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화 〉 수상 (3)
* * *
예행 연습이 모두 끝난 상태.
생각보다 금방 끝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왼쪽부터 오른쪽 순서 대로 훈장을 받고,
이어서 다 같이 모여 사진 한 번 찍는 게 전부.
하지만 동선 문제가 있어서 그런지 연습하는 이유를 얼추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렇게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가려는 데 케빈 씨가 내게 다가왔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존 씨.”
“고마워요. 케빈 씨. 케빈 씨도 고생 많으셨어요.”
“처음에는 떨렸는데 하다 보니 적응 되더라구요.”
이야기하며 밖으로 나온 상태.
나와 애슐리 씨는 케빈 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일 봬요.”
“내일 아침에 다시 봬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존 씨랑 애슐리 씨도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그렇게 헤어지고 나와 애슐리 씨만 남은 상황.
나와 애슐리 씨는 오후 2 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확인했다.
“늦었지만 점심을 먹는 건 어때요?”
“좋아요.”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세요?”
“음…저는 갑자기 일식이 먹고 싶어요.”
“그럼 이 근처에 아는 스시 오마카세 집 아는데 가실래요?”
“좋아요!”
그렇게 결정된 점심.
점심 스시 오마카세는 생각보다 저렴해 종종 먹어도 부담이 되지 않았다.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기 좋은 일식.
나와 애슐리 씨는 차에 탑승한 뒤 내가 종종 가는 일식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초밥 가게는 처음 가는 거 같은데 자주 다니시나요?”
“아, 자주 다니지는 않는데 아는 가게예요. 예전에 친구가 그곳에서 파트 타임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이민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인 요식업.
지금은 많이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기술 직종에 속한 요리사의 경우 이민 점수가 비교적 높았다.
영주권을 따기 위한 EE(Express Entry) 점수.
그렇다 보니 많은 이민자 학생들이 스시맨으로 일하면서 영주권을 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친구 중 한 명이 다녔던 가게.
지금은 그 친구 이름도 까먹었지만 이 가게 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예전에 돈이 없었을 때 종종 이 가게를 이용했어요. 친구가 직원 할인을 해줬거든요.”
“아아…”
“그때 이후로 그 가게에 푹 빠져서 생각나곤 해요.”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가난했었던 나.
완전 가난한 건 아니었는데 팁과 세금을 동시에 내야 하는 외식은 언제나 부담스러웠다.
그런 상태에서 친구의 직원 할인 20 %를 이용해 사 먹는 초밥이란…
당시 내게 있어서 일종의 사치 중 하나였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 도착한 초밥집.
허름하지만 일본에서 이민 온 야스다 씨가 운영하는 나름 유명한 맛집이었다.
“이랏샤이마세!”
여전히 호탕한 목소리의 야스다 씨.
나는 짧게 자른 머리에 일본 쉐프 특유의 흰색 옷을 입은 정갈한 모습이셨다.
“안녕하세요. 야스다 씨.”
내가 아는 척을 하자 고개를 갸웃하는 야스다 씨.
나는 웃으며 그에게 옛날 이야기했다.
“예전에 여기서 일했던 짐의 친구예요. 기억하시나요?”
그러자 날 바라보며 기억할듯 말 듯 오묘한 표정을 짓는 야스다 씨.
내가 확실하게 친구의 인상 착의를 말하자 바로 알아차리셨다.
“아아. 그때 그 사람이었군요. 하하.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전에 왔는데 기억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예요.”
“옆에 계신 미인 분은…?”
“제 파트너인 애슐리 씨예요.”
“안녕하세요?”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인사로 화답하는 야스다 씨.
오랜만에 찾아온 날 기억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오셨네요. 한…3 년 정도 된 거 같은데.”
“그렇죠. 그 친구가 3 년 전쯤에 그만 뒀으니까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야스다 씨.
그는 웃으며 나와 애슐리 씨를 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어떻게 해 드릴까요?”
“혹시 점심 오마카세 지금 가능할까요?”
지금 야스다 씨의 가게에 있는 사람은 나와 애슐리 씨 뿐.
아무래도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라 안에서 먹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보통은 도시락을 사서 밖에 먹는 사람들.
안에서 먹으면 팁을 내야 하니 직장인들은 그렇게 먹곤 했다.
“가능합니다.”
활짝 웃으며 나와 애슐리 씨를 바라보는 야스다 씨.
나는 그의 배려에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애슐리 씨는 스시 어떤 식으로 드셔 보셨나요?”
“음…사실 날 것을 먹는 게 낯설어서 캘리포니아 롤만 먹어 봤어요.”
나와 애슐리 씨의 대화를 들은 야스다 씨.
그는 미소를 지으며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날 생선이 많이 어렵긴 하죠. 하지만 먹다 보면 본연의 맛을 즐기실수 있을 겁니다.”
“고마워요.”
이후 차완무시를 나와 애슐리 씨에게 건네주시는 야스다 씨.
정확하게 네모 반듯하게 잘려 나온 일본식 계란찜을 스타터로 시작했다.
“코스 요리인가요?”
애슐리 씨의 질문.
나는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친구 도움으로 점심 오마카세만 먹어봐서 잘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보통 일본식 계란찜으로 시작되는 오마카세.
이후 회, 국물 요리, 구이 요리, 그리고 튀김 요리로 간단하게 이어져 나갔다.
이런 스타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나오는 초밥.
보통 3 점 혹은 4 점 정도의 초밥이 나오는데…
오마카세라는 이름 답게 주인장인 야스다 씨가 재료를 선택해서 제공해 주셨다.
보통 제철 생선이나 대중적인 생선이 올라오는 방식.
이후 교꾸라는 에피타이저로 우동이나 모밀 같은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전체 다 해도 점심 특선이기에 5 만원을 넘지 않는 가격.
