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227화 (227/292)

〈 227화 〉 할로윈 (1)

* * *

바빴던 저번 주.

수상 이후 올리버 씨와 인터뷰도 끝내고 바쁜 일들이 대강 끝났다.

물론 완전히 바쁜 일이 끝난 건 아니었다.

여러 호박 장식들로 가득 차기 시작하는 카페.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헤일리 씨는 모두 할로윈 파티로 바쁘게 움직였다.

“저쪽에 박쥐 장식을 두는 건 어때요?”

“좋은 생각이에요.”

이제 완전히 우리 카페에 적응하신 헤일리 씨.

애슐리 씨와 거의 자매처럼 느껴질 정도 친해진 상태였다.

두 분을 바라보는 나.

나는 카페 외부 장식을 담당하다 보니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꺼운 부츠와 장갑.

거기에 사다리를 챙긴 상태로 완전 무장을 끝냈다.

레인쿠버가 끝난 뒤의 캐나다.

갑작스럽게 추워져 낮에도 영하권을 맴돌았다.

아직 10 월 후반이지만…

11 월 초부터 종종 눈이 오는 캐나다였기에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저 밖에 장식하고 올게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다녀오세요!”

그렇게 두 분의 인사를 받으며 밖으로 나온 상태.

나는 주변을 살핀 뒤 경고 안내문 표지를 하나 세웠다.

이게 없으면 문제가 생길 시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바깥 작업을 할 때는 경고 안내문이 필수였다.

안내문을 세우고 카페 외부를 장식하는 도중…

저 멀리 익숙한 사람들이 다가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존!”

“어서 오세요. 메간 씨. 오늘은 점심시간에 오셨네요.”

“점심에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 왔는데…뭘 하는 게냐?”

“이제 곧 할로윈이라 준비하고 있었어요.”

영하의 온도임에도 불구하고 가을에나 입을 법한 옷을 입고 계신 메간 씨.

붉은 용 답게 그녀는 따듯한 몸을 가지고 계셨다.

“곧 할로윈이군.”

고개를 끄덕인 메간 씨.

그녀는 내 손에 달린 호박 장식을 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그럼 지금 영업을 안하는 게냐?”

“아뇨, 안에서 헤일리 씨랑 애슐리 씨가 대신 가게를 맡고 있어요.”

“다행이군.”

흡족한 미소를 짓는 메간 씨.

그러고는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손을 휘휘 저으셨다.

그러자 순식간에 장식된 카페 외부.

난 그걸 보면서 입이 벌어지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들어 오거라.”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메간 씨.”

“BC 주 훈장 받은 사람이 밖에서 장식 하고 있으면 모양새가 안 좋으니 말이다.”

“아직도 놀리시는 거예요?”

내가 훈장을 받은 뒤부터 날 훈장을 받은 사람이라 종종 장난치시는 메간 씨.

그녀가 가장 먼저 축하해 주셨기에 그녀가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종종 이렇게 낯 부끄럽게 하곤 하셨다.

“오늘 할 일을 치워 준 거치고는 꽤 저렴한 값이 아니더냐?”

“부정할 수 없네요.”

그렇게 메간 씨의 도움으로 빨리 끝난 외부 장식 작업.

안에 들어오자 애슐리 씨와 헤일리 씨가 메간 씨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메간 씨.”

“오셨네요!”

“애슐리, 헤일리. 잘 지냈느냐?”

“물론이죠.”

그렇게 간단한 대화를 끝마친 상태.

메간 씨는 그녀의 지정 좌석이라 할 정도로 자주 앉는 카운터 바로 다가오셨다.

애슐리 씨와 헤일리 씨는 아직 작업을 다 끝내지 못한 상황.

그래서 내가 메간 씨를 담당하기로 했다.

“어떤 걸로 드릴까요?”

“요거트 들어간 음료도 가능하느냐?”

“물론이죠. 라씨랑 아이란 가능한데 어떤 걸로 드릴까요?”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씨.

