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220화 (220/292)

〈 220화 〉 동전 (3)

* * *

슬슬 몸을 일으키시는 케빈 씨.

그 옆으로 래브 씨가 따라 움직이며 의료 봉사를 할 준비를 하셨다.

나도 이제 하나씩 물품을 가져와야 하는 시간.

음식과 음료를 꺼내오려고 몸을 일으켰다.

“조금만 기다려 주실래요?”

케빈 씨의 말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의료 봉사 준비로 바쁘시지 않나요?”

“금방 끝나니 제가 도와 드릴게요.”

“괜찮아요. 혼자 내릴 수 있어요.”

“아니예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대충 진료 볼 준비를 끝낸 케빈 씨.

그 뒤로 래브 씨에게 무언가를 부탁한 뒤 내게 다가오셨다.

“음료도 내려야 하고 음식도 내리려면 힘을 많이 쓰셔야 하잖아요.”

“그렇긴 한데…”

“괜찮으니 도와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그렇게 하나씩 내리기 시작한 음료.

탄산 음료와 생수까지 케빈 씨의 픽업 트럭에서 내렸고…

이후 내 차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왔다.

모든 준비가 끝난 셈.

나는 케빈 씨와 함께 의료 천막 아래 내 공간을 만들었다.

음료와 음식을 건네주는 장소.

진료 뿐만 아니라 음식도 같이 챙기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같이 배치해 두었다.

그렇게 준비하는 도중에 힐끗힐끗 우리 쪽을 바라보는 남성분.

수인 분이셨는데 곰 계열의 수인 분이셨다.

“혹시 음식도 줍니까?”

“네, 물론이죠. 오셔서 진찰도 한 번 받아보세요.”

“진찰은…”

“유명한 병원의 수의사분이시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래브 씨의 제안.

그 제안에 곰 수인 남성분이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안을 살피는 그.

나와 눈이 마주친 그분은 배가 많이 고프셨는지 음식부터 찾으셨다.

“먼저 식사부터 하세요. 샌드위치랑 물과 탄산 음료가 있는데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고맙소.”

그렇게 샌드위치와 음료를 건네 받는 곰수인 분.

주변을 둘러보더니 앉을 만한 곳에 앉아 바로 식사를 시작하셨다.

꽤 오래 굶으셨는지 하나를 금방 해치우고 생수로 목을 축인 남성분.

아쉬워 하시는 눈빛에 나는 그분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혹시 하나 더 필요하세요?”

“하나 더 가능합니까?”

“네, 다행히 여분이 있어서요.”

혹시 몰라 준비한 50 명의 추가 분.

이걸 건네받은 곰 수인 분은 그대로 흡입하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정말 맛있군…아 이거 실례했소. 난, 쿠라스라 하오.”

“만나서 반가워요.”

내가 악수를 권하자 잠시 멈칫하는 곰 수인 분.

날 힐끗 보더니 내 손을 맞잡으셨다.

“당신이 만든 거요?”

“네, 제 파트너와 함께 만들었어요. 맛있게 드셔 주셔서 감사해요.”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쿠라스 라는 남성분.

이후 케빈 씨가 있는 곳을 바라보셨다.

“여기서 뭘 하는 겁니까?”

“봉사활동하고 있어요. 혹시 몸 아프신 곳이 있으신가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케빈 씨.

그 말에 쿠라스 씨는 덤덤히 말을 이어 나갔다.

“도시의 삶은 꽤 거칠다오. 안 아픈 곳이 없지.”

“특별히 아프신 곳이…”

“음…오른쪽 어깨가 아픈데…”

그렇게 케빈 씨에게 상처를 보여주는 쿠라스 씨.

그 상처에 케빈 씨는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심한 상처인데 괜찮으세요?”

“곰수인에게는 큰일이 아니외다.”

“아뇨. 당장 치료가 필요할 거 같아요. 소독은 하신 적이 있나요?”

“소독?”

“일단 급한 대로 소독부터 하고 상처가 곪거나 무슨 일이 생겼는지 봐야겠어요.”

그렇게 쿠라스 씨의 커다란 덩치에 달라붙은 케빈 씨.

