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176화 (176/292)

〈 176화 〉 아빠 수업 (3)

* * *

금요일 일이 끝나고 카페 문을 닫았다.

늘 그렇듯 하는 보안 작업.

주말 동안 카페를 열지 않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카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애슐리 씨.

그녀는 메이드 복이 아닌 평소의 평상복을 입고 날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일 처리를 다 한 걸 보자 내게 다가 오는 애슐리 씨.

그녀는 내 볼에 할짝을 해주셨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존 씨.”

사랑스러운 그녀의 인사.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어요. 애슐리 씨.”

그러자 장난스럽게 볼을 부풀리는 애슐리 씨.

나는 아차 싶어 바로 애슐리 씨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볼에도 할짝.

우리가 일을 끝낸 뒤 항상 하는 일을 하니 애슐리 씨의 장난스러운 불만이 사라졌다.

“헤헤…”

“미안 해요. 혹시 입 냄새가 날까 걱정돼서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저는 존 씨의 모든 것을 사랑하니까요.”

사랑스러운 그녀의 말.

나는 그녀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가 볼까요?”

“좋아요.”

내가 내민 손을 잡는 애슐리 씨.

그녀의 체온이 손으로 느껴졌다.

평소라면 바로 집으로 향하는 나와 애슐리 씨.

하지만 오늘은 집이 아닌 다른 곳을 가기로 했다.

“이렇게 따라와 주셔서 고마워요. 애슐리 씨.”

“존 씨의 결정을 응원하고 싶어서요.”

환하게 웃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의 든든한 응원을 받으며 서비스 센터로 향했다.

우리나라처럼 일반적인 행정 업무는 주민 센터의 역할을 하는 서비스 센터가 하고 있었다.

간단한 취업 알선,

SIN넘버로 불리는 일종의 주민번호 만들기,

그리고 시에서 하는 각종 수업 같은 것들을 등록할 수 있는 장소였다.

우리 카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서비스 센터는 싱클레어 센터에 있는 곳.

시간이 살짝 촉박해 빨리 가야 했다.

다행히 제시간에 도착한 서비스 센터.

앞에 두 세 명 정도 기다리고 계셨는데 다행히 우리 차례가 왔다.

“어서 오세요. 캐나다 서비스 센터입니다. 무얼 도와 드릴까요?”

이 종족이 많은 밴쿠버 답게 나를 맞아 준 직원분도 이 종족인 쥐 수인 분이셨다.

애슐리 씨처럼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계신 쥐 수인 분.

그녀가 쥐 수인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은 귀와 꼬리 뿐이었다.

클레어라는 이름표를 달고 계신 쥐 수인 여성 분.

그분은 나와 애슐리 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건네셨다.

“안녕하세요. 좋은 날 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시에서 하는 수업에 대해 신청을 하려고 하는데요.”

“아, 수업 신청 건이시군요. 혹시 팜플렛은 읽어 보셨나요?”

기다리면서 보았던 팜플렛.

그 팜플렛을 읽어보면서 아빠 수업에 대해 대략 이해할 수 있었다.

“네, 읽어 봤어요. 수업료는 50 불에 주 2 회 맞죠?”

“네 맞아요. 환불 요청은 이곳에서 진행되고 만약에 수업 중 불만 사항이나 이런 것이 있다면 저희 혹은 시청 내 웹사이트를 이용하시면 불만 사항을 접수하실수 있습니다.”

환불이 쉬운 캐나다.

아무래도 소비자 권리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높아 수업 중 하루 만 남아도 환불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바뀌고 있다고 들었지만,

내가 이곳에서 왔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환불에 대해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기에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어떤 수업을 원하시나요?”

“아빠 수업이라는 수업을 듣고 싶은데 팜플렛에는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요.”

“아…죄송해요. 조금 있으면 끝나서 설명서를 채워 넣는 걸 까먹었네요.”

미안한 표정을 짓는 클레어 씨.

