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 오크 (2)
* * *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마워.”
양팔을 벌리며 우리를 환영해 주는 마크 씨.
그의 옆에는 아내 분인 메리 씨와 다섯 쌍둥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렇게 나와서 맞이해 줄 필요는 없는데.”
머쓱한 제임스의 반응.
그 반응에 마크 씨는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이 널 보고 싶다고 난리여서 말이야.”
“날?”
마크 씨가 뒤로 물러서자 제임스에게 달라붙는 다섯 쌍둥이.
제임스는 갑작스러운 조카들의 돌격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삼촌!”
“삼촌 정말 보고 싶었어요!”
인기가 정말 좋은 제임스.
아무래도 제임스가 만든 애니메이션 덕분인지 제임스는 아이들의 우상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제임스도 이런 열렬한 환영이 싫지는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하나씩 안아주었다.
모든 이에게 인기가 많은 제임스.
나는 그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나와 베일리 씨, 그리고 애슐리 씨에게 다가온 마크 씨.
그는 아내인 메리 씨와 함께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주말인데도 초대에 응해 줘서 고맙네.”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우리를 대표해서 대신 인사를 하는 베일리 씨.
그녀의 인사에 마크 씨와 메리 씨는 약간 긴장한 눈빛으로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동생의 파트너.
오크는 오크 끼리 결혼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어긴 제임스지만…
이미 서로 이해를 한 부분이었기에 두 분은 베일리 씨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마음을 먹으신 것 같았다.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서는 메리 씨.
갈색 단발머리에 단아한 모습.
오크 답게 건강미가 넘치는 메리 씨가 앞으로 나서서 베일리 씨의 손을 맞잡았다.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베일리 씨.”
“아…혹시…”
“네, 마크의 아내인 마리아예요. 줄여서 그냥 메리라고 불러 주시면 돼요.”
“만…만나서 반갑습니다…저…그러니까…”
“제임스의 파트너 분이시죠?”
환하게 웃으며 말씀을 건네시는 메리 씨.
그 말에 베일리 씨는 미소를 지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맞아요.”
그 말에 말없이 손을 쓰다듬는 메리 씨.
두 분의 인사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우리 차례가 왔다.
“이쪽은 내 아내 메리야. 몇 번 듣긴 했지?”
“물론이죠.”
애슐리 씨를 만나기 전에 파트 타임을 구할 생각하고 있었던 나.
마침 그때 납품을 하고 계시던 마크 씨가 자기 아내를 추천해 주셨다.
몇 번 이야기를 듣고 사진도 보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만난 건 처음.
나는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존이라고 합니다. 마크 씨에게 신세 지고 있어요.”
“아니예요. 그이가 존 씨의 도움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겸양하지 않으셔도 돼요.”
상냥한 메리 씨의 말씀.
나는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고 바로 내 파트너, 애슐리 씨를 소개했다.
“이쪽은 제 파트너인 애슐리 씨예요.”
“안녕하세요? 애슐리라고 합니다.”
“어머, 엄청 아름다우신 미인이시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환하게 웃으며 애슐리 씨와 악수를 하는 애슐리 씨와 메리 씨.
이후 베일리 씨까지 합세해 세 명의 여인 분들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나와 마크 씨만 남은 상황.
제임스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으니 나는 마크 씨와 대화하게 되었다.
“다시 한번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마우이.”
“아니예요. 오히려 주말에 쉬는 날인데도 저희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그 말에 미소를 짓는 마크 씨.
그는 그의 집을 바라보았다.
“안에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두었으니까 기대해도 좋아.”
“메리 씨가 만드신 음식 말씀이시죠?”
“나도 도왔으니까 내 아내와 나의 합작품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
장난스러운 마크 씨의 말씀.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제임스가 정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네요.”
“저번에 말한 걸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한참 티비에 빠져 있거든.
내가 태블릿이나 휴대전화 같은 건 가족 시간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니까 그런거지만 말이야.”
“티비는요?”
“그건 다 같이 보는 거니까.”
“그렇군요.”
가족과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크 씨.
투박하지만 그의 다정다감함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핸드폰을 보기보다는 같이 티비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마크 씨.
나는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내서 그런지 이 방향이 꽤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육아에 대해서는 마크 씨에게 배워야겠는데요?”
내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마크 씨.
나와 애슐리 씨를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아…아니예요. 아직은 그런 건 아니고…아무래도 애슐리 씨와 미래를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군. 하하.”
오해가 생길뻔한 상황.
다행히 잘 설명이 되었는지 마크 씨는 이해하신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최근에 친구의 추천을 받아서 아빠 수업이라는 걸 듣고 있어요.”
“아빠 수업?”
“네.”
윌리엄 교수 님의 수업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마크 씨.
그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좋은 수업이라 생각되네.”
그렇게 나와 마크 씨가 이야기하는 사이.
아이들과 놀아 준 제임스가 터벅터벅 우리에게 다가왔다.
“후우…힘들다.”
“고생했어.”
제임스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마크 씨.
그 모습에 제임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형은 어떻게 아이들이랑 놀아 주는 거야?”
매사에 열정적인 제임스.
심지어 에너지도 넘치고 체력도 좋아 쉽게 지치는 모습을 잘 보지 못했는데…
지금 아이들과 놀고 온 제임스의 얼굴은 피곤에 절어 있었다.
물론 운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의 얼굴에는 평소에 보기 어려운 피로감이 보였다.