케빈 씨도 나름 키가 있으셨는데…쿠라스 씨가 정말 큰 곰 수인이셨다 보니 차이가 엄청 났다.

그 옆에 달라붙은 래브 씨.

그녀는 능숙하게 케빈 씨를 보조하며 쿠라스 씨의 상처 소독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지금 뭘 하는 거요?”

“소독이란 걸 해야 해요. 아시겠지만 상처 부위가 완전히 아물지 않아서 위험한 상태예요.”

“인간 의사들이 주는 항생제를 먹고 있다만…”

“워크인 의사 분들이 자주 실수하는 행동이죠…”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거 같지만 말을 멈추는 케빈 씨.

그는 지금의 환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조금 따끔할 거예요.”

“고통 쯤이야 매일 달고 사니 괜찮소.”

소독액을 조심스럽게 붓는 케빈 씨.

그 주변으로 작게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통증이 느껴지듯 표정이 어두워지는 쿠라스 씨.

그래도 버틸 만은 하신지 그래서 앉아 계셨다.

이어서 가위 같은걸 꺼내는 케빈 씨.

그는 래브 씨에게 전달 받은 의료용 고무 장갑을 끼고 바로 상처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셨다.

“다행히 항생제 덕분에 상처가 더 덧나지는 않았지만 기생충 문제가 있네요.”

“기생충?”

“네, 수인 분들이다 보니…오시기 전에 하셨던 행동을 하셔서 그런 거 같아요.”

“그전에도 했었던 행동인데 여기라고 뭐가 틀린 게요?”

“아시다시피 사시던 곳과 이곳의 기후나 질병, 기생충이 다르다 보니 이 부분에 면역 체계가 잡히지 않아 취약하실 수밖에 없어요.”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는 쿠라스 씨.

바로 사회화가 된 이 종족 분들은 병원을 이용하시지만…

안타깝게도 사회화가 아직 덜된, 야생의 삶을 버리지 못한 일부 이 종족 분들은 오기 전의 행동을 하시곤 했다.

“보시면…”

집게 같은 가위를 이용해 무언가를 빼낸 쿠라스 씨.

그걸 래브 씨가 가져온 의료용 스테인리스 쟁반에 올려 두니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새끼 손까락 마디만 한 기생충.

밖으로 끄집어내지니 움직임이 많이 둔해졌다.

“이런 게 내 몸에 있었다고?”

“상처 부분을 파고들어 알을 낳아 상처의 치료를 더디게 만들어요.”

“끔찍하군…”

“혹시 모르니까 조금만 더 확인해 볼게요.”

“…알겠소이다.”

눈에 놓여 기생충을 바라본 쿠라스 씨.

그는 자기 몸이 심각한 걸 깨닫고는 순순히 케빈 씨의 말을 따랐다.

상처 주변을 소독하고 봉합하는 케빈 씨.

그가 얼마나 집중했는지 구슬 땀을 흘리셨다.

이후 쿠라스 씨의 털 사이를 살피며 혹시 모를 진드기도 꼼꼼히 확인하셨다.

“진드기나 중간중간에 벼룩이 보이는데 이 경우 자주 씻어 주시면 좋아요.”

“노숙자한테는 그게 어렵다는 걸 알지 않소?”

“그게 어려우시다면…”

그렇게 쿠라스 씨에게 설명을 이어 나가는 케빈 씨.

진찰을 하는 사이 나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디서 시선이 느껴져 그곳을 바라보았다.

고양이 귀를 한 여성 분.

내가 나누어 주는 샌드위치에 관심이 있으신지 다가오셨다.

“혹시 샌드위치를 좀 얻을 수 있을까요?”

평소에 생각한 고양이와 살짝 다른 느낌의 여성 분.

완전히 수인에 가까운 여성분은 고양이 특유의 눈빛을 가지고 내게 다가오셨다.

“물론이죠. 음료도 준비되어 있어요.”

“감사합니다…”

내가 건네자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여성 분.

쿠라스 씨도 그렇고 배가 많이 고프셨는지 금방 먹어 치우셨다.

