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223화 (223/292)

〈 223화 〉 수상 (1)

* * *

늘어지는 아침.

케빈 씨를 도와 봉사활동을 한지 3 일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살짝 몸이 찌뿌둥했다.

오랜만에 밤을 새서 그런 건지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내 몸.

확실히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뜨자 밖에서 허기를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가 느껴져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오늘 아침은 제가 준비했어요.”

“고마워요. 애슐리 씨.”

앞치마를 두르고 아침을 준비하는 그녀.

어제도 애슐리 씨와 뜨거운 밤을 보낸 뒤로 애슐리 씨는 속옷차림이셨다.

검은색 실크 속옷에 앞치마만 두른 그녀.

아침부터 너무 강한 자극에 내 몸은 어제 애슐리 씨에게 시달린 걸 까먹고 바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헤헤…너무 뚫어져라 보시는 거 아니에요?”

“하하…미안 해요. 너무 사랑스러워서요.”

“히히.”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 아침에 꼭 해야 하는 할짝을 그녀에게 했다.

기분 좋은 미소를 보여 주시는 애슐리 씨.

그녀도 계란 프라이를 하던걸 멈추고 내 볼에 살짝 할짝을 해주셨다.

“먼저 씻고 오세요. 아침 만들고 있을게요.”

“고마워요. 애슐리 씨.”

오늘은 내가 먼저 씻는 날.

나는 화장실로 향해 거울을 마주했다.

“생각 보다 많이 자랐네…”

얼굴에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덥수룩한 수염이 멋있어 보여 한 번 기른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하루 만 지나도 수염이 꽤 많이 자라서 문제였다.

물론 지금도 수염이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깔끔함을 유지해야 했다.

면도 크림을 바르고 바로 면도기를 들이댄 상태.

천천히 면도를 해서 턱에 난 털들을 조금 지워내니 깔끔한 얼굴이 드러났다.

양치와 세수 그리고 간단한 샤워까지 끝낸 뒤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오자 이미 아침밥상을 다 차리신 애슐리 씨.

나는 그녀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정말 맛있어 보여요 애슐리 씨. 고마워요.”

“칭찬 고마워요. 존 씨.”

그렇게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한 나와 애슐리 씨.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 * *

“음…”

오후 3 시부터 계속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사람들.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 그리고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평소처럼 카페를 찾아와 주신 메간 씨.

그런 그녀의 옆에는 메간 씨의 단짝 친구가 된 그레이스 씨가 있었다.

그렇게 카페를 찾아오셨길래 음료를 대접하려 했는데…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씀하시는 그레이스 씨.

나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했는데 이내 제임스가 도착했다.

그렇게 카페에 모인 사람들.

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이분들은 날 축하해 주시기 위해 이렇게 일부러 발걸음을 해주셨다.

그치만 살짝 부담스러운 느낌.

나는 그래서 조심스럽게 모두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한데…”

내가 이렇게 말하자 미소를 짓는 메간 씨.

그 옆으로는 그레이스 씨도 미소를 지으셨다.

“왜 그러실까?”

“훈장을 받는 일은 축하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건 당장 이번 주 금요일에 있는 날이니까요. 하하…”

결국 코 앞으로 다가온 BC 주 훈장 수여식.

이번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모두 알고 있지는 않지만,

저번에 같이 봉사활동을 한 케빈 씨도 같이 받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헤헤…”

내 팔을 꼬옥 껴안고 있는 애슐리 씨.

그녀는 이번 주부터 날 대견하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리고 타나야 씨가 축하한다는 이야기 전해 달래.”

제임스의 한 마디.

그 한 마디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멕시코 칸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타나야 씨와 라피 씨.

두 분이 신혼여행 중에도 날 생각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애슐리도 같이 가는 건가?”

그레이스 씨의 질문.

그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파트너도 참여해도 좋다고 하더라구요.”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 혹은 파트너도 참여할 수 있는 훈장 수여식.

지인들이 우르르 찾아가는 건 조금 과한 느낌이라 가족과 파트너로 한정되어 있었다.

“아쉽네.”

아쉬움을 드러내는 그레이스 씨.

질문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던 헤일리 씨는 손을 들었다.

“그럼 훈장 받으면 끝이에요?”

“저도 처음 받아봐서 모르겠지만…”

신민당 소속 의원, 코브스키 씨의 말씀에 따르면,

훈장을 받고 상패를 받으면 대충 끝난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후 모여서 사진 한 번 찍는 게 전부.

나는 생각보다 단출하게 끝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카페에 장식하실 거에요?”

“네…네?!”

“왜요? 사장 님이 상을 타면 카페에 자랑해도 좋지 않아요?”

헤일리 씨의 짓궂은 질문.

나는 그 말에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생각은 없어요.”

그렇게 간단하게 이야기를 끝낸 상태.

나는 모두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렇게 갑자기 모여서 절 축하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아니야. 그냥 모인 거뿐인데 뭐.”

“그레이스가 오자고 얼마나 보채던지…”

“하하…”

오늘 직접 찾아와 주신 분들은 메간 씨, 그레이스 씨 그리고 제임스.

베일리 씨의 경우 업무 때문에 나중에 카페에 찾아 오신다고 제임스가 말해줬다.

아무튼 이렇게 세 명과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헤일리 씨가 있는데…

보아하니 그레이스 씨가 주도해서 모두 모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약소하지만 제가 음료를 대접해도 될까요?”

“탄산 음료로 부탁해도 될까? 내가 주문한 음식이 있거든.”

