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화 〉 야외 활동 (1)
* * *
제임스와 베일리 씨.
그리고 나와 애슐리 씨와 함께 마크 씨의 집에 다녀온 뒤의 일.
주말이 끝나고 평범한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늘 그렇듯 유리잔을 닦으며 시작하는 아침.
나와 애슐리 씨는 분주하게 카운터 내부에서 아침을 준비했고,
밖에서는 헤일리 씨가 열심히 바깥 준비하고 계셨다.
“오늘도 많이 팔았으면 좋겠어요.”
헤일리 씨의 말.
그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왔는데 힘들지 않았어요?”
“전 사람들 상대하는 게 좋아서요. 그래야 시간도 빨리 가고 재밌으니까요.”
파트 타임 경험이 많은 헤일리 씨.
그런 그녀라 그런지 말씀하시는 것도 딱 사장님들이 좋아할 만한 대사를 하고 계셨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헤일리 씨.
그런 그녀를 우리 카페에 파트 타임 직원으로 모시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주말에 제임스 씨 형 분 집에 다녀오셨다면서요?”
“맞아요.”
나 대신 대답하는 애슐리 씨.
그녀는 헤일리 씨를 바라보며 마크 씨의 집에 다녀온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아이들도 귀엽고…오크 전통 음식은 처음 먹어보는데 정말 맛있더라구요.”
“정말요?”
“헤일리 씨도 오크 음식은 드셔 보신 적이 없나요?”
“네, 저도 듣기만 했지 먹어보지는 못했어요. 제가 있었던 인간 도시에서는 오크들이 있긴 했는데…대부분 도시화된 오크들이거든요.”
“도시화된 오크들이라면…?”
내 질문에 잠시 밖을 바라보는 헤일리 씨.
이후 그녀는 날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나가셨다.
“적갈색 피부를 가진 오크 분들이시죠.”
“아…”
예전부터 길거리를 배회했던 노숙자 분들.
그분들과 함께 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 종족 들이었다.
제임스와 다른 오크.
그들은 유목민이 아닌 도시에서 살아간 경험이 있는 다른 분류의 오크였다.
“솔직히 저도 차별하고 싶지는 않지만…조금 무섭긴 해요.”
어쩔 수 없는 상황.
남자 여자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사람보다 우월한 힘과 체력을 가진 이들이다 보니…
저녁에 이들을 만나면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적갈색 오크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분들이다 보니 이런 선입견이 생겨 버렸다.
“아무튼 제가 만나 본 오크 분들은 그분들이 전부라 솔직히 제임스 씨 같은 유목 오크는 여기서 처음 봤어요.”
“아 그렇군요.”
다시 말하지만 밴쿠버에 열린 포탈로 인해 서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모이게 된 상황.
그래서 그런지 이들도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나저나 오크 전통 요리는 어땠나요?”
다시 애슐리 씨를 바라보며 말씀하시는 헤일리 씨.
그 모습에 애슐리 씨는 주말에 있었던 식사 시간을 기억하듯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정말 맛있었어요. 그러니까…고기 요리 위주인데 제가 먹기에도 편했거든요.”
“애슐리 씨는 채식을 선호하시는 편이었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애슐리 씨.
소화가 편한 채식을 선호하시는 그녀가 좋아할 정도의 육식이라는 의미였다.
“저도 나중에 서리에 가서 먹어봐야겠어요.”
“다운타운에는 오크 음식점이 없나요?”
“제 기억에는 없는 거 같아요. 원래 하나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서리로 이동한 모양이예요.”
“아…”
광역 밴쿠버.
흔히 메트로 밴쿠버라 불리는 이곳은 각 지역마다 사람 사람들이 달라지곤 했다.
그중 서리에 가장 많이 사는 오크 들.
그래서 그런지 음식점도 그쪽으로 많이 이동한 모양이었다.
“저 헤일리 씨?”
“네? 말씀하세요. 존 씨.”
“혹시 서큐버스 전통 음식에 대해 말씀해 주실수 있나요?”
그러자 당황한 헤일리 씨.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런 건 없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서큐버스는…아시다시피…”
“아…”
그러니까 정기를 먹고 사는 존재.
밴쿠버에 정착하기 이전에는 그런 삶을 살았던 존재들이었기에 당연히 다른 이 종족처럼 식사하지 않았다.
여기 와서 정기 대신 음식이나 다른 것으로 보충하는 서큐버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올리버 씨 같은 뱀파이어 들도 포함될 것 같았다.
“그래서 전통 음식이나 그런 건 없어요. 더군다나 개인주의도 강해서 가족도 없고 문화 자체가 없거든요.”
“그렇군요.”
아무래도 가족 개념 자체가 없는 서큐버스 종족들.
인간인 내 처지에서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래서 가끔 사람들이나 다른 이 종족들이 가족을 이루며 사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구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가는 헤일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선뜻 말하기 어려운 상황.
다행히 이 순간에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구원해 줄 드래곤이 나타났다.
딸랑.
“좋은 아침이구나. 존, 애슐리 그리고 헤일리.”
“어서 오세요. 메간 씨.”
매일 같이 찾아오는 메간 씨.
만약 그녀가 아침에 찾아오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들 정도였다.
예전부터 자주 오시긴 했지만…
최근 들어 그 빈도가 더 높아져 일주일에 5 일 동안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찾아오셨다.
자리를 잡은 메간 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바로 커피부터 주문하셨다.
“콘파냐 한 잔 부탁하마.”
“크림을 얼마나 올려드릴까요?”
“가능한 많이 넣어 주면 좋겠구나. 단 게 필요한 날이거든.”
“프레젠테이션은 끝나신 거 아니었나요?”
내 말에 고개를 젓는 메간 씨.
