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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카페-140화 (140/292)

〈 140화 〉 취재 (4)

* * *

내 이야기를 곰곰이 들은 메간 씨.

그녀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 묵묵히 계셨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안 업체 쪽에 조언을 얻는 게 좋을까요?”

“그런 방법도 좋지만 일단은…만나 보는 게 어떻겠느냐?”

“…네?”

생각하지도 못한 메간 씨의 말씀.

나는 무조건 피하려고 생각했는데 메간 씨의 해결책은 직접 마주하라는 설명을 하셨다.

“네 말이 맞다면 그 사람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니냐.”

“그건 그렇죠…”

생각해 보니 맞는 말.

기자이신 그 분이 매일 시간이 남아 도시는 건 아니겠지만,

계속 카페 주변을 맴돌면서 나를 관찰하실수 있었다.

취재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왜곡된 정보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

어떻게 보면 차라리 그 기자 분을 만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카페 내부에는 CCTV나 이런 것들이 있으니 더 안전할 테고.”

“그치만…한 가지 거짓을 해명하기 위해 수십 가지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선동의 천재 괴벨스의 말.

그의 말이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에서도 이런 기분을 자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피하면 그 사람이 더 많은 거짓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게 아니냐?”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이네요.”

적을 가까이 두라는 말.

어떻게 보면 그 말을 그대로 행동한 메간 씨였기에 그녀의 말에 신뢰가 갔다.

그녀의 과거의 연인.

아드리안 씨의 말씀에 따르면 영웅이라 불리던 그녀의 전 파트너도 어떻게 보면 그녀의 적이었다.

그녀를 죽이려고 온 사람.

하지만 메간 씨는 그런 용사에게 흥미를 가지고 가까이 두었으며 종국에는 서로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애슐리 씨가 있는 내가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 애슐리 씨와 올리비아의 말에 따르면 그 기자 분은 남성분이었다.

그것도 특이한 모자를 쓰고 계신 남성분.

솔직히 영 내키지 않지만 메간 씨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조언 감사해요. 메간 씨.”

“아니란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모든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니 괜찮단다.”

싱긋 웃는 메간 씨.

언제나 나와 애슐리 씨를 생각해 주시는 친절한 단골손님이셨다.

“그나저나 매일 같이 보던 올리비아가 보이지 않으니 조금 어색하구나.”

“저두요.”

아쉬운 표정을 드러내는 애슐리 씨.

나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감싸 위로를 전했다.

“그래도 그 아이도 지켜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이 있으니 둥지를 떠나야 할 때긴 하지.”

“마치 드래곤 같이요?”

“우리야 뭐…부모가 사라지는 게 일상이니 둥지를 떠난다는 말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곳을 찾는다는 게 맞겠지.”

“음…보통 드래곤들은 다들 그런 식인가요?”

“얼굴도 모르는 내 부모만 그렇단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메간 씨.

그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자기 부모를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는 표정이셨다.

“그게 내가 인간을 좋아하는 이유 일지도 모르지.”

다정다감한 메간 씨.

그녀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나와 애슐리 씨를 바라보았다.

“메간 씨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예요. 부족하지만 가족처럼 반겨드릴 수 있어요.”

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메간 씨.

나는 나름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는데 그녀는 장난으로 받아들이신 모양이었다.

“그런 따스한 마음 때문에 내가 이 주변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게 아니냐.”

메간 씨의 투정.

그 모습을 본 애슐리 씨는 미소를 지었다.

“저도 해 봐도 될까요?”

애슐리 씨의 질문에 메간 씨는 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환영해요. 메간 씨.”

“후후. 역시 애슐리가 하니 더 귀엽고 마음에 드는 구나.”

“저도 나름 괜찮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낙심하지 말거라 존. 각자 상황에 맞는 필요가 있는 법이니 말이다.”

시나몬 커피의 바닥을 드러내신 메간 씨.

그녀는 이제 출근하시려는 지 몸을 일으키셨다.

“예를 들어 침대라던가 말이다.”

“꽤 중요한 역할이네요.”

옆에서 그런 메간 씨의 말씀을 거드는 애슐리 씨.

나는 두 매력적인 여성 분들의 말씀에 어떻게 대꾸할지 머리를 굴렸다.

“이만 가보마.”

“내일 뵐게요.”

“그래.”

그렇게 카페를 떠난 메간 씨.

나는 결국, 그녀에게 대꾸를 하지 못한 채 그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존 씨.”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는 애슐리 씨.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근 들어 날 놀리는데 재미를 붙이신 애슐리 씨.

나는 그런 그녀의 사랑스러운 장난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잠시 자리 좀 비워도 될까요? 쓰레기도 버릴 겸 자할라 씨에게 연락하려구요.”

“네, 물론이예요.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보안 업체 분들이 출근하셨을 시간.

나는 아침 쓰레기를 버릴 겸 자할라 씨에게 보안 조언을 얻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파티 이후 잔뜩 쌓인 쓰레기.

이제 나중에 헤일리 씨가 오면 그때 지인을 불러 쓰레기를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리비아의 역할을 맡게 되실 헤일리 씨.

카페를 운영하는 방법도 배우면서 카페 일을 한 올리비아에게는 쓰레기 관련을 맡길 수 없었지만,

파트 타임, 그러니까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될 헤일리 씨가 이곳을 담당하셔야 했기에 그녀에게 알려 줄 겸 그녀가 출근할 때 지인을 부를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밖으로 나온 나.

전화 통화하기에 적합한 한적한 공간이었기에 나는 자할라 씨에게 연락을 하려 했다.

