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단풍잎 카페-131화 (131/292)

〈 131화 〉 파티 (5)

* * *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다 모인 사람들.

나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다 오실 줄은 몰랐다.

북적이는 카페 안.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늦은 건 아니죠?”

학교 끝나고 헐레벌떡 온 아이라만.

나는 그를 반겨 주며 안으로 안내했다.

“올리비아가 손님들을 맞이하는데 도와줄 수 있니?”

“물론이죠.”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라만.

나는 그를 바라보고는 등을 가리켰다.

“가방은 카운터에 맡아 둘게.”

“괜찮아요. 사실…”

내게 작게 속삭이는 아이라만.

나는 아이라만이 올리비아 몰래 이런 준비를 한 것에 대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더 잘 숨겼다가 깜짝 이벤트로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흐음…맞는 말씀인 거 같아요.”

“걱정하지 마. 이따가 올리비아가 단독으로 말할 때 내가 몰래 뒤에서 가져다줄게.”

그러자 내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아이라만.

나는 그에게 피스트 범프를 하며 공범자임을 강조했다.

“남자들끼리 무슨 이야기하신거예요?”

내게 다가온 애슐리 씨.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라만이 준비한 게 있어서 말이예요.”

그러자 사람들 사이를 가로 질러 올리비아에게 다가가는 아이라만을 바라보는 애슐리 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참 좋을 때네요.”

“그렇죠? 저 잠시 카운터에 다녀올게요.”

“네, 괜찮아요. 이제 파티에 참여하실 손님들은 거의 다 오신 거 같으니까요.”

괜찮다는 듯이 말하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카운터 쪽으로 향했다.

이미 사교의 장이 된 카페 안.

카운터에 걸터앉은 그레이스 씨가 날 바라보셨다.

“이제 바쁜 거 다 끝났나 봐?”

“네, 사정이 있어서 초대를 거절하신 분들을 제외하고는 초대를 수락하신 분들은 다 오셨어요.”

여기서 초대를 거절하신 분은 실리카 씨와 프랭크 씨.

두 분은 공교롭게도 기념일이 오늘과 겹쳐서 참여를 하지 못하게 되셨다.

추가로 스칼렛 씨 역시 최근 밀려오는 주문 때문에 바빠 정중하게 초대를 거절하셨다.

그 외 다른 사람들.

기마 경찰 일로 바쁜 크리스, 회사 일로 바쁜 제임스의 동료분들.

마찬가지로 바쁜 마크 씨 가족등.

몇몇 분들이 참여하지 못하셨다.

그 외는 대부분 오신 상황.

심지어 오로트 씨와 함께 마르타 씨와 밴 씨 그리고 메롯 씨가 참여해 주셨다.

그중에는 모두에게 말할 수 없지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신 아드리안 씨 그러니까 멜리사 씨도 있었다.

“생각보다 인망이 높은데?”

“하하…하.”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

대부분 카페 일하면서 만나게 된 인연.

나는 이 분들이 찾아와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그레이스 씨의 지인분은…?”

“아, 벨카 말이지? 저쪽에 있어. 나랑 다르게 얼굴이 알려져 있다 보니 인기가 많지.”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레이스 씨.

감독의 길을 걸은 그레이스 씨와 달리 벨카라는 분은 배우의 길을 계속 걸었다고 하셨다.

나도 몇 번 영화 속에서 본 적이 있는 분.

판타지 영화에서 엘프 역할의 대부분을 소화하신 화려한 경력의 엘프 분이셨다.

청초한 외모와 초록색 머리카락.

그리고 투명한 피부.

마치 조각처럼 청초하면서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우리가 흔히 영화 속에서 볼 법한 그런 엘프의 전형적인 외형을 가지고 계셨다.

“저래 보여도 발랑 까졌으니까 너무 관심 두지마.”

“네?”

“영화계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벨카 녀석은 그런 녀석이거든.”

냉소적으로 말하는 그레이스 씨.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바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가십 거리.