요거트 베이스의 음료라 만들기도 쉽고 맛도 정말 좋았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요거트 베이스의 음료인 아이란.

중동에서 자주 마시는 음료인데 라씨와 다른 점은 요거트에 우유가 아닌 물을 타는 게 특징이었다.

거기에 오이나 민트 등 간단한 것들을 섞어 마시는 아이란.

조금 밍밍하면서 특유의 독특한 맛이 매력적인 음료였다.

“둘 중 어느 게 효과적이냐?”

“효과적이라면…”

메간 씨의 말씀을 바로 이해한 나.

나는 그녀를 위해 망고 라씨를 추천했다.

“이게 제일 효과가 좋아요.”

“고맙구나. 그거랑 오늘의 스프, 그리고 햄치즈 토스트 부탁하마.”

“금방 만들어 드릴게요.”

오늘의 스프는 크림 스프.

화이트 루에 치킨 스톡으로 맛을 낸 간단한 스프였다.

보통은 비프 스톡으로 맛을 내는 크림 스프.

가끔 이렇게 치킨 스톡으로 맛을 내도 꽤 맛이 좋았다.

“토스트는 어떤 스타일로 해드릴까요?”

“저번에 먹은 한국식 괜찮더구나. 그걸로 부탁하마.”

“네.”

한국식 토스트.

풍성한 양배추와 맛있는 키위 연유 소스가 어우러진, 정말 맛있는 토스트였다.

서양식 토스트와 또 다른 매력.

그래서 우리 가게를 찾는 분들도 종종 한국식 스타일로 요청하시곤 했다.

“여기 주문하신 망고 라씨, 크림스프 그리고 한국식 토스트 나왔습니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구나!”

기뻐 보이는 메간 씨.

나도 손님이 이렇게 기뻐할 때마다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나저나 아직 점심시간 전인데 어떻게 오신 거예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메간 씨.

그녀의 직장인 미크로소프트에서 이곳까지 날아서 오신다고 하더라도 이 시각은 아직 일할 시간이셨다.

“오늘은 내가 먼저 먹고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렇단다.”

“혹시 신제품 발표 준비 때문에 그러신 건가요?”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으니 그렇게 알 거라.”

아무래도 4/4 분기 라인업 발표를 준비하시는 것 때문에 일이 바쁘신 모양이었다.

“아직 멀지 않았나요?”

“할로윈은 둘째치더라도 추수감사절은 일 생각 안 하면서 쉬고 싶어서 그런 거란다.”

“아아…”

잔업이 없는 캐나다.

그렇다고 해서 못 끝낸 일이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못 끝낸 일은 자기 능력 안에서 무조건 해야 하는 캐나다 내 직장 생활.

업무 외에 시간에 일을 안 하는 건 자유지만 주어진 일을 못할 경우 책임을 지는 것도 온전히 자기 몫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날 해야 하는 일에 대한 할당치가 따로 없는 캐나다 내 직장 생활.

대신 2 주 마다 있는 주말 목표가 있어서 이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바로 인사 고과에 악영향을 끼쳤다.

드래곤이시지만 일에 대한 애착이 있으신 메간 씨.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직장이지만 주어진 일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노력하시는 메간 씨가 정말 멋지게 보이네요.”

“후후…반할 것 같으냐?”

“장난인 건 알고 있지만 그런 건 삼가해 주세요. 하하…”

내년이면 우리 부모님을 만나게 될 애슐리 씨.

사실상 결혼을 앞둔 상태이라 어쩔 수 없었다.

“장난이란다. 그나저나…할로윈 파티를 할 생각이로구나.”

“네, 저번에 훈장 받은 뒤로 축하를 너무 받아서…이렇게라도 보답을 드리고 싶어서요.”

훈장 받은 뒤로 거의 매일 같이 축하를 받았는데…

심지어 처음 가게를 오시는 분도 올리버 씨의 기사를 봤는지 내게 축하 인사를 건네셨다.

