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 수상 (2)
* * *
훈장 받기 하루 전날.
오늘과 내일은 훈장 수여식 관계로 영업을 쉰다는 안내 문구를 올렸다.
추가로 카페 홈페이지에도 올린 상태.
물론 카페와 카페 홈페이지에는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올려 두었다.
오늘과 내일을 비운 이유.
오늘은 예행 연습이 있는 날이고 내일은 수상을 받는 날이었기에 나와 애슐리 씨 모두 자리를 비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음…이게 좀 더 점잖아 보일까요?”
드레스를 고르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왼쪽에 있는 게 더 괜찮을 거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파트너와 같이 올라가서 훈장을 받는 훈장 수여식.
그렇다 보니 애슐리 씨도 예행 연습에 대비해 옷을 구비해 두셔야 했다.
전 세계 어느 나라 다 그렇듯 장소에 맞는 옷을 입는 게 중요했기에…
나와 애슐리 씨는 수여식 예행 연습 전에 각자 옷을 확인해 주며 시간을 보냈다.
“존 씨는 그 턱시도가 멋있는 거 같아요.”
“고마워요. 애슐리 씨.”
그렇게 차려입은 나와 애슐리 씨.
애슐리 씨는 단아한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으셨고,
나도 검은색 턱시도 비슷한 옷을 입었다.
전신거울 앞에 선 나와 애슐리 씨.
둘은 마치 패션 모델이라도 된 양 자세를 잡아 보기도 했다.
“둘 다 잘 어울리는 데요?”
“히히. 고마워요. 존 씨.”
내 볼에 살짝 입을 맞추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의 손을 꼭 맞잡았다.
“살면서 훈장을 처음 받아 보는 거라 그런지 많이 떨리네요.”
“충분히 이해해요 존 씨.”
BC주 훈장.
다시 말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상을 받아본 적이 매우 적었기에 이런 큰 자리는 부담스러웠다.
물론 받겠다고 말은 했는데 아직도 부담스러운 느낌.
이게 웃기게도 내일이면 상을 받는 날인데도 이런 상태였다.
그런 내 안색을 살피는 애슐리 씨.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아주며 나지막이 말을 건네셨다.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존 씨.”
날 지그시 바라보는 애슐리 씨의 눈동자.
나는 그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낸 나와 애슐리 씨.
이제 슬슬 시청으로 향할 시간이었다.
“잠시만 앞에서 기다려줘요.”
“네. 알겠어요.”
애슐리 씨를 잠시 기다리게 하고 차를 끌고 나온 나.
나는 애슐리 씨를 배려해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애슐리 씨가 입은 옷이 아무래도 드레스 계열이다 보니 움직임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옆에 운전석에 자리 잡고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 * *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시청 내부 강당.
안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훈장을 받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가족과 파트너도 모이는 자리.
그렇다 보니 원래 수여 받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나와 애슐리 씨가 도착하자 들리는 목소리.
우리를 발견하고 다가오는 래브 씨와 케빈 씨가 보였다.
“일찍 오셨네요?”
“하하…많이 긴장돼서 그런지 일찍 오게 되더라구요.”
케빈 씨의 말씀.
그 말에 래브 씨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케빈이 얼마나 긴장하던지 손을 덜덜 떨기까지 하더라구요. 대 수술을 하고도 안 떠는 사람인데 말이죠.”
“수술은 내가 자주 하는 거니까…이건 다르잖아.”
“헤헤. 존 씨도 마찬가지예요. 아침에 많이 걱정 하더라구요.”
“애슐리 씨 말처럼 저도 긴장 엄청 했었어요. 그러니까 혼자만 걱정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케빈 씨.”
“도움이 되는데요?”
내 장난스러운 말에 미소로 대답하는 케빈 씨.
그는 늘 그렇듯 내게 악수를 권했다.
“오늘은 그냥 예행 연습인데도 많이 떨려요. 막상 내일이면 더 떨지 않을까 걱정이 들구요.”
“저도 그게 걱정이예요.”
나와 케빈 씨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래브 씨와 애슐리 씨.
남자 둘은 어색하게 웃으며 각자의 파트너 옆으로 돌아갔다.
“그나저나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
“그렇죠. 사회 각 계층에서 오신 분들이니까요.”
환경 문제, 인종 문제에 대해 활발한 활동을 한 운동가 분들.
약이나 의료 기술을 통해 질병을 퇴치한 의사 분들.
군에 복무해 사회를 지켜 주신 군인 분들.
사회 유지에 이바지하는 봉사자 분들.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 주시는 공무원 분들.
BC 주를 빛낸 기업가 분들 등등.
각 계층에서 칭찬 받아 마땅하신 분들이 모인 자리다 보니 이렇게 많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아, 그리고 존 씨에게 소개해 드리고 싶은 분이 있어요. 잠시 이쪽으로 와 주실수 있나요?”
“물론이죠. 케빈 씨.”
케빈 씨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한쪽 구석.
그쪽에는 주변 지인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한 남성분이 서 계셨다.
인도계 남성분인데 중년의 남성분.
선이 굵고 이목구비가 뚜렷하신 모습이 젊은 시절 연예인을 하셔도 괜찮으셨을 만한 남성분이 서 계셨다.
케빈 씨를 보자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남성분.
그는 힘 있게 악수하며 케빈 씨를 바라보셨다.
“하하. 오랜 만입니다. 케빈 씨.”
“오랜만이예요 라훌 씨. 잘 지내셨어요?”