제임스의 말.

나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이야?”

“축하하는데 음식 정도는 먹어야지. 그리고 영업도 거의 끝나가는 거 아니었어?”

“그렇긴 한데…”

오후 4 시 50 분.

이제 곧 닫을 시간이니 그렇긴 했다.

“술을 먹기는 조금 그렇고 탄산 음료 정도면 괜찮을 거 같아. 메간 씨랑 그레이스 씨는 어때요?”

제임스의 질문.

그 질문에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게 좋다고 생각한단다.”

“나도 괜찮아.”

“애슐리 씨랑 헤일리 씨는 어때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애슐리 씨와 헤일리 씨.

두 분도 커피 보다는 탄산 음료를 선택하셨다.

“그나저나 어떤 음식을 시켰길래?”

“한국 치킨 시켰는데? 너 축하하는 날이니까 한국 음식을 시키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차이나 타운 역 옆에 있는 치킨 집 말하는 거지?”

“맞아. 곧 올 거 같아.”

차이나 타운 역 바로 옆에 있는 한국식 치킨 집.

인기가 꽤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가게였다.

그것과 별개로 한국 음식이라 불리게 된 한국식 치킨.

원래 캐나다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치킨 텐더나 아니면 프렌차이즈 치킨 버켓 같은 느낌으로 치킨을 판매했는데…

한국식 치킨이 들어온 뒤로 고급화된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아, 왔다.”

몸을 일으키는 제임스.

나는 후딱 탄산 음료를 준비 했다.

그레이프프루트 스파클링 에이드와 레몬 스파클링 에이드.

여기에 추가로 콜라도 준비했다.

에이드 같은 경우 미리 만들어둔 청에 탄산수를 넣어 주면 금방 만들 수 있는 음료.

콜라의 경우 그냥 열어서 담아 내면 되니 문제없었다.

그렇게 금방 나온 음료.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는 목이 마르셨는지 에이드를 건네 받자마자 한 모금 하시면서 목을 축이셨다.

“제가 미리 챙겨 드릴걸 그랬어요.”

“아냐, 우리가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평소와 같이 시작한 오늘 하루.

수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오후, 정확하게 3 시가 넘어서자 다시 한산해졌다.

그때 별생각 없이 정리를 시작하고 있었던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헤일리 씨는 그렇게 마감 정리를 미리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레이스 씨와 메간 씨가 찾아오셨다.

나중에 제임스도 합류하게 된 상태.

이 세 명은 우리 집 단골로 자주 우리 카페를 찾아와 주시니 특별한 날이라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날 축하하기 위해 왔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아까와 같이 이야기를 잔뜩 하고 있을 때였다.

정신없이 이야기하다 보니 음료는커녕 물도 대접하지 못한 상태.

나는 미안 함을 숨기지 않았다.

치킨을 양쪽 가득 들고 온 제임스.

그는 흡족한 미소로 날 바라보았다.

“치킨 왔어!”

“고마워. 제임스.”

“뭘, 친구가 상 받는다는 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나중에 상 받고 나면 내가 살게.”

“정말?”

장난스럽게 미소 짓는 제임스.

내가 사겠다는 말에 메간 씨와 그레이스 씨 그리고 헤일리 씨도 날 바라보셨다.

“이렇게 축하하러 와주셨는데 당연히 제가 사야죠.”

“멋있다 존!”

“멋있어요 사장 님!”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 헤일리 씨와 그레이스 씨.

나는 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다들 한국 치킨 먹어 본 적있어요?”

“난 소이갈릭? 그건 먹어 본적 있어.”

그레이스 씨의 덤덤한 한 마디.

그녀와 반대로 메간 씨는 고개를 저었다.

“저번에 같이 먹은 게 전부란다.”

“아…”

예전에 같이 한국 치킨을 먹어 본적이 있는 메간 씨.

“저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리고 아에 이번이 처음인 헤일리 씨가 있었다.

“일반 치킨이랑 비슷한데 후라이드 치킨이라 하더라도 한국 치킨은 조금 매울 수 있어요.”

“매워?”

제임스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지화가 되어 있긴 할 테지만…한국식 치킨은 조금 맵게 사전에 시즈닝을 해 두는 편이거든.”

한국말로 풀면 염지.

한국식 치킨의 경우 미리 염지를 해 두는 편인데 이게 우리에게는 안 맵지만,

해외에서는 꽤 맵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덜 맵게 해 달라고 했으니까 괜찮을 거야.”

제임스의 덤덤한 말.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무슨 맛으로 시켰는데?”

“기본이랑 간장 마늘, 양..념? 발음이 어렵네...아무튼 이렇게 각각 두 개 씩 시켰는데?”

“꽤 많지 않을까?”

그러자 자연스럽게 메간 씨와 애슐리 씨를 번갈아서 보는 제임스.

아무래도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우리 카페의 대식가를 바로 알아보고 있었다.

“물론 나도 꽤 많이 먹으니까 걱정하지 마.”

“알겠어.”

그렇게 시작된 치킨 파티.

사람들은 각자 치킨 부위를 집어 들고 먹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다르게 다리 쟁탈전이 없는 캐나다.

다들 가슴살 부위를 좋아하다 보니 날개나 다리 부분은 비교적 소외를 당했다.

한국에서 온 내게 있어서 좋은 일.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다리와 윙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치킨을 해치운 상태가 되자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들.

나는 날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번 주 금요일 날의 수상식을 몸으로 실감하기 시작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