“그게 다 노하우가 필요한 거란다 동생아.”
“어휴…”
그렇게 숨을 돌리는 제임스.
그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아까 형이랑 무슨 이야기했어?”
“아, 최근에 아빠 수업 다니는 거에 대해 이야기했어.”
그러자 흥미를 보이는 제임스.
그는 내게 다가와 아빠 수업에 대해 물었다.
“어땠어?”
“아 맞다. 후기 말해 달라고 했었지.”
“나도 운전하느라 까먹고 있었으니까 괜찮아.”
윌리엄 교수 님의 아빠 수업에 대한 설명.
제임스에게 이런 이야기하자 마크 씨는 고개를 갸웃했다.
“애슐리 씨와 존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너는 왜?”
“왜긴 나도 이제 준비해야지.”
“…”
그러자 베일리 씨와 제임스를 번갈아 보는 마크 씨.
그는 조금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선택한 길이니까 더 이상 말하지 않으마.”
“고마워 형.”
그렇게 남자끼리 이어지는 대화들.
특히 육아에 대해 선배 님이신 마크 씨의 말씀에 나와 제임스는 귀를 기울였다.
“애들을 빠르게 재우는 방법은 수영을 시키는 게 최고야. 수영이 어려우면 목욕시켜주는 편이 좋지.”
이런 쏠쏠한 노하우들.
나중에 써먹을 수도 있었기에 귀담아 들었다.
그렇게 남자 여자 나누어서 이야기하는 상황.
그사이 아이들 중 한 귀여운 남자아이가 메리 씨에게 다가 갔다.
“엄마. 나 배고파요.”
“그럼 점심 먹으러 다 같이 갈까?”
“좋아!”
“그럼 뭘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네!”
그 말에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남자아이.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메리 씨는 모두에게 말했다.
“다들 안으로 들어오세요. 식사 시간이예요.”
“여보, 먼저 들어가 나는 아이들이랑 같이 들어갈게.”
“돌아올 때 손 발 꼭 씻기는 거 잊지 마.”
“알겠어.”
흔한 부부의 이야기.
마크 씨는 미소를 짓고는 나와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손님이니까 먼저 들어가 난 아이들이랑 같이 들어갈게.”
“나도 나름 삼촌인데 같이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마크 씨를 도우려는 제임스.
그 모습에 마크 씨는 날 바라보았다.
“넌 존 담당이잖아.”
“에이, 존은 그런 거 신경 안 써.”
장난스러운 제임스의 말.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도와 드릴게요.”
“괜찮은데 하하…”
그렇게 아이들을 한 명 씩 붙잡고 손발을 씻겨 준 마크 씨와 제임스 그리고 나.
아무래도 오크다 보니 몸이 빠르게 자라지만 아직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라 이런 세세한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과 들어온 집.
다섯 아이들과 부부가 사는 집이다 보니 집 전체에는 아이들이 흔적이곳곳에 있었다.
벽지에 낙서한 걸 지운 흔적.
어디가 부서졌는데 고친 흔적 등등.
혈기 왕성한 아이들이다 보니 장난하는 수준도 남달랐다.
“자, 안으로 들어가자.”
“네에!”
“네!”
그렇게 바로 주방으로 향하는 아이들.
나는 이 짧은 순간이지만 제임스가 왜 피곤해했는지 알 수 있었다.
혈기 왕성한 아이들에게 기가 빨리는 느낌.
짧은 순간에 피로감을 느낀 내 표정을 본 제임스가 웃음을 지었다.
“마크 형을 닮은 사고뭉치들이라 더 힘들 거야.”
“너만 하겠냐?”
마크 씨의 장난스러운 말.
그 말에 제임스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기억하는 게 꽤 있는데 말이야.”
“큼큼…아…아무튼 와서 밥 먹을 준비나 해.”
형제들의 우애.
나는 그걸 보면서 세상 어딜 가나 형제는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집의 주방보다 큰 주방.
거의 학교 급식소 같은 느낌의 큰 주방에 많은 양의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대부분 처음 보는 음식.
내 기억을 더듬어 이 음식들이 무엇과 비슷한가 생각해봤는데…
남아프리카 혹은 서남 아프리카 음식과 비슷한 느낌.
거기에 약간의 몽골식을 섞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유목민인 오크들이다 보니 이런 느낌을 받았다.
“와아! 부보스다!”
“내가 좋아하는 포쿠스도 있네!”
처음 듣는 요리들의 이름들.
나는 아무래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인데 설명을 들으면 더 맛있을 거 같아.”
내 말을 이해한 제임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날 바라보았다.
“내가 설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크 씨.
아무래도 이런 부분은 형인 마크 씨도 인정하는 부분인 모양이었다.
상석에 앉은 마크 씨와 메리 씨.
그 옆으로 나와 애슐리 씨가 앉았고,
왼편에는 제임스와 베일리 씨가 앉았다.
아이들은 따로 앉은 상황.
이런 부분은 한국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기도하는 자세를 잡는 마크 씨.
그 모습에 제임스도 자세를 잡았다.
제임스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베일리 씨.
나와 애슐리 씨도 따라 했다.
“좋은 날에 좋은 음식, 좋은 사람 들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후 들리는 짧은 오크어.
그 오크어를 제임스가 따라 했다.
“자, 그럼 식사할까요?”
메리 씨의 제안.
그 제안에 식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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