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158화 (158/292)

〈 158화 〉 형제 (5)

* * *

두 형제의 대화.

둘의 대화는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서서히 잦아 들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황급히 마친 제임스와 마크 씨.

마크 씨는 먼저 일어나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우리 때문에 퇴근 시간이 늦어져서 미안 하네.”

“아니예요. 괜찮아요. 더 이야기하셔도 돼요.”

내 말에 손사래를 치며 사양을 표하는 마크 씨.

그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뒤를 돌아 자기 형제,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나와 애슐리 씨를 바라보는 마크 씨.

그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카페를 나가셨다.

홀로 남아 있는 제임스.

그는 멍하게 앉아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러고는 자기 형이 나간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제임스.

그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너무 오래 시간을 잡아먹어서 미안 해.”

“괜찮아. 그런데…”

“아, 이거?”

그는 웃으며 내게 손에 들린 무언가를 보여 주었다.

정말귀여운 아이들.

다섯 명의 쌍둥이 아이들과 그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여성 분이 있었다.

“내 조카들이야. 그리고…네브레도 계시네.”

“네브레?”

“아, 미안 해. 그러니까…영어로 sister­in­law? 보통 잘 쓰는 법이 없으니…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형수 님.

그러니까 오크어로 네브레라는 뜻은 형수님을 뜻하는 단어였다.

아무래도 가족 문화가 발달한 오크 문화다 보니 묘하게 한국 문화와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나보고 한 번 와 달라고 하더라고.”

살짝 웃으며 자기 조카들을 바라보는 제임스.

그는 미소를 지으며 한 명 한 명 가리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들에 대해 설명한 제임스.

그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형이 그러더라고…조카들이 삼촌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이야.”

“조카들은 널 한 번도 본 적이 없잖아.”

“그게…”

머쓱하게 웃는 제임스.

그는 조카들이 자신을 알고 있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내가 처음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만든 게 유아용 애니메이션이었어. 마크의 모험이라고…”

“설마…”

“맞아. 사실…나와 형이 놀았던 그 시절을 각색해서 만든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지.”

가족에서 떨어진 제임스.

처음 홀로 서기를 할 당시 가졌던 그리움을 담아 그와 그의 형, 마크 씨의 이야기를 유아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단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그 애니메이션을 형이 자주 틀어줬다고 하더라고…마크 형이 자신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라면서 말이야.”

“그래서 널 알고 있는 거구나.”

“맞아. 마크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도와주는 역할로…내가 나오는데 조카들이 항상 물어봤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자기 동생인데…항상 힘들 때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 줬던…소중한 동생이라…말했대.”

살짝 젖어 가는 제임스의 눈동자.

나는 그를 바라보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복잡한 감정.

제임스가 가족을 떠나 홀로 서면서 느꼈던 그리움을 달래며 만들었던 애니메이션.

제임스가 지금은 그 회사의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당시 이름 없던, 신출내기 애니메이터의 포트폴리용 애니메이션을 구한 마크 씨.

마크 씨는 제임스가 알게 모르게 그를 멀리서 응원하고 있었다.

자신을 닮은 동생, 제임스를 위해서.

잠시 말을 멈춘 제임스.

옆에 서 있었던 애슐리 씨는 조심스럽게 제임스에게 물컵을 건넸다.

“고마워요. 애슐리 씨.”

“제임스 씨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해요.”

그 말에 묵묵히 애슐리 씨를 바라보는 제임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했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진정을 되찾은 제임스.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괜찮다면 오늘 저녁같이 먹을래? 조금 있으면 베일리가 퇴근할 시간이거든. 그리고 오늘 내가 이렇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서 미안 해서 그래.”

머쓱하게 웃는 제임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 정리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 줘. 도와줄게.”

“괜찮아. 거의 다 끝나서. 잠시만 앉아 있어 줄래?”

“알겠어.”

미리 해 두었던 카페 정리.

제임스가 마음을 진정시키는 사이 나와 애슐리 씨는 카페 정리를 마무리했다.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정리한 카페.

하지만 소중한 친구를 위해 쓴 시간이니 아깝지 않았다.

“카페 종료 시간 잡아먹어서 다시 한번 미안 해.”

“그렇게 미안 하면 밥 먹으면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줘야 할 거야. 나랑 애슐리 씨는 벌써 네 이야기에 몰입한 상태거든.”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자연스럽게 애슐리 씨를 바라보는 제임스.

애슐리 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해 주셨다.

“맞아요.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말아요. 제임스 씨.”

“고마워요. 애슐리 씨 그리고…존.”

미소를 짓는 제임스.

나는 그의 얼굴이 평소처럼 밝아지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해졌다.

“일단 베일리 씨를 만나러 가자.”

“내가 전화로 레스토랑에 오라고 하면 되는데?”

의아한 표정을 짓는 제임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굳이 우리 때문에 네가 늘 하는 걸 바꾸지 않아도 돼.”

베일리 씨와 제임스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는 누구보다 잘 아는 나와 애슐리 씨.

그렇기에 제임스가 베일리 씨를 매일 같이 배웅하러 가는걸 잘 알고 있었다.

머쓱하게 웃는 제임스.

그는 밴쿠버 경찰서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말없이 선두로 나서는 제임스.

나와 애슐리 씨는 뒤에 따라 걸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제임스가 꽤 감동한 표정이예요.”

내 장난스러운 말에 살짝 놀란 연기를 하는 애슐리 씨.

그녀는 내 장난을 이해하고는 맞장구를 쳐주셨다.