“후우…”

빠르게 먹어서 식곤증이 오셨는지 살짝 눈이 풀리신 고양이 여성 분.

이분은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음료를 마셨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음식 정말 고마워요.”

“아니예요. 맛있게 드셔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예요.”

“혹시 직접 만드셨나요?”

“네, 제 파트너와 함께 만들었어요.”

그러자 코를 살짝 킁킁 대는 여성 분.

무언가를 맡으시려는 듯 몇 번 하시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렇군요. 토끼 수인 분이 파트너 분이시네요.”

“그게 느껴지시나요?”

“물론이죠. 저희 같이 완전히 동물의 외형을 가진 수인 들은 후각이 발달해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케빈 씨를 돕고 있는 래브 씨를 바라보는 여성 분.

그러고는 다시 날 바라보셨다.

“저는 미야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미야 씨. 저는 존이라고 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존 씨의 샌드위치 정말 맛있었어요. 이 세상에 온 뒤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거든요.”

“실례지만…5 년 전 포탈로 오신 거죠?”

“네, 맞아요. 눈을 떠보니…다른 세상이었는데…적응하기는 더 어렵더라구요.”

모든 이 종족 분들이 완벽하게 이 세상에 적응한 건 아닌 세상.

아무래도 사람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이 종족 일수록 비교적 빨리 적응했고…

반대로 미야 씨나 쿠라스 씨처럼 동물의 외형,

그러니까 사람과 닮지 않은 분들은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 했다.

물론 래브 씨나 제임스의 동료인 고릴라 수인, 스캇 씨 그리고 수석 디자이너인 식물족, 에리카 씨도 있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사회와 거리를 두며 사는 걸 선택한 분들도 꽤 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미야 씨는 전자에 속하는 느낌.

완전한 수인에 가까운 그녀를 받아 주는 곳이 많지 않아 결국 노숙자로 전전하게 되신 느낌이었다.

“마땅히 기술도 없어서 더 어려웠어요. 야생에서 살다 보니 사냥 같은 것만 할 줄 알 거든요.”

“실례지만 고양이 수인 분이신 거 같은데…정확하게…어떤 종에 속해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정확하게는 서벌이라는 분류예요. 사바나나 습지 근처에서 살았거든요.”

“서벌이라면…”

내 머릿속에 있는 서벌.

그러니까 흔히 아프리카 살쾡이라 불리는 고양이과 동물이었다.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샌드위치 주신 분에게 이 정도는 알려드릴 수 있어요.”

살짝 미소를 짓는 미야 씨.

나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궁금한 점을 여쭤보려 했다.

“혹시 질문을 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제가 실례가 될 수 있는데…제 생각으로 많이 어려 보이시는데 그러면 어린 나이에 밴쿠버에 오시게 되신 건가요?”

“네, 맞아요. 사람의 나이로…”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미야 씨.

그러고는 날 바라보고 말을 이어나가셨다.

“17 살 쯤에 왔네요.”

“힘드시지는 않으셨어요?”

“엄청 힘들었죠…가장 먼저 언어 배우는 게 고역이었구요.”

“언어는 어떻게…”

“절 서커스 단에 팔아넘기려고 한 남자한테 배웠어요.”

안타까운 과거.

다시 말하지만 5 년 전 캐나다에서는…수인들의 권리는 지켜지지 않았다.

동물 보호법에 포함되어 있었던 수인 분들.

아무래도 미야 씨도 그 피해자 중 하나로 보였다.

캐나다 일부에서 아직도 성행 중인 서커스.

동물들 보다는 사람들의 말을 이해할 줄 아는 이 종족을 서커스 용으로 부리려고 하는 건 그 시절에는 흔한 일이었다.

뉴스에서도 나온 동물 학대 논란.

아이러니하게도 이 종족들을 동물로 취급하면서 동물 보호 단체는 이 종족을 동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동물 학대 논란에서도 피할 수 있었던 말도 안 됐던 그 시기.

지금도 캐나다 정부는 그때의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보상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혹시 그 일 때문에…”

“솔직히 그 부분도 있고 여러 가지 부분도 있어요.”

덤덤히 말씀하시는 미야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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