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209화 (209/292)

〈 209화 〉 결혼식 (2)

* * *

카페를 찾아와 주신 손님들.

라피 씨와 타나야 씨를 보면서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헤일리 씨는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었다.

“이번 주 주말이네요?”

양손을 모으며 타나야 씨와 라피 씨의 일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애슐리 씨.

그녀의 행동에 이번 주 주말에 부부가 될 두 명은 머쓱하게 미소를 지으셨다.

“헤헤…”

“이제 결혼식이 코 앞이라 조금 긴장되긴 해요.”

타나야 씨와 라피 씨.

두 분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 카페에서 많이 들어서 그런지…

두 분의 결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내 가족이 결혼하는 듯한 느낌.

특히 두 분의 고충을 들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나도 애슐리 씨 같은 반응을 보였다.

“헤일리 씨도 와주실 거죠?”

“무…물론이죠.”

“헤헤…감사해요.”

그렇게 헤일리 씨까지 참여하는 게 확정된 상황.

타나야 씨와 라피 씨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괜찮아요. 편하게 계세요.”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아직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전.

그래서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헤일리 씨는 타나야 씨와 라피 씨의 이야기를 듣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카운터에 자리를 잡은 예비부부.

두 분을 바라보며 음료를 물어보았다.

“음료 한 잔 씩 하시겠어요? 제가 살 게요.”

“앗…”

“괜찮아요. 그냥 인사 드리려고 찾아온 건데…”

“아니예요. 카페에 찾아오셨으니 음료 한 잔이라도 하셔야죠.”

내 말에 미소를 짓는 라피 씨.

그는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뒤 음료를 주문했다.

“저는 카페라떼로 부탁할게요.”

“저는 카페인 음료는 조금 그래서…혹시 차 종류 지금 가능한 게 있을까요?”

타나야 씨의 음료 요청.

나는 그 주문에 잠시 가게 냉장고 안을 살폈다.

“레몬 청이 있는데 레몬 진저 차 괜찮으세요?”

“앗, 저 그거 좋아해요. 부탁할게요.”

“꿀을 넣어서 더 달콤하게 해드릴까요?”

“그럼 감사하죠.”

가장 더웠던 여름철에 가장 많이 팔린 레몬 스쿼시.

하지만 이제 슬슬 아침도 추워지는 가을이다 보니 스쿼시가 예전 만큼 팔리지 않아 재고가 조금 남아 있었다.

이걸 이용한 레몬 진저 차.

레몬 청에 생강을 넣고 꿀을 넣으면 맛있고 달콤한 레몬 진저 차가 만들어졌다.

내가 차를 만드는 사이 커피를 내린 애슐리 씨.

레몬 진저 차를 다 만들고 타나야 씨에게 서브할 때에 정확하게 라떼가 같이 나왔다.

“음료 고마워요. 존 씨, 그리고 애슐리 씨.”

“다시 말씀드리지만 약속 드린 게 있어서 그런거예요.”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고개를 갸웃하는 라피 씨.

그 모습에 타나야 씨는 라피 씨의 허리를 살짝 찌르셨다.

“아, 맞다. 부케 말씀하시는군요. 미안 해요. 요즘 결혼식 일로 정신이 없어서요.”

“괜찮아요. 결혼식이 얼마나 바쁜 일인지 친구를 통해서 잘 알 거든요.”

한국에서도 종종 친구의 결혼식을 도운 적이 있었고,

추가로 밴쿠버에서도 웨이의 결혼식과 보리스의 결혼식을 도운 적이 있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결혼식은 큰 행사.

그렇다 보니 준비해야 할 것이 정말 많았다.

“이해해 줘서 감사해요.”

“그래도 던지는 연습은 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헤헤…”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시는 타나야 씨.

그녀의 모습에 나와 애슐리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결혼식이 처음이라 그런데…부케가 뭐죠?”

헤일리 씨의 질문.

그 질문에 라피 씨와 타나야 씨는 고개를 갸웃하셨다.

