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229화 (229/292)

〈 229화 〉 할로윈 (3)

* * *

할로윈 이야기로 불타오르는 식탁.

이렇게 모이게 된 이유는 추수 감사절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흐음…그래서 도마뱀이랑 애슐리가 코스츔 경쟁이 붙었다는 거군.”

연어 샐러드를 드시면서 흥미롭다는 듯이 말씀하시는 그레이스 씨.

그 말씀에 애슐리 씨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생긴 경쟁심? 재밌네.”

미소를 짓는 그레이스 씨.

그리고는 그녀의 친구이자 다정한 붉은 용이신 메간 씨를 바라보셨다.

“도마뱀 생각은 어때?”

“드래곤은 도전을 항상 받아 들이지.”

“뭔 헛소리래.”

그 말에 그레이스 씨를 바라보는 메간 씨.

하지만, 이미 메간 씨를 다루는 데 익숙한 그레이스 씨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냥 다 즐겁자고 하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나도 참여하는 거고.”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한데…”

보통 보이는 할로윈 코스츔.

그런 코스츔이 정말 선정적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코스츔은 수수한 게 대부분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 등 원래 할로윈을 즐기지 않는 나라에서는 조금 자극적인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

원래는 어린 아이들이 사탕을 받기 위해 돌아다녔던 이벤트라는 걸 생각하면 수수한 코스츔이 맞았다.

“걱정하지 말거라 그런 일은 없으니.”

허리에 손을 올리며 미소를 짓는 메간 씨.

나는 그녀의 말에 감사를 표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경쟁심을 불태우는 애슐리 씨.

그 사이에서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는 그레이스 씨까지.

식탁이 많이 왁자지껄해진 건 좋은데 조금 과열되는 느낌이 없잖아 있어 음식 이야기로 방향을 틀었다.

“칠면조는 어때요?”

다행히 눈치를 채 주신 메간 씨와 애슐리 씨.

두 분은 모두가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음식 이야기 흥미를 보이셨다.

“정말 맛있구나. 특히 올리비아가 만든 메쉬드 포테이토랑 같이 먹으니 더 맛있단다.”

그 말에 미소를 짓는 올리비아.

그녀를 도운 아이라만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정말 맛있어요.”

헤일리 씨의 말.

그 말에 애슐리 씨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존 씨가 칠면조 겉 부분이 마르지 않도록 틈틈이 소스를 발랐어요.”

“정말요? 그거 엄청 고된 일일텐데…제가 파트 타임을 해봐서 알아요.”

날 대단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헤일리 씨.

나는 그녀의 경외 어린 표정에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칭찬 감사해요. 연어 샐러드랑 사우전드 아일랜드 샐러드는 애슐리 씨가 만들었어요.”

그 말에 흡족한 미소를 짓는 그레이스 씨.

아무래도 애슐리 씨와 함께 채식을 선호하시는 분이다 보니 샐러드를 좋아하셨다.

“샐러드 정말 맛있어.”

“헤헤. 고마워요. 그레이스 씨.”

아까 과열된 분위기 때문에 아직 와인으로 건배도 못한 상황.

그래서 미리 오픈을 해 디켄딩을 해둔 와인을 가져왔다.

“아 와인이 있었구나.”

“하하…원래는 처음 식사를 시작할 때 하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조금 과열된 거 같아서요.”

그 말에 머쓱하게 웃는 메간 씨와 애슐리 씨 그리고 그레이스 씨.

나는 세 분이 미안해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 말 없이 와인을 따랐다.

블랙 커런트, 짙은 오크, 산뜻한 베리류의 향까지.

메를로 베이스에 여러 품종을 섞어 만든 와인이라 그런지 다채로운 향이 인상 적이었다.

“좋은 와인인 거 같아요.”

아이라만의 말.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만났던 와인메이커 분에게 받은 와인이야.”

“훈장 수여식 말씀하시는 거죠?”

그 말에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인 나.

그 모습에 헤일리 씨는 미소를 지었다.

“왜 부끄러워 하고 그러세요. 존 씨.”

“부끄러운 게 아니라 칭찬을 너무 받아서 그래요.”

내 말에 미소로 답하는 헤일리 씨.

모두의 잔이 채워지고 이제 자연스럽게 건배를 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추수 감사절.

그렇지만 다들 가족이 먼 곳에 있는 그런 사람 들이었다.

그런 사람들 끼리 다 같이 모여 먹고 마시는 자리.

메간 씨, 그레이스 씨, 애슐리 씨, 헤일리 씨, 올리비아, 그리고 아이라만.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나는 풍요로운 마음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건배!”

“건배!”

“건배!”

그렇게 잔을 부딪히는 사람들.

그리고는 와인을 한 모금 씩 마시고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맛있네요!”

“맛있다.”

“와인이 이렇게 맛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모두 놀랍다는 표정.

와인이 어려운 술이라는 생각은 한국이나 캐나다나 마찬가지였다.

보통은 맥주를 자주 마시는 캐나다.

그렇기에 와인은 특별한 날에 마시는 거라는 느낌도 비슷했다.

그래서 올리비아나 아이라만 같은 젊은 나이의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선 와인.

그렇지만 이 와인이 꽤 맛있었는지 반응이 좋았다.

이후 다시 시작되는 식사.

아까는 얇게 썬 칠면조 고기에 매쉬드 포테이토 그리고 크랜베리 잼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디저트까지 합세했다.

대만식 전병과 아이라만이 만든 가즈라는 누가 형태의 디저트.

이 달달한 디저트가 주는 행복감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 * *

얼추 끝난 식사 자리.

다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며 사교 활동을 이어나갔다.

