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228화 (228/292)

〈 228화 〉 할로윈 (2)

* * *

10 월 중순.

미국과 다르게 10 월 둘 째 주에 추수감사절이 있는 캐나다였기에 다들 추수 감사절 준비로 한참 바빴다.

미국과 날짜는 다르지만 커다란 칠면조와 매쉬드 포테이토, 딸기잼 그리고 크랜베리 주스를 먹는 건 똑같은 캐나다.

그래서 오늘은 애슐리 씨, 올리비아 그리고 아이라만과 함께 대형 마트로 향했다.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추수 감사절은 원래 가족이랑 함께하는 거니까.”

내 말에 미소를 짓는 아이라만.

사실상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올리비아와 아이라만이었기에 이렇게 같이 보내기로 했다.

캐나다에서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인 추수 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이 두 개의 명절은 가족과 보내는 게 당연했다.

나와 애슐리 씨의 경우에는 둘 다 이곳에 가족이 없었고…

올리비아와 아이라만의 경우도 비슷했다.

리암 씨는 사회봉사활동이 끝난 상태라 해외에 나가 계신 상태.

여기에 아이라만은 완전히 독립을 한 상태라 단둘이서 추수 감사절을 보낼 예정이었다.

그렇다 보니 조금 외로운 느낌.

그래서 나와 애슐리 씨는 가족 같은 올리비아와 아이라만을 우리 집에 초대했다.

“크리스마스 때는 우리 집에 오시는 거 잊지 마세요. 헤헤.”

올리비아의 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마스 때는 완전히 놀 계획인 아이라만과 올리비아.

그래서 이미 초대를 받아 두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장을 보는 나와 일행들.

대형 마트 답게 거대한 칠면조 고기를 보며 추수 감사절 느낌을 물씬 받았다.

“어때요?”

“이 고기가 좋아 보여요.”

능숙하게 고기를 고르는 애슐리 씨.

그녀의 선택을 받은 칠면조 고기는 무사히 우리 카트 안으로 들어왔다.

대략 내 발부터 정강이까지 올 정도의 크기.

이 정도 크기의 칠면조라면 한 며칠 간은 칠면조만 먹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애슐리 씨가 있으니…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거기다 오늘은 헤일리 씨랑 메간 씨 그리고 그레이스 씨도 오시잖아요.”

“그럼 넉넉하겠네요.”

혼자 사시는 세 명의 여성 분들.

헤일리 씨의 경우 추수 감사절 기간 동안 혼자 집에 있을 거 같아 초대를 했고…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오시는 걸 당연하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적당한 인원이 모이게 된 우리 집.

나와 애슐리 씨, 메간 씨, 헤일리 씨, 그레이스 씨, 올리비아 그리고 아이라만.

대략 7 명 정도 모이니 우리 집 테이블에 의자 하나만 더 끌고 오면 다 앉을 수 있었다.

“매쉬드 포테이토는 저희가 만들게요.”

“그럼 고맙지.”

“우리 집에는 아직 큰 오븐이 없거든요 하하…”

아이라만의 멋쩍은 웃음.

서양식 집의 기본으로 들어가는 오븐기.

그치만 요즘은 많이 줄어드는 분위기라 쿠키나 피자를 구울 정도의 작은 오븐이나 에어 프라이기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집에 있는 커다란 오븐.

이 정도 되는 칠면조가 너끈히 들어갈 수 있는 오븐이 있는 이유는 순전히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그리고…음…”

가장 기본이 되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모두 구한 상태.

그래서 이제 야채와 디저트를 준비해야 하는데 적당한 게 없었다.

“그럼 사우전드 아일랜드 샐러드는 어때요?”

“좋은 생각이예요.”

스탠다드한 샐러드.

그 위에 익숙한 맛인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 소스를 뿌리는 간단한 샐러드였다.

맛도 좋고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음식.

나는 애슐리 씨의 제안에 감사를 표했다.

“디저트는…”

그때 눈에 들어온 대만식 전병.

9 월 초에 중국의 명절인 중추절이 있었다 보니 10 월에도 전병이 남아 있었다.