“아, 헤일리 씨는 이번 결혼식 참여가 처음이라고 하셔서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라피 씨와 타나야 씨.

결혼식을 참여하지 않았던 게 잘못된 일은 아니었으니 금방 이해하는 눈치셨다.

“부케는…그러니까 신부가 입장할 때 손에 들고 있는 꽃다발이예요.”

“그렇군요.”

“결혼식이 끝나고 이걸 하객 중에 다음 결혼할 예정인 사람에게 던지는데…일종의 전통 같은 느낌이예요.”

“아아…그럼 애슐리 씨가 받는다는 의미는…”

“헤헤…”

살짝 미소를 짓는 애슐리 씨.

나와 애슐리 씨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런 요청을 드렸었다.

물론 바로 결혼할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양보하는 게 맞았지만…

이번에 결혼식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는 결혼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와 애슐리 씨 뿐이었다.

“그래서 애슐리 씨와 존 씨가 부케를 탐내고 있었던 거예요.”

“신기하네요.”

고개를 끄덕이는 헤일리 씨.

그녀는 이런 결혼식 문화가 꽤 신기하신지 흥미를 보이고 계셨다.

“그나저나 이번에 많은 분들이 오시는 걸로 아는데…”

“맞아요. 릭의 직장 동료분들도 많이 와 주시기로 했거든요.”

“제 가족 같은 녀석들이죠.”

미소를 짓는 라피 씨.

그는 조인족이었기에 누구보다 빨리 독립한 존재이기도 했다.

가족의 의미가 희미한 조인족.

그런 조인족을 대상으로 헤일리 씨가 대학교 졸업 논문을 쓰신 적도 있었으니…

그가 직장 동료를 가족 같은 사람들이라 말하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존 씨와 애슐리 씨는 물론 카페 내 지인 분들도 찾아와 주시니까요.”

타나야 씨의 직장 동료인 베일리 씨.

그런 베일리 씨의 남자 친구인 제임스.

둘을 포함해 메간 씨, 그레이스 씨, 바네사 씨, 헤일리 씨 등등.

카페에서 알게 된 많은 사람들도 타나야 씨와 라피 씨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제 친척들도 많이 참여할 예정이예요.”

“친척 분들이 많으신가요?”

“오크 분들 만큼은 아니지만 고블린 들도 나름 대가족이니까요.”

미소를 짓는 타나야 씨.

옛날 내 아버지 어머니 시절처럼 대가족이 흔한 오크와 고블린 분들.

그렇다 보니 타나야 씨의 가족 분들도 꽤 많은 모양이었다.

“그럼 그분들도…”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음…일종의 엄마 친구의 지인의…이런 느낌이죠.”

“아아…”

사돈의 팔촌까지 대동되는 모습.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는 흔한 모습이었다 보니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장소가 꽤 커야 할 거 같네요.”

“다행히 시 정부에서 좋은 자리를 잡아주었어요.”

경찰관인 타나야 씨.

그렇다 보니 이런 부분에 있어서 혜택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타나야 씨와 라피 씨와 함께 결혼 이야기하는 사이.

누군가 카페를 찾아왔다.

딸랑.

익숙한 얼굴.

베일리 씨와 제임스가 카페를 찾아왔다.

“여기에 있을 줄 알았어. 타나야.”

“베일리 씨!”

마치 자매처럼 서로를 안으며 격하게 환영하는 두 분.

원래 파트너였던 분들이라 그런지 한동안 못 본 걸 보상하려는 듯 격한 포옹을 하셨다.

마찬가지로 인사를 나누는 제임스와 라피 씨.

둘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다시 카운터로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제임스 씨.”

“잘 지냈어요? 애슐리 씨 그리고 헤일리 씨.”

이제 헤일리 씨와도 나름 친근함을 드러내는 제임스.

그의 인사에 헤일리 씨도 미소를 지으며 제임스를 반겼다.

“점심 먹으러 온 거야?”

“맞아. 원래는 올리비아의 카페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마침 카페 앞에 익숙한 차가 보여서 말이야.”