“정말요?”

“애슐리 씨도 잘 알겠지만 제임스가 감동한 표정은 잘 안 보여주거든요.”

일부러 제임스가 들리라는 듯이 말하는 나와 애슐리 씨.

그 말에 제임스는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다 들리거든?”

“들리라고 한 거야.”

내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짓는 제임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친구끼리는 그런 거니까.”

내 말에 말없이 날 바라보는 제임스.

그는 내 말을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오늘 비싼 식당으로 가야겠는데?”

평소와 같이 능글맞은 말투를 하는 제임스.

나는 그 말에 맞장구를 쳤다.

“어디 잘나가는 애니메이션 회사 팀장 님의 지갑 좀 털어 먹어볼까.”

“비싼 밴쿠버 집세로 허덕이는데 너무 한 거 아니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제임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나갔다.

그렇게 도착한 밴쿠버 경찰서.

그곳에 도착하자 벌써 준비하고 나와 있는 베일리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베일리 씨.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안녕하세요?”

“아! 애슐리 씨랑 존 씨. 반가워요. 제임스가 친구분들을 데려왔네요.”

아무래도 우리가 같이 온다는 걸 몰랐던 베일리 씨는 살짝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짧게 나마 상황을 설명하는 제임스.

그 이야기를 들은 베일리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다 정말 고마워요.”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는 베일리 씨.

나와 애슐리 씨는 마치 한 몸처럼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는 말을 건넸다.

“괜찮아요.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맞아. 내가 맛있는 저녁을 사기로 했으니까.”

장난스럽게 말하는 제임스.

그 말에 베일리는 제임스를 살짝 노려보았다.

“허니.”

“물론 장난이야. 이미 이야기 된 거니까.”

제임스가 지그시 베일리 씨를 바라보자 베일리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겠어. 허니.”

그렇게 제임스를 바라보는 베일리 씨.

그녀는 천천히 제임스의 얼굴을 당겨 볼에 입을 맞추셨다.

그녀의 입맞춤.

단순한 입맞춤이지만 제임스는 그 입맞춤을 받고는 잠시 베일리 씨를 바라보았다.

“최고의 위로였어. 허니.”

“헤헤…”

미소를 짓는 베일리 씨.

제임스는 베일리 씨의 입맞춤에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큼큼…”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너랑 애슐리 씨도 종종 이러는 거 알지?”

장난스러운 제임스의 말.

나는 그 말에 머쓱하게 웃었다.

최근 들어 카페 내에서도 자주 하는 행동.

원래는 올리비아가 있어서 자주 하지 못했지만,

올리비아가 리암 씨의 카페 오픈 준비를 하느라 우리 카페를 떠난 뒤 부터 자주 하게 되었다.

이걸 본 제임스.

그렇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럼 어느 레스토랑으로 갈까?”

“저번에 갔었던 중국 음식점 괜찮던데. 어때?”

“안타깝게도 오늘 쉬는 날이셔.”

“음…”

그렇게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고민하는 사이.

베일리 씨가 손을 들으셨다.

“제가 동료들이랑 자주 가는 슈와르마 집 있는데 어떠세요?”

슈와르마 혹은 샤와르마로 불리는 음식.

보기에는 묘하게 되네르 케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것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터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오스만 제국 당시 유목민의 음식인 케밥의 영향을 받은 서남 아시아 국가들이 만든 일종의 케밥의 변형이라고 말했다.

유목민의 음식이라는 말처럼 중앙 아시아는 물론 지중해 연안 국가인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등 레반트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고기를 쌓아 두고 빙글빙글 돌리며 익힌 뒤 칼로 고기를 잘라 야채와 같이 먹는 음식.

하지만 베일리 씨가 말씀하신 슈와르마는 레반트 지방의 케밥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향신료의 향이 강하고 채식 위주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 집에서 자주 먹는 펠라펠도 이쪽 음식.

터키 친구의 말에 의하면 비 속세주의 돼지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의 영향과 수도주의 기독교 계파 중 하나인 마론파의 영향 때문에 이런 음식이 발달했다고 한다.

“저는 좋아요.”

긍정의 뜻을 표하자 미소를 짓는 베일리 씨.

제임스는 베일리 씨가 언급하는 그 식당이 어디인지 알고 있는지 그 식당에 대해 말했다.

“웨스트 밴쿠버 쪽에 있는 식당 말하는 거지?”

제임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베일리 씨.

그녀는 애슐리 씨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거기라면 애슐리 씨도 좋아 하실 거예요.”

“레반트 음식은 처음 들어 보는데 기대되네요.”

“애슐리 씨가 자주 드시는 펠라펠이 그쪽 음식이예요.”

“아, 그렇군요.”

미소를 짓는 애슐리 씨.

나와 애슐리 씨, 제임스 그리고 베일리 씨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식당.

인기가 많은 식당인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 베일리 씨. 그리고 제임스 씨도 오셨네요.”

아무래도 베일리 씨와 제임스 커플이 자주 오는 식당인 듯 웨이터 분은 둘을 바로 알아보았다.

우리를 반겨 주시는 웨이터 분.

베일리 씨는 우리를 대신해 웨이터를 상대하셨다.

“잘 지내셨나요? 카와 씨.”

“물론이죠. 네 명 앉을 테이블이 필요해 보이시는데 맞으신가요?”

“항상 고마워요.”

안내를 받은 자리.

나와 애슐리 씨, 베일리 씨 그리고 제임스는 앉자마자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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