올리비아와 아이라만 메간 씨는 쇼파 쪽에서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나와 애슐리 씨, 헤일리 씨, 그리고 그레이스 씨는 식탁에 앉아 디저트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할로윈 코스츔 어떤 게 좋을까?”

다시 언급된 코스츔에 대한 이야기.

이번에는 메간 씨가 이 쪽에 계시지 않았기에 과열된 분위기가 아닌 비교적 침착한 분위기였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너무 노출도가 높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걱정마 존. 네가 원하는 건 저녁에 해줄테니까.”

“네?”

“보름달이 잖아.”

“…”

메간 씨와 마찬가지로 보름달인 걸 알고 계신 그레이스 씨.

보름달이 뜻하는 게 뭔지 모르는 헤일리 씨는 고개를 갸웃했다.

“보름달이 왜요?”

“그냥 뭐 달이 밝은 날이지.”

너스레를 떨며 자연스럽게 넘기는 그레이스 씨.

헤일리 씨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계속 고개를 끄덕이셨다.

“애슐리는 뭐 할껀데?”

“저는 비밀이에요. 헤헤.”

“아까 메간이랑 그렇게 불타오르더니 비밀이라 말하네.”

“히히…”

날 살짝 바라보는 애슐리 씨.

그녀의 얼굴에 비친 홍조가 무얼 뜻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대략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럼 헤일리는?”

“저…저요?”

평소에 대학생 같이 수수한 모습의 헤일리 씨.

그녀가 서큐버스라는 게 가끔 잊혀질 정도로 매우 학생다운 모습으로 다니셨다.

“서큐버스라며?”

“어…음…”

부끄러운 듯 머쓱하게 웃는 그녀.

헤일리 씨는 조심스럽게 미소를 지으셨다.

“코스츔이라 하기는 뭐하지만…서큐버스 옷을 입을까 생각 중이에요. 헤헤…”

“서큐버스 옷?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거 말이야?”

“그…그러니까 그렇게 막 노출도가 높은 옷은 아니에요. 그런데 조금…”

아무래도 서큐버스라는 종족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자극적인 부분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할로윈 코스츔.

보통은 흡혈귀나 악마 같은 모습을 한 코스츔이 많으니 헤일리 씨의 코스츔과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도 엘프 전통 의상 입어 볼까?”

그레이스 씨의 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밴쿠버에 처음 오셨을 때 입으셨던 옷인가요?”

“맞아. 조금 해지긴 했는데 추억이 있는 옷이지.”

포탈을 넘어온 이종족 들.

그 이종족 중 엘프들은 뛰어난 외모로 영화계에 입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종족에게 불합리한 계약을 제시했던 사람들.

그로 인해 피해 받은 엘프 분들은 보상을 받았지만 그때의 기억이 좋은 기억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물론 오래 사는 엘프들의 입장에서는 괜찮다고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밴쿠버에 적응하신 분들은 진실을 알고 계셨다.

“너무 걱정 하지마 존. 내가 이거 입는 이유가 있어.”

“어떤 이유죠?”

“보면 알 거야. 그렇지 애슐리?”

토끼 수인과 지척에 살던 엘프 분들.

그렇다 보니 애슐리 씨는 이 전통 의상에 대해 알고 계신 모양이었다.

“좋은 선택이라 생각해요. 그레이스 씨.”

“어떤 옷이길래요?”

“원래 세계에 살았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밴쿠버에 살다 보니…”

그리고 말을 멈추는 애슐리 씨.

그 말에 나와 헤일리 씨는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헤일리 씨가 입었던 옷과 비슷한 느낌.

그러니까…가리는 면적이 적은 그런 옷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 꼴려?”

“…”

여전히 화끈하신 그레이스 씨의 입담.

나는 이 매운 맛에 방금 전 먹었던 디저트가 맵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자 자연스럽게 눈채 챌 수 밖에 없는 애슐리 씨의 코스츔.

설마 토끼 수인의 전통 복식이 아닐까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애슐리 씨가 입고 있었던 건 메이드 복.

그때 그녀는 토끼 수인의 전통 의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토끼 수인 전통 의상이긴 한데…조금 달라요. 헤헤.”

눈채 챈 내게 넌지시 말씀하시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다르다는 게…”

내 귀에 속닥 거리는 애슐리 씨.

나는 그 말에 얼굴을 붉혔다.

“어…”

“히히.”

애슐리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

그러니까 이 옷은…

“애슐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게 얼굴을 붉히는 거야?”

흥미를 보이는 그레이스 씨.

나는 이걸 말할 경우 그레이스 씨가 또 매콤한 말을 하실 거 같아 바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뭐야? 비밀인 거야?”

“하하…네. 죄송해요.”

“아냐. 어차피 조금 있으면 할로윈인데 그때 보면 되지.”

그리고는 장난스럽게 헤일리 씨와 애슐리 씨를 바라보는 그레이스 씨.

그녀는 기대된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헤일리랑 애슐리가 무슨 옷을 입을지 벌써 기대되는데? 아 물론 나도 기대해 줘.”

날 바라보며 말씀하시는 그레이스 씨.

그녀의 의미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코스츔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할로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들.

다시 말하지만 할로윈은 코스츔 대결을 하는 이벤트가 아니었기에 다른 것도 중요했다.

“이번에 사탕은 많이 사뒀나?”

그레이스 씨의 질문.

그 질문에 헤일리 씨가 웃으며 대답하셨다.

“존 씨가 카페에 사탕을 가득 쌓아 둔 걸 보시면 그런 말은 못하실 거에요.”

“난 전혀 못 봤는데? 어디다 둔 거야?”

“너무 많아서 직원 휴게실 안에 넣어 두었어요.”

탈의실 겸 직원 휴게실.

그곳에 잔뜩 사둔 사탕이 가득 쌓여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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