안의 팥앙금이 정말 맛있게 느껴지는 대만식 전병.

중국식 전병과 다르게 피스타치오도 들어가고 팥 대신 북미 사람들에게 익숙한 재료가 들어가 디저트로 먹기 적합했다.

“대만식 전병 어때요?”

“좋아요!”

“그리고 파인애플 케이크도 사면 좋을 거 같아요.”

전병과 같이 옆에 놓여있는 파인애플 케이크.

대만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객들이 자주 사오는 그 파인애플 케이크도 한 묶음 구매했다.

이제 남은 건 크랜베리 주스와 크랜배리 잼 혹은 블루베리 잼.

캐나다의 추수 감사절이다 보니 감자, 칠면조, 크랜배리는 빼먹을 수 없었다.

자줏빛의 영롱한 느낌을 주는 크랜배리.

신맛이 강해 주스나 잼으로 먹어야 새콤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잼을 사러 가는 길에 보이는 연어.

선홍빛의 선명한 연어 필렛을 보자 지금이 연어 제철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10 월부터 산란을 위해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들.

이 시기의 연어는 알도 품고 있고 맛도 좋아 이 시기의 연어가 제철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캐나다의 연어.

그렇다 보니 눈앞에 놓여 먹음직스러운 연어를 보고 그냥 갈 수 없었다.

“연어도 사갈까요?”

내 제안에 날 바라보는 올리비아.

그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연어 정말 좋아해요.”

“저도 좋아해요. 헤헤..”

다행히 애슐리 씨도 좋아하는 연어.

나는 아이라만을 바라보았는데 그도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카트 안에 들어온 두툼한 연어.

핑크색의 아름다운 연어지만 1 kg 짜리 네 팩을 사서 그런지 조금 과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다 먹을 수 있어요!”

허리에 손을 올리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애슐리 씨.

그 옆으로 올리비아도 귀엽게 자세를 취하자 나는 웃음이 삐져나왔다.

“애슐리 씨랑 올리비아만 믿을 게요.”

마지막으로 도착한 음료수 코너.

이쪽에 크랜배리 주스를 대용량으로 팔고 있어 4L 짜리 크랜배리 주스를 두 통 정도 샀다.

이 정도면 넉넉할 것 같은 양.

여기에 음료는 저번에 엘렌 씨에게 받은 와인도 같이 마실 예정이었다.

선물 받았을 때는 한 병 정도라 생각했는데…

상자를 열어 보니 두 병이 한 세트인 그런 와인 선물이었다.

덕분에 7 명이 건배하기에는 충분한 양.

750 ml 정도 되는 와인 두 병이니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양이었다.

* * *

추수감사절 당일.

나는 시간을 확인하며 오븐을 계속 확인했다.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밤새도록 낮은 온도로 구운 칠면조.

이 안에 밤과 대추, 그리고 여러 견과를 넣어 둔 상태라 낮은 온도로 구워야 겉면이 마르지 않고 골고루 익을 수 있었다.

그래도 오랜 시간 오븐에 있어야 하니 이미 껍질 부분은 바짝 마른 상태.

이걸 막기 위해 틈틈이 살피며 칠면조 고기에서 나온 육즙을 그 위에 발라주었다.

그런 내 뒤로 추수 감사절 테이블 셋팅을 하는 애슐리 씨.

그녀는 우리 집에서 가장 있어 보이는 접시와 은 식기를 테이블 커버 위에 하나씩 장식하고 있었다.

여기에 느낌 있게 촛대까지 세우는 애슐리 씨.

그녀는 모든 셋팅을 마치고 내게 다가오셨다.

“조리용 온도계를 가져올까요?”

“네, 부탁할게요.”

그렇게 건네받은 조리용 온도계.

크기가 꽤 큰 칠면조였기에 속이 제대로 익었는지 확인하려면 온도계가 필요했다.

대략 화씨로 155~160 도를 가리키고 있는 온도계.

이걸 섭씨로 계산하면 대략 68~71 도 정도의 심부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완전히 익은 상태.

