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204화 (204/292)

〈 204화 〉 야외 활동 (3)

* * *

차에 가득가득 실은 물품들.

나는 가득 찬 트렁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게 들어갈까 걱정이네요.”

트렁크에 들어간 온갖 음식들.

여기에 캠핑용 장비까지 밀어 넣으니 벌써 꽉꽉 차버린 느낌이었다.

여기에 추가로 메간 씨와 바네사 씨도 먹을 걸 가져오실 예정.

나는 여기에 다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그러게 말이예요.”

나와 마찬가지로 걱정스러운 눈짓을 하는 애슐리 씨.

방수가 되는 등산용 바지에 긴 체크무늬 셔츠 그리고 후드 집업을 입은 그녀.

애슐리 씨는 짐을 줄이기 위해 미리 완전 무장을 했음에도 줄어들지 않은 짐에 한숨을 내쉬셨다.

차고에서 애슐리 씨와 고민하는 사이 울리는 핸드폰.

나는 누구에게서 온 전화인가 싶어 바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메간 씨에게서 전화네요. 잠시 받아도 될까요?”

“물론이죠. 저는 그사이 트렁크 내 공간을 좀 만들고 있을게요.”

“고마워요. 애슐리 씨.”

그렇게 애슐리 씨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 바로 들리는 메간 씨의 상쾌한 목소리.

그녀는 캠핑이 기대되는 듯 바로 캠핑 이야기를 하셨다.

­준비는 다됐느냐?

“네, 준비는 다됐는데…혹시 짐이 많으신가요?”

­무슨 일이냐?

“그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괜찮다는 듯이 말하는 메간 씨.

나는 이해할 수 없어 그녀에게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나 생각이 들었다.

“트렁크 칸이 꽉 찼는데요?”

­괜찮다. 그건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단다.

“혹시 차를 따로 끌고 가시려구요?”

­내가 드래곤인 걸 잊었느냐?

드래곤과 꽉 찬 트렁크.

무슨 연관이 있나 싶어 재차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메간 씨가 드래곤인 건 잘 알고 있지만…”

­마법으로 해결하면 되는 일이다.

“아…”

내 몸에도 걸려 있는 마법.

그 마법이라는 단어를 다시 들으니 느낌이 새로웠다.

부족한 트렁크를 늘리는 마법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처럼 부피를 줄이는 마법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걱정 말거라.

“메간 씨가 계시니 다행이네요…”

드래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이 세상에 이 종족 중에 마법을 다루는 다른 이 종족도 있겠지만…

내 주변에 아는 사람은 드래곤 뿐이니 드래곤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했다.

아무튼 메간 씨의 도움으로 짐 문제가 해결된 상황.

나는 메간 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도와줘서 감사해요. 메간 씨.”

­아니란다. 이런 건 내가 도와줄 수 있으니까. 그보다 아직 출발 안 한 모양이지?

“네, 일단 짐을 챙기고 헤일리 씨를 태우고 다시 돌아올 생각이었어요.”

그 말에 잠시 말이 없으신 메간 씨.

이내 그녀는 내게 좋은 제안하나 건네셨다.

­내가 그쪽으로 가마.

“네?”

­이대로 헤일리를 태우고 마지막으로 바네사를 태운 뒤 외곽 고속도로로 바로 가면 차가 막히지 않지 않겠느냐?

나름 괜찮은 계획.

나는 메간 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좋은 계획인 거 같아요. 바네사 씨에게 연락해봐야겠어요.”

­그건 내가 하마.

“감사합니다. 메간 씨.”

­곧 도착할 테니 준비하고 있거라.

그렇게 끝난 전화.

나는 트렁크 문제로 낑낑대는 애슐리 씨에게 다가 갔다.

“애슐리 씨. 트렁크 공간을 더 늘리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네?”

고개를 갸웃거리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에게 메간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달했다.

“메간 씨가요?”

“네, 메간 씨가 마법으로 공간을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어요.”

“마법이라는 건 정말 대단하네요.”

매번 느끼는 마법의 위대함.