그 가십거리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레이스 씨의 말에 따르자면 벨카 씨에 대한 소문은 대부분 맞다는 뜻이 되었다.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셔도 되나요?”

“물론이지. 넌 내가 믿는 사람 중 하나니까.”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레이스 씨.

나는 이런 식으로 신뢰를 확인하는 것에 대해 어색함을 느꼈다.

그렇게 그레이스 씨와 대화하면서 카운터 안에 아이라만의 가방을 넣어 두었다.

“아 참, 말할 게 있는데.”

“네?”

“이번 보름달이 뜨는 날에 집에 찾아와도 돼?”

갑자기 드는 불길한 생각.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어색한 연기는 내게 안 통해.”

감독이신 그레이스 씨.

그런 그녀의 눈앞에서 이런 얕은 연기가 통할 리가 없었다.

“메간 씨라는 그 레드 드래곤 여성 분에게 들었어.”

“…”

확인 사살.

나는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원래는 너랑 애슐리 사이를 생각해서 할 생각이 없었는데 메간 씨랑 이야기하면서 다 알게 되었지 뭐야.”

은근하게 웃는 그레이스 씨.

나는 메간 씨, 그러니까 레드 드래곤이 이런 이야기할 정도로 입이 가벼울 줄은 몰랐다.

물론 메간 씨를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말로 인해 거절할 명분이 줄어든 건 확실했다.

마침 카운터로 다가오는 애슐리 씨.

그녀는 그레이스 씨를 보고는 인사를 건넸다.

“파티 재밌게 보내고 계시나요?”

“물론이야. 그리고 앞으로 더 재밌어 질 거 같아.”

“…네?”

의아한 표정을 짓는 애슐리 씨.

그녀는 날 바라보았는데 나는 최대한 지금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그래 봤자 소용없어.”

사악하게 웃는 그레이스 씨.

흡사 영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악당의 미소를 짓고 계셨다.

“애슐리.”

“네?”

“이번에 보름달이 뜨는 날에 집에 찾아가도 돼?”

“네, 그레이스 씨라면 언제든지 환영인데…왜 보름달이 뜨는 날에 오시려는 거예요?”

“내가 다 들은 게 있어서 그래.”

살짝 웃는 그레이스 씨.

그녀는 애슐리 씨를 자신 쪽으로 끌고 와 그녀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북적이는 사람들.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에 나는 이렇게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둘의 귓속말을 엿듣지 못했다.

내가 만약 애슐리 씨처럼 토끼 수인이었다면 들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인간,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잠시 고민에 빠진 애슐리 씨.

그녀는 물끄러미 날 바라보셨다.

“두 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신 거예요?”

“그게…”

내게 다가와 이야기를 하시는 애슐리 씨.

그녀는 꾸밈없이 그대로 그레이스 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내게 전달했다.

“…어…”

“존…존 씨의 생각은 어때요?”

내게 선택권을 넘기는 애슐리 씨.

나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

“왜? 엘프를 안을 수 있는 일은 흔한 일은 아니야.”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요. 그레이스 씨…”

메간 씨와 비슷한 제안.

하지만 그레이스 씨의 경우 조금 더 삐뚤어진 취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셨다.

“애슐리 씨는…”

“저…저는 괜찮아요. 헤헤…”

“애슐리도 괜찮다고 하는데?”

“이…이야기는 나중에 파티 끝나고 하죠.”

당혹스러운 이야기.

나는 그레이스 씨와 애슐리 씨에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레이스 씨.

그녀는 그래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듯한 뿌듯한 얼굴을 보이셨다.

“미안 해요. 존 씨.”

내게 미안한 표정을 짓는 애슐리 씨.

나는 아니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이해할 수 있어요.”

남자로서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제안.

그치만, 누구보다 애슐리 씨를 좋아하고 사랑했기에 이런 제안을 받을 때마다 양심이 찔려왔다.

그런데 애슐리 씨가 이미 제안을 허락한 상황.

