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169화 (169/292)

〈 169화 〉 품평회 (5)

* * *

“자자. 다들 모여봐요.”

제임스의 말.

그 말에 나와 메간 씨는 모두가 모인 테이블에 앉았다.

“오늘 품평회를 연 올리비아와 아이라만이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능숙하게 사회자 역할을 하는 제임스.

나는 제임스의 말에 따라 어느새 테이블 가운데에 있는 아이라만과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살짝 긴장한 듯한 둘의 모습.

그래도 둘은 서로를 의지하는 듯 손을 잡고 피하지 않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바쁘신 와중에 모두 품평회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라만의 감사의 한 마디.

그리고 이어서 올리비아도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카페 내에 울려 퍼지는 박수 소리.

나는 아직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대견하게 해낼 줄은 몰랐다.

주변 도움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일들을 스스로 해낸 아이들.

주말에 쉬는 시간을 쪼개 카페 내부 페인트 칠을 했고,

밤낮으로 카페 음료에 대한 개발을 이어 나갔다.

카페를 운영해 본 처지에서 봤을 때도 대단한 일.

그것을 떠나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꾸며나가고 주변을 감화 시키는 매력을 지닌 아이들이 커가는 게 너무나도 대견하고 뿌듯했다.

“그리고…괜찮으시다면 카페 홍보 부탁드릴게요. 헤헤…”

야무진 올리비아의 한 마디.

카페가 많은 밴쿠버 특성상 단골손님의 존재가 중요했다.

그렇기에 가능한 많은 고객을 모아 충성 고객을 만드는 게 중요했기에 그녀는 이런 말을 모두 앞에서 했다.

“물론이지.”

가장 먼저 대답하는 건 제임스.

이어서 라피 씨 그리고 그레이스씨, 메간 씨, 바네사 씨, 타나야 씨, 그리고 애슐리 씨까지 모두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라만과 올리비아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다시 모두를 집중시키는 제임스.

그가 무슨 이야기를 또 하려는 지 궁금해 그를 바라보았다.

“추가적으로 좋은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타나야 씨와 라피 씨를 가리키는 제임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다들 청첩장 받으셨죠?”

그 말에 머쓱하게 웃는 라피 씨.

그리고 타나야 씨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이제 두 분의 결혼식이 다가오고 있어요.”

“이거 부케 누가 받을 지 연습해야 하는 거 아니야?”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 그레이스 씨.

그 말에 올리비아가 미소를 지었다.

“저도 탐나는데요?”

“올리, 넌 아직 기회가 많잖아. 이번에는…”

주변을 둘러 보는 그레이스 씨.

그녀는 메간 씨 옆의 날 바라보았다.

“애슐리에게 양보해야지.”

“헤헤. 장난이예요.”

올리비아의 장난.

그 말에 모두 웃음을 지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애슐리 씨 방향으로 던질 연습하고 있으니까요.”

이 장난에 맞장구를 쳐주시는 타나야 씨.

애슐리 씨는 이런 장난이 좋으신지 활짝 웃으셨다.

“저는 받는 연습해야겠어요.”

이렇게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자 각자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사람들.

나는 바로 옆 메간 씨와 대화하게 되었다.

“타나야에게 결혼식 선물로 뭘 줘야 할지 고민이구나.”

“음…그거라면 타나야 씨에게 물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드래곤 체면 상 물어보기 조금 그렇구나.”

조금 이해할 수 없는 메간 씨의 말.

그래서 나는 이것에 대해 그녀에게 자세히 물었다.

“드래곤 체면상이라뇨?”

“나는 드래곤, 그것도 붉은 용의 수장이지 않느냐. 그래서 가장 큰 선물을 주려 하는데…물어보면 당연히 거부할 거 같아서 그렇단다.”

“아아…”

통 큰 메간 씨.

그렇다 보니 이미 그녀 나름대로 생각한 선물 리스트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떤 걸 생각하셨나요?”

“간단하게 자동차나 신혼여행 패키지 같은걸 생각하고 있단다.”

“…”

여전히 큰 스케일의 메간 씨의 선물.

두 개다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다시 한번 메간 씨의 선물에 대한 개념을 인지했다.

그래도 나와 애슐리 씨에게 말했던 것처럼 집을 주겠다고 말은 안하셔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흐음…내가 타나야에게 집을 선물하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하는 표정이로구나.”

“…제 얼굴에 써있었나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적혀 있더구나.”

“…”

여전히 내 생각이 잘 드러나는 내 얼굴.

메간 씨가 너무나도 정확하게 맞추셔서 뭐라 변명할 수도 없었다.

“맞아요. 부정할 수 없네요…”

“하하. 솔직함은 미덕이라 생각한단다.”

그렇게 내 허물을 포장 해주시는 메간 씨.

나는 그녀의 배려에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내가 너와 애슐리가 결혼하면 집을 선물한다는 이유가 있어서 결혼 선물로 준다고 말한 거란다.”

“이유요?”

“집이 커야 나중에 나랑 그레이스가 놀러 가도 비좁지 않지 않겠느냐.”

“…”

벌써 결혼한 뒤에도 우리 집에 놀러 오실 계획을 잡고 계신 메간 씨.

그녀의 말에 나는 왜 큰 집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와 애슐리 씨가 살도록 집을 주는 게 아니라…

나와 애슐리 씨와 메간 씨 그리고 그레이스 씨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집을 주신다는 의미였다.

이제야 이해된 그녀의 말.