나는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혹시 한 장 받아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그리고 더 자세한 설명은 PDF 파일로도 받아보실수 있습니다.”

그렇게 건네받은 종이.

그곳에는 강의한시는 분이 누구신지 어떤 커리큘럼으로 진행되는지 설명이 되어 있었는데…

일종의 평생 학습관 같은 느낌의 구조.

캐나다에서는 노령 인구가 많아 이 분들을 교육하기 위해 이런 교육 커리큘럼이 보기 편하게 크게 배치되어 있었다.

살짝 살펴 보는데 흥미를 보이는 애슐리 씨.

그녀의 귀여운 귀가 쫑긋 거리는 걸로 보아 보고 싶어 하시는 눈치였다.

“같이 보실래요?”

“네, 기다리고 있었어요.”

환하게 웃으며 바로 팜플렛을 보기 시작하는 애슐리 씨.

나는 그렇게 선생님이 누구신지 살펴 보고 있었는데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윌리엄 대학교수…”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누군지 기억이 났다.

헤일리 씨가 다니는 학교의 교수님 중 한 분.

트롤 교수 님이라 들었는데 상담심리학 박사 학위도 가지고 계신지 경력 사항에 여러 가지가 적혀 있었다.

UBC 대학 철학과 교수.

미네소타 대학 상담 심리학 박사 학위.

맥길 대학 독일 관념론 박사 학위.

미국 심리학 학회 정회원.

캐나다 심리학 학회 정회원.

북미 가정 심리학 학회 정회원.

북미 유아 교육 심리학 학회 정회원.

등등 화려한 경력이 잔뜩 써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아메리카 대륙 서해안, 그러니까 태평양 연안에 포탈이 열린 건 5 년 전.

5 년 만에 박사 학위를 두 개나 땄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거기에 왕성한 학회 활동까지 하고 계신 윌리엄 교수 님.

성실한 헤일리 씨가 존경할 만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는 분인가요?”

“아뇨. 듣기만 했어요.”

내가 윌리엄 교수 님의 이름을 언급하자 흥미를 보이는 클레어 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교수 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셨다.

“정말 좋은 선생님이세요. 제 남편도 이 수업을 듣는데 많은 걸 배웠다고 하더라구요.”

“아 그래요?”

“그래서 저도 주변 지인 분들에게 추천하고 있어요. 윌리엄 씨가 정말 말솜씨가 좋으시거든요.”

아무래도 강단에서 서시는 분이다 보니 학생들이 아닌 일반인들을 상대로도 잘 가르치시는 모양이었다.

“등록 하려는데…”

“아 등록 하시려구요? 먼저 샘플 강의 들어 보실수 있는데 한 번 들어 보고 하시는 건 어떠세요?”

샘플 강의도 있는 윌리엄 교수 님의 수업.

이왕 결심한 거 바로 들어 보자는 생각에 나는 바로 등록을 신청했다.

“바로 신청하고 싶어요.”

“알겠어요. 그럼 결제 도와 드릴게요.”

그렇게 착착 진행된 수업 등록.

클레어 씨의 친절한 도움으로 짧은 시간에 모두 등록을 마칠 수 있었다.

“매주 화 목 수업 예정이고 싱클레어 센터에서 오후 6 시부터 7 시까지 한 시간 수업입니다.”

팜플렛을 읽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

클레어 씨는 이 부분을 재차 언급하며 확인을 요청하셨다.

“네, 확인했어요.”

“그럼 즐거운 수업 되세요.”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주말 되세요.”

“네, 좋은 주말 되세요.”

그렇게 서비스 센터를 나온 나와 애슐리 씨.

그녀는 여전히 클레어 씨가 건네준 종이에 눈을 떼지 못하고 계셨다.

“애슐리 씨?”

“아 미안 해요. 존 씨. 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서요.”

“어떤 부분이요?”