이제 이대로 꺼내 레스팅을 30 분 정도 해주면 끝났다.

“잘 익었어요. 이대로 꺼낼게요.”

“도와 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오븐에서 단숨에 꺼낸 칠면조.

조리용 장갑을 끼지 않았으면 뜨거울 수 있었기에 나 혼자서 하는 게 안전했다.

그렇게 주방에 올려진 칠면조.

이 위에 올리브 기름과 꿀, 소금, 후추 그리고 육즙을 뒤섞어 만든 소스를 연거푸 발라주었다.

닭고기의 경우 심부 온도가 74 도 이상이야 안전했는데 레스팅을 통해 이 부족한 3 도를 더 올려 줄 수 있었다.

“자 이제 준비를 끝낼까요?”

“네!”

애슐리 씨와 함께 마무리를 하는 작업.

레스팅을 하는 동안 만들어둔 사우전드 아일랜드 샐러드, 연어 샐러드, 연어 스테이크를 식탁 위에 배치 했다.

그리고 7 명을 위해 미리 올려 둔 크랜베리 주스용 컵과 물컵.

그 옆으로 와인 잔을 하나씩 배치해 두었다.

딩동.

알람 소리.

내가 문에 다가가자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엄청 큰 볼에 매쉬드 포테이토를 잔뜩 담아온 올리비아.

그 옆으로 아이라만은 그가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디저트가 보였다.

“둘 다 어서 와!”

“벌써 칠면조 냄새가 가득 인데요?”

“칭찬 고마워. 무거울 텐데 안으로 들어와.”

그렇게 집으로 들어온 올리비아와 아이라만.

둘은 애슐리 씨와 인사를 나누고 가져온 매쉬드 포테이토를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아이라만이 가져온 건 뭐야?”

“아, 이건 가즈(Gaz)라는 누가 사탕이예요. 안에 견과류가 들어 있어서 꽤 맛있어요.”

“직접 만든 거야?”

“네, 예전에 어머니 어깨너머로 배운 게 있거든요.”

이란계 이민자 출신인 아이라만의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배운 디저트를 만들어온 아이라만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냥 와도 되는데…감자 준비하느라 고생했을 거 아니야.”

“이참에 제 요리 실력 좀 자랑하려고 준비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어느새 능글 맞아진 아이라만.

성숙한 그의 장난에 나는 미소로 화답했다.

얼추 끝난 추수감사절 식탁.

이 이후로 하나둘 씩 손님들이 오시기 시작했다.

각자 선물을 들고 오신 손님들.

헤일리 씨의 경우 간단한 디저트.

메간 씨의 경우 비싸 보이는 와인.

그레이스 씨의 경우 누가 봐도 끝내주는 초콜렛을 사오셨다.

“이러다가 상다리가 부러지겠네요.”

내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그레이스 씨.

그녀는 한국적인 표현을 이해 하시지 못한 표정을 지으셨다.

“상다리가 왜 부러져?”

“아, 한국에서는 푸짐하다는 표현을 이런 식으로 표현해요.”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그레이스 씨.

그녀의 옆에는 어느새 메간 씨가 서 있었다.

“또 존을 괴롭히고 있는 게냐?”

“내가 뭐만 하면 괴롭히는 사람이야?”

툴툴 대는 그레이스 씨.

두 분의 우애는 여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보다 붉은 용 도마뱀한테 들었는데 애슐리랑 메간이랑 코스츔 내기로 불붙었다며?”

“어…”

이 부분에 대해할 말이 없는 나.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헤일리 씨와 함께 있는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귀가 살짝살짝 움직이는 걸로 보아 이미 엿듣고 계시고 있는 모양이었다.

“재밌어 보이길래 나도 하려고.”

“네?”

“완전 섹시한 코스츔을 입어 볼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레이스 씨.

매번 느끼지만 그녀의 짓궂은 장난에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이…일단 식사 하면서 할로윈에 대해 이야기하죠.”

내가 선택한 건 회피.

나는 일단 식탁으로 모두를 안내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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