예전 시위 이후 빠른 시일 내에 몸을 회복한 것도 마법 덕분이었다.

“곧 메간 씨가 오신다고 하셨으니까 갈 준비를 마무리하라고 하셨어요.”

“저희가 놓친 건 없죠?”

체크 리스트를 펼쳐 확인하는 애슐리 씨.

나도 그녀와 함께 하나씩 확인하며 놓친 것이 없나 재차 확인했다.

“숯이랑 그릴 빼고는 다 챙겼네요.”

“숯이랑 그릴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번에도 보리스가 도와주기로 했거든요.”

어제 주말에 캠핑 간다는 걸 재차 알릴 겸 보리스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보리스는 걱정 말라며 좋은 자리 맡아두었다고 말을 해주며 예약을 재차 확인해 주었는데…

그 대화 도중에 혹시 이번에도 그릴과 숯을 준비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흔쾌히 준비해 주겠다는 보리스.

이번에는 인원이 많아 숯이 많이 필요할 거 같아 비용을 내겠다 말했다.

그러자 보리스는 돈 받으면 안주겠다고 으름장을 두었다.

대신 돈 대신 먹을 거나 많이 들고 와서 자기랑 이야기나 나눠 달라는 보리스.

나는 흔쾌히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럼 다 된 거죠?”

“네.”

이제 메간 씨를 기다리면 되는 상황.

나는 그렇게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차고 근처에서 갑자기 그림자가 생겼다.

자연스럽게 하늘을 보게 될 수밖에 없었는데…

하늘에는 날갯짓을 하며 날아서 오고 있는 메간 씨가 있었다.

바닥에 착지한 메간 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나와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다.

“물건을 들고 오느라 어쩔 수 없었다.”

“아아…”

그녀의 손에 들린 피크닉용 바구니.

디저트를 담당하신 메간 씨는 바구니에 디저트를 가져오신 모양이었다.

“다행히 짐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시네요.”

“열어 보거라.”

피크닉 바구니를 열어 보라는 메간 씨.

나와 애슐리 씨는 의아한 표정으로 피크닉 바구니를 열어 보았다.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디저트와 메간 씨의 짐들.

아무래도 마법으로 최대한 줄인 상태로 챙겨 오신 모양이었다.

“우와…신기해요.”

“마치 작은 왕국 같은 느낌인데요.”

“생명이 없는 것만 가능하니 왕국은 아닐게다.”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 메간 씨.

그녀는 짐을 들고 트렁크 쪽으로 다가오셨다.

“이걸 줄이면 되겠군.”

“부탁할게요.”

“잠시 눈 좀 가리고 있거라. 너희도 알다시피 마법 사용은 금지니까.”

이미 다 알고 있는 나와 애슐리 씨.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일종의 장난이었기에 나와 애슐리 씨는 순순히 눈을 가렸다.

“자, 이제 드래곤의 마법을 보거라.”

“우와..”

정말 컴팩트해진 트렁크 안.

원래는 가득가득 차 있었던 짐들이 1/3 정도로 줄었다.

새삼 다시 느끼는 마법의 위대함.

메간 씨는 웃으며 뒤에 자기 짐을 실었다.

“바네사도 괜찮다고 하더구나.”

“그럼 이대로 헤일리 씨를 태우고 이동하면 되겠네요.”

가자 먼저 태울 사람은 헤일리 씨.

노스 밴쿠버로 가는 길에서 가장 멀다 보니 헤일리 씨를 가장 먼저 태워야 했다.

다음은 바네사 씨.

그녀를 태운 뒤 그대로 노스 밴쿠버로 향하면 차가 막히지 않고 도착할 것 같았다.

“자 그럼 출발할까요?”

이제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로 향하는 메간 씨와 애슐리 씨.

애슐리 씨는 보조석에 앉으셨고 메간 씨는 바로 그녀의 뒤에 앉으셨다.

“불편 하진 않으세요?”

“가슴이 살짝 커져서 그런지 조금 끼는 느낌이 있구나.”

“제가 좌석을 앞으로 조금 당길까요?”

“고맙구나 애슐리.”