“그러니까…‘어떻게 아이를 달래는 가’ 나 ‘우리 아이 자존감 높이는 법’ 등등 신기한 게 많네요.”

“저도 이런 수업은 처음이라 신기하네요.”

“존 씨도 그러신가요?”

“네, 솔직히 저희 부모님도 부모라는 게 처음이고 주변에서 귀동냥으로 많이 배우셨다고 나중에 들었어요.”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되는 존재는 없는 법.

지금 내 나이로 생각하면 어린 나이로 보이는 20 대 였던 부모님 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힘겹게 보내셨다.

주변에서 육아에 대해 알려 주는 사람이라고는 부모님 뿐.

하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옛 시절을 보내셨던 분이었기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교육관과 다른 부분이 많으셨다.

대가족이었던 할아버지 세대.

자연스럽게 아버지는 형제들이 많았고,

마찬가지로 어머니도 자매들이 많으셨다.

하지만 나 때부터는 한 명 혹은 두 명 자녀가 되면서 다자녀가 아닌 게 당연해졌고,

자연스럽게 할아버지 때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 고생 많이 하셨던 아버지와 어머니.

더군다나 내가 어릴 때 사고를 많이 쳐서 그런지 한국에서 가끔 부모님과 맥주 한 잔 할 때면 내 흑역사가 자주 안줏거리로 올라왔다.

“사람들은 그렇군요.”

“애슐리 씨는 공동육아라 하셨죠?”

“네, 맞아요.”

엘프와 생활양식이 많이 비슷한 토끼 수인.

그렇다 보니 그녀는 부모님 보다는 같이 지냈던 동생이라는 분과 더 가깝게 지냈다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났다.

“하지만 공동 육아를 할 수 없고 저도…사람들처럼 육아를 하고 싶어요.”

“사람들 방식을 따라줘서 고마워요. 애슐리 씨.”

“헤헤…”

환하게 웃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가끔 존 씨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할 때마다 부모님이랑의 유대감을 가진 존 씨가 살짝 부러웠거든요.”

“그렇군요…”

“저는 아무래도 동생이랑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부모와의 유대감.

내 생각이 옳다고 말할 수 없지만,

부모라는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느낌은 나라는 존재를 지탱하는 많은 요소 중 하나였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필요한 요소들.

그중 하나가 부모님이라는 사실은 내게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애슐리 씨라면 좋은 부모가 될 거로 생각해요.”

“그건 존 씨도 마찬가지예요.”

내 손을 꽉 잡는 애슐리 씨.

그녀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나도 모르게 용기가 났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이 기분 좋은 생각하게 해주는 애슐리 씨가 언제나 고맙고 감사했다.

내게 찾아와 준 행운.

그녀가 없었다면 나는 이런 행복한 기분을 느끼기 어려웠을 것 같았다.

한참 감동적인 분위기.

나는 그윽하게 애슐리 씨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불청객이 찾아왔다.

꼬르륵.

“하하…하…”

내 배에서 나는 소리.

오늘 말도 많이 하고 일도 열심히 했더니 결국 배가 꼬르륵 소리를 내고 말았다.

“많이 배고프신가 보네요.”

“그…그러게요.”

왠지 머쓱해 지는 기분.

그래서 얼굴을 붉히고 있었는데 어디서 내가 낸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꼬르륵.

내 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나는 소리.

나는 자연스럽게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다.

나처럼 얼굴이 붉어진 애슐리 씨.

아무래도 나와 애슐리 씨가 일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가서 밥을 먹는 하루 루틴을 보냈는데 저녁 식사 시간을 조금 늦었더니 바로 몸에 반응이 왔다.

“오늘은 외식을 하고 갈까요?”

“헤헤…좋아요.”

내 팔을 꼬옥 껴안는 애슐리 씨.

그녀가 팔짱을 끼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금요일 저녁.

오늘 애슐리 씨와 함께 저녁을 먹을 만한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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