나는 이걸 감사하다고 말해야 할지…말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것과 별개로…메간 씨에게 집 선물을 받을 생각은 전혀 없는 나와 애슐리 씨.

메간 씨가 도와주신 것도 많은데 그렇게 큰 선물을 받을 수는 없었다.

“물론 말씀 만으로 감사한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집 선물은 정말 괜찮아요.”

“내 집 괜찮은데…혹시 다른 집이 필요한 게냐?”

당혹스러운 그녀의 말.

나는 손사래를 치며 절대 부인했다.

“아뇨아뇨. 제 말은 너무 큰 선물을 주신다는 뜻이예요. 저희는 이미 메간 씨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고…그런 큰 선물을 받기에는 저희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부담스럽다?”

“네.”

“흐음…”

잠시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메간 씨.

나는 혹여나 그녀를 기분 나쁘게 한 게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걱정 말거라 그런 건 아니니까.”

바로 내 생각을 읽으신 메간 씨.

이럴 때는 또 내 생각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게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처지에서는 사소한 것인데…존의 처지에서는 부담스럽다 라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란다.”

“…네?”

“상대적이라는 뜻이지.”

“아아…”

확실히 부자이신 메간 씨 처지에서는 내 말을 이해하기 어려우실수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메간 씨가 인간 사회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계셨기에 이를 이해하려 하셨다.

인간 사회에 대해 이해하는 메간 씨.

하지만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일부 드래곤 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셨다.

특히 그녀가 손수 요양(?)을 보낸 고룡 분들.

지금 미국 데스 밸리에서 드래곤의 특유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시는 분들 그 일부 드래곤에 포함된다고 하셨다.

그런 분들과 다르게 자신과 다르더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메간 씨.

이런 이해심 넘치는 분과 친구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음…그렇군.”

무언가를 깨달으신 듯 고개를 끄덕이는 메간 씨.

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시 옛날 생각을 했단다.”

“옛날 생각이요?”

“나의 전 파트너 기억하느냐?”

“물론이죠. 훌륭하신 분이었으니까요.”

물론 밴쿠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용사’ 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 분이 훌륭한 분이라는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메간 씨를 통해 그가 해온 것들을 보면 그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메간 씨의 파트너 이셨던 그 분.

메간 씨가 인간 여성의 모습으로 살아가는걸 선택하는 것에 영향을 끼치신 분이었다.

“그 녀석도 그런 말을 했다는 게 기억이 나는 구나.”

“그렇군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너는 정말 그 녀석이랑 닮았다는 게 다시 느껴지는구나.”

그리움이 묻어나는 메간 씨의 표정.

나는 미안 함을 드러냈다.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그 표정마저 비슷하니까.”

장난스러운 메간 씨의 말씀.

그 말씀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알겠다. 생각을 좀 해 보지.”

“감사합니다.”

그렇게 메간 씨와 대화를 이어 나가는 도중 우리 대화에 낀 제임스.

그는 메간 씨와도 허물 없이 대화하는 특유의 친화력을 가졌기에 바로 대화에 합류할 수 있었다.

“메간 씨는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하하하.”

“제임스가 안목이 좋구나.”

“나름 예술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렇게 말을 이어 나가는 제임스.

이어서 나를 바라보며 자기 형, 마크 씨에 대한 이야기했다.

“마크 형이 다음 주에 시간 되냐고 하던데 괜찮아?”

“난 괜찮아. 애슐리 씨한테도 이야기해둘게.”

“고마워. 나도 이제 좀 일이 풀려서 시간이 났거든.”

마크 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의아한 표정을 짓는 메간 씨.

그래서 제임스가 이 이야기를 메간 씨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로 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 메간 씨.

그녀가 느끼기에도 마크 씨와 제임스의 만남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일이었다.

“다 이 녀석 덕분이죠.”

갑자기 날 언급하는 제임스.

나는 그의 돌발 행동에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뭘 한 게 있다고.”

“에이, 왜 이러실까? 마크 형이 너 덕분이라 그랬는데?”

“마크 씨가 의례상 하시는 말이었겠지.”

“오크는 언제나 진실 만을 말해.”

“…지금 그 말이 아니잖아.”

이 상황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메간 씨.

그녀는 갑자기 날 바라보았다.

“이건 제임스의 말이 맞는 거 같구나.”

“역시 드래곤 답게 공명정대하시군요.”

“물론이지. 드래곤은 언제나 공명정대하고 정의로운 것을 수호한단다.”

“…”

메간 씨의 호탕한 웃음.

제임스의 뛰어난 사회생활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절 너무 띄워주지 마세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요.”

내 말에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는 제임스.

그는 날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고마워서 그래.”

“응?”

“네 덕분에 형을 다시 만났고…이렇게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잖아.”

진지한 제임스의 목소리.

나는 제임스가 무슨 말하고 싶은지 알았다.

“하지만 이건 내가 한 게 아니야. 모두가 도와 줬을 뿐이지.”

“하여간 겸손하기는…왜 그렇게 겸손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

제임스의 장난스러운 말투.

그 말에 동감하듯 메간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존이 많이 겸손하긴 하지.”

“이건 겸손한 게 아니라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그거나 그거나.”

그렇게 이어 나가는 대화.

나와 제임스 그리고 메간 씨는 물론.

오늘 품평회에 모인 모든 사람은 아이라만과 올리비아가 만든 장소에서 서로와 대화하며 점을 선으로 이어 나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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