그런 상황이었기에 나는 그녀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파티가 먼저니까 파티가 끝나고 이야기하도록 해요.”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존 씨.”

미소를 짓는 애슐리 씨.

나는 그녀의 환한 미소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레이스 씨, 애슐리 씨와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슬슬 허기질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부터 준비한 음식들.

바네사 씨나 그레이스 씨, 애슐리 씨 그리고 테일러 씨 같은 분들은 채식을 선호했기에 나와 애슐리 씨가 아침부터 준비한 음식의 대부분은 비건 및 베지터리안을 위한 음식으로 준비했다.

물론 비건이나 베지터리안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음식.

여기에 고기나 물고기 같은 동물성 단백질 요리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도 준비했다.

미리 조리가 끝난 상태라 그저 한 번만 더 가열하면 되는 음식들.

여기에 메간 씨와 제임스가 가져온 음식도 같이 준비했다.

제임스가 가져온 큼직한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미트 파이.

얼마나 큰지 이게 정말 파이인지 아니면 통돼지 바베큐인지 파이 부분을 보지 않았으면 구분하지 못할 뻔했다.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미트 파이.

그 안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그리고 각종 채소 그리고 맨눈으로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것들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여기에 추가로 육류를 선호하는 메간 씨.

그녀가 가져온 음식은 파티에서 빠질 수 없는 피자를 가져오셨다.

미트러버, 그러니까 고기 토핑을 잔뜩 올린 피자.

거기에 흔하게 볼 수 있는 페퍼로니, 시카고 피자 등 다양한 피자를 가져오셨다.

살짝 식어서 조금 맛이 덜한 상황.

그래서 제임스가 가져온 미트 파티와 함께 오븐으로 덥혀서 내어놓을 생각이다.

“애슐리 씨. 저 도와줄 수 있어요?”

“물론이예요.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바로 내 옆에 다가온 애슐리 씨.

나는 그녀에게 음료를 부탁했다.

“이제 슬슬 음식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제가 음식을 맡을 테니 음료를 부탁해도 될까요?”

“아, 어제 만들어둔 스쿼시랑 탄산음료들 준비하면 되죠?”

“맞아요.”

어제 저녁 원래 퇴근 시간 보다 2 시간 늦게 퇴근한 나와 애슐리 씨 그리고 올리비아.

우리 셋은 오늘 있을 파티를 위해 추가로 음료를 준비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카페의 자랑인 레몬, 복숭아, 파인애플 스쿼시.

여기에 혹시 다른 음료를 선호하는 분들을 위해 다른 음료도 추가로 준비해 두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자고로 파티는 음식이나 음료 등 먹을게 풍족해야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주의였기에 음식을 준비하는 것에 있어서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일회용 컵은 냉장고 옆 선반에 따로 놔두었어요.”

고개를 끄덕인 애슐리 씨.

그녀는 능숙하게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고 1 회용 컵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음료를 준비하는 애슐리 씨.

그리고 음식을 준비하는 나.

이걸 본 제임스가 내게 다가왔다.

“도와줄까?”

“손님은 주방에 들어오는 거 아니야.”

“난 손님이 아닌데?”

장난스럽게 말하는 제임스.

나는 그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혼자 음식을 다 꺼내는 건 조금 힘겨운 상황.

나는 그에게 웃으며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그럼 나도 손님 아니니까 도와줘도 되겠네.”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보리스.

나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는 릴리 씨랑 네 아이들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노스 밴쿠버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보리스.

과거 내게 카페 일을 알려주었던 또 다른 절친한 친구는 손가락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그쪽에 있는 보리스의 아내인 릴리 씨와 보리스의 아이들.

그들의 시선을 사로 잡은 건 다름 아닌 메롯 씨였다.

아이들 앞에서 간단한 마법을 보여주고 있는 메롯 씨.

그녀의 마법에 보리스의 아이들은 물론 릴리 씨도 놀라워 하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제 도와줘도 되지?”

능글맞게 웃는 보리스.

나는 그런 보리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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