그때 느껴지는 인기척.

나는 자연스럽게 옆을 바라보게 되었다.

창백한 얼굴,

그리고 올리비아와 애슐리 씨가 말씀하신 정말 특이한 모자.

그리고 트렌치 코트까지.

백발의 노인 분 같은 남성분이 내게 다가오셨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시니 자연스럽게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나는 자할라 씨에게 연락하려는 것을 멈추고 기자 분을 바라보았다.

“좋은 날입니다. 실례지만 미스터 임씨 맞으신가요?”

내 성을 오랜만에 들어 보니 어색한 상황.

그래도 캐나다에서 듣기 어려운 성이었기에 나는 바로 나를 지칭하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제 성으로 불리는 게 조금 어색해서 그런데 이름인 존으로 불러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존 씨.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내게 자연스럽게 명함을 건네는 기자 분.

요즘은 많이 보기 어려운 명함이지만 캐나다에서는 아직도 명함을 주는 경우가 많았기에 어색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의 명함 속에 들어가 있는 그에 대한 정보.

올리버,

CMC 정치외교부 메인 디렉터.

그의 화려한 직책을 보니 이런 높은 직급의 분이 이렇게 직접 내 주변을 맴돌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음…”

“하하. 괜찮습니다. 저는 제가 직접 발로 뛰는 걸 좋아해서 말이죠.”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물어볼 생각은 없으니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CMC라면…제가 아는 그곳이 맞나요?”

캐나다 내 큰 뉴스 채널을 보유한 거대 미디어 그룹.

그 그룹의 정치외교부라 하면 캐나다 의회에 출입할 수 있는 권한도 있는 존재 들이었다.

캐나다 내에서는 정확하게 정치외교부가 아닌 그저 정치부지만,

외교적인 부분도 다루고 있어 한국의 정치 외교부와 비슷한 개념이라 얼핏 들었다.

아무튼 중요한 위치에서 근무하시는 분.

그런 분이 직접 나를 만나러 오셨다는 게 믿기 어려웠다.

“네, 맞습니다. 원하신다면 제 신분증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하하.”

창백한 겉모습과 다르게 유쾌한 웃음소리를 내시는 올리버 씨.

나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원래라면 거부하면서 카페로 돌아갔겠지만…

오늘 메간 씨의 조언 때문에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자를 조심하라는 메간 씨의 말씀.

그 말씀에 나는 최소한 문제가 생기는 걸 방지하고자 자리를 카페 안으로 옮기고자 했다.

그 전에 그의 의도부터 파악해야 하는 상황.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눈을 마주치며 말을 건넸다.

“혹시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너무 경계하지 마십시오. 그저 시위 때 이야기와 그 이후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음…”

내가 고민하는 표정을 하자 미소를 짓는 올리버 씨.

그는 재차 내게 말을 건넸다.

“괜찮으실까요?”

“제가 근무 중이여서요.”

내가 손가락으로 바로 카페를 가리키자 올리버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면 여기서 대화하기 그러니 카페 안에서 대화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내가 인터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자 안색이 밝아진 올리버 씨.

그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좋습니다. 그리고 인터뷰 요청을 받아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직 확실하게 인터뷰를 한다고 말씀을 드리기 어려워요.”

“이 정도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미 다 넘어왔다는 생각하고 계신 올리버 씨.

그가 좋지 않은 언론인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딸랑.

“아, 존 씨. 옆에 분은…”

정문을 열고 들어오자 나를 반겨 주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카페 좀 맡아 주실수 있을까요? 이분이랑 대화해야 할 거 같아서요.”

“물론이죠. 마음 쓰지 마세요.”

이미 사전에 알고 계셨던 애슐리 씨.

그녀는 바로 내 옆에 계신 올리버 씨가 기자 분이라는 걸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특이한 모자를 벗고 가슴팍에 올린 채 애슐리 씨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네는 올리버 씨.

이렇게 정중한 노신사 분의 인사에 애슐리 씨도 예의 바르게 그의 인사를 받았다.

“정말 아름다운 카페로군요.”

카페 안을 둘러 보시는 노신사 분.

나는 그를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자리로 안내했다.

“여기 괜찮으세요?”

“네, 훌륭합니다. 배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흡혈귀이신 올리버 씨.

그렇기에 햇볕이 잘 드는 곳보다는 이런 곳이 낫지 않을까 해서 안내해 드렸는데 다행히 괜찮으신 모양이었다.

자리에 앉은 노신사 분.

그는 능숙하게 트렌치 코트를 벗어 옆자리에 걸쳐 두셨다.

그 앞에 앉은 나.

나는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하.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간단한 대화일 뿐이니까요.”

긴장한 나를 풀어 보려고 하시는 올리버 씨.

나는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인터뷰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무엇입니까?”

“두 가지 조건만 받아 주신다면 인터뷰에 응하겠습니다.”

“어떤 조건인지 알 수 있을까요?”

“사실 조건이라 하기에는 조금 그치만…”

카페 내 설치된 CCTV에 기록되는 걸 허락한다는 조건.

다른 하나는 인터뷰 내용을 발표하기 전 사전에 그 내용을 확인하고 내 허락을 받아야만 인터뷰를 공개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나름 까다로운 조건.

하지만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내 자신이,

아니 이 카페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름 진지한 상태로 이 말을 올리버 씨에게 전달했는데 올리버 씨는 그 조건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셨다.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 입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릴 내용이었습니다.”

당황스러운 올리버 씨의 말씀.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셨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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