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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카페-211화 (211/292)

〈 211화 〉 결혼식 (4)

* * *

이제 곧 시작될 결혼식.

나와 애슐리 씨는 자리를 잡고 신랑 신부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타나야 씨를 본 뒤로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계신 애슐리 씨.

그녀는 타나야 씨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내게 건넸다.

“타나야 씨랑 드레스가 정말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만약에 드레스를 입는다면…”

방긋방긋 웃고 계신 애슐리 씨.

나는 그런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결혼식을 하기 전에 웨딩드레스부터 생각하고 계신 거예요?”

“헤헤…타나야 씨가 입은 드레스가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애슐리 씨에게도 잘 어울릴 거예요.”

“히히…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내 손을 꽉 잡는 애슐리 씨.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도중 나타난 남성분.

주례를 서 주시는 분이 나타나시자 모두 대화를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주례를 맡은 마틴이라 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신 마틴이라는 남성분.

맨눈으로 보기에는 성공회 소속 신부 님으로 보였다.

여러 종교가 모여 있는 밴쿠버.

성공회 역시 이 중 하나.

타나야 씨 가족 중 한 분이 성공회 신부님께 주례를 요청하신 모양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사회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결혼식.

물론 결혼식 문화가 다 달랐기에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었는데 오늘 결혼식에서는 주례를 서시는 분이 이 모든 걸 같이 하셨다.

“신부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그 모습에 입구 쪽을 바라보는 사람들.

문이 열리고 웨딩 드레스를 입은 타나야 씨가 천천히 내부로 들어오셨다.

그녀의 손을 맞잡은 타나야 씨의 아버님, 워커 씨.

그는 너무 기쁘신 나머지 눈가가 살짝 빨갛게 충혈되어 있으셨다.

“신랑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이어서 들어온 라피 씨.

라피 씨의 경우 가족 분들이 참여하지 않으셨기에 홀로 들어오셨다.

멋진 턱시도를 입고 선 라피 씨.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지만 눈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앞으로 나선 라피 씨.

그가 도착하자 라피 씨와 워커 씨가 서로 바라보았다.

“내 딸을 잘 부탁하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그렇게 조심스럽게 타나야 씨의 손을 건네는 라피 씨.

라피 씨는 다시 한번 워커 씨에게 감사를 표하고 타나야 씨를 바라보았다.

라피 씨를 바라보는 타나야 씨.

그녀는 환한 미소로 라피 씨를 맞이해 주었다.

그렇게 서로를 마주 본 라피 씨와 타나야 씨.

둘은 천천히 발을 맞추며 웨딩 카펫을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렇게 주례를 서 주시는 마틴 씨 앞에 선 두 사람.

둘은 긴장한 모습으로 신부 님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복된 날입니다…”

진심으로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해 주는 신부 님.

이후 미소를 지으며 한 사람 한 사람 바라보며 두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라피 씨와 타나야 씨의 지인분 들이다 보니 모두 두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 종족.

5 년 전 밴쿠버에 열린 포탈을 타고 넘어온 다른 세계의 존재들.

이런 사람들이 밴쿠버라는 장소에 모여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사이에 꽃을 핀 사랑.

타나야 씨와 라피 씨의 사랑은 이런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난 상태.

마틴 씨는 잠시 말을 멈추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의 가족이 되려 합니다.”

서로를 마주 본 타나야 씨와 라피 씨.

두 사람은 잡은 손을 꼭 붙잡았다.

“신랑 라피 아브라이카 씨는 신부 타나야 트랑트리 씨를 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하십니까?”

“네, 맹세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신부 님.

이어서 타나야 씨를 바라보셨다.

“신부 타나야 트랑트리 씨는 신랑 라피 아브라이카 씨를 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하십니까?”

“네, 맹세합니다.”

“두 사람의 약속은 모든 이들 앞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환하게 미소를 짓는 신부 님.

천천히 앞으로 나온 뒤 미리 준비해 둔 선반을 두 사람 사이에 보이셨다.

결혼 반지.

이걸 본 타나야 씨와 라피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부 님이 건넨 반지를 받는 라피 씨.

그는 이 반지를 조심스럽게 타나야 씨의 손에 끼운 뒤 타나야 씨를 바라보았다.

다음으로 반지를 건네 받는 타나야 씨.

그녀도 마찬가지로 라피 씨의 손에 반지를 끼웠다.

“두 분은 모두 앞에서 맹세의 키스를 하시길 바랍니다.”

살짝 뒷걸음으로 물러선 신부 님.

신부는 미소를 지으며 타나야 씨와 라피 씨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사랑스러운 신랑 신부.

두 사람의 입술이 닿았을 때…

모두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 * *

결혼식 사진을 찍는 자리.

모두 모여서 자리를 잡는데 아무래도 덩치가 큰 제임스는 맨 뒤에 설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의 옆에선 나.

제임스처럼 키가 덩치가 큰 편은 아니지만 키가 조금 있는 편이라 제임스와 나란히 섰다.

“옆으로 좀 더 가 줄 수 있어?”

“네가 공간 많이 차지 하는 거 생각 안 해봤어?”

내 핀잔에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제임스.

나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저나 이거 이후로 신부 측 사람들 모여서 부케 던지는 거 하는 거지?”

“맞아.”

“애슐리 씨가 잘 잡으셨으면 좋겠네.”