우리가 마크 씨네 집에 가기로 한 주에 가장 바빴던 그녀였다.
미크로 소프트에 재직 중인 그녀.
물론 인간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취미로 근무를 하시지만 그래도 일에 대해서는 진심이셨다.
“오늘은 팀장급 미팅이 있으니 말이다. 이번 주 캠핑을 가기 전에 다 끝낼 생각이란다.”
“아아…”
이번 주에 있을 캠핑.
나와 애슐리 씨, 메간 씨 그리고 바네사 씨가 같이 캠핑을 갈 예정이었다.
“캠핑이요?”
우리에게 다가온 헤일리 씨.
그녀는 흥미를 보이며 우리 대화에 참여하셨다.
“그때 헤일리가 없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억을 더듬는 메간 씨.
하지만 크게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으셨는지 캠핑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모처럼 가을 단풍이 예쁘니 존의 지인인 보리스 네 캠핑장에 캠핑을 갈 예정이란다.”
“보리스 씨는…”
“제 친구예요. 카페 일을 배울 때 친해졌죠.”
올리비아의 성년 파티에 와 준 보리스.
하지만 그때 헤일리 씨는 참여하지 않아 보리스를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그 친구도 원래 여기 맞은편에서 물려 받은 카페를 하고 있었는데 사업을 정리하고 노스 밴쿠버에 캠핑장을 차렸어요.”
“우와 대단하시네요.”
“다행히 사업 수완이 좋은지 인기가 많더라구요.”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노스 밴쿠버.
특히 딥 코브 바로 옆에 있는 인디언 암에 있는 보리스의 캠핑장은 입지가 정말 좋았다.
그로 인해 항상 인기가 많은 보리스의 캠핑장.
나도 솔직히 보리스가 없었다면 한참 바쁜 주말에 예약을 잡기 어려웠을 거 같았다.
“우와…”
“너도 같이 가겠느냐?”
메간 씨의 제안.
그 제안에 헤일리 씨는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캠핑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요. 뭘 챙겨 가야 할지도 모르고…”
“그건 걱정 말거라. 존이 알아서 다 할 테니.”
“제가 가진 여분의 장비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몸만 오셔도 상관없어요.”
“그래도 음식이나 이런 건…”
“그냥 오시기만 해도 돼요.”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애슐리 씨.
그녀는 크림을 잔뜩 올린 에스프레소, 콘파냐를 메간 씨에게 서브하며 말씀하셨다.
“고맙구나. 애슐리.”
“헤헤…혹시 코코아 파우더 더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에스프레소 위에 올라간 먹음직스러운 크림.
그 위에 데코레이션으로 코코아 파우더나 시나몬 파우더를 뿌리는데 메간 씨는 코코아 파우더를 선호하셨다.
그래서 잔뜩 뿌려진 메간 씨의 콘파냐.
메간 씨는 만족스러우신지 바로 한 모금 넘기셨다.
“오실 거죠?”
메간 씨에게 커피를 건네는 임무를 마친 애슐리 씨.
그녀는 양손을 허리에 올린 채로 헤일리 씨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애슐리 씨의 제안.
그 제안에 헤일리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빈손으로 가는 거 같아서 죄송해요…”
“아니예요. 다 같이 즐기기 위해서 가는 거니까요.”
그렇게 캠핑 일정에 합류한 헤일리 씨.
다행히 그녀도 이번 주말에 시간이 된다고 하셨다.
“이번에 담당 교수님이 출장 가셨거든요. 그래서 주말에 시간이 될 거 같아요.”
“주말에도 학교를 가는 일이 있나요?”
“헤헤…대학원생은 주말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살짝 슬퍼 보이는 헤일리 씨의 표정.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교수 님의 노예라는 표현이 왜 돌아다니는 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럼 헤일리가 참여하는 것으로 보고 캠핑 이야기하자꾸나.”
캠핑 이야기로 신이 난 메간 씨.
그 모습에 나는 메간 씨의 입가를 가리켰다.
“메간 씨 입에…”
“아…미안하구나.”
콘파냐 특유의 크림 때문에 입에 크림을 묻힌 채 이야기하신 메간 씨.
속으로 그녀의 모습이 귀엽게 보였다.
“아무튼 이번에 캠핑장을 가는데 총 5 명이 갈 예정이란다.”
“저랑 존 씨, 바네사 씨, 메간 씨 그리고 헤일리 씨까지 포함해서 말씀이신 거죠?”
고개를 끄덕이는 메간 씨.
그녀의 모습에 헤일리 씨는 손을 살짝 들었다.
“질문이 있느냐?”
“혹시 바네사 씨는…”
“아, 바네사는 내 지인이란다. 같은 직장 동료지.”
“그렇군요.”
슬라임인 바네사 씨.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바네사 씨처럼 친절한 사람은 몇 명 보지 못했을 정도로 그녀는 친절이 몸에 배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사교성도 좋으셔서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는 바네사 씨.
그녀라면 헤일리 씨와도 금방 친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캠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사람들.
다들 캠핑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그런지 이 이야기는 식을 줄 몰랐다.
“그리고 존이 요리도 잘하니 더더욱 기대되는 구나.”
“이번에도 바베큐 할까요?”
내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메간 씨와 애슐리 씨.
두 분은 날 바라보며 정확하게 말씀하셨다.
“캠핑의 꽃은 바베큐지 않느냐?”
“맞아요. 메간 씨.”
이번에도 꼼짝없이 바베큐를 해야 하는 상황.
보리스에게 미리 연락해 바베큐용 그릴을 미리 준비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단풍이 만발하는 이 시기의 밴쿠버.
캠핑 하기 좋은 기간이었기에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구하기 어려울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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