. 하루 정도는 집에서만 지내는 것도 좋고…나도 그런 거 좋아하니까. 문제는 저녁인데 말이지…”
고민에 빠진 그레이스 씨.
그녀는 무언가 생각나셨는지 핸드폰을 바라보시고는 우리를 바라보셨다.
“배달시켜먹자. 나 이번에 쿠폰 있거든.”
“배달이 좋을 거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 오랜만에 시켜 먹는 배달 음식.
캐나다에서는 자전거로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모터 사이클 면허, 그러니까 전동기 면허 취득이 일반 차량보다 배는 어려운 캐나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전동 킥보드나 자전거 같은걸로 배달 대행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한국과 마찬가지로 킥보드 문제도 많지만 여전히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피자하고 치킨은 너무 많이 먹었고…특이한 음식이 없을까?”
그레이스 씨의 질문.
그 질문에 메간 씨는 적당한 제안하셨다.
“그리스 음식점 맛있는 곳을 알고 있다. 그곳을 시키는 게 어떻겠느냐?”
“어디에 있는 거야?”
그러자 그레이스 씨의 핸드폰에 다가간 메간 씨.
두 분은 어느새 주문 삼매경에 빠져 계셨다.
“터키 음식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그레이스 씨의 한 마디.
나는 그녀의 말에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랜 시간 오스만 제국, 그러니까 지금의 터키의 식민지였었던 그리스.
그렇다 보니 의상이나 식생활 그리고 문화 같은 것들이 많이 비슷해졌다.
한국과 일본처럼 아직도 사이가 좋지 못한 그리스와 터키.
그렇다 보니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리스 분들과 터키 분들이 화를 내시기 딱 좋았다.
물론 이런걸 전혀 모르는 그레이스 씨.
그녀는 내 생각과 다르게 주문을 다 끝내시고 나와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다.
“너희는 뭐 먹을래?”
“음…저는 베트남 음식으로 할게요.”
“저는 인도 음식이요.”
오랜만에 소고기가 잔뜩 들어간 베트남 쌀국수가 먹고 싶은 마음.
애슐리 씨는 매콤한 인도 음식으로 조금 남아 있는 숙취를 밀어내고 싶은 모양이셨다.
“그럼 나는 그리스 음식, 존은 베트남 음식, 애슐리는 인도 음식…도마뱀 너는 뭐 먹을래?”
“네가 추천하는 걸로 먹겠다.”
“그럼 너도 그리스 음식 먹어.”
그렇게 끝난 주문.
아무래도 메간 씨와 애슐리 씨가 대식가 이시다 보니 각각 음식을 시켜야만 했다.
이렇게 많이 시킨 다음 나눠 먹는 재미가 있는 배달 음식.
나는 저녁을 사 주신 그레이스 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해요. 그레이스 씨.”
“저녁 사주셔서 감사해요. 그레이스 씨.”
나와 애슐리 씨의 감사 인사.
그 인사를 들은 그레이스 씨는 별일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셨다.
“어차피 저녁 먹고 힘 써야 하니까 사주는 거야.”
“…네?”
“어제 기억 안 나? 오늘은 내가 먼저라고.”
빙긋 웃는 그레이스 씨.
그녀는 계획이 다 있으셨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