훈장을 받은 뒤부터 부쩍 늘어난 손님.

물론 오늘같은 경우는 손님이 메간 씨 뿐이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카페가 정말 바빴다.

사실 할로윈 장식을 준비하려 한 것도 이번 주 월요일부터 구상했었던 일.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밀리고 밀려 결국 가장 한적한 수요일, 점심시간 전에 겨우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때 받은 감사에 대한 약소한 보답이지만…

내 지인 분들과 함께 파티를 하며 그때의 축하에 대한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럼 나도 준비해야겠구나.”

“원래 미리 이야기 드릴려고 했는데 이렇게 먼저 알아차리셨으니…어쩔 수 없네요.”

“그럼 지금 나만 알고 있다는 뜻이로구나.”

눈을 반짝이는 메간 씨.

최근 들어 그레이스 씨와 자주 다니시던데…

내 추측으로는 그레이스 씨에게 장난 치려고 하시는 걸로 보였다.

“정확하게는 저와 애슐리 씨 그리고 헤일리 씨만 알고 있었어요.”

“후후…”

“그나저나 어떤 코스츔을 입고 오실 생각이세요?”

“어떤 코스츔을 원하느냐?”

갑자기 도발적인 미소를 짓는 메간 씨.

그녀는 날 지그시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곧 보름달이니…네가 원하는 걸로 입어 주마.”

“네…네?”

내가 당황하자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애슐리 씨.

그녀가 나타나자 메간 씨는 미소를 지으며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다.

“어서 오세요. 메간 씨.”

“인사는 아까 나눴지 않느냐?”

“그냥 하고 싶어서요.”

묘한 기류.

나는 둘을 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애슐리 씨는 어떤 코스츔 입으실 거예요?”

그러자 날 바라보는 애슐리 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존 씨가 원하시는 걸로 입을 게요.”

“…”

왜 갑자기 날 두고 이러시나 싶을 정도의 눈치 싸움.

나는 둘을 바라보며 결국 항복하듯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냥 두 분다 입고 싶은걸로 입고와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자 자연스럽게 내게 모인 시선.

그렇게 두 분의 시선을 전부 받는데…이내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장난이란다.”

“저도 장난이에요. 헤헤…”

입으로는 웃음소리를 내고 계시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은 두 분.

나는 두 분의 눈치를 살피고 조심스럽게 빠져나와 헤일리 씨를 돕는 척했다.

“아, 거의 다 끝나가요. 존 씨.”

“부탁이니 아직 더 남았다고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네…?”

내가 손가락으로 카운터 쪽을 가리키자 바로 이해한 헤일리 씨.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조…조금 남은 거 같아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그렇게 메간 씨와 애슐리 씨가 기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다행히 이곳으로 피신해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 * *

집에 도착한 나와 애슐리 씨.

오늘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할로윈 장식을 하느라 꽤 힘을 많이 썼었다.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몸.

그렇게 애슐리 씨와 함께 소파로 향해 지친 몸을 잠시 쉴 수 있게 했다.

“존 씨.”

“네?”

“이번만큼은 제가 이겨야겠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코스츔 말이예요.”

눈을 반짝이며 투기를 불태우고 있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 경쟁심이 생기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 직감이 이번만큼은 메간 씨를 이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손을 불끈 쥐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내 표정과 달리 말을 이어나가시는 애슐리 씨.

무엇이 그녀의 가슴에 불을 지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자기 원대한 계획을 내게 말했다.

“메간 씨는 물론 그레이스 씨랑 헤일리 씨, 제임스 씨, 래브 씨, 타나야 씨 등등…제가 다 이기고 말거예요.”

“어…”

딱히 코스츔에 대해 대회나 그렇다고 할 경쟁 요소가 없는 파티.

그래도 나는 한참 불타오르는 애슐리 씨를 방해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저 그녀를 곁에서 응원할 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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