장난스럽게 말하는 제임스.

나는 그의 말에 짐짓 인상을 찌푸렸다.

“요즘 너무 올리비아네 카페로만 가는 거 아니야?”

“왜? 삼촌으로서 조카 장사 잘되나 보러 가는 게 무슨 잘못이라고.”

장난에 장난으로 대답하는 제임스.

나는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올리비아네는 어때?”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 인사하려고 갔는데 정말 바빠 보였거든.”

“우리도 오전에는 정말 바빴어. 오늘 가스 타운에서 무슨 행사를 했었나 봐.”

“아아…아침에 시끄러웠던 게 그것 때문이었구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인사를 끝내고 카운터로 다가온 베일리 씨.

그녀가 카운터에 앉자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헤일리 씨는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베일리 씨.”

“잘 지내셨어요?”

“어서 오세요.”

“두 분다 환영해 줘서 고마워요. 아, 그리고 베일리 씨도 환영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렇게 앉아서 가죽 재킷을 벗는 베일리 씨.

여전히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지 살짝 드러난 근육이 보였다.

“여기에 타나야 씨랑 라피 씨가 있는 걸 알고 찾아오신 건가요?”

애슐리 씨의 농담 섞인 질문.

그 질문에 베일리 씨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제 파트너인 타나야가 있는 곳은 제가 다 꿰뚫어 보고 있죠.”

“남편될 사람으로 조금 걱정스러운데요?”

라피 씨의 장난.

그 말에 베일리 씨는 크게 웃음을 지으셨다.

“남편 분은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 레이더가 종종 먹통이 되곤 하니까요.”

“그거 다행이네요.”

어느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합류한 제임스와 베일리 씨.

나는 이 두 커플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사람들.

헤일리 씨는 아까 결혼식에 대한 질문이 아직 남아 있있는지,

타나야 씨와 베일리 씨 그리고 애슐리 씨 사이에 껴서 대화를 이어나가셨다.

자연스럽게 남자끼리 모이게 된 상황.

나와 라피 씨 그리고 제임스는 한쪽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결혼식이 코 앞이네요.”

제임스의 말.

그 말에 라피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를 했다.

“원래 결혼식이 코앞에 다가오면 덜 바쁠 줄 알았는데 계속 바빠지더라구요.”

“뭐 때문에 그렇죠?”

“아무래도 날씨도 그렇고 웨딩 촬영도 그렇고 복잡한 일이 많아서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일정이다 보니까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기점인 결혼식.

그런 특별한결혼식을 우중충한 날에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예전처럼 인생의 한 번뿐인 중요한 일이라는 인식은 사라지긴 했지만…

두 명의, 각기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만나 같이 산다는 걸 의미하는 결혼식.

그래서 보통은 맑은 날을 선호했는데 안타깝게도 최근 밴쿠버 날씨가 뒤죽박죽이었다.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 아니겠네요.”

제임스의 걱정스러운 말에 감사함을 드러내는 라피 씨.

그는 자기 고충을 이해해 주는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이해해 줘서 감사해요.”

그렇게 이어진 이야기들.

여기에 결혼을 준비하는 남자 두 명이 끼어 있으니 주제가 자연스럽게 결혼식 준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제임스 씨도…”

“네, 맞아요. 저도 이번에 가족이랑 담판을 짓고 마음을 결정했어요.”

“이거 잘하면 부케 쟁탈전이 벌어지겠는데요?”

나와 제임스를 번갈아서 보는 라피 씨.

나는 그의 장난스러운 행동에 고개를 저었다.

“저랑 애슐리 씨에게 약속한 걸 잊지 말아 주세요.”

“장난이예요. 이번 부케는 두 분에게 갈 테니까요.”

그에게 들은 확답.

나는 미소를 지으며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우리 할 때 던져 줄 테니까 받는 거 연습하고 있어.”

그러자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제임스.

그의 장난기 섞인 행동에 나와 라피 씨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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