“응?”

“그래야 다음에 우리도 잘 건네받지.”

벌써 다음 타자를 노리는 제임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언제 순순히 건네준다고 말한 적이 있던가?”

“왜 이러실까?”

제임스는 내 옆구리를 툭툭 치며 내게 넌지시 말했다.

“장난이야.”

그렇게 제임스와 이야기하는 도중 준비가 다 끝난 사진사 분.

이분은 손을 들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집중시켰다.

“자, 그럼 사진 찍겠습니다!”

손으로 하나, 둘, 셋을 보이는 사진사 분.

이후 찰칵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로연 준비된 테이블로 향한 사람들.

보통 결혼 기념 사진을 결혼식장 내부에서 찍지 않고 피로연을 하는 자리에서 찍었다.

그래서 기념을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미리 준비된 피로연 테이블에 앉았다.

마찬가지로 자리를 잡은 나와 제임스.

우리 옆으로 잭 씨가 앉으셨다.

늑대 수인이신 잭 씨.

공연 예술가이시자 테일러 씨의 파트너 분이신 잭 씨도 오늘 결혼식에 참여하셨다.

살짝 피로해 보이는 잭 씨.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피곤해 보이시는데 괜찮으세요?”

“아, 죄송해요. 최근에 작업 때문에 일이 바빠서 말이예요. 하하…”

여름 내내 UBC 인류사 박물관에서 자기 작품을 보인 잭 씨.

이후 다른 계획이 잡혀 있으신 모양인지 바쁘신 모양이었다.

“다른 일정이 잡히셨나요?”

“네, 아무래도 계절이 바뀌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거리가 많아졌네요.”

“이쪽 계열 사람들이 가장 바쁠 때죠.”

나와 잭 씨의 대화에 끼어드는 제임스.

그 역시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니 잭 씨의 고충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올리비아의 성년식 때 만난 적이 있는 제임스와 잭 씨.

두 사람은 예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금방 친해졌다.

“제임스 씨도 바쁘신가요?”

“다행히도 아직은 그렇게 바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다음주부터는 잘 모르겠네요.”

“늘 4 분기 때가 제일 문제죠. 하하.”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부케를 던지는 장면을 찍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와 제임스, 잭 씨 모두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부케를 받는 분이 애슐리 씨죠?”

잭 씨의 질문.

나는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네, 그렇게 됐어요.”

“조금 있으면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네요. 존 씨와 애슐리 씨의 청첩장 기대하고 있을게요.”

“나도 기대 중이야.”

나를 바라보며 청첩장을 기대한다는 말을 하는 제임스와 잭 씨.

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머쓱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직 가족도 만나지 않았고 조금 시간이 더 필요해요.”

“가족과의 대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제임스.

2 주 전에 마크 씨를 만나 대화를 했었던 그였기에 더욱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잭 씨와 테일러 씨는…”

“저희도 가족이 문제죠. 하하…”

아무래도 개인 사정이 있어 보이는 잭 씨와 테일러 씨.

예전에 그의 초대를 받아 간 멕시코 식당에서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애슐리 씨와 사귀기 전에 이야기.

그때 들었던 테일러 씨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테일러 씨와 부모님 사이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같이 지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어요.”

밴쿠버 내 다양한 형태의 결혼 형태.

그렇기에 꼭 결혼 같은 형태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두 분이 잘되시길 기원할게요.”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존 씨.”

피로연 테이블에 놓여 진 스파클링 와인 잔을 든 잭 씨.

제임스는 자연스럽게 와인 잔을 같이 들었다.

내 경우 차를 끌고 왔기에 음주를 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음료를 들어와인을 대신했다.

간단하게 잔 끝을 부딪치며 말없이 건배를 한 사람들.

그러고는 잔을 비웠다.

“이제 시작하려나 보네요.”

잭 씨의 말에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신부 타나야 씨 주변으로 모인 여성 분들.

그곳에는 헤일리 씨, 바네사 씨, 메간 씨, 그레이스 씨, 테일러 씨, 베일리 씨, 그리고 애슐리 씨가 준비하고 계셨다.

어떻게 보면 이번 결혼식의 핵심.

오늘 결혼한 타나야 씨의 행운을 건네 받는다는 의미가 강한 이벤트였다.

“자 그럼 신부 분 제가 신호를 보내면 던져 주세요.”

전문적인 사진 기사 분.

이분이 손가락을 들어 신호를 보낼 준비를 하셨다.

신호가 떨어지자 뒤로 부케를 던지는 타나야 씨.

그녀가 정확하게 약속된 곳으로 던지자 미리 준비한 애슐리 씨가 바로 부케를 잡으셨다.

사진으로 이 모든 장면을 찍은 기사 분.

그는 한 번에 좋은 장면을 찍는데 성공하셨는지 흡족한 미소를 지으셨다.

“한 번에 끝난 적이 없는데 운이 좋았네요. 감사합니다.”

보통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는 부케 사진.

아무래도 역동적인 사진이다 보니 한국에서도 여러 번 다시 찍는 경우가 많았다.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 메간 씨.

그녀가 정확하게 날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걸로 보아…

이번에도 그녀의 마법이 모두의 시간을 아껴 준 것으로 보였다.

아무튼 부케를 받아 신난 애슐리 씨.

그녀는 기쁜 표정으로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셨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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