그렇게 좌석 이동까지 마무리한 상태.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메간 씨를 자동차는 헤일리 씨의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생각보다 막히지 않고 잘 도착했네요.”

아침 10 시에 모두를 태우고 바로 노스 밴쿠버로 향한 일행들.

주말이라 꽤 막힐 줄 알았는데 다행히 오후 1 시쯤, 그러니까 3 시간 정도 만에 인디언 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뒷좌석은 불편하지 않고 괜찮으셨나요?”

운전하는 처지에서는 걱정스러웠던 뒷좌석.

원래 2 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에 헤일리 씨까지 탑승하시니 조금 불편하시지 않을까 걱정했다.

“전 괜찮았어요. 오히려…”

밀짚 모자와 트레이닝 외투 그리고 레깅스를 입은 헤일리 씨.

그녀는 자기 옆에 있는 바네사 씨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셨다.

“걱정하지 마세요. 슬라임이라 괜찮아요.”

괜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는 바네사 씨.

운전 중이라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헤일리 씨와 메간 씨 사이에 앉은 바네사 씨는 그녀가 슬라임이라는 걸 다시 자각하게 해주셨다.

자유자재로 몸을 변형 시킬 수 있는 슬라임 종족.

그렇다 보니 바네사 씨는 몸을 줄여 모두가 편하게 올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래도…”

“걱정 말아요. 헤일리 씨.”

상냥한 미소를 짓는 바네사 씨.

그 모습에 헤일리 씨는 감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는 게 이번이 처음인 바네사 씨와 헤일리 씨.

운전 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금세 친해진 두 분이었다.

“그럼 빨리 텐트를 치고 준비한 다음에 코퀴틀람으로 가 볼까요?”

벌써 바베큐하기에는 이른 시간.

그래서 빠르게 캠핑 준비만 하고 인근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노스 밴쿠버 인근에 맛있는 프랑스 가정식 하는가게가 있어요.”

“혹시 비프 부르기뇽으로 유명한 곳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레스토랑을 잘 알고 있는 헤일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저도 인스탁에서 종종 봤는데 여기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어요.”

요즘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널리 알려진 맛집들.

대부분은 홍보라고 할 수 있지만 그중에는 일부 아는 사람만 가는 그런 곳도 소개되곤 했다.

오늘 내가 가려는 곳도 바로 그곳.

이곳에서 파는 프랑스 부르고뉴 스타일의 가정식은 내가 경험한 최고의 프랑스 요리 중 하나였다.

“일단 짐부터 옮기죠!”

양손에 짐을 잔뜩 든 애슐리 씨.

그 뒤를 이어 메간 씨가 따라 붙었다.

슬라임이라 힘을 쓰지 못하는바네사 씨.

그녀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제가 도울 게 있을까요?”

“혹시 보리스 기억하시나요?”

“보리스 씨라면…저번에 파티에 오신 분 말씀이시죠?”

다행히 보리스를 기억하고 계신 바네사 씨.

나는 그녀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도움을 구했다.

“보리스에게 미리 전화는 해 두었는데 그래도 저희가 도착했다는 건 알려야 할 거 같아서요.

혹시 저쪽에 보이는 안내소에 저희가 도착했다고 알려 주실수 있나요?”

가까운 곳에 있는 안내소.

그걸 본 바네사 씨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물론이죠.”

바네사 씨가 보리스를 불러오는 동안 짐을 다 이동 시킨 일행들.

나와 애슐리 씨, 메간 씨 그리고 헤일리 씨는 짐을 우리가 텐트 칠 곳 근처에 옮겨두었다

보리스가 와서 여기에 텐트를 쳐도 된다고 확답하면 그때부터 텐트를 칠 생각.

그래서 바네사 씨가 보리스와 올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멀리 보이는 보리스.

늘 그렇듯 회갈색 비니에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붉은 체크 무늬 셔치와 청바지를 입은 보리스가 나타났다.

“제 아름다운 캠핑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러분!”

양팔 벌리며 다가오는 보리스.

그의 장난스러운 등장에 모두 박수로 그를 환영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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