“물론입니다. 이쪽 분은…”
“아 이쪽은…이번에 같이 훈장을 받게 된 존 씨이고…그 옆은 파트너인 애슐리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존 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애슐리 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라훌 싱할라 입니다.”
“라훌 씨는 BC 주 내 유명한 기업가이셔요.”
“그리고 사회에도 많이 환원을 하시죠.”
래브 씨와 케빈 씨의 친절한 설명.
그 설명에 라훌 씨는 손을 모으며 겸손의 뜻을 비추셨다.
“하하. 절 너무 띄워 주시네요.”
“라훌 씨가 이번 훈장을 받으시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가려야겠습니다.”
그러면서 손으로 짐짓 얼굴을 가리는 시늉을 하는 라훌 씨.
그의 행동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이렇게 존 씨를 라훌 씨에게 소개 하는 이유가 있어요.”
“네?”
“존 씨는 카페를 운영하고 계신 데…라훌 씨가 최근 이쪽에 관심이 많으시거든요.”
“오! 카페를 운영하고 계셨군요. 이거 반갑습니다.”
라훌 씨의 환한 미소.
나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설명을 좀 드려도 될까요?”
라훌 씨의 친절한 제안.
그 제안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최근 친환경 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제품을 상품화 하려 노력 중이죠.”
“아아…”
“아시다시피 하루에 수 백만 톤의 커피 찌꺼기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
물론 커피 찌꺼기를 특수한 재료를 섞어 퇴비로 쓰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런 퇴비 사업 만으로는 수많은 커피 부산물을 처리하기에는 불가능한 상태.
그렇기에 이 유능한 사업가이자 기업가이신 라훌 씨는 지속 발전 가능한 사업을 구상 중이셨다.
“저는 이걸 이용해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싶습니다.”
“훌륭한 생각이라 생각돼요.”
라훌 씨의 말씀에 맞장구를 치는 애슐리 씨.
나도 그 말에 공감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런데 혹시 커피 찌꺼기가 배출되면 저희 회사로 보내 주실수 있으십니까? 수거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물론이죠. 충분히 가능합니다.”
우리 카페에서 하루에 나오는 커피 찌꺼기만 1 kg ~ 2 kg.
우리 카페 인근 카페를 한 바퀴만 돌아도 100 kg 이상은 구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제 주변 카페 사장 님들에게도 양해를 구해볼게요.”
“감사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은데…”
주변을 살피는 라훌 씨.
아무래도 주변이 조금 시끄러우니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려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품에서 작은 명함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네주셨다.
나도 그걸 확인하고 나도 그에게 명함을 건넸다.
“확인했습니다. 나중에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훌 씨. 정말 환경에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하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라훌 씨와 간단한 대화를 끝낸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다시 케빈 씨를 바라보았다.
“라훌 씨는 정말 대단하신 분인 거 같아요.”
“맞아요. 많은 분들이 환경을 생각하고 계시지만 저분은 행동으로 보여 주셨어요. 이번에도 훈장을 받게 되신 것도 그런 이유라 생각해요.”
“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요?”
“플라스틱 병 재활용 방식을 많이 개선 시키는 기술을 통해 재활용 기술이 시장 경쟁력을 갖게 하셨어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정말 대단하신 분이예요.”
“아아…”
환경을 생각하는 캐나다.
그치만 우리나라처럼 완벽히 분리수거를 하는 그런 나라는 아니었다.
그냥 쓰레기 봉지에 여러 가지를 섞어 버리는 게 일상 다반사.
그렇다 보니 재활용 효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캔, 플라스틱 병, 유리병 같은 경우 보증금 제도가 있어서 반납시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그런 방식이 있지만 이 경우에도 귀찮아서 그냥 버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라훌 씨는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환경 보호가 이시자 유능한 기업가이셨다.
“아무래도 제 지인하고도 이야기가 잘 통할 거 같네요.”
“존 씨의 지인 분이요?”
내 말에 누군지 바로 눈치챈 애슐리 씨.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내 친구의 이름을 말했다.
“웨이 씨라고 쓰레기 수거 업체를 담당하는 분이 있어요.”
“좋은 생각이예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존 씨는 정말 인맥이 넓으시군요.”
“하하…아니예요.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사람들을 많이 만나거든요.”
“하긴 저도 그래요. 진찰을 보다 운명을 만나기도 했죠.”
제임스, 베일리 씨 커플처럼 꿀이 떨어지는 케빈 씨 래브 씨 커플.
케빈 씨가 말씀하시는 운명이 래브 씨를 뜻하는 걸 알았기에 래브 씨는 금세 미소를 지으셨다.
“케빈도 참…”
훈훈한 분위기.
그렇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우리 중앙에 익숙한 여성 분이 나타나셨다.
“레이카 씨!”
“잘 지내셨나요? 옆의 분은…”
코브스키 씨의 비서 분인 레이카 씨.
예전에 시청에 왔었을 때 많은 도움을 주신 비서 분이었다.
“아, 이쪽은 제 파트너인 애슐리 씨예요.”
“안녕하세요? 존 씨의 파트너인 애슐리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애슐리 씨.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후 우리 옆의 래브 씨와 케빈 씨와도 인사를 나누는 레이카 씨.
모든 인사가 끝나고 그녀는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래브 씨와 케빈 씨를 바라보셨다.
“조금 있으면 연습이 있을 시간이니 미리 준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유인물을 건네주시는 레이카 씨.
나는 그녀에게 건네받은 유인물을 애슐리 씨와 함께 확인했다.
일종의 배치도.
우리가 있을 장소는…생각보다 가운데에 위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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