그런 가격에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었다.
“재밌네요.”
그렇게 흥미를 보이는 애슐리 씨.
우리는 살짝 차가운 느낌의 차완무시를 다 먹고는 야스다 씨를 바라보았다.
“다음은 삼치 껍질 튀김을 내려고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네, 부탁할게요.”
먼저 튀김으로 시작하는 오마카세.
생선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으니 조심스럽게 야스다 씨에게 질문을 건넸다.
“지금 밴쿠버에 어떤 생선들이 제철인가요?”
“늦가을에서 겨울이니 아무래도 연어와 송어, 삼치, 그리고 꼬막 같은 어패류가 맛있을 때죠.”
전문가 이신 야스다 씨.
그렇다 보니 바로 대답해주셨다.
“아…그래서 삼치 껍질 튀김이…”
“삼치는 회로 먹어도 맛있고 껍질을 튀겨도 맛있고 스시로 만들어도 맛있으니까요.”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생선 껍질 튀김을 내주시는 야스다 씨.
비늘을 완전히 제거한 상태라 일종의 과자처럼 느껴졌다.
바삭바삭.
“생선 껍질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어요.”
환한 미소를 짓는 애슐리 씨.
나도 그녀처럼 미소를 지으며 맛을 즐겼다.
입이 즐거워지는 바삭거림.
아무래도 스타터라서 양이 많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어지는 삼치 회와 삼치 뼈로 우려 낸 국물.
이후 스시까지 맛있게 먹은 나와 애슐리 씨는 흡족한 미소로 점심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 * *
집에 도착한 나와 애슐리 씨.
둘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우리들의 보금자리 소파로 향했다.
“후아…”
“고생 많았어요. 애슐리 씨.”
“히히…고마워요.”
몸을 살짝 일으켜 내 얼굴에 입을 맞춘 애슐리 씨.
나는 그녀의 사랑스러움에 미소를 지었다.
“식사까지 마치고 오니 정확하게 퇴근 시간이네요.”
코스 요리다 보니 시간이 걸렸던 오마카세.
그렇다 보니 우리가 퇴근 하는 시간인 오후 5 시가 되어 있었다.
“오마카세는 어땠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솔직히 생선 살이 물컹거릴 까 봐 걱정했는데…정말 맛있었어요.”
날 것 그대로 먹는 회가 낯선 애슐리 씨.
그런 애슐리 씨를 배려해 야스다 씨는 그녀가 먹을 수 있는 것들로 구성해 주셨다.
그치만 용기가 넘쳤던 애슐리 씨.
그녀는 난생처음으로 삼치 초밥을 먹어 보았고 그 평은 맛있었다는 평이었다.
“생선 살이 원래 그렇게 단단했나요?”
“아무래도 야스다 씨가 무언가를 하셨을 거 같아요.”
정확하게는 잘 알지 못하지만
내가 본 다큐멘터리에서는 초밥을 만드시는 분들이 생선을 해체 작업할 때 무언가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사전 작업 덕분에 애슐리 씨가 먹었을 때 회 부분이 조금 단단하게 느껴지신 모양이었다.
“아무튼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맛도 좋았구요.”
“다행이네요.”
내 품에 파고들어오는 애슐리 씨.
그녀는 배도 살짝 차서 그런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셨다.
“그나저나 오늘 연습할 때 존 씨의 표정을 찍어 놨어야 했나 후회가 돼요.”
“많이 웃기게 나왔나요?”
“그건 아닌데 너무 멋지게 나와서요. 제가 바로 옆에 있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는 게 아쉬워요.”
훈장 수여자가 받을 때 바로 옆에 서 있는 파트너.
그렇다 보니 애슐리 씨는 핸드폰을 꺼낼 수 없었다.
“칭찬 고마워요. 애슐리 씨도 정말 아름다웠어요.”
“히히…전 존 씨가 칭찬할 때마다 기뻐요.”
“전 사실만 말했을 뿐인데요?”
“정말요?”
애슐리 씨의 도발적인 미소.
그녀는 조심스럽게 내 몸 위에 올라타셨다.
“지금 꽤 도발적인 거 아시죠?”
“물론이죠. 그러라고 하는 거니까요. 헤헤.”
날 내려다보는 애슐리 씨.
그녀의 사랑스러운 미소에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키스할까요?”
“허락 받는 거예요?”
“물론이죠. 지금 모습이 정말 아름다우셔서 허락을 받아야만 할 거 같아요.”
“제가 만약 거절한다면요?”
“음…거기까지는 생각 안 해봤는데요.”
“히히.”
내 품에 안겨 오는 애슐리 씨.
그녀의 입을 타고 그녀의 따듯한 숨결이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짧지만 강렬한 입맞춤.
애슐리 씨의 키스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살짝 상기된 표정의 애슐리 씨.
나도 그녀의 상기된 표정에 몸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둘 다 진정 해야 될 거 같아요.”
“맞아요. 안 그러면 내일 입고 갈 옷이 완전히 망가질 거예요.”
아직 정장을 입고 있는 나와 애슐리 씨.
이 상태로 관계를 맺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갑자기 몸을 일으킨 애슐리 씨.
그녀는 활짝 열린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치셨다.
그러고는 도발적으로 날 바라보셨다.
“서로가 벗겨주는 건 어때요?”
“너무 자극적인 거 아니예요?”
“히히.”
천천히 단추를 풀기 시작하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다가 갔다.
날 바라보자 단추를 푸는 것을 멈춘 그녀.
나는 애슐리 씨를 바라보며 하나씩 그녀의 옷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드러난 애슐리 씨의 속옷.
내 못된 손은 천천히 그녀의 아래쪽으로 다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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